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의 미덕,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살 것인가' 같은 질문은 사실 조금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이런 질문을 못 던질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 무거운 질문에 대한 답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철학적인 문제이고, 하나의 답을 제시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이 질문을 주제로 가져온다는 지난주 예고에 드는 느낌은 부담감이 아니라 기대감이다. 어떤 이들이 출연해 무슨 이야기로 우리 모두가 고민하는 삶에 대해 저마다의 답변을 들려줄까에 대한 기대감. 다소 어려운 주제도 이렇게 쉽게 풀어내는 것이 이 프로그램만의 강점이다.

 

그 강점은 다양한 삶을 살아온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데서 나온다. 즉 만화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지만 고시원 생활에 지쳐 스물일곱 살에 고향 옥천으로 내려왔다가 덜컥 6년 째 정착하게 된 이종효 카페 사장의 이야기는 그가 "인생은 무엇인가"라는 공식질문에 답한 "사계절이다"라는 말에 딱 부합되는 것이었다.

 

그 사계절 동안 긴 장마, 태풍이 올 수도 있지만 그래도 언제나 꽃이 피는 봄과 찬란한 여름 아름다운 가을 그리고 따뜻한 겨울이 있다는 것. 지쳐 내려온 고향에서 아버지를 따라 딸기농사를 공부했다가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른 길을 찾던 중 카페를 차려 또 다른 인생을 열었다는 이종효 사장의 이야기는 바로 삶의 사계절을 들려주었다.

 

첫 번째 초대 손님으로 출연한 정신과 전문의 김지용은 그 공식질문에 "어쩌다"라고 답했다. 지난 회의 주제이기도 했지만 그가 '어쩌다'라고 답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진료실에 오시는 분들을 보면 그것이 그 분들의 탓이 아니라는 것. 그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고 때론 어쩌다 다시 좋아지는 그런 시기가 온다는 것. 정신과 전문의로서 들려줄 수 있는 삶에 대한 통찰이 거기에 담겨 있었다.

 

아마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에 가장 잘 어울릴 듯 싶은 월호 스님은 '아바타'라는 개념으로 집착을 버리라는 말씀을 전했다. 인간이 불행해지는 이유가 행복해지려 하기 때문이라는 역설적인 답을 내놓은 스님은, 불가의 가르침 속에 담긴 것처럼 행복이 아닌 안심(편안한 마음)을 추구하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몸도 마음도 나도 너도 우린 모두 아바타'라는 말로 우리가 고통스럽게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껍데기일 뿐이라고 했다.

 

IMF 외환위기 때 1억으로 156억을 번 강방천 회장은 남다른 경제관념과 투자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피력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엉뚱하게도 "쌀 때 사는 것"이라는 답변을 농담처럼 내놓은 강방천 회장의 이야기는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그만의 소신이 담겨 있었다. 그저 주식만을 보는 게 아니라 그것이 연결되어 있는 우리의 일상을 봐야 한다는 것. 거기에 성공적인 투자의 열쇠에 있다는 이야기였다.

 

공유의 등장은 아마도 유재석과의 친분이 가장 컸겠지만 그 역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대한 남다른 애착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변으로 에릭 핸슨이 쓴 시를 들려줬다. 류시화 시인과의 통화를 통해 그 시를 알게 됐다는 것.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로 시작하는 그 시는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으로 끝을 맺는다.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의 주인공으로 남다른 이미지를 가진 그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공유가 보여준 모습은 공지철이라는 자신의 이름에 걸맞는 소탈하고 내성적인 모습이었다. 그가 들려준 시의 이야기가 더더욱 묘한 울림을 준 건 누군가에 보여지는 모습으로 기억되는 그와 진짜 자신이 다르지만, 그것을 드러내고 배우라는 직업을 긍정하는 그의 모습과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코로나 때문에 특정한 인물군을 통한 주제를 내세우는 방향으로 스토리텔링 되고 있다. 그 주제는 때로는 삶과 죽음을 질문할 정도로 진지하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질문의 무게에 질식되지 않고 발랄한 웃음과 어우러질 수 있는 건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해지는 답변을 주기 때문이다. 다양한 답들을 통해 다양한 삶이 가능하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주는 위안과 공감은 충분하니까.(사진:tvN)

'골목식당'이 담아내는 코로나 시국의 요식업계 변화들

 

"배달이 지금 장난이 아니죠. 일반 식당이 배달을 주력으로 바꾼 데도 많고... 배달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배달이 그전에는 배달에 대한 컴플레인이 거의 없었어요. 지금 배달을 하고 나면 리뷰 관리를 잘 해야 돼요." 코로나 시국 때문에 식당들이 비대면을 고민하면서 점점 늘고 있다는 배달 이야기를 꺼내며 백종원은 이제 리뷰 관리, 별점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별점테러'라는 용어처럼 얼토당토않은 배달후기들도 등장한다는 것.

 

배달이 많아진 요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고객들의 평가와 후기가 더욱 민감해진 현실을 반영해 소개한 엉뚱한 후기들은 백종원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실소하게 만들었다. 본래 치즈볼을 3개 주는데, 사람이 넷이라며 4개 주실 순 없냐고 주문했는데 3개가 와서 살짝 삐졌다는 후기나 자신이 삼선짬뽕 대신 삼선짜장을 잘못 클릭해놓고 사장님이 그걸 못 알아차렸다며 센스가 부족하다는 후기 정도는 그래도 애교수준이었다.

 

치킨 한 마리 시키면서 7명이 먹으니 좀 많이 달라거나, 치킨 핫 크리스피를 시켜놓고 뜨겁다는 뜻의 핫이 아니라 맵다는 뜻의 핫이라 실망했다는 후기, 심지어 파워블로거라며 갖가지 요청사항을 넣으며 은근히 압력을 넣는데다, 나아가 다른 식재료 심부름을 같이 시키는 비상식적인 주문까지 있었다. 그것이 비상식적이지만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별점테러'를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친절하게 응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전국의 요식업계가 된서리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그 식당들을 담고 있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당연히 그 현실의 변화들을 투영해 보여준다. 특히 이번 사가정시장편에서 배달에 대한 소재들을 담아낸 건 그래서 주목된다. 황당한 고객들의 요청사항이나 배달후기를 알려주며(다음에는 사장님들의 황당한 대응도 소개한다고 한다)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후기와 별점이 상식적으로 운용되기를 바라는 프로그램의 취지가 담겼다.

 

또한 이번 사가정시장편에는 아예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김치찌개집이 소개되고, 솔루션이 제공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배달음식 베스트에서 한식으로는 김치찌개가 유일하게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먼저 체크하고, 그 집을 찾아간 백종원은 배달음식에 어울리는 솔루션을 내놓기도 했다. 즉 김치찌개 전문점으로서 특화된 찌개 메뉴를 하나 더 내놓을까 아니면 찌개는 그대로 맛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특징적인 사이드 메뉴를 개발할까를 고민하는 이 집 청년들에게 백종원은 사이드 메뉴를 추천하며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즉 배달음식으로서 김치찌개를 특화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김치찌개를 시키면서 또 다른 찌개를 같이 시키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김치찌개를 기본으로 하고 이 집만의 특징적인 사이드 메뉴(반찬 포함)를 고민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었다. 어떤 선택을 할까 갑론을박하던 청년 사장님들은 백종원의 명쾌한 설명에 금세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고, 다음 주 예고편에는 무려 28종의 반찬을 준비해놓은 모습이 등장해 반색하는 백종원의 모습이 예고됐다.

 

사실 코로나 시국이 만들어내는 물리적 거리두기는 요식업계로서는 엄청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은 이들 음식점들을 살려내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이 달라진 시국에 요식업계의 변화를 적극 반영해 담는 노력은 시청자들에게도 또 요식업계 종사자들에게도 더 깊은 관심을 이끌어내지 않을까 싶다. 또한 배달이라는 새로운 비대면 문화를 맞이하고 있는 대중들이나 요식업계 종사자들 모두가 바람직한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도 필요한 접근방식이 아닐까.(사진:SBS)

'축구 야구 말구', 스포츠와 예능 모두 잡은 박찬호와 이영표

 

KBS <축구 야구 말구>는 요즘 많이 등장하고 있는 스포츠 예능들과 비교해보면 '미니멀'한 느낌을 준다. 일단 출연자와 기획이 단출하다. 박찬호와 이영표. 두 사람이 간단하게(?) 훈련을 받은 후 전국에 있는 생활체육 고수들(?)을 찾아가 한 수 배우는 것이 그 콘셉트다.

 

생활체육을 모토로 가져왔던 KBS <우리동네 예체능>과 비교해 보면 <축구 야구 말구> 스케일이 훨씬 작다. 하지만 스케일이 작다고 해서 그 재미 역시 적은 건 아니다. 모든 걸 줄이고 대신 박찬호와 이영표에 집중하기만 해도 의외로 빵빵 터지는 재미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일단 이 프로그램은 제목부터가 심상찮다. 물론 그 제목은 축구, 야구가 아닌 생활체육을 지향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지만, 박찬호와 이영표가 첫 만남에 야구를 앞에 쓸 것이냐 아니면 축구를 앞에 쓸 것이냐는 두고 팽팽한 논쟁(?)을 벌이는 진풍경을 만들어낸다. 결국 논리로는 답이 나올 수 없어 공기로 대결을 벌여 이영표가 이기는 바람에 제목이 그렇게 정해졌지만, 이들의 묘한 경쟁과 대결구도는 이 프로그램이 느슨해지지 않게 되는 이유로 작용한다.

 

레전드는 역시 다른 분야에서도 통하는 게 있는 것일까. 놀랍고도 흥미로운 건 박찬호와 이영표가 처음 배웠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습득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친 이형택은 곧바로 두 사람이 랠리를 벌이는 걸 보고 감탄하고, 박찬호가 투구하듯이 서브에 스핀을 넣는 모습에 "레전드는 다르다"는 걸 토로한다. 배드민턴을 가르친 이용대는 수박을 셔틀콕으로 수박을 깰 수 있다며 그걸 실제 보여줌으로써 모두를 놀라게 했지만, 더 놀라웠던 건 박찬호도 이영표도 그걸 해냈다는 사실이었다.

 

탁구를 가르치러 온 유승민은 보통 6개월은 해야 할 수 있는 드라이브를 척척 해내는 박찬호와 이영표에 놀라고, 10점을 잡아주고 한 경기이긴 했지만, 두 사람이 복식으로 한 경기에서 지고는 그들의 남다른 운동 능력을 칭찬했다. 관찰력이 남다른 이영표는 금세 습득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남다른 투지를 가진 박찬호는 안 되도 여러 시도를 통해 방법을 찾아낸다는 것.

 

두 사람만 서 있으면 어딘지 딱딱할 것 같은 분위기를 오마이걸 승희가 중간에 자리에 부드럽게 해주고, 마치 여동생처럼 이들의 경기를 관전하며 찐 리액션을 더해준다. 그러니 그 현장의 놀라움이 승희의 표정과 말, 비명소리(?)에 고스란히 묻어 전달된다.

 

그런데 이들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초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재미와 의미를 선사한다. 물론 박찬호는 예전부터 예능 나들이를 해온 바 있고, 이영표도 최근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선배 힘들게 하는 후배 캐릭터로 웃음을 준 바 있다. 하지만 <축구 야구 말구>에서 이들의 케미는 스포츠선수로서의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더 흥미진진함을 안긴다. 선배로서 깍듯하지만 경기에 있어서는 가차 없는 이영표와 시작부터 '투 머치 토커'로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말을 쏟아내지만, 밤에는 꼭 일기를 쓰고 아침에는 명상을 하는 모습에서는 그만의 삶에 대한 방식들이 묻어난다.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는 두 사람의 티키타카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최근의 예능들은 웃음만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한다. 박찬호가 명상 도중 승희에게 들려준 자신이 가장 힘들 때 자신에게 했다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에는 그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삶을 걸어왔다는 걸 느끼게 해 보는 이들의 찡한 공감대를 만들었다.

 

3회까지 특훈을 마친 이들은 이제 다음 회부터는 지역의 생활체육 고수들을 찾아가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종목은 다르지만 스포츠 레전드들이 생활체육 고수들과 벌이는 대결이 일단 기대되고, 그들이 그 여정을 통해 나누는 이야기들과 벌이는 해프닝에서 묻어날 소소한 재미와 삶의 의미들이 궁금해진다. 진정 박찬호와 이영표의 스포츠는 물론이고 일상에서의 매력을 이만큼 잘 끌어내는 프로그램도 없지 않나 싶다.(사진:KBS)

 

'싱어게인', 무명을 공유하자 만들어진 찐 가수들의 무대

 

JTBC <싱어게인>에서 45호 가수 윤설하는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기에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나이의 소유자였다. '최고령 무명가수'로 소개된 그는 자신이 '김창완과 꾸러기들'에서 같이 활동했던 가수라는 걸 밝혔다. 아마도 중년의 시청자들이라면 당시 통기타를 둘러맨 청년들이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를 부르던 모습을 금세 떠올렸을 게다.

 

노래는 기억하지만 가수는 낯설다. 이건 <싱어게인>이 가진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그 특징에 딱 어울리는 윤설하는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어딘지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긴장하면서도 이 무대에 오르게 된 이유는 심사위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노모를 모시고 사는데 치매가 진행되는 상황이라는 것. 그러면서 어머니가 "너는 TV에 언제 나오니?"라고 하시는 말씀에 어머니가 기뻐하시길 바라며 무대에 섰다는 것이었다.

 

통기타 둘러매고 담담한 목소리로 시작한 윤설하가 부른 노래는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내 속엔-"하는 그 목소리가 나이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맑게 장내에 울려 퍼졌다. 화려한 테크닉 따위는 전혀 없이 그저 툭툭 불러내는 노래는 이상하게도 마음을 건드렸다. 노래를 듣던 이승기는 눈물을 보였고, 다른 심사위원들도 숙연할 정도로 노래에 몰입했다. 도대체 이 힘은 어디서 나온 걸까.

 

그건 다름 아닌 윤설하라는 가수의 삶이 얹어져 있어 담담하게 툭툭 던지는 노래에도 남다른 감흥이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가사 하나도 달리 들렸고, 떨림이 느껴지는 청아한 목소리에도 삶의 무게가 더해졌다. 그것은 '시간의 가치'였다. 오래도록 시간이 얹어져 낡아지는 게 아니라, 그 시간의 공력들이 더해져 깊어지는 것. 우리가 '빈티지'라고 부르며 옛 것을 올드한 것이 아닌 힙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지금의 레트로 문화가 그의 노래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싱어게인>은 무명이라는 하나의 공유지대를 통해, '찐 무명'으로 진짜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가수들을 발견해내는 무대이면서, 동시에 노래만 들으면 그 때로 우리를 돌아가게 할 정도로 유명한 곡들이지만 그 곡을 부른 이들은 누군지 모르는 가수들을 현재로 소환해내는 무대를 세워 놓았다. 통기타 하나로 한영애의 '여보세요'를 자기만의 스타일과 편곡으로 소화해낸 63호 가수나 박진영의 'Honey'를 마치 밀당하듯 맛깔나게 부른 30호 가수 처럼 찐무명이지만 이미 스타탄생을 예고하는 가수들도 등장하지만, 전주만 들으면 비 내리는 곳을 뛰어가야 할 것 같은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부른 '자전거를 탄 풍경'의 가수나, "Almost paradise-"로 시작하는 도입부분만 들어도 떠오르는 <꽃보다 남자>의 OST를 부른 가수도 등장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슈가맨>이 더해진 느낌이랄까.

 

흥미로운 건 조금 나이든 가수들이 등장해 부르는 옛 노래에 대해 젊은 심사위원들이 나이가 있는 심사위원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노래를 듣는다는 점이다. 즉 당대를 살았던 심사위원들은 그 때 스타일로 부르는 노래가 자칫 올드하게 들리지 않을까 우려하며 듣는 반면, 젊은 심사위원들은 그것을 '힙하다' 여기며 듣는다는 것. 이 지점 역시 지금의 뉴트로에 담긴 옛 것에 대한 달라진 감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사실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들은 참 다양한 형식 실험을 했고, 그 장르도 다양하게 선보인 바 있다.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 하면 어딘지 뻔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싱어게인'은 '무명'이라는 하나의 공유지대를 가져와 새로운 목소리를 발견해내는 오디션의 본래 색깔과 옛것을 힙하게 다시 소환해내는 레트로 감성을 엮어냄으로써 신선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감성)와 미래(의 스타탄생을 예고하는 기대감)가 현재의 무대 위에 어우러지는 색다른 경험. 그것이 '싱어게인'의 묘미가 아닐까.(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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