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내 새끼', 관찰카메라의 자극 대신 공감 코칭 선택

 

이른바 '육아예능'이 쏟아져 나왔던 건 관찰카메라라 불리며 사실은 리얼리티쇼를 시작한 우리네 예능가가 그 안전한 선택으로서 '육아'를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MBC <아빠 어디가>가 그 시작이었다면,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고 SBS <오 마이 베이비>가 등장하면서 육아예능의 트렌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 육아예능은 한 풀 꺾인 상태다. <아빠 어디가>는 일찍이 종영했고 <오 마이 베이비>도 버티다 종영을 선택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만이 주말시간대의 시청률을 가져오면서 지금껏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육아예능이 이렇게 예전만 못해진 건, 애초 육아의 버거움을 예능적인 툴로 담아내겠다던 취지가 점점 희석되고, 보다 예능에 맞춰진 이벤트가 많아지면서 공감대 역시 사라졌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육아와 특히 아빠들의 잠깐 체험하는 육아가 보통 사람들의 육아와는 다르다는 점도 공감이 사라진 이유가 됐고, 어떤 경우에는 그들만의 육아로 시청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불편함을 안기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오은영 박사가 주축이 되어 진짜 리얼 육아의 일상을 관찰카메라로 보면서 공감가는 코칭을 더해주는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는 앞에서 거론한 육아예능들과는 차별화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벤트적인 예능적 성격은 거의 들어내고 오롯이 리얼 육아 속에서 벌어지는 많은 고민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카메라에 담아내지만, 그러면서도 자극적인 시선을 지워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개그우먼 허민과 야구선수 정인욱 편에서 동생이 생겨 질투가 폭발한 첫째 아이가 동생을 안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짜증을 내고 발로 차기도 하며 심지어 모빌을 집어 던지는 행동을 한 후 엄마한테 "할아버지가 발로 찼다"고 거짓말을 하는 행동을 담아내는 영상이나, 그걸 보고 코칭을 해주는 오은영 박사의 방식은 자극보다는 공감이 먼저였다. 

 

아이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금쪽이'라고 표현하는 데서부터 알 수 있듯이 방송은 여기 관찰카메라에 담기는 이들을 최대한 보호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또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비춰질 때 스튜디오에서 그걸 보는 패널들은 놀라면서도 자신들 역시 그런 경험을 했다는 걸 드러내면서 그것이 그 집만의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공유한다. 이렇게 출연자의 개인사를 담아내면서도 거기 등장하는 문제를 보편적인 시선으로 끌어안는 방송의 태도는 이 육아예능이 진짜 육아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개그우먼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게 되면서 경력이 단절된 상황을 겪고 있는 허민의 입장을 통해, 같은 처지에 놓여 있을 분들과의 공감을 끄집어내는 부분도 주목할 점이다. 두 아이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 독박육아가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면서 시아버지와 남편 같은 가족의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사실을 영상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이런 분위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건 오은영 박사다. 그는 그 관찰카메라 속에서 아이가 하는 행동이 왜 일어나는가를 공감하면서도 전문가로서 그 시기가 되면 무조건 받아주기보다는 '금지'되는 것도 알아야 하고 '훈육'도 필요하며 집안 내 서열도 인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생을 가족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공해준다. 아이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소통하고 또 육아에 조금씩 참여시켜 동생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며, 가족 간의 스킨십을 통해 서열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방식이 그것이다. 

 

사실 최근 들어 관찰카메라는 점점 자극적인 소재와 연출로 흘러가는 중이다. 한때는 이 형식이 갖는 사생활 엿보기의 불편함을 상쇄하기 위해 소재로 선택한 육아예능의 경우도 그것이 과연 재미 그 이상의 정보적 가치를 주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 지 오래다. 그런 점에서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는 진심이 느껴지는 진짜 육아예능의 면모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보면서 안타까운 현실을 공감하기도 하고 그걸 넘어서는 가족애의 감동을 전하기도 하며, 무엇보다 제대로 육아에 도움 되는 정보들을 전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사진:채널A)

기레기는 어떻게 탄생하나, '허쉬'의 시스템 고발이 변명이 안 되려면

 

기자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잘 안 된다는 통설이 있다. 거기에는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 서 있는 드라마의 위치가 작용한다. 즉 너무 현실감 있게 기자의 세계를 그리면 고구마 가득한 이야기와 더불어 그들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푸념과 변명처럼 다가오게 되고, 그렇다고 진실만을 추구하는 기자를 판타지를 섞어 그리면 너무나 다른 현실과의 부조화 때문에 공감이 안 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 

 

JTBC 새 금토드라마 <허쉬>는 이 중 전자를 선택한다. 섣불리 정의감 넘치고 그 어떤 외압 앞에서도 진실만을 추구하는 기자라는 판타지를 그리지 않는다. 대신 정반대로 이른바 '기레기'로 전락해버린 기자들이 어쩌다 그렇게 되어버렸는가를 찾아간다. 매일한국의 12년차 베테랑 기자지만 이 신문사의 실패자들을 모아놓은 유배지나 다름없는 디지털 뉴스팀으로 출근해 보도자료를 '복붙' 하며 낚시성 제목으로 조회 수를 끌어올리는 일을 하는 한준혁(황정민)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펜대보다 큐대를 더 많이 잡으며 빈둥빈둥 시간을 때우고, 새로 들어온 인턴들을 교육하면서도 기자로서의 사명감 같은 이야기는 거의 꺼내놓지 않는 인물. 매일한국의 디지턴 뉴스부 기자들의 모습도 한준혁과 그리 다르지 않다. 디지털뉴스팀 정세준(김원해) 팀장은 기사는 잘 썼지만 사내 정치는 몰라 부장 승진에서 계속 누락된 '똥차' 취급을 받고, 김기하(이승준) 기자는 결코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며 하루하루를 가늘고 길게 살아간다. 엄성한 디지털 뉴스부장은 나름 사내 정치를 하지만 어딘가 '엉성한' 직장인에 가까운 인물이고, 그가 눈치보며 비벼대는 나성원(손병호) 매일한국 편집국장은 기자정신보다 조직의 이익이 우선인 인물이다. 

 

새로 들어온 인턴이라고 해도 기자로서의 패기 같은 게 엿보이진 않는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무수히 많은 인턴 경험을 가진 오수연(경수진)은 '기자는 시민의 마지막 보루'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정직원이 되기 위해 목매는 인물이고, 이지수(윤아)는 '밥은 펜보다 강하다'며 생존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하는 인물이다. 즉 기자가 되려하는 젊은 인물들 역시 취업 전선에서 기자정신보다는 생존이 우선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는 걸 이들 인물들은 잘 보여준다. 

 

그나마 기자로서의 근성과 정신을 보여주는 인물은 매일한국 사회부 차장 양윤경(유선)이지만 그 역시 비판적인 기사들이 번번이 광고주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데스크에 까이는 현실을 마주하며 이제 그만 둘까를 고민한다. 예전보다 많이 꺾였다는 그는 현실을 이렇게 개탄한다. "기자? 여기 기자가 어딨냐? 그냥 다 먹고 살겠다고 붙어있는 월급쟁이들이지." 기자로서 해야 할 일들과 직업정신 같은 게 있지만 이들은 어쩌다 기자가 아닌 회사원이 되어 있다고 자조한다. 

 

하지만 기자가 회사원이 되면 안되는 이유가 한준혁과 이지수가 겪은 사건으로 드러난다. 즉 2013년 방송노조위원장 이용민 PD가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담은 가짜뉴스를 한준혁의 이름을 내게 만든 나성원 국장 때문에 결국 이용민 PD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 당시 한준혁은 나성원을 찾아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항변했지만 사장이 직접 지시해 자신은 힘이 없다며 사장도 정부처에서 찍어 눌러 어쩔 수 없었다 말한다. 그러면서 다른 이슈가 나오면 금세 잊혀질 거라 변명했지만 그렇게 벌어진 비극으로 한준혁은 사실상 스스로를 죄인처럼 유배시켜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지수는 다름 아닌 바로 사망한 PD의 딸이었다.

 

생계를 위해 누구나 밥이 중요한 회사원이라는 건 공감할 수 있는 일이지만, 기자가 그저 회사원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잘 보여주는 이 사건은 <허쉬>가 무엇을 담으려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섣부른 돈키호테 기자 판타지를 담기보다는 "허라면 허고 쉿 하라면 쉿 하면 되는 것"이라 말하는 데스크들 속에서 우리가 쉽게 기레기라고 치부함으로써 그런 가짜뉴스가 개인적 일탈에 의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돈과 권력과의 관계로 얽힌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그런데 <허쉬>의 이런 시스템 고발이 그저 기레기의 현실 한탄이나 변명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통해 어떤 대안의 제시가 필요하지 않을까. 기레기로 자조하며 살아가기보다는 무언가 이들의 연대가 만들어내는 반전이 필요한 이유다. 과연 <허쉬>의 한준혁과 이지수는 밥벌이 그 이상의 가치를 이 부조리한 시스템 안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까.(사진:JTBC)

'유퀴즈'의 승승장구, 포스트 코로나에도 바라는 건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시청률이 5%(닐슨 코리아)를 넘겼다. 지난 2018년 8월에 시작해 겨울 휴지기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1%대까지 떨어졌었다.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또 퀴즈를 내 상금을 주는 다소 실험적인 방식이었지만, 유재석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으로서 1%대 시청률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그해 겨울 휴지기를 지나면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프로그램을 재정비했다. 무작위로 이뤄지는 길거리 토크가 가진 불안감 때문에 퀴즈라는 형식을 넣어 거기에 집중했던 초기의 방식을 버리고, 토크에 더 집중하는 걸 선택한 것이다. 퀴즈는 토크를 함께 해준 분들에게 상금이나 선물을 주기 위한 장치 정도로 활용되었다. 시청률은 2%대를 넘겼지만 좀체 3%대에 진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화제성은 더 높아졌고 호평도 쏟아졌다. 

 

그러다 지난 3월 시즌3로 돌아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코로나19로 인해 길거리로 나가지 못하는 위기상황을 맞이했다. 비대면으로 화상회의 카메라를 활용하기도 하고, 특정 장소로 특정 주제의 인물들을 섭외해 방송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이 비대면 콘셉트로 특정 주제를 설정하고 인물들을 섭외한 역발상은 오히려 이 프로그램에 기회로 작용했다. 

 

5월말에 <슬기로운 의사생활> 특집으로 드라마 속 인물의 실제 인물들로서의 의사들을 섭외해 보여준 방송이 3%대 시청률을 넘기며 화제를 모으더니, 목소리 특집의 아나운서나, 창업으로 성공을 한 CEO, 형사물 드라마나 영화의 실제 모델인 형사들, 개그맨, 법관 등등의 직업의 세계를 주제로 하고 그 카테고리에 맞는 인물들을 섭외한 것이 주효했다. 

 

'조선의 힙스터'나 'K콘텐츠' 특집에 이어 이번 '월드클래스' 특집 같은 세계에서 각광받는 대중문화는 물론이고 우리네 상품이나 콘텐츠를 주제로 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더욱 끌어올린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 시국에 늘 궂긴 뉴스들을 더 많이 접하는 대중들에게 이런 주제의 이야기들은 잠시나마 기분 좋은 소식들이 아닐 수 없었다. 

 

전 세계 군악대들의 축제에서 발군의 성악 실력으로 박수갈채를 받아 화제가 됐던 유영광 성악가나, 폴 매카트니의 전속 사진작가 김명중, 국내 최연소 바둑의 1인자 신진서 9단, 세계 4대 패션위크를 장악한 모델 최소라에 이어 유튜브 조회수 전 세계 1위를 기록한 아기상어를 만든 회사의 이승규 부사장, 일본의 시즈닝을 이긴 김치 시즈닝을 개발한 안태양 대표, K좀비 열풍을 만든 김은희 작가와 배우 주지훈까지. 이번 월드클래스 특집은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코로나 시국이라는 위기에 대처해 얼마나 새롭게 진화했는가를 보여준 사례였다. 

 

물론 '인생이란 무엇일까'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 출연했던 공유가 말했던 것처럼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초창기 시청률은 낮았지만 길거리에 만나는 보통 사람들과의 진솔한 대화가 여전히 그리운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래서 코로나가 지나고 나면 본래 보여줬던 길거리 토크쇼를 보고픈 시청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비대면을 추구하며 카테고리화 한 변화가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은 포스트 코로나라고 해도 과거의 길거리 토크쇼로 그저 돌아갈 수 없는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의 방식들이 가진 강점들을 유지해야겠지만, 동시에 길거리 토크쇼가 주던 그 생생한 서민들의 이야기 역시 포스트 코로나에는 더해주기를 기대한다.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경험하게 된 비대면의 상황들은 포스트 코로나에도 좋은 경험으로 남을 거라는 전망들이 많다. 즉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코로나 시절에 경험한 비대면의 장점들을 이전의 방식과 균형 있게 맞춰나가는 방식이 현명하다는 것. 현재 코로나 시국에 역발상으로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는 <유 퀴즈 온 더 블럭>도 이런 서민들과의 대면과 비대면으로 하게 됐던 카테고리를 통한 방식을 어떻게 조화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포스트 코로나에는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사진:tvN)

이번 '골목식당', 배달 김치찌개집 이야기가 의미 있었던 건

 

마음껏 도전하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샌드박스. tvN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제시됐던 그 샌드박스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도 어른거린다. 이번 면목동 사가정시장 골목 이야기에 등장한 배달 김치찌개집 청년들의 이야기다. 열정 넘치는 청년들에게 백종원이라는 선배가 던져준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과 도움은 마치 샌드박스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공대 출신으로 농구 동아리를 통해 알게 된 선후배들이 창업한 배달 김치찌개집. 공대와 농구 그리고 김치찌개라는 어찌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조합의 이 청년 식당은 그러나 의외로 좋은 선후배 간의 팀워크와 열정으로 '배달 맛집'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게 완벽했던 가게는 아니었다. 사골을 너무 많이 넣어 메인요리인 김치찌개의 맛이 텁텁했고, 김치찌개 전문점으로 특화시키면서 찌개 메뉴를 더 내놓을지 아니면 찌개는 그대로 맛을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특징적인 사이드 메뉴를 개발할지에 대해서 선후배 간의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백종원의 조언 몇 마디로 이 가게는 금세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배달전문점으로서 김치찌개맛을 특화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또 김치찌개를 시키면서 또 다른 찌개를 시키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걸 설득시킨 백종원은 그래서 차라리 김치찌개를 기본으로 하고 이 가게만의 특화된 사이드 메뉴와 반찬을 고민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솔루션을 내놨다.

 

이번 사가정시장 골목편에서 다른 집에 비해 비교적 백종원에게는 간단한 솔루션이었지만, 그 경험에서 묻어난 조언은 청년들의 남다른 열정과 노력에 의해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었다. 곧바로 김치찌개의 텁텁함을 사골을 줄이고 마늘을 더 넣어 잡아내면서 백종원의 조언대로 들어가는 돼지고기의 질을 놓여 업그레이드시켰고, 반찬도 무려 28종을 준비하는 열정을 보였다.

 

반색한 백종원이 사이드 메뉴로 전을 추천하자 청년들은 또 그걸 제대로 만들어내기 위해 잠도 줄여가며 연습하고 다른 재료를 넣어 실험해보는 노력을 더했다. 그래서 결국 사이드 메뉴도 어느 정도 완성해낸 이 집은 그 맛을 평가받기 위해 김치찌개를 시키면 전을 무료로 준다는 이벤트를 공지했고, 그러나 순식간에 주문이 밀려들었다. 물론 그런 주문 폭주가 익숙하지 않아 멘붕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 때도 백종원이 찾아와 천천히 하라며 음식이 늦어도 맛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는 걸 상기시켜줌으로써 결국 후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냈다.

 

이번 사가정시장 골목 이야기에서 배달 김치찌개집 이야기가 괜찮았던 건 그것이 지금 현재 코로나 시국을 맞아 배달을 주력으로 하는 집들이 많아지면서 거기에 맞춰진 솔루션을 시의성 있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그런 소재적인 선택의 시의적절함만이 아니라, 취업난으로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요즘, 이 이야기가 그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또 든든히 지지해주는 '샌드박스' 같은 기성사회의 역할을 슬쩍 꺼내 보인 면이 있어서였다.

 

어찌 보면 이번 사가정 시장에서 가장 손쉽게 솔루션이 이뤄진 모범적인 가게로서 백종원의 품이 적게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경험에서 묻어난 조언 한 마디는 어쩌면 열정은 넘치지만 길을 몰라 헤매고 있는 청년들에게는 더 많은 시행착오를 줄여준 소중한 기회가 아니었을까. 이번 편의 배달 김치찌개집 청년들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전공(공대생)을 가졌고 농구 동아리에서 만났지만 전혀 다른 창업의 길을 선택해도 남다른 열정과 노력으로 그 길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물론 거기에는 이 프로그램처럼, 이들의 도전을 든든히 받아줄 수 있는 사회의 샌드박스가 절실하다는 것 또한.(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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