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 악조건 속 이준기를 피워낸 문채원의 사랑

 

사랑은 얼마나 위대할 수 있을까. 아마도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은 그런 질문을 던져보려 했던 것 같다. 사랑해 결혼했고 아이까지 낳아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던 차지원(문채원)은 남편 백희성(이준기)이 사실은 연쇄살인범 도민석(최병모)의 아들 도현수라는 걸 알게 된다. 혼수상태로 15년간을 지내온 진짜 백희성(김지훈)으로 신분세탁을 한 후 그 집 아들 행세를 해온 것.

 

보통 이런 설정이라면 드라마는 멜로에서 스릴러로 바뀌기 마련이다. 믿었던 남편의 모든 것이 거짓으로 다가오고 심지어 연쇄살인범과의 공범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도 드리워져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는 그의 누나 도해수(장희진)가 저지른 살인 누명까지 스스로 뒤집어쓴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도대체 이런 사람을 끝까지 믿어주고 사랑해준다는 게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하지만 그 기적 같은 일을 차지원(문채원)이 한다. 형사로서 과거 연주시 연쇄 살인사건을 수사하면서 그는 남편의 정체를 알게 되지만, 점점 그가 그런 짓을 저질렀을 거라는 걸 믿지 못한다. 그간 자신에게 해왔던 일련의 배려와 살뜰한 행동들이 그걸 말해주기 때문이었다. 차지원은 남편이 그간 자신을 속이고 살아왔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꼈지만, 그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못한다.

 

이것은 도현수 역시 마찬가지다. 그 역시 그런 악조건 속에서의 삶을 자신이 원했던 건 아니었다. 아버지가 연쇄살인범이었고, 그래서 자신 또한 같은 부류로 의심받아왔으며 그런 자신을 위해 나섰다가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누나의 죄를 자신이 뒤집어쓴 채 살아왔던 것이었다. 신분세탁도 진짜 백희성이 낸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백희성의 아버지는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아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혼수상태가 된 백희성 대신 도현수를 아들행세를 하게 한 것이었다.

 

도현수가 차지원에게 모든 걸 숨기고 거짓 행세를 한 건, 다시는 그 과거의 악조건 속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는 백희성이어야 했고, 그래야 차지원과 가정을 꾸린 채 단란하게 살아가는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그래서 과거의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자 그는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결국 도현수는 차지원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멍해지다가 오열하기 시작한다. 그걸 알면서도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차지원이 해왔던 그 행동들을 그는 믿지 못한다. 그래서 차지원에게 말한다. "도대체 왜 다 알면서 다 알면서 왜 날 버리지 않아? 난 이해가 안가." 그는 사랑을 모른다. 사랑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 그에게 차지원은 되묻는다. "정말 몰라? 니 정체 다 알면서 너 하나 지키겠다고 내가 왜 그랬는지 너 정말 몰라?" 그제서야 도현수는 어렴풋이 깨닫는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걸. 그래서 "미안하다"며 오열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그를 아프게 했고 상처를 준 것을 미안하다며.

도망치라고 했던 차지원의 말과는 달리, 도현수는 집으로 가고 싶다 한다. 그것은 이제 이 악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가 드디어 자신이 가야할 곳을 알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차지원의 사랑으로 그의 황무지 같은 마음 속에서 도저히 피어나지 못할 것 같던 꽃이 피어난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재차 차지원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사랑이 무엇인지 드디어 알았고, 자신이 해왔던 그 일련의 말과 행동들이 사실은 차지원에 대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악의 꽃>은 멜로와 스릴러가 절묘하게 균형을 맞춘 드라마다. 처음에는 훈훈한 멜로로 시작하지만 도현수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살벌한 스릴러로 바뀌었다가, 그 모든 정체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도 변하지 않는 사랑이 꽃을 피워내는 그 과정을 통해 다시금 멜로가 그려진다. 그런데 뒤에 등장하는 멜로는 처음에 봤던 그 멜로와는 밀도와 무게감 자체가 다르다. 앞의 멜로가 사랑이 뭔지도 모른 채 사랑한다 말하는 표피적인 느낌을 담고 있다면, 뒤의 멜로는 무엇이 진짜 위대한 사랑인가를 알게 된 후의 무게감을 갖게 된 사랑을 담고 있다.

 

그래서 <악의 꽃>은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가. 그저 달달한 것이 사랑인가. 도무지 겹쳐질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온전히 끌어안을 수 있는 그런 사랑을 우리는 과연 하고 있는가.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라며 그건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라고 '방문객'이라는 시를 통해 정현종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과연 진짜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하고 맞이하고 있는 것일까. 이 드라마는 멜로와 스릴러를 겹쳐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사진:tvN)

 

'브람스', 삼각멜로를 넘어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그 제목에 이미 삼각멜로가 예고되어 있다. 그 유명한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의 이야기가 전사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슈만에 의해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었던 브람스는 그의 아내인 클라라를 평생 옆에서 바라보며 사랑하다 독신으로 생을 마감한다.

 

드라마 속에서는 채송아(박은빈)와 박준영(김민재)이 모두 그 브람스의 위치에 서 있다. 채송아는 친구이자 바이올린 선생님이었던 윤동윤(이유진)을 좋아하지만 그의 베프인 강민성(배다빈)이 그와 사귀었고 또 여전히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다. 박준영은 자신의 절친인 한현호(김성철)가 자신이 좋아하는 이정경(박지현)과 연인이 되어 나타나자 마음을 접었지만 뉴욕 공연장을 찾아온 이정경이 갑자기 자신에게 입맞춤을 하면서 그 마음이 혼란스러워진다.

 

채송아도 박준영도 그래서 그들과 함께 있으면 어딘지 마음이 쓸쓸해진다. 아마도 자신이 처한 상황과 유사해서였을까. 박준영, 한현호, 이정경의 피아노 트리오 커뮤니케이션을 맡게 된 채송아는 이정경을 향한 박준영의 남다른 느낌을 알아차린다. 노래 신청을 하라는 말에 채송아가 아무 생각 없이 신청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통해서였다. 그 곡은 이정경을 생각하는 박준영의 마음이 담긴 곡이었고, 순간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의 이야기가 겹쳐지며 박준영의 상황을 채송아는 알아채게 됐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순한 멜로의 맛을 보여준다. 삼각멜로에서 밀려나 있는 채송아와 박준영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그래서 그것이 사랑으로까지 이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다소 뻔한 삼각멜로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지만, 그런 생각을 지워내게 하는 특별한 지점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이들의 사랑이나 아픔, 슬픔 같은 감정들이 그저 대사나 행동으로 처리되는 게 아니라 브람스, 슈만 그리고 클라라의 이야기와 거기 얽힌 클래식 음악들을 통해 전해진다는 점이다. 실로 이 드라마에서 클래식 음악은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극의 스토리 전개나 극중 인물들의 감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자신이 겪고 있는 아픔 때문에 마치 자신의 모습처럼 여겨지는 브람스를 연주하기 싫어하는 박준영의 상황은 멜로와 더불어 한 예술가의 성장담을 그 안에 담아 넣는다. 그의 연주를 들은 마에스트로는 이렇게 말한다. "너무 모든 사람들 마음에 들게 연주하려고 애쓰지마. 콩쿨 심사위원 전원에게서 8점 받으면 물론 1등 할 수 있겠지만 때로는 한두 명에게 10점 그리고 나머지에게 6,7점을 받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 그렇다면 그 한두 명에겐 평생 잊지 못할 연주가 될 수 있으니까. 아무 것도 겁내지 말고 너의 마음을 따라가 봐."

 

박준영은 피아노 연주를 이미 잘 하는 피아니스트지만 거기 자신의 마음을 먼저 담기보다는 듣는 이들을 먼저 신경 쓰게 됐다. 그건 가난해 포기하려 했던 자신을 후원해준 정경은 재단에 대한 마땅한 보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좀 더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드러내지 못해 옆에서 가슴앓이만 하고 있는 그의 심경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연주가 끝나고 함께 길거리에 남게 된 채송아에게 박준영은 그 날의 연주가 어땠냐고 묻는다. 그러자 좋았다고 말하며 채송아는 거꾸로 되묻는다. "다른 사람 말고 준영씨 마음엔 드셨어요?" 라고. 채송아는 리허설룸에서 그가 쳤던 슈만의 트로이메라이가 더 좋았다고 말한다. 채송아의 그 이야기는 마에스트로의 이야기와 겹쳐지고,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가는 박준영의 마음을 건드린다.

 

이 드라마가 순한 멜로이면서도 빠져들게 만드는 건 그 안에 클래식 음악을 통해 담아내는 예술가 혹은 인간의 성장담이라는 휴먼드라마적 요소들이 더해져 있어서다. 채송아는 경영학과를 다니다 4수 끝에 음대에 들어와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었다. 잘 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하기 때문에 그 길을 선택하고 걸어가게 된 것. 반면 박준영은 이미 인정받는 피아니스트지만 자기 스스로 좋아해 연주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서 또 도와준 분들을 위해서 인정받으려 연주해왔지만 진정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연주하지 못했던 것.

 

이 즈음에서 다시 이 드라마의 제목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은 물론 이 드라마가 삼각멜로를 소재로 담고 있다는 걸 드러내지만, 그것을 넘어서 박준영이 자신의 상처를 이겨내고 진짜 좋아하는 마음으로 브람스를 연주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과연 클래식 음악을 매개로 채송아와 박준영은 서로의 엇나간 관계에 의해 갖게 된 상처들을 보듬어주고 서로를 성장시킬 수 있을까. 이 순한 멜로의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이유다.(사진:SBS)

'미씽', 고수와 허준호의 살벌한데 유쾌하고 훈훈한 스릴러라니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들이 등장하는 살벌한 스릴러가 아닐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참혹하게 살해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유기되어 '실종'처리된 사건들. 장판석(허준호)이 삽자루를 들고 어딘가를 찾아다니고 죽은 사체들을 하나씩 찾아내 끌어내는 이 드라마의 첫 시퀀스는 당연히 그 인물이 연쇄살인범일 거라는 심증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그건 일종의 트릭이다. 그는 실종처리 되어 사라진 사체들을 찾는 것이었을 뿐이니 말이다.

 

OCN 토일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에서 장판석이 사체를 찾는 이유는 죽었지만 사체조차 발견되지 못한 억울한 영혼들을 저승으로 보내기 위함이다. 그 영혼들이 머물고 있는 곳은 바로 두온마을. 산 자들의 눈에는 그 장소도 영혼도 보이지 않지만 무슨 일인지 장판석에게는 보이고 어쩌다 이 곳으로 들어오게 된 생계형 사기꾼 김욱(고수) 또한 그걸 보게 된다.

 

실종 신고 된 아이 서하늘(장선율)을 그 곳에서 만난 김욱은 어린 시절 엄마를 애타게 찾았던 자신의 모습을 그 아이에게서 보고는 그를 외면하지 못한다. 그래서 엄마를 꼭 찾아주겠다 약속하지만 그 아이는 이미 사망한 영혼이었다. 결국 아이를 살해한 범인과 그 범인이 유기한 사체를 찾기 위한 김욱과 장판석의 공조가 시작된다. 아이의 가방에서 피 묻은 고가의 프라모델을 발견한 김욱은 생계형 사기꾼답게 그걸 역이용해 범인이 새 아빠였다는 걸 밝혀내고 그 사체를 찾아내는데 성공한다.

 

<미씽>은 그 독특한 설정으로 인해 판타지와 스릴러의 기묘한 결합을 보여준다. 이제 김욱과 장판석은 두온마을의 억울한 영혼들을 저승으로 보내기 위해 사체를 찾아내는 일을 공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억울한 영혼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소개되고, 잔혹한 범인을 추적하는 스릴러가 더해진다.

 

OCN에서 줄곧 시도해온 다양한 스릴러들이 있었지만, <미씽>은 여기에 판타지를 섞는 독특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래서 스릴러의 긴장감만큼 사연자들의 이야기와 이를 풀어주는 김욱, 장판석의 진심이 훈훈함을 더해준다. 지금껏 이른바 OCN표 스릴러가 너무 잔혹하게만 느껴졌던 시청자라면 <미씽>은 확실히 그런 작품들과는 차별화된 면을 보여준다.

 

드라마는 tvN <호텔 델루나>의 스릴러 버전 같기도 하고, <전설의 고향>에 자주 등장하던 원귀의 한을 풀어주는 사또 이야기의 현대식 해석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판타지적 설정이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몰입감을 주는 건 아마도 '실종'이라는 무거운 현실의 키워드가 거기 드리워져 있기 때문일 게다.

 

물론 사망 또한 견디기 어려운 아픔이지만, 사체조차 찾지 못해 실종으로 처리되어 있는 상황은 더 큰 고통을 가족과 친지들에게 남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온마을이라는 판타지적 공간의 평화로운 정경은 슬픔과 위로가 섞여진 공간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김욱과 장판석이 그들의 사체를 찾아내는 과정은 이렇게 떠돌던 영혼이 가족의 품에 안기는 과정이기도 하다. 스릴러지만 따뜻한 위로 같은 게 느껴지는 이유다.(사진:OCN)

'비밀의 숲2', 결국 검경대결이 아닌 진실과 진영의 대결

 

"뭘 얼마나 무마시켜 주신 겁니까? 나가서 기자들 만나셔야죠. 전국의 경찰 대표해서 협의회에 나온, 그것도 그중에서 가장 고위급인 국장이 부당수사를 하다 고소당했다 널리 알리셔야죠. 부장님께서는 고소를 막을 게 아니라 부추기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수사권 조정 문제는 우리 검찰한테 영토문제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는 거라고요. 국장이 고소당하면 협의회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거고 그럼 그 영토문제는 가라앉는 거 아닙니까?"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에서 황시목(조승우)은 우태하(최무성) 부장검사가 남재익(김귀선) 의원이 경찰청 소속 수사국장 신재용(이해영)을 표적수사 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에 초조해 하는 모습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사권을 두고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검경협의회에서 경찰을 대표해 나온 가장 고위급 국장이 바로 신재용이었다. 그러니 그가 고소당했다는 사실은 황시목의 지적처럼 검찰 측이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해진다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우태하가 급히 나서서 남재익 의원을 만나 고소를 막으려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남재익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수사권을 두고 검경협의회에서 결론이 나더라도 국회 법안 통과 여부에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검찰과 경찰은 어떻게든 남재익 의원을 압박하거나 포섭함으로써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었고 그 싸움의 핵심적 사안은 남재익 의원이 시중은행에 아들의 취업 청탁을 한 비리였다.

 

무혐의 판결이 난 사건이었지만 남 의원은 자신이 검찰 출신이라는 이유로 경찰의 표적수사를 받았다고 고소했고 결국 경찰청 정보부장 최빛(전혜진)은 남의원의 약점을 꺼내들었다. 그 약점이 무엇인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우태하가 이렇게 남 의원을 찾아와 그 약점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려 한 건 바로 그 사건에 무혐의 판결을 낸 이가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황시목은 그 사실을 간파했다.

 

"아예 정지시킬 수도 있겠네요. 고소가 진행돼서 조사를 새롭게 시작하다보니 이번엔 검찰측 부장까지 의원 비리를 덮어준 게 드러나서 검경협의회가 엎어진다. 불명예스럽지만 자연스럽게요. 부장님은 남재익 의원 무혐의에 직접 개입하셨습니다. 그게 고소당한 수사국장은 바로 안 튀어 와도 부장님은 즉시 오셨어야 했던 이유구요."

 

황시목의 일침이 따끔하게 느껴진 건, 그것이 이른바 진영 논리의 음험한 실체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허울과 명분을 앞세우지만 사실은 개인의 이익과 욕망 심지어는 비리를 덮는 것이 그 진짜 얼굴인 진영 논리. 우태하는 검경의 대결을 앞세워 검찰의 이익을 위해 나서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행동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자신의 비리를 감추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었다. 결국 겉으로 드러난 검경 대결이라는 진영 논리에 빠지게 되면 그 사안의 실체인 남 의원의 비리와 그 비리를 덮어진 검찰의 비리 사실은 저 뒤편으로 물러나게 될 것이었다.

 

이런 상황은 한여진(배두나)이 세곡지구대 사건을 점점 수사해가며 갖게 되는 아이러니에서도 드러난다. 한여진은 그 사건이 한 경찰의 자살이어야 경찰 측에 유리하게 되는 상황이지만, 점점 타살과 비리의 혐의들이 드러나는 것에 당혹스러워했다. 죽은 송기현(이가섭) 경사를 특히 괴롭혔던 김수항(김범수) 순경이 바로 그 송 경사를 세곡지구대로 좌천시킨 동두천경찰서 서장의 조카였다. 송경사의 폭로로 인해 서장은 경정으로 강등된 바 있고 그래서 그를 일부러 조카가 있는 곳으로 보냈을 거라는 심증이 생겼다.

 

검찰을 대표하는 황시목과 경찰을 대표하는 한여진이 검경 협의회에서 수사권을 두고 진영의 대결을 벌이게 되는 입장에 처하게 됐지만, 이들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은 오히려 자신들이 소속된 집단이 벌인 비리들을 점점 알아가게 되는 것이었다. 진영논리에 담겨진 제 식구 감싸기와 그래서 저질러지기도 하는 비리, 청탁 등은 결국 죄와 상관없이 처벌되거나 무마되기도 하는 사법정의의 불공정함을 만드는 근거가 된다.

 

황시목과 한여진이라는 다소 진영논리와는 섞이지 않는 아웃사이더들을 이 '비밀의 숲'에 던져 놓은 건 그래서 이 진영논리에 가려진 실체를 끄집어내기 위함이다. 마치 곰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여우인 우태하의 실체를 꼬집는 황시목의 일침이 통쾌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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