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라기'의 담담해 보여도 날카로운 시월드 폭로

 

'그런데 내일 아침에 엄마 미역국 끓여드리면 진짜 좋아하실 것 같은데 아무래도 힘드시겠죠? 내일 출근하셔야 하니까.' 카카오TV <며느라기>에서 남편 구영(권율)의 여동생 미영(최윤라)은 시어머니 박기동(문희경)의 생신에 민사린(박하선)에게 미역국을 끓여드릴 수 있냐고 넌지시 메시지를 보낸다. 에둘러 요구하는 그 메시지에 민사린은 마치 당연한 걸 잊고 있었다는 듯이 "미처 생각을 못했다"며 그러겠다고 한다. 그러자 미영은 고맙다며 엄마가 '황태' 미역국을 좋아한다는 걸 마치 팁이라도 되는 양 알려준다.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드린다는 말은 단순히 음식을 한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생일상을 차리라는 이야기고, 그러려면 전날부터 시댁에 가서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남편 구영이 요구한 건 아니지만, 사린은 그래서 스스로 전날 시댁에 가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시댁에 도착해서도 시어머니를 챙긴다며 설거지를 하고 시댁 식구들이 TV를 보고 있을 때 과일 깎아 내놓는다.

 

그런 사린에게 시어머니는 마치 며느리를 꽤나 생각하는 듯이 "회사 다니랴 살림하랴 힘들지?" 하고 말한다. 그런데 그 말은 며느리가 힘들어서 걱정한다기보다는 마치 회사를 다니지만 살림도 당연히 며느리가 해야 한다는 뉘앙스가 담겨있다. 힘들어도 회사일, 살림을 다 챙겨야 한다는. 피곤해하는 아들에게는 먼저 들어가서 자라고 하고 며느리에게는 더 이야기를 하자고 하는 시어머니에게서 "힘들지?"하고 묻던 그 말의 진심은 휘발되어 버린다.

 

아내가 힘들 거라는 걸 모른 채 눈치도 없이 들어가는 남편. 시어머니가 줄줄 늘어놓는 아들 자랑은 심지어 결혼 전에도 선보라고 연락이 많이 왔다는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사린은 "인기 많은 남편"이 좋다고 애써 웃어주지만, 시어머니의 그 말에는 다른 뉘앙스들이 담겨 있다. 이렇게 인기 많은 남편이니 잘 하라는 것.

 

다음 날 아침 모두가 자는 시댁에서 혼자 일어나 사린은 생신상을 차린다. 미영의 조언대로 황태를 넣은 미역국을 끓이고, 불고기에 반찬들까지 내놓으며 스스로 뿌듯해한다. 연애 때는 엄마가 끓인 미역국을 보온병에 담아 사린의 생일을 챙겨줬던 남편이지만 지금은 아내가 그 고생을 할 때 쿨쿨 잠만 자고 있다. 뒤늦게 일어난 미영이 도와드렸어야 한다는 맘에도 없는 말을 꺼내놓고, 사린이 요리를 엄청 잘한다며 칭찬한다. 칭찬에 뿌듯해 하던 사린은 그러나 나중에 상 차릴 일 있으면 자기에게 부탁해야겠다는 미영의 말에 기분이 묘해진다.

 

그건 마치 시댁사람들과 자신 사이에 어떤 선 같은 게 그어지기 때문일 게다. 힘들지 않았냐고 묻는 말에 누그러지다가도 알고 보니 황태 넣은 미역국을 원한 건 전날 회식으로 과음한 미영이었다는 걸 알고는 마음이 언짢고, 시댁 식구들의 대화에 끼어들 틈이 없어 혼자 먼저 밥을 다 먹게 된 사린은 그 자리가 점점 불편해진다.

 

그런데 이런 사린에게 암묵적으로 강요되는 독박 노동을 친정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동조한다. '사린아. 어제 시댁에서 자느라 불편했지? 아침에 늦잠 안자고 일찍 일어났는지 모르겠네. 엄마가 깨워준다는 걸 깜빡했어. 사부인 생신상은 잘 차려 드렸니? 네가 잘못하면 다 엄마 흉 되는 거 알지? 우리 사린이야 말 안 해도 잘 하겠지만 예의 바르게 공손히 잘 하고 출근 잘 해라.' 사린에게 보낸 친정 엄마의 메시지에는 며느리의 시댁에서의 노동은 당연한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려니 참고 있던 사린이지만, 설거지 하는 동안 깎아 내놓은 과일을 다 먹고는 남은 거라도 먹으라며 "너랑 나랑 한 개씩 먹어치우자"라고 하는 시어머니의 말에 서운함이 폭발한다. '먹어치운다'는 그 표현 때문에 더욱 그렇다. 며느리가 뭐 남는 거나 먹어 치우는 그런 존재인가.

 

"너 가사도우미 면접 보러 가니?" 남자친구네 저녁초대를 받아 부모님을 보러 간다는 회사 동료가 밥 먹고 나서 설거지는 자신이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모습에 다른 동료가 툭 던지는 일침은 사린이 시댁에서 보낸 그 하루를 곱씹어보게 만든다. 사린이가 시어머니 생신날 겪은 하루를 통해 <며느라기>는 결혼 후 며느리들에게 암묵적으로 강요되는 부당한 처우를 끄집어낸다. 그래야 예쁨 받고 칭찬 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통념이 만들어낸 강요들.

 

사실 <며느라기>는 다소 평범하고 담담하게 시월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평범하고 담담하게 느껴지는 건 그 상황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을 때 이야기다. 그래서 문제의식을 갖고 들여다보면 시댁에서 벌어진 하루 간의 말 한 마디나 어떤 행동들 하나까지 어떻게 문제들을 만들어내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며느라기>의 담담함이 못내 불편한 현실로 느껴지게 되는 것.(사진:카카오TV)

'스타트업', 부족한 청춘들의 일과 사랑에서의 성장서사

 

"나 개발 빼곤 다 엉망이야. 언어영역은 낙제 수준이고 메타포도 몰라. 피아노, 그림, 예체능 쪽으로 꽝이고 이게 디저트 포크인지 샐러드 포크인지도 구별 못해. 나 천재 아니고 바보 천치야." tvN 토일드라마 <스타트업>에서 남도산(남주혁)은 애써 그를 미국 실리콘밸리로 떠나게 하려는 서달미(배수지)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의 말대로 그는 서툴다. 코딩 빼고는 잘 하는 게 없다.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는 서툴기 그지없다. '도산아 자?' 하고 묻는 메시지에 아직 안 잔다며 아직 자기에 이른 시간이고 보통에는 몇 시에 자는지를 답변으로 쓰는 인사다. 그걸 옆에서 본 엄마가 답답해하며 "지워"라고 하고 등짝 스매싱을 날리게 만들 정도로.

 

일에 있어서도 그는 서툴기 이를 데 없는 청춘이다. 남다른 코딩 능력으로 삼산텍을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지만 수익모델은 전혀 없는데다 그 방법도 잘 모른다. 그나마 서달미를 만나고 샌드박스에 입주하게 되면서 삼산텍의 비즈니스 그림이 그려진다. 그래서 투스토의 투자를 받지만 그건 원하는 인재만을 꺼내 쓰기 위한 전형적인 에크하이어였다. 결국 남도산은 개발자 3명만 미국 본사로 가서 일하게 되고 서달미와 디자이너 정사하(스테파니 리)는 해고통보를 받는다.

 

남도산보다는 사업적 마인드가 있다 여겨졌지만 서달미 역시 서툴기는 마찬가지인 CEO였다. 투스토의 계약이 삼산텍을 공중분해시키는 에크하이어였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그의 이런 위기관리를 해준 건 다름 아닌 한지평(김선호)이었다. 이미 잘못된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나서야 서달미는 깨닫는다. 잘못된 선택 하나가 만든 결과를 힘겨워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스타트업>에서 삼산텍의 남도산, 이철산(유수빈), 김용산(김도완)은 모두 답답한 면들을 가진 청춘들이다. 그런데 그 답답함은 아직 순진하고 세상물정을 몰라 모든 게 서툴러서 생겨나는 답답함이다. 김용산은 과거 형이 샌드박스에 들어갔다가 데모데이 때 한지평으로부터 혹독한 질문을 받고 자살한 일이 한지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김용산이 비즈니스의 세계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잘못된 사업을 그대로 두면 더 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 한지평의 지적은 지극히 정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비즈니스에 있어 냉철한 한지평 역시 서툰 청춘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어떤 지적을 하고 비판을 할 때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직언을 해왔다. 그것은 물론 그가 하는 일이긴 했지만 누군가에게는 비수처럼 박히는 상처였을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을 돕기 위한 '눈길'이라는 어플을 삼산텍에서 내놨을 때 사업성이 없다며 혹독하게 말했던 그는 그 사업이 자신이 은혜를 입었던 최원덕(김해숙)을 위한 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자책한다. 자신은 '순딩이'가 아니고 "남이 상처받든 말든 막말하는 개차반"이라고 말한다.

 

<스타트업>의 청춘들은 모두 완벽하지 않다. 아니 서툰 점들이 더 많다. 특히 삼산텍의 청춘들은 마치 살벌한 세상에 이제 막 던져진 갓난아기 마냥 천진무구하지만 위태롭기 그지없다. 그래서 이런 미숙함은 <스타트업>의 로맨틱 코미디적 상황을 그려내는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연알못' 공대생의 멜로 같은.

 

하지만 드라마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이들의 성장담을 그린다. 그래서 서툰 청춘들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잘못된 계약서에 사인을 해 모든 걸 망가뜨리기도 하며 때론 상대의 마음을 생각하지 못하고 던진 직언으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 아픈 과정들이 이들이 조금씩 성숙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드라마는 그려내고 있다. 일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이제 산산이 부서져버린 삼산텍과, 그래서 각자 미국 실리콘밸리로 가거나, 언니의 회사에 들어가거나 하며 3년을 버텨낸 청춘들. 그들이 과연 어떤 변화와 성장을 보여줄 지가 기대된다. 아는 게 코딩뿐이었던 남도산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모든 게 스타트 라인에 서 있는 청춘들의 성장이 자못 기대되는 대목이다.(사진:tvN)

'일의 기쁨과 슬픔', 단편만이 담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건

 

장편 드라마들은 긴 호흡의 스토리들을 다룬다. 그래서 이야기는 다소 거창해지고, 극적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다 그렇게 거창하고 극적인 건 아니다. 그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나고 난 후에 기억으로 각색된 이야기들은 거창하고 극적인 사건들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실상 우리에게 벌어진 일들이란 매일 매일 조금씩 부딪치며 하루하루를 살아냈던 것들이 먼지처럼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낸 것들이기 때문이다.

 

KBS 드라마 스페셜 <일의 기쁨과 슬픔>은 바로 그 소소해 보이는 일상을 통해 우리의 삶을 관조하는 드라마다. '한국의 실리콘 밸리'라는 판교에 있는 중고거래 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우동마켓. 실리콘 밸리 스타일로 영어 이름을 쓰며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 하지만, 회사 분위기는 여지없이 '라떼는'이 오가는 꼰대 스타일의 상사들이 있는 수직적 체계를 갖고 있다.

 

모두가 본명과 다른 영어이름을 쓰고 있지만, 본래 이름이 김안나라 이름 그대로 불리는 안나(고원희)는 이 회사의 앞뒤가 다른 이중성에 답답해한다. 직원들 쫀 적 없다며 일일이 직원 하나하나를 콕 집어내 칼퇴해서, 일처리 느려 터져서, 아이디어 내놓은 거 없어서 뭐라 한적 있냐고 지적하는 대표의 오른팔 앤드류(송진우)의 모습은 그 이중성을 드러낸다. 그는 지적한 적 없다면서 그런 방식으로 지적하고 있어서다.

 

드라마는 이처럼 답답한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안나가 부딪치게 된 두 가지 사건을 다룬다. 기획팀에서 일하는 안나는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접수하고 처리해주는 일을 하는데,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줘야 할 개발자 케빈(김영)과 자꾸 트러블이 생긴다. 안나는 문제사항들을 처리해달라고 할 때마다 마치 그 문제를 그가 만들어내는 것처럼 받아들이며 한숨을 내쉬는 케빈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게다가 데이빗(오민석)은 우동마켓에 많은 물건들을(그것도 새것을) 최저가에서 조금 낮게 올리는 유저 거북이알을 안나보고 접근해 만나보라고 한다. 우동마켓이 마치 거북이알의 개인매장처럼 되어 버리는 게 아니냐며 그를 만나 그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

 

그런데 그렇게 억지로 등 떠밀려 마치 중고물건을 사러 나온 것처럼 만나게 된 거북이알 이지혜(강말금)가 겪은 황당한 이야기는 안나에게 일상의 깨달음을 안겨준다. 이지혜는 안나가 좋아해 휴대폰 배경화면에 담고 있던 알렉세이 스미르노프(알프)의 공연을 성사시킨 인물이었다. 이지혜가 그 공연 성사 미션을 받게 된 건 조운범 회장(류진)의 SNS가 알프 관련 소식으로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너무나 열심히 일해 공연을 성사시켰지만 그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고 싶었던 회장의 SNS가 아니라 홈페이지에 먼저 공지한 게 화근이 되었다. 결국 보복성 인사발령을 받고 심지어 포인트로 월급을 지급받는 황당한 일까지 겪게 됐다.

 

특진이 날아가고 다른 팀으로 발령받았을 때까지도 담담했던 이지혜는 그러나 그 많은 포인트가 월급으로 들어오자 막막해져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힘들어해도 세상은 바뀐 게 없었다. 그는 포인트로 식사를 하고 커피도 마시고 쇼핑도 하며 살았다. 그러다 "돈도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시스템의 포인트"라 생각한 그는 포인트를 돈으로 바꾸기로 결심하고 직원할인으로 물건을 구매한 후 우동마켓에서 중고거래로 현금화했다.

 

이지혜의 일화는 일의 세계가 누군에게나 기쁨과 슬픔의 반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안나는 선배 제니퍼(김보정)의 조언처럼 "일의 기쁨과 슬픔 사이의 밸런스"를 찾는 것이 직장인들의 삶이라는 걸 깨달았다. 포인트를 월급으로 받았을 때의 슬픔을 이겨내고 그 포인트를 다시 현금화하는 것처럼 슬픔 속에서도 기쁨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것. 안나는 퇴근길에 홀로 늦은 혼밥을 하는 케빈을 떠올리며 그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그가 좋아하는 레고를 선물하며 화해한다.

 

사실 <일의 기쁨과 슬픔>이 담고 있는 일화는 너무나 일상에 맞닿아 있어 사건처럼 보이지 않는 일들이다. 하지만 그 소소한 일상을 디테일하게 들여다보고 그 사람들이 겪는 감정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의외로 우리가 사는 진짜 모습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거대 서사나 거창한 사건들을 다루는 장편드라마들로서는 담아내기 어려운 이야기. 단편드라마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걸 <일의 기쁨과 슬픔>은 잘 보여주고 있다.(사진:KBS)

'개천용', 돈만 있으면 기사도 맘대로? 그 정반대인 이유

 

"야 다 니들 때문에 그러는 거야. 보란 듯이 사옥 올려서 니들 월급 주고 취재에만 전념하라고." 뉴스앤뉴 문주형(차순배) 사장은 강철우(김응수) 서울시장의 뒤를 봐주는 것이 결국 기자들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는 강철우 시장이 지을 테크노 타운 분양권을 받아 입주하려 한다. 그것이 수백억의 이익을 회사에 가져다 줄 것이고 그 이익은 결국 기자들의 처우를 좋게 해줘 쓰고 싶은 기사를 마음껏 쓸 수 있게 해줄 거라는 게 그의 논리다.

 

하지만 문주형 사장의 그 말에 이유경(김주현) 기자는 너무나 따끔한 비판을 내놓는다. "저 앞 광화문만 나가도 언론사 빌딩 많아요. 그 언론사 보란 듯이 진실을 쫓고 있나요? 누가 보는데도 자기 주머니만 채우고 있나요?" 언론사들이 도시 한복판에 빌딩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진실만을 기사로 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과연 그런가. 이유경 기자에게 "우린 달라. 우린 그렇게 안살거야."라고 문주형 사장이 말하지만 과연 진짜 빌딩을 세우고 나면 저들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은 물론 드라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여타의 다른 드라마들과 조금 다른 건 실제 있었던 재심 사건들을 다루고 있고, 여기 등장하는 박태용(권상우) 변호사나 박삼수(배성우) 기자가 모두 실제 인물들인 박준영 변호사와 박상규 기자를 모델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박상규 기자가 직접 대본작업을 했다. 그러니 드라마 속 이유경 기자가 따끔하게 던지는 일침이 예사롭지 않은 현실감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보통 드라마 속 내용들이 '실제와는 무관하다'는 식으로 보여지곤 하는 고지와는 사뭇 다른 사전고지를 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으나 일부 상황, 인물, 이름, 사업체, 사건, 지역에는 극적효과를 위해 허구를 가미했습니다.' 즉 실제를 바탕으로 했고 다만 허구를 가미했다는 것.

 

<날아라 개천용>이 뉴스앤뉴라는 언론사를 통해 그려내고 있는 건 어떻게 언론과 권력이 유착되어 진실과 정의보다는 돈과 권력을 서로 추구하게 되는가하는 점이다. 고지처럼 다소 허구를 가미했지만 문주형 사장이 권력형 비리들을 취재해 가져오는 이유경 기자에게 "덮으라"고 강요하는 이야기는 그래서 그저 가상의 이야기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차기 대법원장이면 의전서열 대한민국 넘버3야!"라며 그는 조기수 대법관의 비리를 기사화하려는 이유경 기자를 막아 세운다. 그는 말한다. "조기수 곧 대법원장 되고 내년에 총선이야. 후년에는 대선이고. 집권여당 빌빌 거리는 거 안보여? 새로운 집권세력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게 안 보이냐고. 토 달지 말고 무조건 막아!"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수사로 가짜 자술서를 쓰게 만드는 비리 형사들과 진짜 범인을 잡고도 자신들의 실수가 피해로 돌아올까 봐 그들을 놔주고 대신 무고한 이들을 범인으로 옥살이하게 만드는 비리 검사 그리고 이 사실을 다 알면서도 자신의 자리 욕심 때문에 엉터리 판결문을 내는 판사는, 재심으로 그들의 잘못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들은 그래서 여전히 공고한 권력의 힘을 이용해 언론을 움직이고 유착된 언론은 그들에게 유리한 기사들을 써줌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키워간다.

 

허구를 가미한 드라마라지만 이유경 기자의 따끔한 일침이 더욱 큰 울림을 주는 건 우리네 현실이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게다. "우린 다르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권력의 힘에 의해 세워진 언론사는 결국 갈수록 진실보다는 자기 주머니를 더 들여다볼 테니 말이다. 어찌 보면 약자들이 가장 마지막까지 기대고 싶은 이들이 형사, 검사, 판사 그리고 기자가 아닐까. "주먹보다 아픈 게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올 때라는 거 선배님들 정말 실망입니다." 이유경 기자의 툭 던지는 말 한 마디의 여운이 의외로 길게 남는다.(사진:SBS)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