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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싱어게인', 29호 정홍일에 심사위원도 시청자도 매료됐다는 건 "내한공연인 줄 알았어요." JTBC 오디션 의 4라운드 톱10 결정전에 나와 김수철의 '못다핀 꽃 한 송이'를 부른 29호가수의 무대에 대해 이해리 심사위원은 그렇게 말했다. 그건 실제로 오랜만에 보는 록 공연 같았다. 어찌 보면 뻔한 무대가 아닐까 싶은 선곡이었다. '못다핀 꽃 한 송이'는 종종 록커들이 특유의 에너지를 쏟아내는 무대에서 선곡되던 곡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소 평범해 보였던 도입부분을 지나 중간에서 변주를 시작하면서 서서히 록 스피릿이 더해지자 29호가수 특유의 절절함이 곡에 묻어나기 시작했다. 그 절절함에는 그가 그간 음악을 하며 살아왔던 쉽지 않은 삶이 고스란히 겹쳐졌다. 록을 고집하고 그 길을 걸어왔지만 여전히 못..
'개천용'의 질문, 어떤 판사·검사·형사·변호사·기자여야 할까 조기수 대법원장(조성하)에 의해 '재판 거래'가 공공연하게 지시되고, 그 상명에 복종하지 않으면 출세는 포기해야 하는 현실. 그래서 억울하게 옥살이를 지낸 김두식(지태양) 재심 재판을 맡게 된 최동석(류연석) 판사는 갈등한다. 만일 박태용(권상우)의 말대로 "법대로만 심판"한다면 김두식의 무죄를 선고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자신의 판사로서의 미래는 끝장나는 현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SBS 금토드라마 에서 그 재심의 변호를 맡은 박태용이 가진 무기는 단 하나 '진정성'이다. 그는 진범인 이재성(윤정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가 과거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지만 그 후로 사회에 봉사하며 살았던 삶을 끄집어냈다. 그를 믿어주는 이웃들의 시선..
'놀면 뭐하니', 김소연의 무엇이 우리를 흠뻑 빠져들게 만들었나 같은 사람 맞아? MBC 예능 에 출연한 배우 김소연은 너무나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척 보기에도 떨고 있었고, 카놀라 유(유재석)와 영길(김종민) 그리고 동석(데프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예민한 반응과 리액션을 보여줬다. 등장부터 너무나 수줍어했고 세 사람을 대하는 김소연의 모습은 나긋나긋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모습은 SBS 드라마 에서 봤던 광기어린 천서진 역할을 그가 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모습이었다. 무려 28.8%(닐슨 코리아)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즌1을 종영한 화제의 드라마. 하지만 막장 논란으로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이 드라마에서, 그럼에도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건 김소연의 연기였다. 아버지의..
'윤스테이'가 코로나 시국에 내놓은 명민한 선택 tvN 이 로 돌아왔다. 코로나19로 해외에 더 이상 나갈 수 없게 되었고, 그래서 미뤄지다 결국 국내를 선택하면서 식당보다는 '한정된' 인원만 예약을 받아 할 수 있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옥 숙박업을 미션으로 삼게 된 게 의 기획의도였다. 사실 코로나19 3차유행이 본격화되지 않았던 지난 11월에 촬영된 것이지만, 방영시점이 현재 3차유행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상황이라 가 보여줄 '대면의 풍경'들은 보는 이에 따라서는 불편한 지점들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는 시작 전부터 그 '송구스러운 마음'을 자막으로 전제하고, 방송 중간 중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사전방역과 철저한 검사를 한 후 촬영에 임했다는 고지를 담았다. 또한 의 '대면 공간'을 전남 ..
'허쉬', 기사 한 줄 쓰기가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는 건 도대체 진실에 근거한 기사 한 줄 쓰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JTBC 금토드라마 를 보다보면 디지털 매일한국의 한준혁(황정민)이나 이제 새내기 정직원이 된 이지수(윤아)가 이 매일한국이라는 언론사에서 기사를 쓰는 일이 너무나 어렵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어느 날 자신의 부고를 마지막 기사로 남긴 채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한 오수연(경수진)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지수는 그 날 그 곳에 누군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지만, 한준혁은 사실 확인을 완벽히 하고 기사를 쓸 때까지 아무에게도 그걸 말하지 말라고 한다. 자칫 그런 기사를 준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윗선의 간섭과 억압이 생길 거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간섭과 억..
'런 온', 대사 좋고 연기 좋은데 멜로로 귀결되는 건 JTBC 수목드라마 의 가장 큰 강점은 '대사'가 아닐까. 김은숙 작가의 보조작가로 활약해왔던 박시현 작가가 쓴 게 확실하다 여겨지는 의 대사에는 '말 맛'이 있다. 이를 테면 육상부 대표팀에서 상습적인 폭행 사실을 폭로하고 달리기를 그만두겠다 선언한 김우식(이정하)을 만난 오미주(신세경)가 기선겸(임시완)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 대목이 그렇다. "우식씨가 하는 말은 이렇게 다 알아 듣겠는데 도대체 왜일까요? 두 시간짜리 외국어 번역보다 그 사람이 하는 우리 말 한 마디가 훨씬 더 어렵고 해석이 안 될 때가 많아요." 통번역이 일인 오미주는 자신과 기선겸과의 관계를 번역에 빗대 그렇게 표현한다. 어딘지 너무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 같아서 소통이..
'골목식당', 백종원이 명절 할머니집에 온 것 같다고 한 원주 칼국숫집 제작진이 오기도 전에 테이블마다 떡이며 과일이며 분주하게 준비해놓고, 먼저 도착한 촬영팀과 작가들에게 "얼른 드시고 하세요"라고 재차 말하는 할머니. 그 풍경은 마치 고향 떠난 자식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음식을 차리는 할머니의 모습 같았다. SBS 이 '힘내요 소상공인 특집'으로 찾은 원주 칼국숫집. 백종원과 김성주, 정인선 그리고 제작진이 코로나19로 힘겨운 소상공인들을 위해 힘을 주겠다 마련한 이 특집에서, 원주 할머니는 그 곳을 찾은 출연자와 제작진들에게 오히려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 광경은 시청자들에게도 남다른 위로로 다가왔다. 정인선을 "인선 언니"라 부르며 반기는 할머니는 그 반가운 마음이 얼굴 한 가득이었다. 비록 코..
'낮과 밤'의 단순 선악, 사이다·고구마를 넘는 이야기의 매력 권선징악 따위는 없다. 애초 선악의 구분이라는 게 애매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니까. tvN 월화드라마 에서 28년 전 하얀밤 마을의 참사를 일으킨 인물이 어린 도정우(남궁민)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당시 음식물에 약을 탔고, 그 약으로 인해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킨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런 참사를 일으킨 도정우는(그것도 어린아이였다) 과연 괴물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가 그런 일을 벌인 건, 하얀밤 마을에서 은밀하게 벌어졌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체실험 때문이었다. 인간의 능력을 한계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약물을 실험했던 그들에 의해 무수히 많은 아이들이 희생됐다. 도정우는 그 실험으로 인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