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골목식당', 배달 김치찌개집 이야기가 의미 있었던 건

 

마음껏 도전하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샌드박스. tvN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제시됐던 그 샌드박스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도 어른거린다. 이번 면목동 사가정시장 골목 이야기에 등장한 배달 김치찌개집 청년들의 이야기다. 열정 넘치는 청년들에게 백종원이라는 선배가 던져준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과 도움은 마치 샌드박스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공대 출신으로 농구 동아리를 통해 알게 된 선후배들이 창업한 배달 김치찌개집. 공대와 농구 그리고 김치찌개라는 어찌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조합의 이 청년 식당은 그러나 의외로 좋은 선후배 간의 팀워크와 열정으로 '배달 맛집'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게 완벽했던 가게는 아니었다. 사골을 너무 많이 넣어 메인요리인 김치찌개의 맛이 텁텁했고, 김치찌개 전문점으로 특화시키면서 찌개 메뉴를 더 내놓을지 아니면 찌개는 그대로 맛을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특징적인 사이드 메뉴를 개발할지에 대해서 선후배 간의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백종원의 조언 몇 마디로 이 가게는 금세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배달전문점으로서 김치찌개맛을 특화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또 김치찌개를 시키면서 또 다른 찌개를 시키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걸 설득시킨 백종원은 그래서 차라리 김치찌개를 기본으로 하고 이 가게만의 특화된 사이드 메뉴와 반찬을 고민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솔루션을 내놨다.

 

이번 사가정시장 골목편에서 다른 집에 비해 비교적 백종원에게는 간단한 솔루션이었지만, 그 경험에서 묻어난 조언은 청년들의 남다른 열정과 노력에 의해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었다. 곧바로 김치찌개의 텁텁함을 사골을 줄이고 마늘을 더 넣어 잡아내면서 백종원의 조언대로 들어가는 돼지고기의 질을 놓여 업그레이드시켰고, 반찬도 무려 28종을 준비하는 열정을 보였다.

 

반색한 백종원이 사이드 메뉴로 전을 추천하자 청년들은 또 그걸 제대로 만들어내기 위해 잠도 줄여가며 연습하고 다른 재료를 넣어 실험해보는 노력을 더했다. 그래서 결국 사이드 메뉴도 어느 정도 완성해낸 이 집은 그 맛을 평가받기 위해 김치찌개를 시키면 전을 무료로 준다는 이벤트를 공지했고, 그러나 순식간에 주문이 밀려들었다. 물론 그런 주문 폭주가 익숙하지 않아 멘붕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 때도 백종원이 찾아와 천천히 하라며 음식이 늦어도 맛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는 걸 상기시켜줌으로써 결국 후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냈다.

 

이번 사가정시장 골목 이야기에서 배달 김치찌개집 이야기가 괜찮았던 건 그것이 지금 현재 코로나 시국을 맞아 배달을 주력으로 하는 집들이 많아지면서 거기에 맞춰진 솔루션을 시의성 있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그런 소재적인 선택의 시의적절함만이 아니라, 취업난으로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요즘, 이 이야기가 그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또 든든히 지지해주는 '샌드박스' 같은 기성사회의 역할을 슬쩍 꺼내 보인 면이 있어서였다.

 

어찌 보면 이번 사가정 시장에서 가장 손쉽게 솔루션이 이뤄진 모범적인 가게로서 백종원의 품이 적게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경험에서 묻어난 조언 한 마디는 어쩌면 열정은 넘치지만 길을 몰라 헤매고 있는 청년들에게는 더 많은 시행착오를 줄여준 소중한 기회가 아니었을까. 이번 편의 배달 김치찌개집 청년들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전공(공대생)을 가졌고 농구 동아리에서 만났지만 전혀 다른 창업의 길을 선택해도 남다른 열정과 노력으로 그 길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물론 거기에는 이 프로그램처럼, 이들의 도전을 든든히 받아줄 수 있는 사회의 샌드박스가 절실하다는 것 또한.(사진:SBS)

'싱어게인', 무명이라 하니 궁금증 폭발.. 이런 역발상이라니

 

세상에 출연가수들을 이름 대신 번호로 부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니. JTBC <싱어게인>은 그 시작부터가 남달랐다. 제목에 담겨 있는 것처럼 출연자들은 모두 앨범 하나씩은 냈던 가수들이다. 그러니 이름 대신 번호를 부르는 건 그 가수의 '스펙'을 지우고 오로지 실력으로서 판단하겠다는 프로그램의 각오처럼 보였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 '무명'에 담긴 더 중요한 기획의도가 있었다는 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먼저 '무명가수'라는 그 위치는 시청자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부분이다. 사실 아예 데뷔조차 하지 않은 아마추어들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데뷔는 했으나 사람들이 몰라보는 무명가수들이 처한 상황에 더 절박함 같은 게 느껴진다.

 

물론 출연자들 중에는 이미셸이나 자전거를 탄 풍경의 김형섭, 유미, 크레용팝 초아 같은 한때 굉장한 주목을 받았던 가수들도 있지만, 사고로 동료를 잃은 뒤 무대에서 웃을 수 없었다는 레이디스 코드 소정이나 찐무명인 26호 가수 너드커넥션의 서영주, 남다른 끼로 관객과의 밀당을 함으로써 유희열의 질투를 산 30호 가수 알라리깡송 이승윤, 기타 하나 들고 나와 모두를 반하게 만들어버린 63호 가수 이무진 같은 이들이 대다수다.

 

'무명'은 그러나 필자가 '○○호 가수'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처럼, <싱어게인>에 출연하면서부터는 결코 무명이 아니다. 이미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출연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그 무명가수들이 누구인가를 밝혀놓은 정보들이 넘쳐난다. 그건 아마도 <싱어게인>이 '무명'을 선택해 얻어낸 중요한 효과일 게다. 무명이라 가리니 시청자들은 더 궁금해진다. 안 가르쳐준다고 모르고 넘어갈 리 없는 지금의 시청자들은 그래서 놀라운 무대를 선보이는 그들이 누구인가를 검색해 알아낸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징은 이제 방송이 일방적으로 내놓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과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방송이 나가고 나면 시청자들은 그 영상들을 공유하거나 그에 대한 감상평을 게시판 등에 적어 넣으며 벌써부터 팬덤의 경향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오디션의 끝에 벌어지는 '시청자 투표'는 사실상 팬덤 대결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싱어게인>이 시청자들과 함께 하는 방식은 무명 뒤에 가려진 인물의 정체를 추리하고 찾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인 '무명가수'들의 무대를 만들어 그들을 널리 알려주겠다는 취지 그대로다.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고 그래서 그 정체를 찾아내는 과정은 무명이었던 그들이 이름을 찾고 나아가 유명해지는 그 과정 그대로이니 말이다.

 

물론 이런 무대는 남다른 실력과 끼와 독특함으로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거나, 소름 돋게 만들고 때론 기분 좋게 만드는 '이미 준비된' 가수들이 전제되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싱어게인>은 매회 이 다채로운 음악의 맛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함으로써 그 전제를 충족시킨다. 솔로로 첫 무대를 선보인 그들이 모래 속에 있던 진주를 발견한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을 선사했다면, 팀 대항전은 그들이 하모니를 이루었을 때 더 짙어지는 감동을 선사한다.

 

대결은 훈훈해진다. 떨어지는 이가 안타까워 상대팀에서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의 진심에 공감한 심사위원은 떨어지는 이에게 '슈퍼어게인'을 써 다음 라운드 진출을 하게 해준다. 시청자들 역시 그런 선택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이 무대는 오디션이긴 하지만 대결이 아니라 오롯이 무명인 저들에게 제공하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지금껏 JTBC는 참 다양한 음악예능들을 선보여 왔다. <히든싱어>, <팬텀싱어>, <슈퍼밴드>, <슈가맨> 같은 프로그램들이 그것이다. 그 각각의 프로그램들을 보면 독보적인 JTBC 음악예능만의 차별화와 색깔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인 <팬텀싱어>나 <슈퍼밴드>의 경우 경쟁보다는 하모니에 초점을 맞춰 차별화를 만들었고, <히든싱어>는 일찍이 복면 콘셉트의 추리요소들을 팬덤의 정서를 더해 시도했으며 <슈가맨>은 복고 콘셉트를 가져와 옛 가수들을 현재로 소환해냈다.

 

<싱어게인>은 이러한 JTBC 음악예능의 유전자들이 모여 진화한 신박한 결정체처럼 보인다. 무명의 콘셉트에서는 <히든싱어>가, 복고 콘셉트에는 <슈가맨>이, 또 대결보다 하모니의 무대에서는 <팬텀싱어>나 <슈퍼밴드>의 유전자가 어른거린다. 이러니 월요일 밤이 기다려질밖에.(사진:JTBC)

'나 혼자 산다'가 연예인 일상 지겹다는 시청자들과 함께 가려면

 

군대 소재는 그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는 큰 공감을 주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소외감을 주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디에서건 군대 이야기는 조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것이 마치 경험자들만의 세계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의 이시언이 과거 백골부대에서 복무했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당시 군 생활을 같이 했던 부산 후배와 우정여행을 떠나는 소재는 어딘지 적절할까 하는 의구심을 만든 게 사실이다. 물론 특유의 넉살과 유머로 군대 경험의 이야기들 또한 재밌게 전하는 이시언이기에 그런 불안감이 상쇄되었지만.

 

부산 후배와는 함께 조교로 백골부대에서 복무했다는 이시언은 차 안에서도 군가를 검색해 따라 부르고, 부대 앞에서 설레어하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리고 철원의 가장 번화가인 이른바 '와수베이거스'로 불리는 와수리를 찾아 군인용품 백화점을 들러 폭풍 쇼핑을 하는 광경을 보여줬다. 사단마크, 휘장, 깔깔이, 군모, 반바지 등을 보며 "우와-"를 연발하고 재봉으로 새겨주는 이름에 감탄하는 이시언의 모습은 군 경험을 한 이들의 추억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캠핑장에 도착해 모든 세팅을 마친 후, 바로 앞에 있는 강에 입수를 하는 장면 역시 이들의 여행이 군대 체험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데 있다는 걸 명확히 보여줬다. 이제 초겨울의 얼음장 같은 강물 속에 들어간 이시언과 후배는 그 차가움에 괴로워했지만 그것을 통해 내년에는 잘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사실 군대 추억 여행만으로 채워졌다면 그건 지극히 이시언만의 여행에 머물렀을 지도 모른다. 그런 여행을 가는 이들도 많지 않을 테고, 또한 군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공감할 포인트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여행의 또 다른 목적이 함께 간 부산 후배를 통해 드러나면서 이 여행에 대한 공감대는 훨씬 커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 여행을 계획한 이시언이 자영업을 하는 후배가 코로나 시국 때문에 겪은 어려움에 대해 용기와 위로를 해주기 위한 숨은 취지가 거기 담겨 있어서다. "자영업자들한테는 올해가 정말 힘든 한 해였는데 내년에는 많이 나아져서 잘 됐으면 좋겠다"는 후배는 자신감이 떨어질 때 자신이 많은 훈련병을 교육했던 조교였다는 사실에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후배는 이 여행을 계기로 내년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에 이시언은 잘 되고 말고와 상관없이 '웃자', '재밌자'를 내년의 목표로 삼자고 했다.

 

"철원 갈래? 물에도 좀 드가고, 힘 좀 내고." 후배를 힘내게 만들었다는 이시언의 무심한 듯 툭 던지는 그 말이 이번 군대추억 여행에 담은 진심이었다는 게 전해지며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이나 여행일 수 있는 것도, 후배의 참여를 통해 보편적인 정서를 가져감으로써 키울 수 있는 공감대. 이건 어쩌면 <나 혼자 산다>가 현재 처한 고민에 대한 해법이 아닐까.

 

<나 혼자 산다>는 최근 들어 연예인들의 일상을 보는 것이 이젠 식상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것이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는 사뭇 다르고, 그래서 서민들의 공감에서 점점 멀어지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연예인들끼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까를 고민하는 것. 이번 이시언과 후배가 함께 한 군대 추억여행에 그 해법의 작은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같은 소재와 인물이 등장해도 어떤 관점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그것이 보여주고 있어서다.(사진:MBC)

'개훌륭', 반려견과 보호자 소통의 물꼬 틔우는 강형욱의 통역법

 

어째서 강형욱이 하는 코칭에는 마음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느껴질까. KBS <개는 훌륭하다>가 매회 소개하는 고민견의 상황을 파악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강형욱의 솔루션 과정 중에는 때때로 보호자를 울컥하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그건 다름 아닌 강형욱이 그간 보호자가 고민했던 반려견의 어떤 행동 속에 담긴 진짜 속내를 읽어줌으로써 단지 그것이 그 반려견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려줄 때다. 하지만 강형욱의 코칭에는 반려견에 대한 공감만 있는 게 아니다. 어째서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그런 보호를 했는가에 대한 공감까지 전할 때 보호자도 시청자에게도 전해지는 먹먹함이 있다.

 

이번에 소개된 고민견은 지난 5월 새로 입양한 베들링턴 테리어종의 4살 바비였다. 본래 파양된 경험이 있는 14살 쿠키와 12살 슈를 입양해 10여 년을 아무 문제없이 행복하게 함께 지냈다는 보호자는 새로 바비를 입양하면서 고민이 생겼다고 했다. 노견들이라 쿠키는 노화와 치매가 온 상태였고, 슈도 눈에 약간의 이상이 있었지만 그래도 평화로웠다는 것. 하지만 바비가 온 후 매번 일으키는 마찰과 갈등 때문에 운신이 힘든 쿠키는 옷방으로 들어가 피하기 일쑤였고, 슈는 보호자가 안을 때 공격하려는 바비 때문에 늘 긴장하는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다견 가정이 겪는 전형적인 갈등을 보여주는 이 상황이 만들어진 이유를 강형욱은 바비의 보호자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아차렸다. "집착이 심해지면 지배가 된다"고 말한 강형욱은 제멋대로 행동하고 관심을 집중시키려 하는 바비의 행동을 보호자가 제지해야 이 불안불안한 상황이 끝날 수 있다는 걸 알려줬다. 이미 집착이 지배가 되어 공격성까지 강해지고 있는 바비였다. 심지어 아이를 공격해 상처를 입힌 적도 있었다는 것.

 

강형욱의 코칭은 바비의 마음과 동시에 슈의 마음을 다 읽어내는 공감에서부터 시작했다. 노견이라 보호자가 슈에게 애정을 쏟는 걸 바비는 질투할 수밖에 없었고 그걸 빼앗으려 했다는 것. 결국 바비의 애정과 관심을 독차지하기 위한 행동들은 슈를 점점 불안하게 만들었고, 보호자에게서 저만치 떨어져 있게 만들었다.

 

솔루션은 의외로 간단해 보였다. 집의 중심이 되어 있는 소파에 바비가 함부로 올라오지 못하게 보호자가 제지하는 것. 그것을 통해 보호자의 반려견에 대한 통제를 조금씩 느끼게 만든 후, 이번에는 슈를 쓰다듬을 때 공격하려는 바비를 제지함으로써 그 행동을 교정했다. 특히 바비가 공격하려는 모습을 보일 때 보호자가 먼저 나서서 제지하는 모습에 대해 강형욱은 슈가 그 모습에서 느끼는 마음을 읽어주었다. "지금 그 모습은 슈가 감동했을 거예요." 스트레스를 받아온 상황을 보호자가 미리 막아준 것이 슈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전해준 것.

 

하지만 강형욱의 공감은 반려견의 속내를 읽어주는 것에 멈추지 않았다. 보호자가 겪었을 스트레스 또한 그는 알아주었다. "보호자님도 몇 개월 동안 이런 상황들을 겪으면서 겁이라는 게 생겼을 거예요. 그 겁은 보호자님께서 겁쟁이라는 뜻이 아니에요. 내 반려견들끼리 싸워서 누구 하나가 크게 다치는 건 정말 절망스러운 일이에요. 그러다 보니 이런 걸 몇 번 경험하다 보면 보통 보호자님들이 그냥 아파요 마음이. 근데 어쩌겠어. 내가 보호자인 걸."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의 솔루션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그가 보호자와 반려견 사이에서 일종의 통역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먼저 반려견들의 이상행동에 담긴 속내를 읽어내고, 그런 행동이 왜 생겼는가를 공감해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보호자들이 그 행동을 야기한 이유도 공감하려 한다. 그 공감을 통해서만이 보호자의 다짐과 의지를 갖게 해주고 그런 변화가 반려견의 이상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그는 보여준다.

 

그래서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이 들어가 몇 시간 만에 반려견들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건 그저 기적 같은 일이 아니다. 거기에는 보호자와 반려견 사이에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생겨난 오해가 깔려 있고, 그것을 풀어내고 그 관계를 재정립시키려는 노력이 만든 결과다. 특히 보호자와 반려견 사이에서 엇나간 소통의 물꼬를 틔워주는 그 과정이 그 어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한 감동을 주는 건 바로 이런 특별한 강형욱의 공감 코칭 때문이 아닐까.(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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