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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공부의 신’, 이 드라마의 성공방정식 현실+판타지+실용 > 논란 ‘공부의 신’이 가진 현 교육제도에 대한 태도는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천하대(사실상 서울대의 다른 말이나 마찬가지다)를 가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반은 전형적인 우리네 교육 정책의 엘리트주의를 그대로 답습한다. 특별반에 들어온 네 명의 아이들은 그래도 선택받은 아이들이지만 나머지 병문고 아이들은 거꾸로 버려진 아이들과 마찬가지다. 물론 천하대 특별반을 만드는 강석호(김수로) 변호사는, 늘 그 엘리트들이 만들어놓은 룰 속에서 패배자로 남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 룰을 바꾸기 위해서 천하대에 가야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을 위해 엘리트 교육 시스템을 답습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또한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라는 본래의 뜻을 갖고 있는 ‘공부’라는 말이 이 드라마가 내세우고 있는.. 더보기
주말극, 왜 주말예능처럼 못할까 주말예능이 주말극보다 더 좋은 이유 드라마가 가지는 진정성과 리얼리티는 이제 옛말이 된 걸까. 주중의 드라마들이 그 두 가지를 모두 추구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되게, 시청률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수상한 삼형제'나 '천만번 사랑해' 같은 주말드라마들은 이 진정성과 리얼리티를 이제는 포기한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오히려 진정성과 리얼리티는 적어도 주말에는 드라마보다 예능에서 찾아진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전하는 이야기가 이들 드라마보다 더 진정성이 있고 리얼리티가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 드라마의 퇴행은 어디까지 가고 있는 것일까. 주말 전체 시청률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수상한 삼형제'는 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저녁 8시라는 시간대에 방영되어.. 더보기
'추노', 멋진 몸, 슬픈 몸, 웃기는 몸 '추노'에서 몸이 의미하는 것 '추노'의 몸은 남자가 봐도 멋지다. 초콜릿 복근이란 표현이 선정적이라고 해도 딱 그렇게 표현될 수밖에 없는 그런 멋진 몸. 그 멋진 몸이 때론 공중으로 붕 떠오르고, 때론 뛰어내리며, 때론 바람을 가르듯 거침없이 앞으로 달려 나간다. 그리고 이 예민한 짐승의 눈을 가진 레드 원 카메라와 강렬한 배경 음악은 이 몸의 동작들을 우아하고 리드미컬하게 만든다. 이건 액션이 아니라 무용에 가깝다. 그 속에서 몸은 멋지다 못해 아름답다. 한바탕 도망친 노비를 잡고 여각으로 돌아온 추노꾼, 최장군(한정수)이 땀에 젖은 몸을 씻는 그 모습을 훔쳐보며 설레는 마음은 큰 주모(조미령)뿐만은 아닐 것이다. 장군의 몸이 되고 싶었으나 한낱 노비 사냥꾼의 몸이 되어버린 그 몸은 장군의 갑옷은 입.. 더보기
'제중원'이 현대의학에 던지는 질문 '제중원', 의학의 초심을 묻다 무엇이 도망치던 그의 발길을 돌려 세웠을까. 자신의 첫 시술(?) 과정에서 형조판서가 죽자 충격에 빠진 황정(박용우)은 석란(한혜진)의 설득으로 등 떠밀리듯 도망치다 나루터에서 발길을 돌린다. 그것은 궁금증 같은 것이었을까. 아니면 깊은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그는 그 길로 자신이 판 서양의학책이 있는 서책점으로 가 밤새도록 서양의학책을 읽어나간다. 그 때의 마음은 또 얼마나 간절했을까. 자신의 시술이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했을 수도 있다는 그 끔찍한 생각. "인간의 몸에는 피가 세 되가 들어있다. 피가 한 되가 빠지면 죽게 된다." "마취를 하게 되면 혈압이 떨어진다." 이런 구절을 읽으면서 또 심장은 얼마나 쿵쾅댔을까. 이미 혈압이 떨어진 환자에게 마취를 함으로써 더 .. 더보기
'파스타', 성별을 넘어 공감 받는 이유 '파스타'는 불평등을 다루는 멜로드라마다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편견이 있다. 그 남자가 꽤 감성적이고 여성들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행동할 것 같은 자상함을 가졌을 것이라는 거다. 하지만 틀렸다. 요리하는 남자라고 꼭 그런 건 아니다. 특히 요리사라는 직업의 세계로 들어가면 그 요리는 어쩌면 전쟁과 같은 것이 될 지도 모른다. 파스타라는 요리를 소재로 삼는 드라마 '파스타'는 이런 편견을 트릭으로 사용했다. 게다가 그 트릭에 동원된 배우는 부드러운 남자의 대명사격인 이선균이다. 그러니 횡단보도 한 가운데서 터져버린 비닐봉지에서 떨어진 금붕어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서유경(공효진)의 두 손을 모아 그 위에 금붕어로 놓고 물을 부어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최현욱(이선균)은, 바로 그런 요리하는 남자가 가졌을 것..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