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어쩌다 발견한 손담비, 인생캐릭터 만났네

 

이런 걸 인생캐릭터(인생캐)라고 부르는 것일 게다.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활짝 피어난 건 동백(공효진)의 인생만이 아니다. 이 드라마로 의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손담비도 활짝 피었다. 향미라는 캐릭터가 이제 손담비라는 인물에 척척 달라붙는다. 특유의 느릿하고 차분하지만 어딘지 차갑게 느껴지는 어조와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그런 외적으로 드러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내면의 따뜻함과 아픔. 그런 복합적인 면모가 향미에게서는 느껴진다.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 빗대 표현한다면 ‘어쩌다 발견한 손담비’라고 할까. 처음 향미라는 인물은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 옆에 있는 엑스트라에 가까운 조역처럼 여겨졌다. 거기에는 이 드라마가 메시지로 담고 있는 일종의 ‘편견’이나 ‘선입견’도 깔려 있었다. 까멜리아라는 술집에서 알바를 하는 인물에 대해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것.

 

하지만 향미는 조금씩 그 존재감을 키워나갔다. 노규태(오정세)라는 옹산의 군수를 꿈꾸지만 어딘지 빈 구석이 많은 인물을 옭아매 점점 궁지로 몰아넣는 향미라는 캐릭터는 웃음을 주면서도 동시에 어딘가 섬뜩한 느낌을 더하기 시작했다. 특히 무표정한 얼굴에서 담담하게 나오는 말들은 인생 다 산 듯한 서늘함이 느껴졌고, 해외로 떠날 거라며 어딘가로 송금을 하는 이 인물에서는 미스터리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여기에 까불이라는 연쇄살인범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지면서 심지어 향미가 까불이가 아니냐는 추측까지 생겨났다. 혹자는 향미가 어떤 의도를 갖고 까불이인 양 낙서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추측까지 내놨다. 이렇게 된 건 향미라는 인물에 대해 시청자들이 점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렇게 어느새 향미는 드라마 속 부수적인 인물에서 점점 중심으로 들어오게 됐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하지만 향미가 까불이가 아니고 까불이에 의한 희생자였다는 정황증거가 등장했다. 사체에서 나온 지갑에 향미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분증이 발견되었던 것. 그런데 향미가 향후 살해당할 것이라는 정황증거와 함께 현재 그가 처한 안타까운 상황과 또 그 와중에도 동백의 믿어주는 마음에 대해 갈등하는 모습은 시청자들도 연민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강종렬(김지석)이 갖다 놓은 돈 다발 앞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향미의 현실 상황과 동백에 대한 마음이 동시에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갑자기 나타나 평생 나한테 빚 갚으며 살아야 된다는 사내에게 “내 인생이 그렇지 머”라고 체념하는 향미는 그를 돕기 위해 나서주는 동백에게 “이 언니 짜증나”라고 속으로 생각한다. 지금껏 아무 생각 없이 일을 저질러 왔지만 동백의 이 친절함과 따뜻한 마음에 스스로가 갈등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안쓰러운 모습에 시청자들은 향미가 까불이에게 살해당한 피해자가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갖게 됐다. 발견된 건 신분증일 뿐이지 그걸 갖고 있는 사체가 향미라는 건 추정일 뿐이지 않냐며.

 

향미는 알고 보니 동백의 어린 시절 똑같이 따돌림을 당했던 일명 ‘물망초’였다. 어머니가 술을 파는 물망초에서 일한다는 것 때문에 붙여진 그 별명은 향미를 그 어둡고 희망 없는 삶 속으로 곤두박질치게 했을 게다. 그러다 그 먼 길을 돌아 까멜리아에 한 겨울 눈 내리는 날 슬리퍼 바람으로 찾아온 그에게 동백은 따뜻한 밥을 나눴다. 그렇게 힘겨운 삶을 살아낸 향미가 속절없이 살해를 당한다는 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어느새 우리도 모르게 향미라는 인물에 집중하게 되었고, 그걸 연기하고 있는 손담비를 다시 보게 되었다. 연기하고는 거리가 멀다 여겨져 이 드라마에 등장할 때부터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손담비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들여다보니 그 독특한 캐릭터와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 엑스트라처럼 치부되었지만, 그것이 일종의 편견이었다며 보기 좋게 깨버리고 중심으로 들어와 버린 손담비. <동백꽃 필 무렵>은 그래서 어쩌다 손담비를 발견한 드라마가 되었다. ‘인생캐’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사진:KBS)

‘유령을 잡아라’, 첫 방부터 웃음과 긴장감 모두 잡은 문근영

 

정말 캐릭터 이름에 걸 맞는 ‘유령’ 같은 문근영이다. 4년 만에 드라마 복귀작인 tvN <유령을 잡아라>에서 문근영은 첫 방부터 웃음과 긴장감을 모두 잡았다. 시작은 발랄하고 엉뚱하지만 의외로 통쾌한 웃음이다. 지하철 경찰대에 들어가기 위해 취객 분장을 한 채 소매치기를 잡는 시퀀스는 이 유령(문근영)이란 인물의 특별한 매력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범인을 잡기 위해 몸 사리지 않고 뛰어드는 열정에, 모든 지하철역을 머릿속에 그림처럼 담아놓고 있어 지상으로 도망치는 범인을 지하로 쫓아가 잡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인물. 그의 존재감이 빛나게 된 건 왕수리 지하철 경찰대의 고지석 반장(김선호)과의 대비 때문이다. 어딘지 경찰이라기보다는 공무원에 가깝게 몸을 사리고, 겁도 많아 보이는 고지석 반장이 머뭇거릴 때 저 앞으로 뛰쳐나가는 유령이 묘한 팀워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웃음과 가벼움은 유령의 숨겨진 안타까운 사연이 드러나면서 진지한 긴장감으로 이어졌다. 즉 그가 그토록 온 몸을 던져 지하철 경찰대에 들어가려 하는 이유와 지하철의 모든 구조들을 꿰게 된 이유가 실종된 자신의 쌍둥이 동생을 찾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드러난 것. 지하철 연쇄살인범을 잡는 일이 고지석 반장에게 내려진 특명이면서 또한 동생을 찾기 위한 유령의 목표가 된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명확한 지향점을 드러낸다. 여기서 가벼운 웃음은 진지한 긴장감으로 변하게 된다.

 

유령이라는 다소 만화 같지만 귀엽고 발랄하면서도 남다른 열정을 드러내는 진지함으로 돌변하는 캐릭터나, 고지석처럼 겁 많아 보이지만 실제 상황이 닥치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캐릭터가 엉뚱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지하철 경찰대라는 소재의 특이성 때문이다. 지금껏 연쇄살인범을 잡는 스릴러 장르라고 하면 웃음기 쏙 뺀 긴장감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웃음의 코드나 그런 캐릭터는 세워지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하철 경찰대는 강력반이 등장하는 스릴러와 달리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잡범들을 잡는 이야기가 주일 수밖에 없다. 즉 소매치기를 잡아낸다거나, 몰카를 찍는 성추행범들을 잡는 일들이다. 물론 잡범이라는 표현에 들어 있듯이 이들 범죄가 가볍다는 건 편견이다. 그래서 잡범들을 잡는다는 어딘지 가볍게 보이는 이야기가 차츰 중대 범죄처럼 느껴지면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건 이런 편견을 깨려는 드라마의 기획의도이기도 하다.

 

몰카를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범죄자들이 동영상을 돌려보는 차원을 넘어 특정 인물을 지목해 납치하고 성폭행을 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이 가볍게만 보이는 사안의 중대함을 드러낸다. 결국 붙잡힌 범인이 “살살 좀 합시다. 내가 뭐 사람 죽인 것도 아니고”라고 하자 유령이 “죽였어 사람. 몰카, 성폭행 그거 인격살인이야”라고 하는 대목이 그렇다.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에도 들어가 있듯이 ‘피해자가 느끼는 상처의 무게’엔 경중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어쩌면 엄청나게 잔인한 연쇄살인범보다 지하철 같은 일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훨씬 더 우리에게 실감을 주고 더 큰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문근영은 귀여움과 엉뚱함에 절절한 눈물과 열정을 오가는 연기로 그 몰입감을 제대로 선사해내고 있다. 파트너로 등장할 김선호의 웃음 터지는 허당기와 어떤 케미를 만들어낼 것인가가 궁금하고 기대되는 대목이다.(사진:tvN)

‘배가본드’에 담긴 무척이나 씁쓸한 우리네 현실

 

“국가의 명령이다.”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에서 차달건(이승기), 고해리(배수지)와 함께 비행기 폭탄테러의 증인인 김우기(장혁진)를 보호하려 사투를 벌이던 기태웅(신성록)은 국정원장의 그 말에 갈등하기 시작한다. 지원을 빙자해 투입된 암살조 앞에서 차달건과 고해리 그리고 김우기가 죽을 위기에 처했음을 알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국가의 명령’이라는 말 때문이다.

 

그런데 그건 과연 국가의 명령인가. 국가를 호명해 개인적 치부와 권력을 잡으려는 이들의 비뚤어진 욕망인가. 차세대 전투기 도입을 두고 존엔마크사 제시카 리는 경쟁사인 다아나믹사 기종의 민항기를 테러해 여론을 자사에 유리하게 돌리려 하고, 이것은 국정원 내부의 민재식 국장(정만식), 국방부 정책실장 박만영(최광일) 그리고 쉐도우로 불리며 이 일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윤한기 민정수석(김민종)까지 연관되어 있다. 게다가 대통령 정국표(백윤식)나 홍순조 국무총리(문성근)는 사실상 이런 일들을 방조하다시피 한다. 앞에서는 국민을 호명하며 눈물까지 흘리지만 자신의 정치적 이득만을 생각하는 인물이다.

 

이러니 국가의 이익이란 저들의 말은 허망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심지어 비행기 테러로 자국민들이 아이들까지 사망했지만 진상규명 같은 건 애초 저들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것들이다. 대신 어떤 것이 정치적 이득인가 아닌가를 판단하고, 어떤 것이 저들의 돈과 권력에 유리한가만을 저들은 판단한다.

 

<배가본드>는 이런 국가 수뇌부와 국정원까지 연루된 게이트를 다루는 액션 장르의 드라마지만, 그 밑그림으로 과거 정권들이 만들어냈던 현실들을 환기시킨다. 이명박 정권 시절의 BBK사건 의혹 같은 권력을 통한 개인적 치부와,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스모킹건이 됐던 비선실세 그리고 당시 벌어졌던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들이 묘하게 <배가본드>의 밑그림 안에 녹아 있다. 거기에는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이른바 ‘나쁜 짓들’이 떠오른다.

 

“당신은 나라에서 월급 받잖아. 난 세금 내는 사람이고. 내 문제고 내가 해결할 일이야. 내 조카가 죽었으니까.” 김우기를 데리고 입국하는 배 위에서 차달건은 고해리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는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월급 받는 사람은 그 주는 사람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그의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에게 월급 주는 사람은 과연 국가인가. 아니다.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다. 그래서 차달건의 이 대사는 스스로 가진 인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그건 그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문제다. 세금으로 월급 받는 저들은 국가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존재들인 것. 그 이야기를 들은 고해리가 현실을 이해한다면서도 내놓은 답변에는 이들이 조금씩 이런 사실을 몸소 깨달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 맞아. 난 공무원이고 우리 엄마랑 동생도 부양해야 돼. 근데 다음번에도 이런 일 생기면 어떡할 건데? 그 때도 공무원이니까 국가에서 나쁜 짓해도 모른 척 못 본 척 그래야 하는 거네? 훈이하고 훈이 친구들 우리 아빠 고광철 대령님이 저 위에서 다 보고 있는 거 아는데. 하늘에서 보고 있는 거 내가 다 아는데. 근데 어떻게 무섭다고 나만 도망쳐. 이번에 국민들한테 제대로 알려줄 거야 나쁜 시키들 나쁜 짓 다시 못하게.”

 

사실 우리네 현실에서 국민들이 국가라는 이름에 갖는 인상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하다. 그건 국민을 보호하고 지켜주기보다는 국민을 호명해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했던 권력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억울한 죽음조차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해주지 않는 국가 앞에 어떻게 신뢰와 지지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배가본드>에서 돈키호테처럼 차달건과 고혜리는 국가와 싸우게 되었다. 그건 물론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들이 죽을 위기를 매번 넘기고 점점 저 부패한 권력의 실체를 까발리기 위해 다가가는 그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차달건의 일갈이 속 시원해지는 건 국가의 명령보다 국민이 우선이라는 우리 시대의 지엄한 정서가 깔려 있어서다.

 

“국가를 위해서 불철주야 수고 많으십니다. 뭐야 윤한기 민정수석도 와계시네? 야 기태웅이 정의로운 척 혼자 다 하더니 거기 붙어먹으니까 살만 하냐? 민재식 국장 야 넌 욕도 아깝다. 니들 다 엿 됐어 이 새끼들아! 내가 곧 박살내러 갈 거거든!”(사진:SBS)

‘나의 나라’, 양세종의 아픔과 그 아픔을 바라보는 설현

 

세상에 설현의 연기에 가슴이 울컥해지다니. 어쩌면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의 시청자들은 적이 놀랐을 것 같다. 죽은 줄만 알았던 서휘(양세종)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한 한희재(김설현)의 눈은 한껏 커졌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아야 한희재가 안전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서휘가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나려 할 때, 한희재가 피 묻은 칼을 쥔 서휘의 손을 붙잡는다. 두 손을 꼭 쥔 손에 한희재가 그간 마음에 품어왔던 그리움과 연정, 걱정 같은 감정들이 묻어난다. 그리고 한희재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이 짧은 장면은 시청자들 또한 울컥하게 만든다. 그건 그 한희재의 시선에 서휘의 참혹한 운명이 담겨지기 때문이다. 서휘가 그간 겪었던 일들을 떠올려 보라. 가장 친한 동무였던 남선호(우도환) 때문에 사랑하는 동생을 두고 전장으로 나가야 했고, 요동 정벌군으로 나선 전장에서도 그는 오지 않는 지원군들에게 버려졌다. 그들은 지원은커녕 척살당할 위험 속에서 살아나왔다.

 

그렇게 살아 돌아와 자신을 전장을 내보낸 남선호의 아버지 남전(안내상)을 찾아가지만, 거기서 기억을 잃어버린 동생 연이(조이현)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연이를 볼모로 자신을 수족으로 삼으려는 남전 앞에서 서휘는 동생을 위해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사랑하는 한희재 역시 그를 지켜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자신을 위한 삶은 없고 오로지 주변인들을 위한 삶만이 놓여 있으며, 그것도 칼이 난무하는 사지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그가 감당해야 하는 삶이다.

 

그 누구도 그 삶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심지어 동무인 남선호조차 그를 이용하려 하지만, 유일하게 단 한 사람만이 그 아픈 운명을 들여다보고 눈물을 흘려준다. 바로 한희재다. 모두가 죽었다고 말할 때도 믿지 않고, 애써 외면하려 하는 그를 붙잡아 세운다. 한희재가 서휘를 잡아 세우는 그 짧은 장면이 특히 먹먹해지는 건 바로 그 장면 하나에 담긴 이런 많은 이야기들이 읽혀지기 때문이다.

 

연기는 연기자의 연기력만으로 빛을 보는 건 아니다. 물론 베테랑 연기자들이야 제 아무리 엉성한 캐릭터를 갖고 와도 스스로 해석해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보통의 경우 좋은 연기는 그걸 받쳐주는 대본과 캐릭터를 만났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의 나라>는 이제 배우라 불러도 될 법한 연기를 보여주는 김설현에게는 소중한 작품이 될 것 같다. 한희재라는 캐릭터가 그의 연기 가능성을 끄집어내 줬으니 말이다.

 

한희재라는 캐릭터는 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가는 능동적인 여성이다. 특히 신덕왕후 강씨(박예진)를 보좌하는 모습에서는 대사 하나하나에도 매력적인 카리스마가 엿보인다. 남전과 팽팽한 기싸움을 보여주는 대목에서 “어린 세자를 바라는 건 비단 전하 뿐만은 아닌 듯싶다”며 남전의 야심을 정면에서 건드리며 “친절한 곁을 경계하십시오”하고 말하는 장면이나, “널 치마정승이라 부른다지”하고 남전이 말하자, “대감을 갓 쓴 왕이라 부른다더이다”고 말하는 장면이 그렇다.

 

한희재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건 이를 소화해내는 괜찮은 김설현의 연기와 더불어 <나의 나라>라는 작품의 스토리 속에서 그 대사 하나하나가 캐릭터에 매력을 부여해서다. <나의 나라>에 김설현이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간 너무 외모로만 부각되어 왔던 김설현이 아닌가. 하지만 그 선입견이 보기 좋게 깨져버렸다. 배우의 노력과 괜찮은 작품이 만나서 가능해진 일이다. 모쪼록 이 경험이 앞으로도 그에게 중요한 자양분이 되기를.(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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