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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유고스타로 시작해 여름 댄스곡, 겨울노래까지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2020년의 마지막을 '겨울노래 구출작전'으로 장식했다. 이로써 유재석의 집이라는 콘셉트로 마련된 무대 위에 국민 겨울송으로 불리는 Mr.2의 '하얀겨울'이 울려퍼졌고, 탁재훈은 유재석과 함께 'Happy Christmas', 'Oh Happy'를 불렀다. 다음 주에는 김범수는 물론이고 에일리, 윤종신, 이문세 그리고 놀랍게도 존 레전드가 온라인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되돌아보면 <놀면 뭐하니?>는 지난해 7월 시작해 1년 반 동안 확고한 토요일 저녁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무한도전>이 시즌 종영하고 1년의 휴지기를 거친 후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다시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으로 돌아왔을 때만 해도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이 많았다. 실제로 처음 시도됐던 '릴레이 카메라'는 너무 실험적이라 대중적인 호응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가 자리를 잡게 된 건 4회부터 등장했던 '유플래쉬'를 통해서였다. 드럼 비트에 도전하는 유재석은 이로써 유고스타라는 부캐를 얻었고, 이후 다양한 '부캐의 세계'를 열어갔다. 그런데 두드러지는 점은 <놀면 뭐하니?>가 주로 해온 프로젝트들 중 대부분이 음악과 관련된 아이템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드럼 비트에 도전했던 유고스타는 물론이고, 신인 트로트가수 도전기를 그린 유산슬, 하프 도전을 했던 유르페우스를 거쳐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성장시킨 올 여름 싹쓰리 프로젝트와 가을을 강타했던 환불원정대까지 음악은 <놀면 뭐하니?>의 뮤즈로 자리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아이템으로서 '겨울노래 구출작전'은 이러한 음악과 함께 한 <놀면 뭐하니?>의 그간 행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면이 있다.

 

그런데 <놀면 뭐하니?>가 하필이면 음악이라는 소재와 만나면서 확실한 시너지를 낸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음악 자체가 가진 힘이 아닐 수 없다. 주말 저녁에 좀 더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예능의 소재로서 음악만큼 강력한 것도 없다. 늘 기본 이상의 시청률을 내는 KBS <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그램이 힘을 잃지 않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놀면 뭐하니?>는 음악이 가진 힘에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무한도전> 시절 경험했던 음악 소재 아이템들(가요제들)의 강점들을 더해 넣었다. 그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그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음악들에 더욱 강력한 힘이 만들어지는 것. 여기에 이 프로그램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유재석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그려가는 '부캐의 세계'까지 얹어지니 차별화까지 이뤄졌다. 프로그램은 이로써 펄펄 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음악 관련 아이템들은 음원 등의 부가사업을 통한 수익들을 기부함으로서 그 취지를 납득시키고 응원하게 해줬다. 2020년 <놀면 뭐하니?> 음원 등 부가사업을 통한 총 기부액 은 18억2천3백5십여만 원으로 1억2천7백6십여만 원은 코로나19 재난구호금, 밥상공동체 연탄기부, 예술의 전당 객석의자, 결식아동 급식지원사업에 기부했다. 또 남은 17억1천7십여만 원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음악과 더불어 그 프로그램의 방향을 만들고, 성장시킨 <놀면 뭐하니?>는 '겨울노래 구출작전'으로 한 해를 마무리 했다. 내년에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의 진화와 확장을 보여줄까. 그것이 무엇이든 음악이라는 소재는 내년에도 여전히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중심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려운 시국일수록 더더욱 요구되는 것이 음악이기에.(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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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좀비와는 다른 선택권이 있는 괴물이라는 건

 

세상이 갑자기 종말을 맞이하는 아포칼립스 장르는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한 세계가 됐다. 영화 <부산행>에서부터 <킹덤>에 이르기까지, 좀비들이 창궐해 온통 세상을 핏빛으로 뒤바꾸는 광경이 여러 콘텐츠들 속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 역시 그 연장선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는 좀비와는 다른, 색다른 괴물(뭐라 부르기가 애매한)이 등장한다. 

 

아포칼립스 장르들이 그러하듯이 왜 갑자기 그런 괴물들이 나타났는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린홈'이라는 사뭇 역설적인 이름의 거의 폐건물에 가까운 아파트에 생존한 사람들 역시 그 원인을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것이 '욕망' 때문이라는 다소 막연해 보이는 원인이 등장할 뿐이다. 막연해 보이지만, 등장한 괴물들은 그 막연함을 실체적으로 구현해 보여준다. 

 

즉 괴물로 변하기 전 그 사람이 갖고 있던 욕망이 그 괴물의 형상과 의지(?)에 투영되는 것이다. 근육맨이나 파충류혀, 털북숭이 등의 괴물들은 그들이 어떤 욕망들을 갖고 있었는가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털북숭이가 된 괴물로 변한 편의점 사장은 탈모로 가발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온통 털이 뒤덮인 괴물로 변하게 되는 것. 

 

하지만 흥미로운 건 어떤 원인에 의해 '감염'이 된다 해도 모두가 괴물로 변하지는 않는다는 설정이다. 흔히 좀비 장르에서는 물리기만 하면 무차별적으로 감염되어 좀비가 되어버리지만, <스위트홈>에서 일찌감치 감염되어 코피를 쏟아내고 눈동자가 검게 변하는 경험을 한 차현수(송강)는 괴물로 변하지 않고 대신 빠른 회복 능력을 갖게 된다.

 

이 괴물화의 선택권이 온전히 당사자들의 것이 된다는 점은 <스위트홈>이 색다른 괴물 아포칼립스가 되는 중요한 이유다. 그것은 괴물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인간을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욕망의 문제라고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근육맨 괴물 앞에서 사고로 아이를 잃었던 한 엄마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고 괴물로 변해 그 근육맨과 싸우지만 계속 그 괴물로 남아있지는 않는다. 그 엄마가 가진 보호본능과 더불어 가진 욕망은 실제 모습으로 그를 되돌리기도 하고 다시 괴물로 변하게도 만든다. 

 

주인공 차현수도 마찬가지다. 애초 온 가족이 사고로 사망한 후 혼자가 된 그는 아무런 삶의 의지를 갖지 않았던 인물이다. 은둔형 외톨이로 가족들과도 동떨어져 방에서만 지내던 그는 가족들이 모두 죽고 나자 그 방을 빠져나와 그린홈 아파트로 오게 된다. 그저 죽어버릴까를 생각하던 그는 세상에 괴물들이 창궐하고 고립된 아파트에서 아래층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자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그 역시 감염되어 눈빛이 변하게 되지만 그가 가진 선의는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괴물이 되는 걸 막아준다. 

 

욕망에 따라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고, 하지만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이 작품이 단순한 좀비 아포칼립스가 그리곤 하던 디스토피아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게 해준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한 은유이고 일종의 경고로 그려진다. 욕망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그 욕망이 선의를 향하고 있는가 아니면 악의를 갖고 있는가가 문제일 뿐.

 

이런 구도는 <스위트홈>의 세계에서 괴물들과의 사투를 외부의 문제가 아닌 내부의 문제로까지 확장시켜놓게 해준다. 그래서 <스위트홈>은 사실 괴물 자체의 이야기보다는 그런 극한의 상황 속에서 그린 홈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삶의 의지가 전혀 없던 차현수가 괴물이 되는 걸 참아가며 아파트 사람들을 위해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나, 아무런 삶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던 편상욱(이진욱)이 그린 홈 사람들이 내미는 손에 조금씩 마음을 여는 모습, 정재헌(김남희) 같은 기독교 신자가 타인을 위해 목숨을 걸고 헌신하는 모습들은 우리네 사회의 인간군상들이 가진 저마다의 욕망과 의지들을 표상한다. 

 

그래서 <스위트홈>은 애초 시작부터 던졌던 화두를 향해 달려간다. 살아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찾아야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삶의 의지란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그 욕망이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이 작품은 던지고 있다. 흥미진진한 괴물들과의 사투 속에서 인물들이 저마다 실제로 싸우고 있는 건 그래서 바로 자신이다. 

 

스토리나 설정의 재미도 재미지만, 이 작품은 이런 세계를 제대로 구현해낸 미술과 그 욕망을 캐릭터화한 괴물의 형상 같은 디자인적 요소들, 그리고 이를 잘 표현해낸 연출이 특히 주목되는 작품이다. 김은숙 작가와 명콤비를 이루며 많은 빅히트작을 만들었던 이응복 PD의 야심이 묻어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시즌1이 끝난 것이지만 여러 시즌으로 반복되어도 충분히 흥미로워질 수 있는 세계관의 탄생이 아닐 수 없다.(사진:넷플릭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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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 분야로 영역 넓힌 설민석, 전문가들 팩트체크에 멈칫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2회 만에 역사왜곡 논란이 터졌고 제작진과 설민석의 사과가 이어졌다. 논란이 터진 건 놀랍게도 이 프로그램 '이집트편'의 자문 역할을 맡은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이 방송 직후 SNS에 올린 비판으로 비롯됐다. 

 

그 SNS에서 곽소장은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클레오파트라 편을 보는데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것이 많다"며 "하나하나 언급하기 힘들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한다고 사실로 확인된 것과 그냥 풍문으로 떠도는 가십거리를 섞어서 말하는 것에 저는 정말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역사적 사실과 풍문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역사 이야기를 할 때 관심을 끌기에 분명히 좋은 전략이지만, 하고자 하는 것이 '구라 풀기'가 아니라 '역사 이야기'라면 사실과 풍문을 분명하게 구분해 언급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지적에 제작진은 "방대한 고대사의 자료를 리서치 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뒤늦게나마 설민석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류를 인정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것이 제작진 잘못이 아닌 자신의 잘못이라는 걸 분명히 했고, 나아가 "더 성실하고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허위사실 유포 논란이 불거졌다. 설민석이 자신의 유튜브에 "재즈가 초심 잃어 R&B가 탄생했다"고 한 발언이 화근이 됐다.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순탁 작가는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재즈 블루스, 일렉트릭 블루스, 리듬앤블루스, 초기 로큰롤에 대한 역사를 다룬 원서 한 권이라도 읽어본 적 없는 게 분명하다. 이 정도면 허위사실유포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설민석이 왜 '무지'에 가까운 영역에까지 손대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세계사 왜곡 논란을 사과로 마무리 하려고 했지만 역시 비전공 분야인 음악에 대한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이어지면서 설민석에 대한 반감이 되레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중들의 실망과 프로그램의 추락한 신뢰는 쉽게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 애초 그 무엇보다 재미있게 세계사를 다루겠다던 취지는 이제 '재미'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보의 정확성에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그런데 이번 논란은 이 프로그램만의 문제가 아니라, 점점 전문적인 정보가 교양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에도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모로 시사 하는 바가 적지 않다 여겨진다. 

 

사실 역사 같은 소재들은 일제강점기의 내용들이 일부 MBC <무한도전>이나 KBS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다뤄지기 시작했고, 그 후로는 아예 MBC <선을 넘는 녀석들>이나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본격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렇게 된 건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나 <어쩌다 어른>, JTBC <차이나는 클라스>처럼 교양의 영역이었던 정보들이 예능으로 들어오고 있는 그 트렌드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논란은 이제 막 열리고 있는 교양이 가진 전문적인 정보들의 예능화에서 '팩트'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 면이 있다. 이번 사태는 전문적 영역을 다루는 예능프로그램들이 설민석처럼 역사전문가는 아니지만 역사를 효과적으로 스토리텔러 혹은 방송인 같은 인물들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사실 전문영역도 갖고 있으면서 방송까지 잘하는 인물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예능이 우선 추구하는 재미적 요소를 채워줄 수 있는 스토리텔러가 요구됐던 것.

 

설민석 같은 스토리텔러가 필요한 부분은 충분히 공감되는 면이 있지만, 여기에는 선결조건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것은 전문가의 자문, 감수가 우선되어야 하고, 제작진도 재미와 정확한 팩트 사이에서 우선적으로 팩트를 추구해야 하는 이러한 방송의 성격을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방송은 제작단계에서 자문도 필요하지만, 다 만들어진 방송의 방영 전 감수 또한 필수적이다. 그 이유는 우선적으로 스토리텔러가 팩트를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만큼, 그것을 제작진이 재미를 위한 왜곡 없이 제대로 담아냈는가에 대한 사전 감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프로그램의 자문위원이 문제제기를 했다는 사실은 그 자문의 내용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자문이라고 부르지만, 제작진이 그 내용에서 재미있는 부분만 꺼내 활용한다면 제대로 된 자문의 효과가 나오기 어렵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까지 내걸며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스토리텔러와, 역사 같은 전문적 영역을 소재로 가져온 것에 대한 제작진의 남다른 책임감이 요구된다. 

 

교양이 예능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건 역사 같은 소재만이 아니다. 방송의 리얼리티 경향은 전문적인 수준까지 요구되고 있어 다양한 전문정보들이 방송에 들어올 때 그 정확성을 체크하는 감수와 자문 그리고 편집의 문제는 점점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을 통해 방송가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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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연예대상', 김숙 대상에 축하와 응원 이어지는 이유

 

<2020 KBS 연예대상>의 대상은 김숙에게 돌아갔다. 대상후보로는 김숙과 함께 김종민, 샘 해밍턴 가족, 이경규, 전현무가 올랐다. 아마도 김숙은 이번에도 대상이 자신과는 상관없다 여겼을 게다. 그래서 대상으로 김숙이 호명됐을 때 그는 진짜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김숙의 마음이 촉촉한 눈물과 함께 전해진 수상소감에 고스란히 담겼다.

 

"진짜 상상도 못했고 아까 수상소감 미리 이야기하라고 했을 때 장난처럼 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편하게 이야기했었는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KBS에 너무나 감사합니다. 사실 여기 딱 섰을 때 이곳이 25년 전에 공채로 들어올 때 처음 상을 받은 곳이거든요. 25년만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사실은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는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상을 받은 거나 다름없다."

 

그는 "상복이 없다"고 이야기했고 이번 대상을 통해 그것이 "큰 상을 받으려 지금까지 그랬나 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찌 김숙이라고 상에 대한 욕심과 아쉬움이 없었을까. 빈손으로 돌아갈까 가족들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말 속에는 그 소회가 담겨 있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힘드신 의료진, 자영업자들, 힘겹게 살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영광 돌리고 조금이라도 더 웃음 지을 수 있는 방송 만들어가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사실 김숙에게 대상을 수여한 프로그램들은 생각만큼 뜨거운 프로그램이라 말하긴 어렵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가 주말시간대에 자리를 잡은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그건 김숙만큼 관찰카메라에 등장했던 여러 인물들의 비중도 컸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나름 괜찮은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시청률과 화제성은 다소 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김숙에게 대상이 돌아가고, 거기에 대해 이견보다는 축하와 응원이 이어지는 건 이 상이 그런 몇몇 프로그램에서의 활약만이 아니라 지금껏 25년 간 꾸준하고 성실하게 김숙이 해온 노력들에 대한 의미 또한 들어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방영됐던 <다큐 인사이트 – 다큐멘터리 개그우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숙은 그간 개그우먼으로 살아오며 쉽지 않았던 시간들을 술회한 바 있다. 1995년 <B사감과 요조숙녀>로 송은이와 처음 코너를 만들어 활동할 때 개그맨들 사이에서 김숙은 "재능 있는데 같이 나랑은 뭘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하는 그런 후배였다고 한다. 그는 개그 프로그램의 엔딩크레딧이 오를 때 무대에 설 수 있던 개그우먼이었다. 스무 살에 방송국에 들어와 그렇게 7년을 무명생활 했다. 

 

그때 송은이는 김숙과 함께 아이디어를 짜며 "숙아 나는 네가 너를 했으면 좋겠어. 네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지 말고 그냥 김숙을 하면 어때?" 하고 제안했다고 했다. 그것이 김숙을 스타덤에 올렸다.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의 '따귀소녀'로 주목을 끌었고, SBS <웃찾사>에서는 '난다김'이라는 캐릭터로 활약했다. 하지만 그 후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가 오면서 김숙은 물론이고 개그우먼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송은이와 다시 의기투합한 김숙은 팟캐스트를 통해 스스로 설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2015년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보장>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며 주목받는 개그우먼이 됐다. 사실 받아도 벌써 받았어야 하는 대상이었다. 최근 KBS와 MBC에서 각각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지만 대상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상은 의미가 남다르다. 자신이 처음 발을 디뎠고 어려움을 이겨내며 개그우먼으로 섰던 그 무대에서 드디어 받아낸 대상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노력해온 그 시간들의 가치를 인정한 것. 김숙의 대상에 축하와 응원이 가득이 이유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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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온', 임시완의 달리기와 신세경의 통역에 담긴 뜻은

 

"통역하는 건 뭐 예쁜 말만 잘 골라서 해야 하는 건 기본이니까 잘 알거고, 내 아들의 일거수일투족 보고해주는 정도? 통역사야 계속 붙어 다닐 수 있잖아. 그렇다고 허튼 마음먹으면 안 되겠죠? 수작을 건다거나." JTBC 수목드라마 <런 온>에서 기선겸(임시완)의 아버지 기정도(박영규) 의원은 통역일을 맡게 된 오미주(신세경)에게 그렇게 함부로 말한다. 그에게 통역이란 '예쁜 말만 잘 골라서' 하는 어떤 것이고, 심지어 그건 늘 붙어서 감시하는 일에 최적인 일 정도다.

 

하지만 오미주에게 통역은 그런 게 아니다. 첫 사랑이었지만 그리 좋은 감정으로 헤어지지도 않은 감독이라도 그 작품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고, 그래서 그렇게 통역을 한 작품이 끝난 후 모든 관객이 다 나가도 끝까지 자기 이름이 크레딧에 올라오는 걸 보고 일어설 정도로 그는 통역을 사랑한다. 뮤지컬 영화의 통역이 입을 맞추는 게 어려워 개고생을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작품 자체가 좋으면 어쩔 수 없이(?) 통역을 맡는 그다. 그에게 통역은 그저 언어를 바꿔 전달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그걸 말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것이 진정한 소통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기선겸은 외부의 시선으로 보면 모든 걸 다 가진 남 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다. 단거리 육상 국가대표이고 그것도 본래는 창던지기 선수였었지만 달리기로 종목을 바꿔 차근차근 올라와 국가대표의 자리까지 오른 선수다. 아버지는 국회의원이고 어머니는 국민 첫사랑으로 불리는 배우. 게다가 잘 생긴 외모 때문에 모델로도 활동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기선겸 자신은 그런 외부의 시선들과는 달리, 모든 소통이 단절되어 있는 인물이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금수저 취급받지만 아버지는 한 끼 밥을 먹으면서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지 않으려 하는 기선겸을 '못난 놈'으로 몰아세운다. 어머니 육지우(차화연)는 물론 국민 첫사랑이지만 기선겸에 대한 남다른 애정보다는 자신을 빛나게 해주는 역할 정도로 아들을 생각한다. 쇼윈도 부부가 아니라 쇼윈도 모자 관계랄까.

 

기선겸은 모든 소통이 단절되어 있는 답답한 상황 속에서 후배 김우식(이정하)이 선배들에게 상습적인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들을 폭행하고 그 사실을 공공연히 밝히려 한다. 자신의 폭행이 단죄된다면, 후배를 폭행한 그들도 단죄될 거라 믿고 한 행동이지만, 이번에도 아버지가 나서 그 모든 걸 덮어버린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고 진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소통이 단절된 기선겸은 그래서 달린다. 그의 달리기는 그래서 그가 자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더 이상 그렇게 단절된 삶을 살아갈 수 없다 여기게 된 기선겸은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달리는 것을 포기하고는 자신이 후배를 폭행한 사실을 밝힌다.

 

아마도 기자들은 그 폭행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을 게다. 그 뒤에 담겨진 다양한 의미들과 저간의 사정들을. 하지만 그 기자들 뒤에 서서 그 이야기를 듣는 오미주는 다르다. 그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오미주는 그가 왜 달리는 걸 포기하고 기자들 앞에서 폭행 사실까지 드러내는지 그 마음을 이해한다.

 

달리기를 하는 기선겸과 통역을 하는 오미주. <런 온>은 이들의 멜로를 그리고 있지만, 그 사랑이야기에는 '소통 단절'에 대한 이야기들을 깔려 있다. 가진 것의 차이로, 생각의 차이로, 또는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아예 이해하려 들지 않아서 사람들은 타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해주지 못한다. 기선겸의 진심을 통역해주는 오미주라는 인물은 그래서 이러한 소통 단절의 깨고 들어오는 사회적 의미까지 담고 있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그저 남녀가 만나 툭탁대다 사랑을 하는 평이한 멜로 정도로 여겨졌지만, 보면 볼수록 기선겸과 오미주의 관계에서 남다른 설렘이 느껴지는 건, 이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진정한 소통에 이르러 가는 과정이 담겨 있어서다. 그것은 어쩌면 남녀 간의 사랑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의미로까지 확장되는 소통에 대한 이야기일 테니 말이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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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의 작가 마음대로 세계관, 사이다만큼 고구마도 크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오윤희(유진)는 애초 헤라팰리스 사람들의 갖가지 갑질과 폭력을 당하는 약자로 등장했다. 청아재단 이사장의 딸인 천서진(김소연)은 자신이 가진 아버지의 돈과 권력에 힘입어 오윤희가 받아야 했던 1등 트로피를 빼앗고 심지어 그의 목을 그음으로써 더 이상 성악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이 악연은 계속 이어져 오윤희는 자신의 딸 배로나(김현수)가 청아예고에 성악으로 들어가려하는 걸 결사적으로 막는 천서진과 헤라팰리스 사람들의 핍박을 받는다. 그래서 시청자들로서는 오윤희라는 약자의 입장이 되어, 딸의 복수를 위해 그를 이용하려는 심수련(이지아)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성공해가는 모습에 통쾌함을 느끼게 됐다. 오윤희는 결국 딸을 청아예고에 들어가게 하고, 헤라팰리스에도 입주하게 된다.

 

그런데 오윤희는 이처럼 시청자들이 몰입하게 만들고 그래서 사이다를 안겨주는 인물에서 한 순간에 불편하고 답답한 고구마를 안기는 인물로 변화한다. 그것은 그가 헤라팰리스에서 떨어져 사망한 민설아(조수민)를 죽인 범인이었다는 걸 흐릿한 기억 속에서 떠올리면서다. 물론 그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오윤희의 기억의 착각인지 아직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 스스로 자신이 범인이라 생각하게 되면서 이 인물은 조금씩 흑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간 민설아의 친모인 심수련과 의기투합해 펜트하우스 사람들에 대한 처절한 복수를 공조해오던 오윤희는 점점 심수련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어쩐지 주단태(엄기준) 같은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물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청자들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약자로서 시청자들이 몰입해 그가 저들에게 처절한 복수를 하기를 원하게 만든 인물이 점점 뒷목 잡는 캐릭터로 변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윤희 뿐만 아니라 그의 딸 배로나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하윤철(윤종훈)과 불륜관계일 거라는 오해 때문에 학교에 자퇴의향을 밝히고 술을 마시거나 도둑질을 하는데다 엄마에게 응석을 넘어 화풀이를 해대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시청자들 중에는 오윤희와 배로나가 심지어 펜트하우스 사람들보다 더욱 보기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 된 건 애초 그나마 믿었던 '몰입의 대상'조차 흑화된 데서 온 실망감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은 '펜트하우스'가 가진 사이다와 고구마의 실체를 드러내는 면이 있다. 즉 빈부격차나 갑질 같은 상황들을 통해 돈과 권력으로 약자들을 짓밟는 이들을 공공의 적으로 세운 후 복수극의 형태로 사이다를 주는 이 드라마는 그 이야기가 작품 내적인 개연성을 따르기보다는 작가의 의지대로 인물들이 설정되고 흘러가며 변화한다는 점에서 작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그 사이다의 실체는 사실상 작가가 만든 고구마 현실들을 전제로 조금씩 던져주는 '작위적인 보상'에 가깝다.

 

그런데 이런 자극이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때, '펜트하우스'는 또 다른 자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윤희나 배로나 같은 인물조차 뒷목잡는 캐릭터로 변신하게 만든다. 즉 현실과 달리 작가의 자의적인 선택에 의해 뭐든 가능하기 때문에 강력해진 사이다는 정반대로 작가가 더 큰 자극을 위해 만들어내는 고구마도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펜트하우스'라는 세계는 작품 내적인 개연성보다 작가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작위성이 커서, 사이다만큼 고구마도 마음대로 크게 만들어낸다. 약자로 시청자들이 몰입했던 오윤희가 어느 순간부터 흑화되어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존재로 변화하게 된 건 이 때문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건 '펜트하우스'가 복수극의 형태로 제공하는 사이다의 실체다. 그건 실질적인 어떤 메시지(적어도 권선징악 같은)를 위한 사이다나 카타르시스라기보다는, 시청자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기 위한 자극으로서 작가가 던져주는 어떤 것이다. 그래서 언제든 그 사이다는 고구마로 변화할 수 있다. 더 큰 자극이 필요하게 된다면.(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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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타임크로싱으로 이 작품이 담으려 한 현실

 

"지난 몇 달 동안 24시간 내내 10시 33분 그 1분만 기다리며 살았잖아요. 이젠 모든 시간에 충실하게 살길 있게 해달라고요."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보며 한애리(이세영)은 김서진(신성록)에게 자신이 빈 소원을 말했다. 매일 밤 10시33분에 단 1분 간 연결되는 과거와 현재. 그것 때문에 한애리와 김서진이 벌어진 비극에 대한 후회와 이를 막기 위해 뛰어다니던 절실함이 그의 소원 속에 담긴다. 한애리가 결국 원한 건 그런 비극이 벌어지고 그래서 후회하게 되는 일 자체가 벌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 시간을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MBC 수목드라마 <카이로스>가 종영했다. 최고 시청률이 불과 3.8%로 저조한 편이었지만, 단지 시청률로만 재단하긴 어렵다. 하루 1분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다는 타임크로싱이라는 판타지 장르 설정을 가져와 이토록 묵직한 메시지를 여운으로 남긴 드라마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우연적으로 휴대전화를 통해 연결되는 줄 알았던 김서진과 한애리는 그것이 그들 부모가 죽게 된 태정타운 붕괴 사고와 관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것이 사고가 아닌 유중건설 유서일(신구)이 벌인 사건(범죄)이었다는 걸 밝혀나가는 과정이 <카이로스>가 그린 여정이었다. 

 

<카이로스>의 타임크로싱 판타지가 그저 재미를 위한 설정이 아니라, 우리 사회 현실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던 건, 그것이 우리가 최근 수십 년 간에 걸쳐 겪은 무수히 많은 사건사고들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가까이는 세월호 참사부터 멀게는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같은 사건사고들의 연속. 그런 일이 터질 때마다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고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또 다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 <카이로스>는 그런 일들이 계속 재발하는 이유가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고 에둘러 말하는 드라마였다. 

 

단 1분으로 연결된 한 달 전과 한 달 후의 인물들은 그 벌어진 일들의 비극을 경험한 후 어떻게든 그것을 막기 위해 한 달 전 인물들이 고군분투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또 다른 비극이 계속 이어진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 근본적인 문제는 태정타운 붕괴 사고를 일으키고 그 반사이익을 얻어 승승장구한 유중건설의 유서일 회장이었다. 그는 이제 심지어 그 붕괴사고에 대한 책임 운운하며 태정타운이 있는 도시의 재개발을 해 막대한 이익까지 챙기려 한다. 제대로 된 과거 사고(사실은 범죄)의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반복될 수밖에 없는 비극을 이 상황이 보여준다. 

 

타임크로싱이라는 판타지 설정이 만들어내는 반전의 반전이 만들어내는 긴박감 넘치는 스릴러가 매회 이어지면서도, 작품은 애초 하려던 메시지를 잃지 않았다. 무엇보다 태정타운 붕괴사고의 피해자 가족이지만 유서일 회장이 그를 유중건설에서 채용해 최연소 이사로 만들고, 그가 피해자 가족이었다는 사실마저 도시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이용하는 대목은 소름끼치는 현실의 한 대목을 끄집어낸다. 즉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피해자가 나서서 그 진실을 은폐할 수도 있고, 가해자가 처벌받기는커녕 더욱 승승장구하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이처럼 <카이로스>는 판타지 속에 현실의 문제들을 진지하게 탐구했다. 

 

사실 두 개의 시간대를 펼쳐나가고 그것이 연결되어 과거가 바뀌면 미래도 바뀐다는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대를 혼돈하지 않게 보여주려는 연출과, 어찌 보면 한 달 사이에 엄청나게 다른 인물이 되는 사실상 1인2역 같은 연기를 보여준 연기자들이 있었다. 명품연기를 보여준 신성록, 이세영은 물론이고 서브로 등장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안보현과 남규리 그리고 신구, 고규필 같은 연기자들이 있어 작품은 흔들림 없이 흘러갈 수 있었다. 

 

익숙한 설정의 드라마가 아니었기 때문에 시청률은 조금 낮을 수밖에 없었지만, <카이로스>는 우리네 장르물들이 이제 그 재미적 요소만이 아니라 그 안에 우리의 정서와 사회현실까지 담아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런 지점들은 물론 몇몇 성공한 장르드라마들이 계속 시도해온 것이지만, <카이로스>는 타임크로싱이라는 설정 자체를 주제의식으로 연결시킨 웰메이드 드라마였다. 작품은 종영했어도 10시 33분이면 어김없이 울리는 그 전화벨 소리가 여전히 들려오는 듯 묵직한 여운으로 남는.(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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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와 63호 가수, 이것이 '싱어게인'만의 오디션의 매력

 

"누가 이기든 지든 패배자를 심사위원분들로 만들자." JTBC 오디션 <싱어게인> 3라운드인 라이벌전에서 가장 관심을 집중시킨 63호 가수와 30호 가수의 대결무대에서 30호 가수는 무대를 시작하기 전 그렇게 호기롭게 각오를 밝혔다. 그 말은 둘 다 잘 해서 이런 대결을 하게 만든 심사위원들을 오히려 더 곤혹스럽게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사실 3라운드의 대진은 이승기가 한 마디로 표현한 것처럼 '잔인'했다. 2라운드에서 팀을 이뤄 함께 했던 이들을 이제는 라이벌 대결 구도로 세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싱어게인>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63호 가수와 30호 가수는 2라운드에서 남다른 우정과 팀워크로 모두를 감탄하게 만든 팀이었다. 그러니 이 대결이 잔인하게 느껴질 밖에.

 

하지만 심사위원을 패배자로 만들겠다는 30호 가수의 말처럼, 이들의 대결은 두 사람의 대결이 아니었다. 이문세의 '휘파람'을 선곡해온 63호 가수는 자신이 항상 감성적인 발라드를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해왔고 피해왔다며 이번 무대가 30호 가수와의 라이벌전이 아니라 자신 안의 두려움과 싸우는 무대라고 말했다. 

 

63호 가수는 마치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듯 '휘파람'에 특별한 편곡을 더하기보다는 정공법으로 불러내는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담담하게 불렀지만 갈수록 고조되는 감성들이 심사위원들을 매료시켰고, 그것은 김이나 심사위원의 표현대로 "아름다운 무대"가 아닐 수 없었다. 또한 유희열 심사위원의 말처럼 원곡의 향기 그대로 불렀지만 오롯이 그의 노래처럼 들렸다. 

 

이 정도로 좋은 무대를 앞서 선보였으니 그와 대결하는 30호 가수는 긴장할 만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63호 가수와의 대결이 아니라 자신과의 대결을 선택했다. 1,2라운드에서처럼 기타를 갖고 나오지 않은 데다 선곡이 심지어 이효리의 'Chitty Chitty Bang Bang'이었다. 그는 자신이 포크 가수가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가수라며 공식에 따른 음악보다 자기 색깔을 담아보겠다고 했다. 과연 이 곡을 그가 어떻게 자기만의 스타일로 풀어낼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선곡이 아닐 수 없었다. 

 

음악 시작과 함께 30호 가수는 자유롭게 리듬을 타기 시작하더니 이 곳이 오디션 무대라는 게 무색한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심사위원들은 충격에 빠져들었다. 듣도 보도 못한 그 무대는 강렬한 록비트에 강약을 조절해가며 시원스럽게 내지르는 30호 가수만의 그루브가 매력적이었고, 유희열이 "족보 없는 무대"라는 표현이 딱 맞는 그만의 텐션을 보여준 무대였다. 

 

굉장히 정제된 음악도 아니고 그렇다고 멋진 퍼포먼스라 하기도 애매한 동작들이었지만 몰입해서 부르는 30호 가수만의 집중력은 그 모든 것들을 매력으로 바꿔 놓았다. 김이나는 "나 안해"라고 외쳤고 유희열은 "재 뭐야?"하고 신기해했다. 심지어 서태지와 아이들, 국카스텐, 장기하와 얼굴들이 처음 나왔던 것처럼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결국 호불호가 갈린 심사위원 때문에 30호 가수가 지고 63호 가수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지만, 승패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인지 이긴 63호 가수보다 진 30호 가수의 잔상이 더 강렬하게 남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로 <싱어게인>만이 가진 오디션의 특별한 매력이 아닐 수 없었다. 승패가 취향에 따라 갈리긴 하지만 그것보다 다시 무대에 선다는 그 각오가 만들어내는 승패와 상관없는 무대들의 향연. 그것만으로도 <싱어게인> 무명가수들의 참가의 의미가 충분한.(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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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훌륭', 그래도 훈육에 우선되는 보호자의 사랑

 

"진짜 보호자가 되고 싶어요." KBS <개는 훌륭하다>에 출연한 도사견 다루의 엄마 보호자는 그렇게 말했다. 도사견이라고 하면 먼저 떠올리는 단어는 '맹견'. 그래서 다루를 만나러 가기 전부터 강형욱과 이경규, 장도연 그리고 게스트로 출연한 김요한은 투견으로 알려진 다루에 대한 경각심이 가득했다. 강형욱은 이런 맹견일수록 어렸을 때부터의 확실한 훈육이 필요하고, 만일 그렇지 못하면 공격적인 개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루의 보호자들을 만나러 간 강형욱은 먼저 다루가 입질을 하기도 하고 '낑낑' 대는 소리를 내는 것이 마음이 약한 보호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맹견 중의 하나니까"라고 엄마 보호자가 하는 표현을, 단호하게 "맹견이니까"라고 강형욱이 고쳐준 건 그래서였다. 맹견이라는 걸 인정해야 그 경각심을 갖고 훈련을 할 수 있고 그것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강형욱은 그래서 보호자들에게 "가엾어 하기 그만하기'를 주문했고, 무언가 놀아주려 애쓰는 보호자에게 "놀아주지 않아도 괜찮아요"라며 산책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객관적이고 냉철하지 않으면 위협적일 수 있는 도사견을 입양하기에는 보호자의 기질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 엄마 보호자는 다루가 행복하게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기 위해 "진짜 보호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강형욱은 금세 자신이 보호자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다루가 식용견으로 키워져 태어나자마자 6개월 동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의 좁은 뜬장에서 생활했고, 그것 때문에 몸도 마음도 다친 상태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런 뜬장에서 나오게 됐지만 맹견이란 이유로 입양이 어려워 안락사를 앞두고 있던 다루를 보호자가 입양한 것이었다. 강형욱은 깨달았다. 다루는 훈련보다도 먼저 사랑이 필요했다는 걸.

 

"보호자님이 응석을 받아줬다고 말을 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닐 수도 있어요. 그냥 이 친구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았죠? 그렇게 이렇게 애정이 많은 보호자님에게 딱 오죠? 그러면 얘가 이제 너무 기분이 좋은 거예요. 이렇게도 표현하고 저렇게도 표현하고. 그래서 사실은 보호자님한테 지금까지 왜 그랬어! 개를 어떻게 기르는 거야! 물고 빨고 하면 되겠어? 라고 할 수 없어요. 잘했어요. 지금 보호자님이 한 달 동안 키우면서 잘했어요. 이렇게 해야 돼."

 

다루는 뜬장에서의 상처 때문에 좁은 공간에 들어가서 끼어 잠을 자기도 하고, 심지어 발작을 계속 일으키기도 했다. 발작은 치료 방법이 따로 없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발작하기 전 몸을 떤다는 다루를 보호자는 계속 해서 깨워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형욱은 훈련보다 아프지 않게 키우는 게 먼저라며 훈련을 보류했다. 그리고 자신이 보호자를 오해했던 걸 솔직히 털어놨다.

 

"사실 지나치게 애정이 많은 보호자구나 했는데 다루 보니까 얘한테 필요한 보호자였네요. 보호자님 저는 제가 초라한 기분이기는 한데 지금은 그냥 산책만 하시죠." 강형욱은 나중에 다시 꼭 오겠다는 말을 전하며 다루에게 "마음대로 살아. 병 다 나으면 또 신청해. 지금은 마음대로 살아."라고 말했다. 다루의 사연을 들은 이경규는 예전 도사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투견하는 모습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 사실 저희 다루뿐 아니라 전국에 많은 다루들이 그렇게 아프고 그런 환경 속에 살다가 죽어가잖아요. 그냥 마음은 우리나라에서 식용견으로 생을 마감하는 게 아니라 정말 사람들과 어울려 행복하게 살다가 그렇게 갔으면 좋겠어요. 사랑받으면서." 엄마 보호자의 말에는 다루는 물론이고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을 다른 개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묻어났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 다 이루고 살라고 '다루'라 이름을 지은 것처럼.

 

지금껏 <개는 훌륭하다>에서 많이 나왔던 상황들은 보호자들의 과한 애정이 반려견들의 문제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반려견을 사랑하는 만큼 객관적인 훈육이 필요하다는 게 강형욱의 솔루션이었고, 그것은 실제로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먼저 우선되는 건 사랑이고 그 다음이 훈육이라는 걸 다루는 보여주고 있었다.

 

강형욱은 많은 걸 느끼게 했던 하루였다며 그 소회를 이렇게 한 마디로 정리했다. "훈련사로 있으면 너무 경솔하지 않나. 우리 보호자님들의 사랑을 너무 폄하하지 않나 하는 스스로의 생각이 있었는데 오늘 저는 초라했고 보호자님은 훌륭했습니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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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라기'가 보여주는 비뚤어진 역할 고정관념 문화

 

부부 두 사람만 살면 별 문제가 없을 듯싶다. 하지만 시월드에 한 번 갔다 오면 부부 사이에서는 냉기가 흐른다. 카카오TV <며느라기>가 보여준 제삿날 시댁 풍경은 며느리 민사린(박하선)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너무나 차별적인 모습에 불편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남편과 시아버지 그리고 작은 아버지가 한 편에서 술판을 벌일 때, 시어머니 박기동(문희경)은 마치 그게 당연하다는 듯 민사린과 부엌에서 제사상을 차린다.

 

그런데 남편 무구영(권율)도 아내 민사린이 그렇게 혼자 고생하는 걸 모르거나 당연히 여기는 건 아니다. 다만 시월드의 분위기가 며느리들이 일하는 게 당연한 듯 흘러가고, 그래서 민사린이 희생하는 것으로 그 화목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감수할 뿐이었다. 그래서 무구영은 민사린에게 그 일을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그 역시 남편과 아들로서 모두 잘 하고 싶어 한다는 것.

 

"그런데 사린아. 부모님 만나는 날만 그냥 그렇게 있어주면 안될까?" 무구영이 원하는 건 그런 날들만 아내 민사린이 그렇게 해줬으면 하는 거였다. 민사린 역시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잘 하려는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혼돈스럽다. 그 제삿날의 풍경이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또 남편의 마음도 이해되는 면이 있어서다.

 

무구영은 자신 역시 장모님에게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남편이었다. 장모님을 찾아가 가게 정리하는 걸 도와주고 노래방에서 오랜만에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민사린은 엄마와 함께 잠자리에서 아빠가 효자라 엄마가 힘들지 않았냐고 묻는다. 그러자 엄마는 "자기 부모한테 잘 하는 사람이 상대방 부모한테도 잘한다"며 "시집가면 여자가 많이 참아야 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래야지 또 가정의 평화가 오고 또 그게 나중에 다 내 복으로 돌아온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민사린의 엄마가 말하듯 자기 부모한테 잘 하는 사람이 상대방 부모한테도 잘할까? 또 시집가면 여자가 참야 되는 게 당연한 일일까. 가정의 평화가 오고 나중에 내 복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그걸 감당하는 게 과연 괜찮은 일일까. <며느라기>에서 민사린의 고충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엄마다. 그 역시 며느리로서 겪었던 일들이 아닌가. 하지만 어째서 엄마가 자신이 겪은 일들을 딸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걸까.

 

생각해보면 민사린의 시어머니인 박기동도 무씨 집안의 며느리로 감당해온 세월이 있다. 그런데 어째서 며느리에게도 자신이 겪은 일들을 반복하게 하는 걸까. 그가 딸 무미영(최윤라)에게 하는 말과 행동이 며느리에게 하는 그것과는 왜 그렇게 다를까. 무미영 역시 누군가의 며느리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같은 며느리로서 민사린에게 전화한 무미영은 자신의 엄마와 함께 찜질방에 간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걸 안다며 미안해한다.

 

딸과 시누이, 며느리와 엄마, 시어머니, 장모. 모두 다른 호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잘 들여다보면 한 사람이 모두 가질 수 있는 호칭들이다. 그런데 그 같은 사람이 가는 곳에 따라 관계 속에서 이렇게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는 건 왜일까. 그건 그 호칭에 따른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단단한 가부장적 문화 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사람인데 딸로서 하는 역할과 시누이, 며느리, 엄마, 시어머니, 장모의 역할이 왜 이렇게 다를까. 그런 역할에서 벗어나 그냥 한 개인으로서 똑같이 대할 수는 없는 걸까.

 

"그런 날만 그렇게 있어주면 안될까?"라는 무구영의 말은 그래서 언뜻 이해되는 듯싶지만 사실은 그런 상황에서 가부장적 문화들이 부여했던 역할들을 당연히 받아들여 달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그 비뚤어진 관계들이 굳어져 버리고 심지어 당연시됐던 건 '그런 날들'만 그렇게 있어준 일들이 반복되면서였으니 말이다.(사진:카카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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