황교익 주장 100% 맞지만, 쿡방 효용성 분명 있어

 

연일 설탕 논쟁이다. <SBS스페셜>이 작정하고 설탕전쟁이란 아이템으로 그 이슈를 던졌다면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그 전면에 섰다. 그는 지난 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설탕을 마구 사용하는 쿡방들에게 따가운 일침을 날렸다. “백종원을 디스하는 것이 아니다. 설탕 처발라서 팔든 먹든, 그건 자유다. 욕할 것도 없다. 문제는 방송이다. 아무 음식에나 설탕 처바르면서 괜찮다고 방송하는 게 과연 정상인가 따지는 것이다. 그놈의 시청률 잡는다고 언론의 공공성까지 내팽개치지는 마시라, 제발.”

 


'SBS스페셜(사진출처:SBS)'

백종원이 설탕 논쟁의 전면에 서게 된 것은 한때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설탕을 넣는 장면을 설탕 폭포라는 CG와 함께 보여주면서 그에게 설탕을 많이 쓴다는 이미지가 생기면서다. 사실 요리에 설탕을 사용하는 건 백종원만이 아니다. 많은 쿡방들에서 셰프들이 설탕을 요리에 사용한다. 다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이 부분을 과장되게 보여주면서 심지어 백종원을 캐릭터화해 웃음의 코드로까지 활용한 건 분명 방송의 잘못이다. 설탕은 맛을 위해 엄마의 밥상에도 들어간다. 다만 그렇게 과잉된 장면들로 연출해 설탕을 마구 사용하는 것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방송이 호도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황교익이 짚은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는 SNS에 이미 밝힌 대로 백종원을 지목한 것이 아니라 개념 없는 방송이 저지르고 있는 해악을 지목한 것이다. 백종원 스스로도 이에 대해 수차례 해명한 바 있다. 자신이 설탕을 쓰는 건 맞지만 그렇게 많이 쓰지는 않는다고 했다. 방송 때문에 이런 이미지에 큰 부담을 갖게 됐다는 건 <집밥 백선생>을 통해서 이미 드러났다. 그는 <집밥 백선생>에서 이제 정량을 얘기하지 않는다. 대신 비율을 얘기하고 그것도 딱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자 알아서 입맛에 맞추라고 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원하면 넣지만 그렇지 않다면 안 넣어도 된다고 말한다.

 

<집밥 백선생2>에서 냉이를 갖고 된장찌개를 끓이면서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가 가능하다는 걸 여러 차례 이야기를 통해 밝혔다. 즉 아무 것도 없다면 냉이와 된장만으로도 냉이 된장찌개가 가능할 수 있다고 했고, 그래도 맛을 내려면 파, 마늘 정도의 양념은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더 맛있게 끓이려면 멸치 같은 걸로 육수를 만들면 된다고 덧붙였다. 즉 가장 기본에서부터 단계별로 여러 가지 요리법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아마도 백종원이 요리를 할 때 설탕을 쓰는 건 자신의 입맛일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음식점 체인을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입맛에 대중적으로 맞추다보니 설탕을 쓰게 됐을 수 있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외식업체들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맛있고 몸에도 좋은 음식을 먹으려면 그래서 사먹기보다는 스스로 해먹는 편이 훨씬 나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떤 면으로 보면 <집밥 백선생>처럼 지금까지 요리를 안해먹던 아저씨들까지 요리를 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가진 효용성은 더 클 수 있다.

 

중요한 건 황교익이 짚어낸 것처럼 방송이 가져야할 공공성에 대한 자세다. 물론 방송은 요리에까지 재미요소를 집어넣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라면스프를 마법의 가루라고 얘기하면서 요리에 마구 집어넣어 먹으며 황홀해하는 모습을 잡는 장면들이다. 물론 그 상황은 우습다. 하지만 이렇게 예능이기 때문에 웃음을 추구하는 면이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건강에 해로운 것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방송이 호도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설탕 논쟁이 있다고 해도 대중들은 <집밥 백선생> 같은 요리 프로그램을 볼 것이고 그것이 효용성이 크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어떤 면에서는 요리라는 성역을 깨버리고 주방의 문턱을 낮추는 문화를 만드는 면까지 잊지 않은가. 그러니 방송은 좀더 조심할 필요가 있고 시청자들도 그 쿡방의 레시피들이 정답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편이 나을 성 싶다. 결국 자기 요리는 자신에게 맞게 만들어 먹는 게 정답이지 않을까.

봄이 좋냐’, 시즌송을 뒤집은 시즌송

 

봄만 오면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벚꽃엔딩’. 이제는 거꾸로 벚꽃엔딩이 들려오기 시작하면 봄이 왔나보다 할 정도다. 그래서 봄을 노래하는 시즌송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2013년 로이킴의 봄봄봄에 이어 2014년 아이유가 발표한 봄 사랑 벚꽃 말고가 나왔고 올해는 레드벨벳 웬디와 에릭남이 부른 봄인가봐’, 윤아와 십센치(10cm)가 부른 덕수궁 돌담길의 봄’, 서인국의 너라는 계절’, 비투비의 봄날의 기억등등 시즌송이 한 마디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진출처:'봄이 좋냐' 뮤직비디오

시즌송이 마치 새로운 것처럼 느껴지지만 딱히 그런 것만은 아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나오곤 하는 캐럴들이 시즌송이고, 여름이면 해변가에서 듣기 딱 좋은 댄스 뮤직 역시 여름 시즌송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가을하면 떠올리는 고 김광석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나 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같은 곡들을 기억한다. 계절을 노래하는 시즌 송은 언제나 있어왔다. 다만 벚꽃엔딩이라는 메가히트 시즌송이 탄생한 게 이례적일 뿐이다.

 

봄 시즌송이 그 어떤 계절보다 이토록 주목되는 건 아무래도 봄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있다고 여겨진다. 긴긴 겨울을 지나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니 그 봄을 노래하는 곡들에 반가움을 표하는 건 당연한 일. 게다가 피어나는 꽃들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 바람은 자연스럽게 벚꽃엔딩같은 노래를 떠올리게 하고 또 떠올리고 싶게 한다. 이 지점이 봄 시즌송의 힘을 만드는 것일 게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봄 시즌송은 마치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벚꽃이 활짝 피어나기 시작하면 인산인해가 되어버리는 여의도처럼 모두에게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닐 성 싶다. 그래서일까. 봄 시즌송들을 뒤집어버린 10센티의 봄이 좋냐라는 도발적인 질문의 노래가 모든 시즌송들을 훌쩍 뛰어넘어 음원차트를 석권한 것은.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바보들아/결국 꽃잎은 떨어지지/니네도 떨어져라/몽땅 망해라여기저기 봄 시즌송들이 봄을 찬양하고 봄날의 사랑하는 이와의 달달한 멜로(?)를 그려나갈 때 아마도 애인 없는 이들은 두 배의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10센티의 봄이 좋냐는 이런 이들의 취향을 그대로 저격한다.

 

또한 이것은 어찌 보면 벚꽃엔딩의 메가 히트 이후 봄만 되면 쏟아져 나오는 시즌송들에 대한 일침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천편일률적인 봄날의 찬양이 이제는 식상하다는 것. 모두가 애인이 없는 비틀린 심사를 공감했다기보다는 어쩌면 이 비슷비슷한 코드들로 무장한 시즌송들에 대한 대중들의 식상함에 오히려 더 공감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10센티의 봄이 좋냐역시 시즌송이라는 것이다. 다만 봄에 대한 다른 정서를 담아낸 것이 다를 뿐. ‘벚꽃엔딩은 물론이고 여수 밤바다까지 다시 음원차트로 소환시키는 봄이라는 시즌이 갖는 힘은 이제 매년 벌어지는 상례적인 일이 되어가고 있다. 봄을 상찬하고 봄날의 설렘을 담은 곡들이 또 잘못된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10센티의 봄이 좋냐같은 조금은 도발적이어도 다른 이야기와 정서를 담아내는 곡이 주는 다양성의 통쾌함은 분명하다. 같은 시즌송이라도 좀 더 다양함이 담기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봄이 좋냐는 곡에 대해 대중들이 반응하는 이유일 것이다.

<몬스터> 시청률 급상승, 이기광이 만들어낸 기대감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에서 이기광은 단 2회만 출연했다. 그리고 그의 성인역할로서 강지환이 그 바톤을 이어받았다. 그런데 단 2회 출연이고 이미 성인 역할로 교체되었다고 해도 이기광이 이 드라마에 만들어낸 기대감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3회에 <몬스터>가 시청률 9.5%(닐슨 코리아)로 급상승하며 SBS <대박>(11.6%)KBS <동네변호사 조들호>(10.9%)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었던 건 이기광의 공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듯싶다.

 


'몬스터(사진출처:MBC)'

장영철 작가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몬스터> 역시 사극 같은 스토리 구조들을 그 바탕으로 깔고 있다. 현대극이지만 어찌 보면 사극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듯한 설정들이 눈에 띈다. 도도그룹이 일종의 궁궐이라면 그 총수인 도충(박영규)은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의 역할이고 그의 아들인 안하무인 도광우(진태현)와 첩실 소생인 도건우(박기웅)가 권력을 두고 대립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사극 속 궁중 권력투쟁의 구도다. 여기에 가신들로 들어가 있는 야심가 변일재(정보석)나 문태광(정웅인) 같은 인물들의 대결구도도 사극의 그것처럼 흥미롭다.

 

여기에 화평단이라는 비밀조직을 통해 무협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MK2 변종바이러스라는 요소는 무협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을 위기에 빠트리지만 그로 인해 힘을 얻게 되는 기보 같은 역할을 갖고 있다. 국철(이기광)이 변종바이러스의 유일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그가 바닥에 떨어져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후에도 다시 부활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준다. 화평단의 옥채령(이엘)이 그의 면역혈청을 사는 대가로 그를 부활시키는 것. 물론 사고로 시력을 잃으면서 청력이 좋아지는 이야기 역시 무협적인 요소다.

 

<몬스터>는 현대극이지만 조금은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 구성 요소들을 갖고 있다. 시력을 잃은 채 청력만으로 교도소에서 자신을 바닥으로 추락시킨 인물에게 복수하고 탈출하는 이야기나, 노숙자 생활을 전전하면서도 복수를 꿈꾸며 절대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은 어떤 면에서는 너무나 전형적인 무협지 이야기다. 3회에 강기탄(강지환)으로 이름을 바꿔 돌아온 국철이 도도그룹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가 연수를 받는 모습 또한 그렇다. 그것은 현실적이라기보다는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비현실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만화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이야기인데다가 그 결말도 대체로 정해져 있는 뻔한 복수극.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 대한 몰입을 만들어낸 건 바로 이제 몇 차례 연기 도전을 하고 있다고는 믿기지 않는 이기광의 연기 몰입이 좋았기 때문이다. 번듯이 잘 살아가던 그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 과정을 이기광은 절절하게 연기해냈다.

 

특히 결코 쉽지 않은 시력을 잃은 국철이라는 캐릭터를 이기광은 잘 소화해냈다. 시력을 잃고 절망하면서도 차정은(이열음)에게 살짝 마음을 여는 모습에서는 그 연기에 섬세함마저 느껴졌다. 이기광이 만들어낸 이런 캐릭터에 대한 몰입감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강지환으로 그 힘이 이어질 수 있었다. 물론 이 힘을 강지환이 얼마나 더 살려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다만 분명한 건 이기광이 그 밑바탕이 되는 판만은 확실하게 깔아줬다는 점이다

변화 모색하는 <런닝맨>, 단순 게임 탈피하나

 

SBS <런닝맨>선거 특집을 했다. 아무래도 오는 413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염두에 둔 기획이었을 것이다. 선거철에 맞춰진 선거 소재의 예능 아이템이 새로운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런닝맨>에 있어서 이런 선택은 조금은 특별하게 보이는 면이 있다. 그간 <런닝맨>이라는 제목의 강박 때문인지 쉴 새 없이 달리며 정신없이 게임을 하던 그 방식에서 잠시 멈춰선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런닝맨(사진출처:SBS)'

선거를 게임 아이템으로 차용하면서 <런닝맨>이 내세운 룰은 흥미로웠다. 아침 9시에 출근하는 게 좋은가 아니면 오후 1시에 출근하는 게 좋은가에 대해 멤버들에게 투표를 하게 하고 그 다수결의 결과대로 게임을 진행하지만 만일 만장일치가 되어 버리면 혹독한 벌칙수행이 따르는 룰이다. 이렇게 되자 단순히 투표를 통해 서열 놀이를 하게 될 수 있는 선거 아이템은 두뇌 싸움이 되어버렸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심리들은 자연스럽게 인물들의 캐릭터를 드러냈다. 본인이 원하는 건 오후 1시 출근이지만 아침 9시에 도장을 찍는 유재석에서 전체를 생각하는 그의 성격이 묻어나오는 식이다.

 

이어진 즉석으로 주어진 미션에 따라 인물을 섭외해 소원을 들어주고 도장을 받아내는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이 게임에서는 서로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도 게임에 이기기 위해 상대방을 속이는 하하와 이광수의 배신 유전자(?)가 드러났고, 설현이나 박보검 같은 대세 스타들 앞에서 마음 설레는 개리나 송지효의 속내가 드러났다. 물론 그 짧은 만남에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설현이나 박보검이 왜 대세인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게스트 활용법 또한 기존의 <런닝맨>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사실 설현이나 박보검 같은 게스트를 아예 섭외했다면 더 화제가 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런닝맨> 선거 특집은 게스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오롯이 고정 멤버들의 캐릭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즉석에서 이뤄진 섭외다 보니 더 오랫동안 게스트들을 붙잡아두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게스트가 중심이 되었다면 <런닝맨>이 지금껏 계속 해왔던 게스트 홍보성 게임 버라이어티의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을 게다. ‘즉석 섭외라는 조건이 게스트도 또 고정 멤버들도 모두 제 자리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냈다는 것.

 

이런 변화는 새로운 PD들이 투입되면서 생겨난 것이다. 조효진 PD와 임형택 PD1세대의 <런닝맨>을 만들고 이끌었다면 이제 젊은 피로 투입된 이환진, 정철민, 박용우 PD들은 특유의 패기로 새로운 <런닝맨>을 만들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들은 아마도 최근 몇 년 간 반복적인 단순한 게임의 연속과 게스트 출연이라는 고정적인 틀을 깨려는 것처럼 보인다.

 

선거라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게임으로 가져온 것이나, 게스트를 쓰면서도 고정 멤버들에 대한 집중을 놓치지 않는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해서 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그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좀 더 버라이어티한 캐릭터쇼로의 변환은 새로운 <런닝맨>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물론 달리고 몸으로 부딪치는 것은 <런닝맨>의 변함없는 모토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너무 달리기만 하면 그 달리는 것에 대한 실감이 사라져버린다. 가끔 멈추고 그 달리는 존재들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런닝맨>은 무작정 달리기보다 이제 가끔 멈춰 서기로 한 모양이다. 반가운 변화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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