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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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주의 영화 대사 2024. 10. 27. 19:06
“밥 잘 묵으쓰면 됐지. 그게 뭐라꼬 여태 얹힜노?” 양우석 ‘변호인’“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양우석 감독의 영화 ‘변호인’은 이 명대사로 잘 알려져 있다. 국가의 폭력에 의해 희생당할 위기에 처한 청년을 구하기 위해 법정에서 그를 변호하는 송우석(송강호) 변호사의 일갈이다.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이지만 그럼에도 내게 남은 이 영화의 명장면은 따로 있다. 그건 송우석 변호사가 고시 준비할 때 자주 갔던 국밥집 아지매 최순애(김영애)와의 일화다. 너무 힘들어 포기하려고 책까지 다 팔아넘기고 그 집을 찾은 송우석은, 밀린 외상값을 내려고 주머니 속 지폐를 만지작거리다 그만 도망치고 만다. 그 길로 다시 중고서점을 찾아 팔았던 책들을 되찾고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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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가로막고 있지만 지금 러시아는 한류가 뜨겁다대중문화 비평 2024. 10. 21. 11:25
K콘텐츠 파워, 실감케 한 러시아 한류 그 현장에 가다문화는 막힌 길도 에둘러 뚫고 나간다고 하던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필자가 느낀 건 전쟁으로 인해 막힌 한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국면들 속에서도 한류는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는 것이다. 현재의 러시아 청년들이 보여주는 한류 열풍 그 현장을 다녀왔다. 러시아인이 사도세자 뒤주 이야기를 하는 진풍경“여기서 뒤주는 사도사제가 가둬져 죽은 뒤주를 떠올리게 합니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Agust D)가 낸 ‘대취타’ 중 ‘과건 뒤주에 가두고’라는 가사를 설명하는 한 러시아 대학생이 그렇게 말한다. 한국어를 한국인처럼 말하는 러시아인들도 놀랍지만, 그들이 단지 언어만이 아니라 ‘사도세자’ 같은 한국역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건 더더욱 놀랍다. 지난 4-5일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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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고통스러워도 진실을 향해 나가는 자의 숭고함이주의 드라마 2024. 10. 21. 11:21
한석규의 고통 가득 인간적인 얼굴에 대책없이 빠져든다어두운 밤 구불구불한 도로 위를 차 한 대가 달려나간다. 부감으로 비춰지는 그 광경 속에서 이 차는 어떤 방향으로 갈 지를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다. 헤드라이트의 불빛만이 거기 차가 있고 길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 차가 한 참을 지났을 때 저 편에 온통 불빛들이 모여 있는 광경이 펼쳐진다. 그건 딱 봐도 사건 현장이다. 어둠 속을 뚫고 그 차들이 모여 빛이 겹쳐져 있는 사건 현장을 향해 달려가는 차의 모습은 앞으로 이 드라마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펼쳐 나갈 것인가를 가늠하게 해준다.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진실을 향해 어둡지만 계속 나아가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첫 회의 오프닝 시퀀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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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인생캐 경신하나... ‘정년이’ 반응 심상찮다이주의 드라마 2024. 10. 21. 11:18
‘정년이’, 완벽 빙의된 김태리, 그 성장서사에 시청자도 빠져든다우리 소리가 이토록 힙했던가.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는 먼저 채공선이 부르는 ‘남원산성’으로 눈과 귀를 매료시킨다. 눈 내리는 어둑한 밤, 유려한 한옥집의 풍광 위로 낭낭하게 울려 퍼지는 ‘남원산성’은 듣는 이들의 마음을 이상하게 애절하게 만든다. “소리를 하면은 속이 뻥 뚫리는 거 같아 갖고 좋던디요.” 소리꾼이 되고 싶다는 공선에게 명창 임진(강지은)이 화려함 때문이냐고 묻자 공선이 하는 그 말은 소리가 가진 진짜 힘이 어디서 나오는가를 한 마디로 꺼내놓는다. “이 가슴에 뭐가 탁 맥힌 것맨치 답답하고 외롭고 할 때마다 소리를 하다 봉께는 그리 되었구만이라.” 때는 1931년 일제강점기다. 춥디 추운 겨울 눈 내리는 한데서 달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