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2', 과연 소문난 잔치에 송가인 같은 스타탄생 가능할까

 

TV조선 오디션 <미스트롯>은 지금의 트로트 열풍의 문을 연 프로그램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종편 채널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최고시청률 18.1%(닐슨 코리아)를 기록했고, 무엇보다 송가인이라는 엄청난 트로트스타를 탄생시켰다. <미스트롯>의 성공은 <미스터트롯>으로 이어져 최고시청률 35.7%를 기록했고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 김희재, 김호중, 정동원 같은 톱7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았다. 

 

그러니 이 힘을 이어받은 데다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스트롯2>에 대한 기대감은 높을 수밖에 없다. 그 기대는 첫 회 28.6%라는 대박 시청률로 나타났다. 원조인데다 트로트 오디션의 특성상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아, <미스트롯2>는 이미 프로그램으로서의 대박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렇게 시청률 대박을 기록하고 있는 <미스트롯2>가 과연 그 브랜드를 이번 시즌을 통해 제대로 유지할 것인지는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건 엄청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실력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려 2시간 47분 간 진행됐던 첫 방송에서 인상 깊은 출연자는 주현미의 '울면서 후회하네'를 부른 대학부의 외국인 참가자 마리아, 현역부B의 아이돌 베스티 출신이지만 트로트 가수로 전향해 활동하고 있는 강혜연, 꾹꾹 눌러가다 폭발하는 감성을 표현한 12년차 트로트 가수 윤태화 그리고 아이돌부 연습생 출신 홍지윤 정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앙증맞은 초등부 친구들이 대거 출연해 전원 합격을 받았지만 어딘지 어른 흉내 내는 느낌이 강했고, 사연은 충분했지만 과연 2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가수가 맞나 싶은 출연자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왕년부는 왜 신설했는지 모를 출연자들이 출연한데다, 같은 연예인 동료로서 심사위원들의 공정성을 뒤흔드는 보기 불편한 장면까지 연출했다. 그나마 실력을 기준으로 깐깐하게 심사를 한다 여겨지는 박선주와 조영수 마스터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감동보다는 그들의 심사에 불공정한 뉘앙스를 만들어냈다.

 

이런 사정은 역시 28%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2회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나마 주목할 만한 출연자들로, 나이답지 않게 구성진 목소리를 선보인 중등부 부산 브니엘 예고 성민지, 모든 참가자들이 라이벌로 꼽은 전유진, 무결점 가창을 보여준 현역부 A조의 주미, 힘까지 더해져 돌아온 재도전부의 김의영 정도가 꼽혔지만 기본 음정이 흔들리는 출연자도 적지 않았고, 특별한 개성이 안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부 같은 경우는 오디션이 아니라 쇼를 위해 등장한 듯한 출연자들이 대부분이라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의 몰입감을 깨기도 했다. 

 

2회에서도 역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만한 풍경들이 등장했다. 현역부 A조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심사위원석에 앉은 <미스터 트롯>의 톱6는 남다른 애정과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고, 왕년부에서도 영지 같은 출연자는 박선주나 임영웅과 밀접한 인연이 있는 사이라 역시 공정한 심사가 가능할까 싶은 의구심을 만들었다. 

 

즉 <미스트롯2>는 전반적으로 실력자의 수가 적고, 무엇보다 <미스트롯> 시즌1의 열풍을 만들었던 송가인 같은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게다가 이미 소속사를 갖고 있거나 방송에 출연해 익숙한 출연자들이 왕년부, 재도전부, 현역부는 물론이고 다양한 부서(?)에서 상당히 많은 수로 무대에 서고 있어 신선함도 떨어지고 공정성에도 고개가 갸웃해지는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다. 

 

사실 <미스터트롯>이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트로트 오디션이 될 수 있었던 건 실력을 갖춘 매력적인 출연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스트롯2>는 근본적으로 이런 출연자 풀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 20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은 121인이라고 하지만, 쇼를 위해 출연한 듯한 직장부가 어떤 경쟁률을 뚫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고, 때론 기본도 없지만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라고 출연한 이들 역시 어떻게 예선을 통과했는지가 의문이다. 

 

<미스트롯2>는 이미 대박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동시에 벌써부터 갖가지 논란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정성 문제가 이미 방영 전부터 예선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논란이 생겨나고 있고, 순전한 실력으로 모든 이들에게 열려진 기회가 아니라 이미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심지어 소속사까지 있는)이 대거 출연하고 있는 점은 그 자체로 논란의 불씨들을 안고 있다. 

 

트로트 오디션은 지금 과할 정도로 많아져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호소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래도 이 트로트 트렌드가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송가인이나 임영웅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배출한 새로운 스타들이 있어서다. 과연 <미스트롯2>도 이런 신예 스타를 발굴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제2의 송가인은 잘 보이지 않는다.(사진:TV조선)

'놀면 뭐하니?' 유고스타로 시작해 여름 댄스곡, 겨울노래까지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2020년의 마지막을 '겨울노래 구출작전'으로 장식했다. 이로써 유재석의 집이라는 콘셉트로 마련된 무대 위에 국민 겨울송으로 불리는 Mr.2의 '하얀겨울'이 울려퍼졌고, 탁재훈은 유재석과 함께 'Happy Christmas', 'Oh Happy'를 불렀다. 다음 주에는 김범수는 물론이고 에일리, 윤종신, 이문세 그리고 놀랍게도 존 레전드가 온라인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되돌아보면 <놀면 뭐하니?>는 지난해 7월 시작해 1년 반 동안 확고한 토요일 저녁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무한도전>이 시즌 종영하고 1년의 휴지기를 거친 후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다시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으로 돌아왔을 때만 해도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이 많았다. 실제로 처음 시도됐던 '릴레이 카메라'는 너무 실험적이라 대중적인 호응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가 자리를 잡게 된 건 4회부터 등장했던 '유플래쉬'를 통해서였다. 드럼 비트에 도전하는 유재석은 이로써 유고스타라는 부캐를 얻었고, 이후 다양한 '부캐의 세계'를 열어갔다. 그런데 두드러지는 점은 <놀면 뭐하니?>가 주로 해온 프로젝트들 중 대부분이 음악과 관련된 아이템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드럼 비트에 도전했던 유고스타는 물론이고, 신인 트로트가수 도전기를 그린 유산슬, 하프 도전을 했던 유르페우스를 거쳐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성장시킨 올 여름 싹쓰리 프로젝트와 가을을 강타했던 환불원정대까지 음악은 <놀면 뭐하니?>의 뮤즈로 자리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아이템으로서 '겨울노래 구출작전'은 이러한 음악과 함께 한 <놀면 뭐하니?>의 그간 행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면이 있다.

 

그런데 <놀면 뭐하니?>가 하필이면 음악이라는 소재와 만나면서 확실한 시너지를 낸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음악 자체가 가진 힘이 아닐 수 없다. 주말 저녁에 좀 더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예능의 소재로서 음악만큼 강력한 것도 없다. 늘 기본 이상의 시청률을 내는 KBS <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그램이 힘을 잃지 않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놀면 뭐하니?>는 음악이 가진 힘에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무한도전> 시절 경험했던 음악 소재 아이템들(가요제들)의 강점들을 더해 넣었다. 그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그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음악들에 더욱 강력한 힘이 만들어지는 것. 여기에 이 프로그램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유재석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그려가는 '부캐의 세계'까지 얹어지니 차별화까지 이뤄졌다. 프로그램은 이로써 펄펄 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음악 관련 아이템들은 음원 등의 부가사업을 통한 수익들을 기부함으로서 그 취지를 납득시키고 응원하게 해줬다. 2020년 <놀면 뭐하니?> 음원 등 부가사업을 통한 총 기부액 은 18억2천3백5십여만 원으로 1억2천7백6십여만 원은 코로나19 재난구호금, 밥상공동체 연탄기부, 예술의 전당 객석의자, 결식아동 급식지원사업에 기부했다. 또 남은 17억1천7십여만 원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음악과 더불어 그 프로그램의 방향을 만들고, 성장시킨 <놀면 뭐하니?>는 '겨울노래 구출작전'으로 한 해를 마무리 했다. 내년에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의 진화와 확장을 보여줄까. 그것이 무엇이든 음악이라는 소재는 내년에도 여전히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중심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려운 시국일수록 더더욱 요구되는 것이 음악이기에.(사진:MBC)

비전문 분야로 영역 넓힌 설민석, 전문가들 팩트체크에 멈칫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2회 만에 역사왜곡 논란이 터졌고 제작진과 설민석의 사과가 이어졌다. 논란이 터진 건 놀랍게도 이 프로그램 '이집트편'의 자문 역할을 맡은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이 방송 직후 SNS에 올린 비판으로 비롯됐다. 

 

그 SNS에서 곽소장은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클레오파트라 편을 보는데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것이 많다"며 "하나하나 언급하기 힘들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한다고 사실로 확인된 것과 그냥 풍문으로 떠도는 가십거리를 섞어서 말하는 것에 저는 정말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역사적 사실과 풍문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역사 이야기를 할 때 관심을 끌기에 분명히 좋은 전략이지만, 하고자 하는 것이 '구라 풀기'가 아니라 '역사 이야기'라면 사실과 풍문을 분명하게 구분해 언급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지적에 제작진은 "방대한 고대사의 자료를 리서치 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뒤늦게나마 설민석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류를 인정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것이 제작진 잘못이 아닌 자신의 잘못이라는 걸 분명히 했고, 나아가 "더 성실하고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허위사실 유포 논란이 불거졌다. 설민석이 자신의 유튜브에 "재즈가 초심 잃어 R&B가 탄생했다"고 한 발언이 화근이 됐다.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순탁 작가는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재즈 블루스, 일렉트릭 블루스, 리듬앤블루스, 초기 로큰롤에 대한 역사를 다룬 원서 한 권이라도 읽어본 적 없는 게 분명하다. 이 정도면 허위사실유포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설민석이 왜 '무지'에 가까운 영역에까지 손대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세계사 왜곡 논란을 사과로 마무리 하려고 했지만 역시 비전공 분야인 음악에 대한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이어지면서 설민석에 대한 반감이 되레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중들의 실망과 프로그램의 추락한 신뢰는 쉽게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 애초 그 무엇보다 재미있게 세계사를 다루겠다던 취지는 이제 '재미'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보의 정확성에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그런데 이번 논란은 이 프로그램만의 문제가 아니라, 점점 전문적인 정보가 교양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에도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모로 시사 하는 바가 적지 않다 여겨진다. 

 

사실 역사 같은 소재들은 일제강점기의 내용들이 일부 MBC <무한도전>이나 KBS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다뤄지기 시작했고, 그 후로는 아예 MBC <선을 넘는 녀석들>이나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본격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렇게 된 건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나 <어쩌다 어른>, JTBC <차이나는 클라스>처럼 교양의 영역이었던 정보들이 예능으로 들어오고 있는 그 트렌드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논란은 이제 막 열리고 있는 교양이 가진 전문적인 정보들의 예능화에서 '팩트'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 면이 있다. 이번 사태는 전문적 영역을 다루는 예능프로그램들이 설민석처럼 역사전문가는 아니지만 역사를 효과적으로 스토리텔러 혹은 방송인 같은 인물들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사실 전문영역도 갖고 있으면서 방송까지 잘하는 인물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예능이 우선 추구하는 재미적 요소를 채워줄 수 있는 스토리텔러가 요구됐던 것.

 

설민석 같은 스토리텔러가 필요한 부분은 충분히 공감되는 면이 있지만, 여기에는 선결조건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것은 전문가의 자문, 감수가 우선되어야 하고, 제작진도 재미와 정확한 팩트 사이에서 우선적으로 팩트를 추구해야 하는 이러한 방송의 성격을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방송은 제작단계에서 자문도 필요하지만, 다 만들어진 방송의 방영 전 감수 또한 필수적이다. 그 이유는 우선적으로 스토리텔러가 팩트를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만큼, 그것을 제작진이 재미를 위한 왜곡 없이 제대로 담아냈는가에 대한 사전 감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프로그램의 자문위원이 문제제기를 했다는 사실은 그 자문의 내용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자문이라고 부르지만, 제작진이 그 내용에서 재미있는 부분만 꺼내 활용한다면 제대로 된 자문의 효과가 나오기 어렵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까지 내걸며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스토리텔러와, 역사 같은 전문적 영역을 소재로 가져온 것에 대한 제작진의 남다른 책임감이 요구된다. 

 

교양이 예능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건 역사 같은 소재만이 아니다. 방송의 리얼리티 경향은 전문적인 수준까지 요구되고 있어 다양한 전문정보들이 방송에 들어올 때 그 정확성을 체크하는 감수와 자문 그리고 편집의 문제는 점점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을 통해 방송가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다.(사진:tvN)

'KBS 연예대상', 김숙 대상에 축하와 응원 이어지는 이유

 

<2020 KBS 연예대상>의 대상은 김숙에게 돌아갔다. 대상후보로는 김숙과 함께 김종민, 샘 해밍턴 가족, 이경규, 전현무가 올랐다. 아마도 김숙은 이번에도 대상이 자신과는 상관없다 여겼을 게다. 그래서 대상으로 김숙이 호명됐을 때 그는 진짜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김숙의 마음이 촉촉한 눈물과 함께 전해진 수상소감에 고스란히 담겼다.

 

"진짜 상상도 못했고 아까 수상소감 미리 이야기하라고 했을 때 장난처럼 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편하게 이야기했었는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KBS에 너무나 감사합니다. 사실 여기 딱 섰을 때 이곳이 25년 전에 공채로 들어올 때 처음 상을 받은 곳이거든요. 25년만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사실은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는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상을 받은 거나 다름없다."

 

그는 "상복이 없다"고 이야기했고 이번 대상을 통해 그것이 "큰 상을 받으려 지금까지 그랬나 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찌 김숙이라고 상에 대한 욕심과 아쉬움이 없었을까. 빈손으로 돌아갈까 가족들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말 속에는 그 소회가 담겨 있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힘드신 의료진, 자영업자들, 힘겹게 살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영광 돌리고 조금이라도 더 웃음 지을 수 있는 방송 만들어가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사실 김숙에게 대상을 수여한 프로그램들은 생각만큼 뜨거운 프로그램이라 말하긴 어렵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가 주말시간대에 자리를 잡은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그건 김숙만큼 관찰카메라에 등장했던 여러 인물들의 비중도 컸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나름 괜찮은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시청률과 화제성은 다소 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김숙에게 대상이 돌아가고, 거기에 대해 이견보다는 축하와 응원이 이어지는 건 이 상이 그런 몇몇 프로그램에서의 활약만이 아니라 지금껏 25년 간 꾸준하고 성실하게 김숙이 해온 노력들에 대한 의미 또한 들어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방영됐던 <다큐 인사이트 – 다큐멘터리 개그우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숙은 그간 개그우먼으로 살아오며 쉽지 않았던 시간들을 술회한 바 있다. 1995년 <B사감과 요조숙녀>로 송은이와 처음 코너를 만들어 활동할 때 개그맨들 사이에서 김숙은 "재능 있는데 같이 나랑은 뭘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하는 그런 후배였다고 한다. 그는 개그 프로그램의 엔딩크레딧이 오를 때 무대에 설 수 있던 개그우먼이었다. 스무 살에 방송국에 들어와 그렇게 7년을 무명생활 했다. 

 

그때 송은이는 김숙과 함께 아이디어를 짜며 "숙아 나는 네가 너를 했으면 좋겠어. 네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지 말고 그냥 김숙을 하면 어때?" 하고 제안했다고 했다. 그것이 김숙을 스타덤에 올렸다.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의 '따귀소녀'로 주목을 끌었고, SBS <웃찾사>에서는 '난다김'이라는 캐릭터로 활약했다. 하지만 그 후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가 오면서 김숙은 물론이고 개그우먼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송은이와 다시 의기투합한 김숙은 팟캐스트를 통해 스스로 설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2015년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보장>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며 주목받는 개그우먼이 됐다. 사실 받아도 벌써 받았어야 하는 대상이었다. 최근 KBS와 MBC에서 각각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지만 대상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상은 의미가 남다르다. 자신이 처음 발을 디뎠고 어려움을 이겨내며 개그우먼으로 섰던 그 무대에서 드디어 받아낸 대상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노력해온 그 시간들의 가치를 인정한 것. 김숙의 대상에 축하와 응원이 가득이 이유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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