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덴돈집 고민 토로에 응원 이어진 까닭

이젠 손님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신포시장 청년몰 마지막편에는 지금껏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점주들의 새로운 고민이 등장했다. 그건 프로그램과 백종원의 솔루션으로 가게들이 성업을 하게 되면서 생겨난 고민이다. 너무 많은 손님들이 전국에서부터 몰려오자 땡볕에 기다리는 손님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미안해 부담감이 커졌고, 그래서 빨리 만들다보니 본래의 맛도 잃어가는 상황을 맞이한 것. 

첫 방송부터 ‘제2의 백종원’이라고 지칭되며 별다른 솔루션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모범생’의 면모를 보이던 덴돈집 사장은 왜 방송에 나와 찾아갔지만 생각보다 맛이 별로였다는 그런 이야기들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평상시가 100%라면 지금은 60% 정도밖에 음식 맛을 내지 못한다고 솔직히 털어놓는 덴돈집 사장은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SNS를 통해 올라온 댓글들을 통해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반응에 스스로도 그 문제가 어디에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이런 문제가 사실 그간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성업을 맞게 된 많은 점주들이 가진 공통된 문제였다고 했다.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방송이 끝나고 나서 맞이한 문제들이 그것이라는 것. 다만 워낙 처음부터 모범적인 음식점이었던 덴돈집은 그 문제를 일찍 맞닥뜨린 것뿐이었다.

백종원의 솔루션은 간단했다. 손님이 왜 기다리는가를 사장에게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손님은 눈앞에 보이는 음식을 빨리 먹으려고 온 게 아니다”라는 게 그의 답이었다. 방송에서 백종원이 맛있게 먹던 그대로 그 맛을 느끼고 싶어 왔다는 것. 그러니 조급하게 할 일이 아니고 하던 대로 천천히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위해 자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장사가 잘되게 됐다고 평소 “60인분 하던 사람이 100인분을 하는 건” 무리가 될 수 있다며 “한계치 이상의 음식을 팔지 말라”고도 했다. 양이 아니라 음식의 질이 유지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며 장사는 단기적인 효과가 아니라 보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사실 덴돈집 사장의 이런 고민은 마치 ‘배부른 고민’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외려 덴돈집 사장의 고민에 응원의 목소리들을 더하고 있다. 왜 그럴까. 그건 거기서 요식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되는 기본적인 자세와 태도를 발견할 수 있어서다. 그의 고민은 ‘당장의 장사’만을 목적으로 했다면 나올 수 없는 것일 수 있었다. 그것보다 그는 손님들의 만족을 원했다. 어떻게 하면 보다 더 오래 지금의 만족을 지속적으로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이다. 

음식을 소재로 하는 방송들이 늘어나고, 굳이 방송이 아니라도 SNS시대에 입소문으로 유명해지는 음식점들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그렇게 유명해져 찾아간 음식점의 음식이 의외로 별로인 경우가 적지 않다. 거기에는 덴돈집 사장이 마주한 양이 질을 잡아먹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어디 그 많은 유명해진 음식점들이 덴돈집 사장처럼 질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을 하던가. 그래서 홍보의 맛을 본 음식점들은 또 다른 홍보를 통해 수익만을 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덴돈집 사장의 고민에 시청자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보낸 건 이런 집이야말로 음식점을 할 자격이 있다 여겨지기 때문이었다. 많이 팔려 하기보다는 단 한 사람의 손님이라도 제대로 만족할 수 있는 음식을 내놓으려 고민하는 자세. 그것이 진정한 맛집을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사진:SBS)

‘꽃할배’ 여행의 끝, 김용건은 왜 눈물을 흘렸을까

그가 눈물을 흘릴지 상상하지도 못했다. 아니 그는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늘 유쾌하고 친절하며 배려 깊고 스스로 자신을 낮추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는 그것에 즐거워하는 막내 어르신. 그런 모습이 tvN 예능 <꽃보다 할배>가 여행을 통해 보여준 김용건이었다. 

그런데 그는 여행의 끝에서 두 번의 눈물을 보였다. 그 첫 번째는 빈에서 찾았던 음악회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 중 ‘오 사랑하는 나의아버지’를 듣다 흘린 눈물이었다. 음악이 가진 힘은 그 노래를 듣던 기억들을 순식간에 소환해낸다는 것이 아닐까. 김용건은 늘 들었던 그 노래를 바로 눈앞에서 들으니 뭉클한 감정이 피어올랐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들이 그 노래를 타고 하나하나 주마등처럼 떠올랐다는 것. “마치 나를 위한 음악회 같았어요.” 그는 그렇게 말했다.

두 번째 눈물은 실로 의외였고 반전이었다. 여행의 막바지에 나영석 PD가 던진 질문, “청춘으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돌아가 무엇을 하고 싶으시냐”는 그 질문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며 주르륵 흘러내린 눈물이었다. 그가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한 건 남달랐던 어려운 어린 시절을 떠올려서다. “어릴 때 형제가 많아서 힘들었다. 6.25로 가족이 몰락하기도 했고, 젖을 제대로 먹든 분유를 먹든 이유식을 먹든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의 눈물은 우리가 <꽃보다 할배>를 통해 봤던 그의 밝기만한 모습 이면에 놓인 아픔 같은 것들을 끄집어냈다. 김용건이 음악회에서 노래를 들으며 주마등처럼 떠올랐던 과거처럼, 나영석 PD의 질문에 떠올렸던 어려운 어린 시절처럼, 그의 눈물은 그간 <꽃보다 할배>에서 그가 주었던 남다른 모습들을 다시 떠오르게 했다. 

생각해보면 마치 강박관념이라도 있는 듯 끊임없이 농담을 던졌던 그였다. 이동 중에 혹여나 침묵이 흐르면 “건건이는 어디 갔어?”라고 물어볼 정도로 그의 농담은 이들의 여행에는 하나의 공기처럼 존재했다. 그 허허로운 농담에 ‘건건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김용건의 그 농담이 있어 여행은 더더욱 활기를 띨 수 있었다. 

몸이 불편해 다른 어르신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백일섭 옆에서 괜스레 “홍도야 우지마라-”를 부르며 ‘그 때’를 소환해내는 김용건이 있어 백일섭은 더 힘을 낼 수 있었고, 다소 지칠 수 있는 이동 간에도 그의 농담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았다. 그건 제작진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어르신들과의 여행에서 그는 젊은 제작진들에게도 존칭을 하고 농담을 던짐으로써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쉬지 않고 떠들면서 입술이 마른다며 립글로즈를 바르는 모습은 사실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마치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스스로를 낮춰 웃음을 주려 했던 김용건. 여행의 끝에서 그가 보여준 눈물은 그의 웃음과 농담들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만들었다. 

그는 어쩌면 그냥 즐거운 사람이 아니라 즐겁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노력의 이면에는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삶의 버거움이 가려져 있었다는 것. 본래 농담이란 그 힘겨운 현실을 다소 허허롭더라도 웃음으로 넘기기 위해 우리가 하는 본능적인 행동들이 아닌가. 김용건의 눈물은 그래서 그가 했던 농담들을 다시금 하나하나 떠올리게 했다. 그건 마치 우리가 왜 힘겨워도 애써 웃으며 살아야 하는가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사진:tvN)

‘수미네 반찬’ 여경래, 편안한 웃음과 요리만으로 충분하다

예능 프로그램인데 예능의 역할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존재감이 적지 않다. 묵묵히 김수미의 레시피를 특유의 손에 익은 솜씨로 척척 해나가고, 김수미가 만든 음식을 먹어보며 맛있는 그 이유를 살짝 설명하는 정도가 그가 하는 역할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tvN 예능 <수미네 반찬>의 여경래 셰프를 보면 꼭 웃기지 않아도 프로그램에 자신만의 색채를 더하는 그의 존재감이 새삼 느껴진다.

<수미네 반찬>의 출연자들은 요리를 중심으로 캐스팅되어 있지만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도 최적화되어 있다. 그 중심에 선 김수미 자체가 그렇다. 그는 특유의 독한 직설이 그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엄마들의 캐릭터들이 그러하듯이 거친 삶 속에서도 자식들 건사하기 위해 해온 남다른 공력이 묻어난다. 욕이 섞일 정도로 거칠기도 하지만, 그것이 모두 자식 사랑을 담고 있기에 웃음이 터지는 그런 모습. 

김수미가 스승으로서의 카리스마를 확실히 세우고 있기에 다른 셰프들의 캐릭터 또한 살아난다. 최현석 셰프는 조금은 뺀질뺀질하고 김수미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듣기 좋은 말만 골라하는 캐릭터로 세워졌다. 이미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도 특유의 예능감을 선보였던 그여서인지, 그는 때론 아부를 하고 때론 실수를 하며 김수미와 예능 밀당을 벌이는 재미를 선사한다.

미카엘은 외국인 셰프라는 점이 김수미와의 독특한 관계를 만들었다. 정량의 계량법을 동원하지 않고 ‘요만치’ 계량법을 얘기하는 통에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미카엘은 바보스럽게 웃는 모습으로 프로그램에 웃음을 준다. 무얼 만들어도 외국인 셰프가 한 것 같은 요리는 김수미와 장동민을 웃게 만든다. 외국인이 엄마표 한식을 만드는 그 광경 자체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지만.

장동민은 김수미와 마치 2인1조로 짜여진 듯한 찰떡 케미를 보여준다. 빠르게 진행되는 요리 속에서 ‘요만치’ 같은 레시피를 나름 옆에서 보며 양을 가늠해줌으로써 셰프들이 따라오게 해주고, 개그맨답게 계속해서 드립을 침으로써 김수미를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김수미와 셰프들 사이에서 얄팍한 권력(?)을 활용하는 모습 또한 예능적 재미를 더해준다. 

이처럼 <수미네 반찬>에는 요리 프로그램이지만 모두가 예능적인 역할들을 부여받았고 나름대로 수행해나간다. 하지만 여경래 셰프의 역할은 다르다. 연령대가 있어 김수미도 존중해주는 여경래 셰프는 예능을 하기보다는 요리에 대한 진지함을 드러낸다. 가끔 최현석 셰프가 하듯 예능적인 멘트를 하려 하기도 하지만, 김수미는 그런 여경래 셰프의 시도(?)를 하지 말라고 한다. 예능 바깥에 위치해 프로그램에 부여하는 진지함이 그만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예능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것은 그의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 속에 녹아 있다. 셰프들 중 맏형이지만 다른 셰프들이 한 요리를 맛보며 너무 맛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자신 역시 만만찮은 셰프 인생을 살아왔지만 김수미가 하는 요리를 마치 초심자처럼 진지하게 배우는 자세를 보여준다. 그가 김수미의 제자 중 모범생(?) 같은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다른 셰프들의 예능적 행동들이 부각되는 점도 있다. 물론 같은 재료로 선사하는 중식을 만들 때는 모두를 집중하게 할 정도의 카리스마를 보이지만.

흔히들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너도 나도 웃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셰프들의 본업은 음식을 만드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방송인이 된 셰프들도 점점 많아졌다. 하지만 셰프들이 웃음을 향해 예능화되어가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럴까. 오히려 요리에만 집중하고 예능은 전혀 할 줄 몰라 하는 여경래 셰프가 참신하게 다가온다. 그것이 셰프의 본 모습으로 느껴져서다.(사진:tvN)

‘이타카’, 왜 하현우여야 했는지 알겠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보물 같은 매력들이 나오는 걸까. 시청률은 낮아도 tvN 주말예능 <이타카로 가는 길>은 거기 매력적인 출연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확실한 재미가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국카스텐의 메인보컬이자, 우리에게는 <복면가왕>의 ‘음악대장’으로 잘 알려진 하현우가 있다. 

어딘지 센 이미지를 보이지만 하는 말 하나하나는 그 이미지를 깨는 허당기와 모지리의 모습이다. 여행경비를 맡고 있는 총무지만, 어딘지 돈 계산이 서툴러 보인다. 너덜너덜해진 돈 봉투를 보고 “어떻게 갖고 다니면 이렇게 되냐”고 윤도현이 묻는 장면에서 빵 터지고, 깔끔한 듯 물수건으로 닦지만 “그러면 뭐 하냐”며 바로 코를 후빈다는 이홍기의 말에 웃음이 터진다. 윤도현은 그래서 하현우를 ‘모지리’라고 부르고, 이홍기는 ‘이상한 형’이라 부른다. 물론 묘한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하는 그런 모지리고 이상한 형이지만.

하지만 기타를 상시 놓지 않고 여행 중에도 연습을 하는 연습벌레인데다, 막상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이홍기와 윤도현이 합을 맞춰 부른 ‘붉은 밭’은 여행 중 어딘지 허당기 가득해 보였던 하현우가 ‘역시 놀라운 록커’라는 사실을 단박에 확인시켜줬다. 국카스텐의 색깔이 묻어나는 그 곡 속에서 더욱 빛나던 하현우의 카리스마였다.

하현우의 그런 모습을 지적하는 윤도현과 이홍기에게 그는 사실 자신은 “바닥까지 다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의도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그저 본래 그런 모습이라 저절로 드러나는 것처럼 보인다. 음악 안에서는 집중력을 발휘하고 여행으로 돌아오면 ‘인간미’를 보여주는 하현우는 실로 왜 민철기 PD가 그와 함께 이 새로운 여정과 예능을 하게 됐는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사실 민철기 PD가 만들었던 <복면가왕>을 최고 정점으로 끌어올려준 장본인이 바로 하현우였다. 음악대장 하현우는 특유의 가창력으로 무대를 장악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노래가 끝나고 나면 예능감 넘치는 모습을 통해 웃음을 주기도 했었다. 그래서 당시 <복면가왕>이 큰 화제가 됐던 건 그저 노래를 잘해 오래 정상자리를 지켰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음악대장에 대한 인간적인 매력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록커들의 여정’을 담고 있어 자칫 그 강한 성향들이 부딪치게 되면 미션은커녕 여행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하현우는 윤도현과 이홍기의 중간에서 편안하고 기분 좋은 여행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윤도현과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어왔던 하현우는 늘 존경의 시선을 보내면서 동시에 짓궂은 장난을 칠 수 있을 만큼의 친근함을 보여준다. 또 조금은 어려워할 수 있는 이홍기에게는 자신의 ‘빈 구석’을 드러냄으로써 진짜 형제 같은 편안함을 만들어준다. 

주말예능 시간대에 편성되어 <이타카로 가는 길>은 1%대의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애초부터 결과만을 보고 만든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하현우가 말했듯, 이타카라는 곳은 실상 그저 평범한 마을일뿐이다. 즉 목적지나 결과가 아니라 그 곳까지 가는 여정이 중요하다는 것. 그런 점에서 보면 <이타카로 가는 길>은 적어도 충분한 재미와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하현우가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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