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포항 덥죽집 사연, 올 최고의 미담이 되길 바라는 건

 

2018년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찾았던 포방터 시장은 이 프로그램의 진가를 보여준 바 있다. 그 곳에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제대로 된 음식과 서비스에 대한 고집으로 백종원은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감동하게 만든 돈가스집은 그래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모범답안처럼 제시된 바 있다. 코로나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는 올해 요식업계에도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준 가장 큰 미담의 주인공이 있었다. 그건 바로 포항 덮죽집이었다.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동생 둘이 벌인 가게가 연거푸 어려움을 겪고 결국 맏언니가 떠안아 어렵게 돈가스집으로 운영하던 그 가게를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처음 찾았던 건 지난 봄. 돈가스집으로는 도무지 해법이 보이지 않았던 가게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솔루션 자체 몇 개월 동안 미뤄진 그 곳은 그러나 몇 달 뒤 찾아간 백종원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백종원이 던진 "죽은 어떻겠냐"는 한 마디에 마치 성실한 학생이 숙제를 하듯 무려 세권이나 되는 노트에 빼곡하게 적어 연구를 거듭한 레시피에 백종원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덮죽. 백종원은 엄지를 치켜들었다. 드디어 이 집이 그 간의 긴 실패와 어려움을 딛고 꽃길을 걷게 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이런 바람은 지난 10월 덮죽집 사장님이 SNS를 통해 올린 눈물겨운 호소문으로 대중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덮죽'을 한 식품 제조 마케팅 업체이자 프랜차이즈가 상표 출원을 해 도용했다는 것. 사장님은 "포항 골목식당 출연 덮죽집은 서울 강남 그 외 지역의 업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뺏어가지 말아주세요. 제발. 수개월의 제 고민이, 수개월의 제 노력이, 그리고 백종원 선생님의 칭찬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번 연말을 맞아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힘내요 소상공인 특집'으로 마련된 방송은, 덮죽집 사장님의 사연이 공개됐던 10월 백종원이 부랴부랴 포항 덮죽집을 찾았던 내용을 보여줬다. 가게를 들어오는 백종원을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진 덮죽집 사장님에게서 그간의 마음 고생이 읽혔다.

 

"제가 잘 모르잖아요"라고 자꾸 말하는 사장님은 장사 초보로서 음식에만 온 정신을 쏟고 싶은 마음이지만 이런 일까지 겹쳐 너무나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자신은 내지도 않은 상표 등록과 프랜차이즈로 인한 오해 때문에 오시는 손님들 중에는 사장님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맛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자신이 할 수 있는 분량만 팔다 보니 못먹고 돌아가는 분들도 많았고 포장을 원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그것도 맛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안하고 있었던 터였다. 그러니 다른 업체가 '덮죽' 브랜드를 슬쩍 상표등록해 프랜차이즈까지 하고 있다는 소문은 사장님을 오해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자포자기하고 싶은 마음까지 있었다고 말하는 사장님에게 백종원은 "우리가 있는데요"라고 말했다. 그 '우리'라는 말이 사장님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됐을까. "걱정하지 마세요. 싸움은 내가 대신해줄게요." 백종원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대해 사장님은 그날 노트에 이렇게 기록했다. '너무나 든든하게 걱정 말라며 내가 있잖냐고 내가 다 알아서 해줄테니 걱정 안해도 된다고 위로해주셨다. 내 생애 이렇게 든든한 빽이 생길 수 있다니. 감동이다.'

 

제작진과 백종원이 기꺼이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고 사실을 알게 된 분노한 누리꾼들이 해당 업체의 다른 프랜차이즈까지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온 후 업체 대표가 찾아와 무릎을 꿇었다고 했다. 방송의 힘이나 덮죽집을 응원하게 된 누리꾼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일단락된 사안처럼 보였지만 아직 상표권 관련 문제들은 여전히 남은 숙제가 되었다. 다음 회 예고에서는 백종원이 나서서 특허청과 변리사를 찾아가 해결책을 물어보는 장면들이 공개됐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있고 사장님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백종원 같은 인물이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사안이지만 사실 이런 소상공인들이 때론 잘 몰라서 때론 힘이 없어 겪게 되는 보이지 않는 피해사례들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런 일들은 방송이 아니라 정부의 몫이어야 하는 일들이다. 그래서 씁쓸함이 느껴지지만 그 실현되지 않는 일들을 나서서 해주고 있는 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존재 근거가 아닐까 싶다. 불황에 코로나19 같은 악재까지 겹친 데다 상표 도용 문제까지 겪은 포항 덮죽집이 그래도 그 모든 문제들을 이겨내는 미담으로 남기를 바라는 건 그것이 마치 마지막 남은 희망처럼 보여서다.(사진:SBS)

'싱어게인', 완벽한 무대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건

 

사실 JTBC 오디션 <싱어게인> 팀 대항전에서 1호 가수 벤티와 45호 가수 윤설하가 한 팀이 됐다는 사실은 기대와 더불어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무려 30년의 나이 차가 나는 데다 두 사람의 음악적 성향도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벤티가 걸 그룹의 곡들까지 망라해 춤과 노래가 가능한 끼를 가진 아이돌의 색깔이 짙다면, 윤설하는 과거 김창완과 꾸러기들에서 활동했던 모습 그대로 포크 가수의 면모를 갖고 있다. 그러니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합을 맞출 지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생길밖에.

 

게다가 이들이 뽑은 카드는 2010년대 곡이었다. 윤설하에게는 더더욱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벤티의 아이디어는 돋보였다. 첫 무대에서 외모 차별을 겪은 일화를 들려준 윤설하의 이야기를 떠올린 그는 2NE1의 '어글리'를 선곡했다. 윤설하 역시 젊은 세대들의 노래라고 해도 자신이 몰입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는 곡이라면 소화할 수 있을 거라 했다.

 

실제로 이 선곡은 주효했다. 송민호 심사위원의 말대로 윤설하의 목소리로 다시 들려지는 '어글리'는 2NE1이 부르던 노래와는 다른 느낌으로 전달됐다. 오롯이 윤설하의 이야기로 재해석되었던 것. 음정이나 박자 같은 노래의 기술적인 측면들은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래는 그런 기술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윤설하는 실제로 증명해보이고 있었다. 심지어 중간에 박자를 놓쳐 노래가 잠시 이어지지 못하는 큰 실수가 벌어졌지만, 벤티가 옆에서 도와주는 모습조차 무대를 더욱 감동으로 만들어줄 정도였다.

 

이런 일은 이들 팀과 대결한 '여자 양준일'로 자신을 소개했던 50호 가수 윤영아와 양준일의 '리베카'를 재해석한 무대로 호평 받았던 37호 가수 임팩트 태호 팀에서도 벌어졌다. 역시 나이 차이가 나는 이 팀은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를 선곡했지만 빠른 노래의 템포를 따라가기 힘들어했던 윤영아를 태호가 도와줌으로써 노래는 물론이고 춤까지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본 무대에서 가사를 놓치는 실수를 했지만 윤영아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무대를 마무리 짓는 모습으로 감동을 줬다.

 

두 팀 모두 완벽한 무대라고 할 수는 없었다. 실수가 있었고 노래도 완벽하다 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완벽하지 않은 무대가 주는 감동은 분명히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보여주는 무대의 진정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결국 윤설하와 벤티 팀이 대항전에서 졌고 두 사람 모두 탈락하게 됐지만 그들의 무대는 이 날 최고의 무대로 기억됐다.

 

물론 팀 조합을 심사위원들이 함으로써 다소 무리한 방식으로 팀이 이뤄졌다는 비판은 공감 가는 면이 있다. 윤설하와 벤티의 조합도 그랬지만, 이날 방송에 나온 러브홀릭 지선과 유미 팀은 19년 지기 우정을 이어온 친구였지만 음악적인 성향은 너무나 달라 두 사람이 모두 돋보이는 무대를 보이기가 어려웠다. 이선희의 '불꽃처럼'을 선곡했지만 초고음을 뽑아내야 하는 그 곡은 감성보컬 지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지선의 탈락은 그래서 조합과 선곡에서부터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일 수 있었다.

 

<싱어게인>은 이처럼 다소 이질적인 팀 조합으로 보다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기 어려운 팀들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거나, 완전히 색다른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했고, 나아가 본 무대에서 실수까지 나오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쉽지 않은 무대가 주는 감동은 분명히 있었다.

 

한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실수는 곧바로 탈락으로 이어지는 게 다반사였다. 특히 팀 대항전에서 한 팀원의 실수는 모두에게 민폐가 되는 일로 비판받기도 했다. 하지만 <싱어게인>은 실수를 해도 또 탈락을 해도 어딘가 훈훈한 감동을 주는 이상한 오디션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혹 우리는 완벽한 무대만이 최고의 무대라고 착각했던 건 아닐까. 완벽하지 않아도 그 노래하는 이들의 진정성이 묻어난 그런 무대가 최고의 무대라는 것. <싱어게인>은 그걸 보여주고 있다.(사진:JTBC)

'금쪽같은 내 새끼', 관찰카메라의 자극 대신 공감 코칭 선택

 

이른바 '육아예능'이 쏟아져 나왔던 건 관찰카메라라 불리며 사실은 리얼리티쇼를 시작한 우리네 예능가가 그 안전한 선택으로서 '육아'를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MBC <아빠 어디가>가 그 시작이었다면,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고 SBS <오 마이 베이비>가 등장하면서 육아예능의 트렌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 육아예능은 한 풀 꺾인 상태다. <아빠 어디가>는 일찍이 종영했고 <오 마이 베이비>도 버티다 종영을 선택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만이 주말시간대의 시청률을 가져오면서 지금껏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육아예능이 이렇게 예전만 못해진 건, 애초 육아의 버거움을 예능적인 툴로 담아내겠다던 취지가 점점 희석되고, 보다 예능에 맞춰진 이벤트가 많아지면서 공감대 역시 사라졌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육아와 특히 아빠들의 잠깐 체험하는 육아가 보통 사람들의 육아와는 다르다는 점도 공감이 사라진 이유가 됐고, 어떤 경우에는 그들만의 육아로 시청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불편함을 안기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오은영 박사가 주축이 되어 진짜 리얼 육아의 일상을 관찰카메라로 보면서 공감가는 코칭을 더해주는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는 앞에서 거론한 육아예능들과는 차별화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벤트적인 예능적 성격은 거의 들어내고 오롯이 리얼 육아 속에서 벌어지는 많은 고민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카메라에 담아내지만, 그러면서도 자극적인 시선을 지워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개그우먼 허민과 야구선수 정인욱 편에서 동생이 생겨 질투가 폭발한 첫째 아이가 동생을 안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짜증을 내고 발로 차기도 하며 심지어 모빌을 집어 던지는 행동을 한 후 엄마한테 "할아버지가 발로 찼다"고 거짓말을 하는 행동을 담아내는 영상이나, 그걸 보고 코칭을 해주는 오은영 박사의 방식은 자극보다는 공감이 먼저였다. 

 

아이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금쪽이'라고 표현하는 데서부터 알 수 있듯이 방송은 여기 관찰카메라에 담기는 이들을 최대한 보호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또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비춰질 때 스튜디오에서 그걸 보는 패널들은 놀라면서도 자신들 역시 그런 경험을 했다는 걸 드러내면서 그것이 그 집만의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공유한다. 이렇게 출연자의 개인사를 담아내면서도 거기 등장하는 문제를 보편적인 시선으로 끌어안는 방송의 태도는 이 육아예능이 진짜 육아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개그우먼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게 되면서 경력이 단절된 상황을 겪고 있는 허민의 입장을 통해, 같은 처지에 놓여 있을 분들과의 공감을 끄집어내는 부분도 주목할 점이다. 두 아이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 독박육아가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면서 시아버지와 남편 같은 가족의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사실을 영상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이런 분위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건 오은영 박사다. 그는 그 관찰카메라 속에서 아이가 하는 행동이 왜 일어나는가를 공감하면서도 전문가로서 그 시기가 되면 무조건 받아주기보다는 '금지'되는 것도 알아야 하고 '훈육'도 필요하며 집안 내 서열도 인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생을 가족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공해준다. 아이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소통하고 또 육아에 조금씩 참여시켜 동생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며, 가족 간의 스킨십을 통해 서열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방식이 그것이다. 

 

사실 최근 들어 관찰카메라는 점점 자극적인 소재와 연출로 흘러가는 중이다. 한때는 이 형식이 갖는 사생활 엿보기의 불편함을 상쇄하기 위해 소재로 선택한 육아예능의 경우도 그것이 과연 재미 그 이상의 정보적 가치를 주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 지 오래다. 그런 점에서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는 진심이 느껴지는 진짜 육아예능의 면모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보면서 안타까운 현실을 공감하기도 하고 그걸 넘어서는 가족애의 감동을 전하기도 하며, 무엇보다 제대로 육아에 도움 되는 정보들을 전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사진:채널A)

'유퀴즈'의 승승장구, 포스트 코로나에도 바라는 건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시청률이 5%(닐슨 코리아)를 넘겼다. 지난 2018년 8월에 시작해 겨울 휴지기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1%대까지 떨어졌었다.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또 퀴즈를 내 상금을 주는 다소 실험적인 방식이었지만, 유재석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으로서 1%대 시청률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그해 겨울 휴지기를 지나면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프로그램을 재정비했다. 무작위로 이뤄지는 길거리 토크가 가진 불안감 때문에 퀴즈라는 형식을 넣어 거기에 집중했던 초기의 방식을 버리고, 토크에 더 집중하는 걸 선택한 것이다. 퀴즈는 토크를 함께 해준 분들에게 상금이나 선물을 주기 위한 장치 정도로 활용되었다. 시청률은 2%대를 넘겼지만 좀체 3%대에 진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화제성은 더 높아졌고 호평도 쏟아졌다. 

 

그러다 지난 3월 시즌3로 돌아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코로나19로 인해 길거리로 나가지 못하는 위기상황을 맞이했다. 비대면으로 화상회의 카메라를 활용하기도 하고, 특정 장소로 특정 주제의 인물들을 섭외해 방송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이 비대면 콘셉트로 특정 주제를 설정하고 인물들을 섭외한 역발상은 오히려 이 프로그램에 기회로 작용했다. 

 

5월말에 <슬기로운 의사생활> 특집으로 드라마 속 인물의 실제 인물들로서의 의사들을 섭외해 보여준 방송이 3%대 시청률을 넘기며 화제를 모으더니, 목소리 특집의 아나운서나, 창업으로 성공을 한 CEO, 형사물 드라마나 영화의 실제 모델인 형사들, 개그맨, 법관 등등의 직업의 세계를 주제로 하고 그 카테고리에 맞는 인물들을 섭외한 것이 주효했다. 

 

'조선의 힙스터'나 'K콘텐츠' 특집에 이어 이번 '월드클래스' 특집 같은 세계에서 각광받는 대중문화는 물론이고 우리네 상품이나 콘텐츠를 주제로 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더욱 끌어올린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 시국에 늘 궂긴 뉴스들을 더 많이 접하는 대중들에게 이런 주제의 이야기들은 잠시나마 기분 좋은 소식들이 아닐 수 없었다. 

 

전 세계 군악대들의 축제에서 발군의 성악 실력으로 박수갈채를 받아 화제가 됐던 유영광 성악가나, 폴 매카트니의 전속 사진작가 김명중, 국내 최연소 바둑의 1인자 신진서 9단, 세계 4대 패션위크를 장악한 모델 최소라에 이어 유튜브 조회수 전 세계 1위를 기록한 아기상어를 만든 회사의 이승규 부사장, 일본의 시즈닝을 이긴 김치 시즈닝을 개발한 안태양 대표, K좀비 열풍을 만든 김은희 작가와 배우 주지훈까지. 이번 월드클래스 특집은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코로나 시국이라는 위기에 대처해 얼마나 새롭게 진화했는가를 보여준 사례였다. 

 

물론 '인생이란 무엇일까'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 출연했던 공유가 말했던 것처럼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초창기 시청률은 낮았지만 길거리에 만나는 보통 사람들과의 진솔한 대화가 여전히 그리운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래서 코로나가 지나고 나면 본래 보여줬던 길거리 토크쇼를 보고픈 시청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비대면을 추구하며 카테고리화 한 변화가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은 포스트 코로나라고 해도 과거의 길거리 토크쇼로 그저 돌아갈 수 없는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의 방식들이 가진 강점들을 유지해야겠지만, 동시에 길거리 토크쇼가 주던 그 생생한 서민들의 이야기 역시 포스트 코로나에는 더해주기를 기대한다.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경험하게 된 비대면의 상황들은 포스트 코로나에도 좋은 경험으로 남을 거라는 전망들이 많다. 즉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코로나 시절에 경험한 비대면의 장점들을 이전의 방식과 균형 있게 맞춰나가는 방식이 현명하다는 것. 현재 코로나 시국에 역발상으로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는 <유 퀴즈 온 더 블럭>도 이런 서민들과의 대면과 비대면으로 하게 됐던 카테고리를 통한 방식을 어떻게 조화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포스트 코로나에는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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