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는 어떻게 탄생하나, '허쉬'의 시스템 고발이 변명이 안 되려면

 

기자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잘 안 된다는 통설이 있다. 거기에는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 서 있는 드라마의 위치가 작용한다. 즉 너무 현실감 있게 기자의 세계를 그리면 고구마 가득한 이야기와 더불어 그들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푸념과 변명처럼 다가오게 되고, 그렇다고 진실만을 추구하는 기자를 판타지를 섞어 그리면 너무나 다른 현실과의 부조화 때문에 공감이 안 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 

 

JTBC 새 금토드라마 <허쉬>는 이 중 전자를 선택한다. 섣불리 정의감 넘치고 그 어떤 외압 앞에서도 진실만을 추구하는 기자라는 판타지를 그리지 않는다. 대신 정반대로 이른바 '기레기'로 전락해버린 기자들이 어쩌다 그렇게 되어버렸는가를 찾아간다. 매일한국의 12년차 베테랑 기자지만 이 신문사의 실패자들을 모아놓은 유배지나 다름없는 디지털 뉴스팀으로 출근해 보도자료를 '복붙' 하며 낚시성 제목으로 조회 수를 끌어올리는 일을 하는 한준혁(황정민)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펜대보다 큐대를 더 많이 잡으며 빈둥빈둥 시간을 때우고, 새로 들어온 인턴들을 교육하면서도 기자로서의 사명감 같은 이야기는 거의 꺼내놓지 않는 인물. 매일한국의 디지턴 뉴스부 기자들의 모습도 한준혁과 그리 다르지 않다. 디지털뉴스팀 정세준(김원해) 팀장은 기사는 잘 썼지만 사내 정치는 몰라 부장 승진에서 계속 누락된 '똥차' 취급을 받고, 김기하(이승준) 기자는 결코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며 하루하루를 가늘고 길게 살아간다. 엄성한 디지털 뉴스부장은 나름 사내 정치를 하지만 어딘가 '엉성한' 직장인에 가까운 인물이고, 그가 눈치보며 비벼대는 나성원(손병호) 매일한국 편집국장은 기자정신보다 조직의 이익이 우선인 인물이다. 

 

새로 들어온 인턴이라고 해도 기자로서의 패기 같은 게 엿보이진 않는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무수히 많은 인턴 경험을 가진 오수연(경수진)은 '기자는 시민의 마지막 보루'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정직원이 되기 위해 목매는 인물이고, 이지수(윤아)는 '밥은 펜보다 강하다'며 생존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하는 인물이다. 즉 기자가 되려하는 젊은 인물들 역시 취업 전선에서 기자정신보다는 생존이 우선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는 걸 이들 인물들은 잘 보여준다. 

 

그나마 기자로서의 근성과 정신을 보여주는 인물은 매일한국 사회부 차장 양윤경(유선)이지만 그 역시 비판적인 기사들이 번번이 광고주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데스크에 까이는 현실을 마주하며 이제 그만 둘까를 고민한다. 예전보다 많이 꺾였다는 그는 현실을 이렇게 개탄한다. "기자? 여기 기자가 어딨냐? 그냥 다 먹고 살겠다고 붙어있는 월급쟁이들이지." 기자로서 해야 할 일들과 직업정신 같은 게 있지만 이들은 어쩌다 기자가 아닌 회사원이 되어 있다고 자조한다. 

 

하지만 기자가 회사원이 되면 안되는 이유가 한준혁과 이지수가 겪은 사건으로 드러난다. 즉 2013년 방송노조위원장 이용민 PD가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담은 가짜뉴스를 한준혁의 이름을 내게 만든 나성원 국장 때문에 결국 이용민 PD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 당시 한준혁은 나성원을 찾아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항변했지만 사장이 직접 지시해 자신은 힘이 없다며 사장도 정부처에서 찍어 눌러 어쩔 수 없었다 말한다. 그러면서 다른 이슈가 나오면 금세 잊혀질 거라 변명했지만 그렇게 벌어진 비극으로 한준혁은 사실상 스스로를 죄인처럼 유배시켜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지수는 다름 아닌 바로 사망한 PD의 딸이었다.

 

생계를 위해 누구나 밥이 중요한 회사원이라는 건 공감할 수 있는 일이지만, 기자가 그저 회사원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잘 보여주는 이 사건은 <허쉬>가 무엇을 담으려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섣부른 돈키호테 기자 판타지를 담기보다는 "허라면 허고 쉿 하라면 쉿 하면 되는 것"이라 말하는 데스크들 속에서 우리가 쉽게 기레기라고 치부함으로써 그런 가짜뉴스가 개인적 일탈에 의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돈과 권력과의 관계로 얽힌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그런데 <허쉬>의 이런 시스템 고발이 그저 기레기의 현실 한탄이나 변명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통해 어떤 대안의 제시가 필요하지 않을까. 기레기로 자조하며 살아가기보다는 무언가 이들의 연대가 만들어내는 반전이 필요한 이유다. 과연 <허쉬>의 한준혁과 이지수는 밥벌이 그 이상의 가치를 이 부조리한 시스템 안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까.(사진:JTBC)

'카이로스' 사고가 아닌 범죄, 그래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건

 

이제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MBC 월화드라마 <카이로스>가 그 정체를 드러냈다. 밤 10시 33분 단 1분 간 전화로 연결되는 한 달 전의 한애리(이세영)와 한 달 후의 김서진(신성록). 이 판타지 설정을 통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어떻게든 과거로 돌아가 향후 벌어질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함이다.

 

애초 이야기는 아이가 유괴 살해되고 아내 강현채(남규리)마저 이를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절망에 빠진 김서진이 한 달 전을 살아가는 한애리를 통해 자신에게 벌어진 비극을 막으려 하는데서 출발했다. 그렇게 과거와 미래가 연결된 김서진과 한애리는 그 1분을 통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서로를 구해내려 한다. 김서진은 한애리에게 미래에 그가 어떤 장소에서 살해된다는 사실을 경고함으로써 그를 구해내고, 한애리의 어머니 곽송자(황정민)가 살해된 걸 발견하고 이를 알려줌으로써 그를 살려낸다.

 

한애리는 김서진에게 닥친 비극을 되돌리기 위해 주변인물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 사건의 진실을 마주한다. 즉 그 비극은 강현채와 믿었던 부하직원 서도균(안보현)이 꾸민 거짓 사건이었고 죽은 줄 알았던 강현채와 그의 딸은 살아있었다. 하지만 김서진이 그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자, 한 달 전을 살아가는 한애리가 아이의 유괴 사건을 애초에 막아버림으로써 이 모든 비극의 씨를 지워버린다.

 

초반의 이 에피소드들은 <카이로스>가 과거와 미래가 연결된 두 사람을 통해 서로를 구해내는 전형적인 타임 판타지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오면서 <카이로스>는 드디어 진짜 하려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그건 19년 전 유중건설이 참여한 태정타운 붕괴사고의 진실이었다. 당시 붕괴사고 최후의 생존자였던 김서진은 그 일에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버지를 잃었고, 한애리 역시 아버지를 잃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중건설 유서일(신구) 회장은 바로 그 사고가 있었던 태정시를 신도시로 개발하겠다는 야심으로 김서진에게 사업을 맡긴다. 유서일은 마치 그 사업이 태정타운 붕괴사고의 유가족들을 위해 새 터전을 만들어주는 것처럼 포장하고, 김서진은 자신 또한 그 사고의 피해자였다는 걸 드러냄으로써 그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이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하지만 유서일은 당시에 피해자였던 김서진마저 이용하려 한 것이고, 사실상 과거 태정타운 붕괴사고의 배후였던 인물이다. 그 사고로 유중건설은 업계 선두로 올라섰다.

 

김서진은 태정시 개발사업을 맡게 되면서 유족들을 찾아가 설득하는 과정에 그 진실들을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건 사고가 아니라 어쩌면 범죄였고, 자신의 아버지는 자살한 게 아니라 그 범죄의 증거를 갖고 있어 타살된 것이며, 그걸 주도한 건 유서일 회장이었고 자신 또한 피해자지만 그의 꼭두각시로 이용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한애리의 엄마 곽송자가 계속 도망 다닌 이유도 밝혀진다. 그건 김서진의 아버지가 그에게 맡긴 증거 때문이었다. 유서일 회장은 김서진의 수행비서인 이택규(조동인)에게 명령해 그 증거를 찾게 했던 것.

 

<카이로스>가 놀라운 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시간을 중첩시킴으로 만들어내는 타임 판타지 스릴러에 머무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우리에게 벌어졌던 무수히 많은 재난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재난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천재지변이나 되는 것처럼 사고로 치부됐던 그 비극이 어째서 계속해서 비슷한 양상으로 터졌는지에 대한 질문이 그것이다.

 

김서진과 한애리가 하루 단 1분 간 연결된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통해 그들은 비극을 막으려 노력하지만 그것은 양상만 달라질 뿐 멈추지 않는다. 결국 김서진도 한애리도 깨닫는다. 보다 근본적인 사건의 진실을 아는 것만이 이 비극을 제대로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무너진 것을 밀어내고 다시 세우는 것으로 비극은 지워지지 않고 멈춰지지도 않는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향후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걸 <카이로스>는 타임 판타지를 통해 담아내고 있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참사들을 겪었다. 그 때마다 안타까운 비극에 눈물 흘리고 분노했지만 그 비극들에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것들도 적지 않다. 비교적 최근 벌어진 세월호 참사도 그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카이로스>는 우리가 사고로 치부했던 일들이 어쩌면 범죄일 수 있는 사건이라고 경고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또 다른 비극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연결하는 비현실적인 일이 가능하다고 해도 말이다.(사진:MBC)

'며느라기', 딸 같다면서 차별하는 건 무슨 심리인가

 

'핫 딜' 하는 옷을 사려고 집중하고 있는 딸 무미영(최윤라)의 방에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오는 엄마. 그러자 여지없이 딸은 버럭 화를 낸다. 그런 딸이 익숙하다는 듯 자신도 가디건이 필요하니 하나 구입해달라는 엄마. 하지만 핫 딜 뜬 옷을 구입하지 못한 딸은 그것이 엄마 탓이라고 화를 내며 가디건 따위 시장 가서 아무 거나 사면 되는 거 아니냐고 칭얼댄다.

 

카카오TV <며느라기>가 이른바 '딸 같은 며느리'라는 주제로 담은 3회는 보통의 철없는 진짜 딸이 엄마들에게 하는 리얼한 모습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엄마에게 가디건은 시장 가서 아무 거나 사면 된다 했던 말과는 달리, 그 딸이 시어머니에게 하는 말은 완전히 다르다. "가디건은 매일 입는 건데 좋은 걸로 사셔야 된다"는 것. 등 떠밀려 마지못해 사는 것처럼 가디건을 선물 받은 시어머니는 동네 친구에게 자랑을 늘어놓는다. "내가 딸처럼 여기니까 지도 엄마처럼 대하는 거지."

 

<며느라기>는 '딸 같은 며느리'와 '엄마 같은 시어머니'라는 생각이 그저 착각에 불과하다는 걸 그 시작 몇 분 만에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딸이 엄마를 대하는 모습과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대하는 모습은 너무나 대조된다. 딸 같다는 시어머니와 딸의 칭얼댐을 당연하다는 듯 받는 엄마의 모습도 너무나 다르다. 선물 하나 제대로 받지 못한 엄마는 그래도 딸이라고 바리바리 음식을 챙겨가라 하지만, 시어머니는 그런 호의가 자신이 딸처럼 대해서란다.

 

이런 일이 무미영에게만 특별하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걸 드라마는 민사린(박하선)이 시부모의 결혼기념일에 겪은 일을 통해 보여준다. 갈치조림 좋아한다며 아들 무구영(권율)에게는 갈치 한 토막을 내주면서 며느리에게는 무를 올려주는 시어머니. 남편과 아들에게는 갓 지은 밥을 내주면서 자신과 며느리에게는 아침에 짓고 남은 밥을 내놓는 시어머니의 모습이 그렇다. 그것이 어떻게 딸처럼 대하는 모습인가.

 

3박4일 간 출장을 간다는 민사린의 말에 "어떻게 유부녀가 집을 나흘이나 비우냐"며 아들 밥 굶을까 걱정하며 그 동안 자기 집에서 아들이 출퇴근할 걸 제안하는 시부모. 그 말에 민사린은 너무나 놀란다. 그건 마치 자신을 아들 밥 해주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뉘앙스가 들어 있어서다. 선물이라고 시어머니가 준 게 옷도 아닌 앞치마라는 사실도 그렇다. 심지어 뭐가 서운한지도 모른 채 "예쁜 앞치마"가 아니라 서운한 줄 아는 남편이라니.

 

시어머니가 몸종 부리듯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하고 시키는 것 때문에 힘들다는 친구에게 "딸 같아서 그런가 보지"라고 말하는 민사린은 아직 '딸 같은 며느리'라는 그 의미를 잘 모르는 눈치다. 그 민사린에게 친구는 말한다. "그 놈의 딸 같다는 소리에 아주 치가 떨린다. 부릴 수 있는 일은 다 부려먹으면서 말 끝마다 우리 며느리는 딸 같아서 좋아요, 나는 며느리라 생각 안해요. 항상 딸이라 생각하지... 진짜 딸 같은 게 뭔지 가끔 보여주고 싶다니까. 내가 우리 엄마한테 하는 식으로 한번 해봐? 틱틱 대고 신경질 내고 있는 대로 성질 다 부리면서..."

 

며느리는 딸이 아니다. 남이다. 그래서 사위를 친정에서 '백년손님' 대하듯 며느리도 손님으로 대해야 한다. 딸 같다며 딸처럼 대해주지 않는 시어머니와 딸 같다고 해도 딸처럼 할 수 없는 며느리 사이에 놓인 간극이라니. <며느라기>가 꺼내놓은 이율배반적인 풍경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사진:카카오TV)

'바람피면 죽는다'는 과연 불륜 그 이상의 이야기를 담을까

 

KBS의 새 수목드라마 <바람피면 죽는다>는 제목대로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는 코미디다. 소재만으로 보면 뻔해 보이지만, 의외로 빵빵 터지는 코미디가 만들어지는 건 여기 등장하는 강여주(조여정)와 한우성(고준)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들과 그 조합이 주는 상황 덕분이다.

 

범죄 소설 베스트셀러 작가로 사랑보다는 '살인'에 대한 걸 더 많이 생각하고 글로 쓰는 강여주 작가가 자신의 작품 속에서 바람난 남편을 처절하게 살해하곤 했다는 사실은, 이혼전문변호사지만 아내 사랑꾼으로 통하는 한우성이 남모르게 바람을 피고 있다는 사실과 맞물리면서 드라마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바람을 피우고 있지만 아내에게 들키면 죽는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쫄보 한우성은 그래서 절대 외박은 하지 않고, '바람키트'라 부르는 집에서 쓰는 화장품 세트를 갖고 다니며, 불륜대상 여성에게도 아내가 쓰는 화장품을 선물하고, 여성과 만난 후 집으로 돌아가기 전 옷에 머리카락 하나까지 체크하는 철두철미한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조심하며 바람을 피우는 한우성 캐릭터를 더욱 증폭시키는 존재는 다름 아닌 아내 강여주다. 처음 독서실에서 만났을 때부터 '사람이 죽은 방'을 찾는 이 인물의 서늘한 느낌은 정말 바람이라도 피면 살인이라도 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도도하고 시크하며 자기 하고픈 대로 하려는 이 인물은 감정을 좀체 밖으로 드러내지 않아 다소 신비감을 주지만 그 속을 알 수 없어 불안감을 만들기도 한다.

 

즉 <바람피면 죽는다>는 그저 하나의 표현일 수 있는 이 말이 실제로 벌어질 수도 있을 것만 같은 강여주라는 캐릭터를 전제하고, 실제 바람을 피는 남편 한우성이 진짜로 살해당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을 더함으로서 코미디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백마 탄 기사처럼 등장해 강여주를 도와주지만 어딘지 그를 스토킹할 것 같은 차수호(김영대)와, 한우성과 바람을 피우지만 과거 강여주와 갈등을 가졌던 백수정(홍수현) 같은 의문의 인물이 더해진다. 그래서 드라마는 강여주와 한우성이 '바람'을 두고 벌이는 코미디와 여기에 더해지는 차수호와 백수정 같은 인물의 미스터리가 적절히 더해지는 힘으로 흘러간다.

 

첫 회는 그 캐릭터들이 선명하게 드러나며 그 케미가 주는 웃음과 미스터리로 괜찮은 시작을 보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독특한 캐릭터와 그들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몰입감은 그것만으로 드라마를 계속 끌고 가는 힘이 되기는 어렵다. <바람피면 죽는다>는 그래서 이들 괜찮은 캐릭터들의 조합이 향후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가 어떤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과연 <바람피면 죽는다>는 바람이라는 소재를 통해 어떤 색다른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까. 아마도 그 해답은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강여주라는 독특한 범죄소설 작가의 숨겨진 이야기들 속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강여주라는 캐릭터의 아우라를 통해 극 전체를 끌고 가는 조여정의 어깨가 무겁게 느껴진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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