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마술사들 위한 헌사

 

방화동 사거리 한 복판에는 매일 마이클 잭슨이 출몰한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시간의 마술사들' 특집에서 소개한 이철희씨는 칠순의 나이에도 어김없이 사거리로 나서 절도 있는 동작과 현란한 손짓으로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벌써 40년째 '인간신호등'을 자처했다는 이철희씨는 150cm의 작은 키지만 지나는 낯선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덕담을 한다. 모르던 이들도 여러 차례 인사를 받고 덕담을 듣다 차츰 이철희씨와 가까워지고, 이제 아침마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고 한다.

 

그가 이렇게 40년째 교통정리를 하게 된 계기는 누나의 뺑소니사고 때문이었단다. 보험을 들지 않아 재산을 탕진했고, 더 입원하기도 어려워 3년 뒤 퇴원한 누나는 그 후로도 7년 간 후유증으로 고생했다고 했다. 도로가 원망스러웠고 운전자들을 보면 '일을 낼 것 같은' 분노가 있었지만, 그가 선택한 건 사거리로 나서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40년 간을 교통정리 봉사를 해오고 있었다.

 

'시간의 마술사들' 특집은 '시간'이라는 키워드를 가져왔지만, <유퀴즈> 특유의 보이지 않는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일하며 세상을 밝히는 이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인형병원 김갑연 원장은 낡고 헤진 인형을 수술(?)하고 고쳐주는 일로 누군가의 추억 가득한 시간들을 되살려주는 일을 하고 있었고, 무려 30년 전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을 선보였던 한민홍 대표는 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사서 쓰려는 기업들의 잘못된 인식 속에서 지금껏 홀로 외롭게 그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김갑연 원장이 복원해준 건 단지 인형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갖고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잊고 지냈던 동심이었다. 또 낡으면 당연히 버려지는 어떤 것들이 아니라, 그 낡은 것 속에 담겨진 시간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게 해주는 일. 그래서 인형을 수선해주는 일은 마치 그걸 가진 이의 마음을 수선해주는 일처럼 보였다.

 

너무나 차분하게 자신이 일찍이 했던 자율주행에 대한 연구와 성과들을 이야기하는 한민홍 대표의 모습에서 어떤 뭉클함이 느껴졌던 건, 제작진이 "외롭지 않으셨냐"고 묻는 대목에서였다. 너무 시대를 앞서갔던 그의 연구에, 미래를 위해 투자하지 않는 당대의 분위기는 그를 얼마나 외롭게 만들었을까.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기의 그 길을 지금껏 걸어가고 있다고 했다.

 

영화 <승리호>, <기생충>, <신과 함께> 등 다양한 영화에 VFX 작업을 한 덱스터 강종익 대표는 할리우드의 10분의 1 예산으로 <승리호> 같은 작품의 CG를 만들어냈던 장본인이다. 그런데 이건 굉장히 가성비 높은 기술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도 최고의 퀄리티를 냈던 그 힘겨운 시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은 과거와 달리 노동환경이 상당 부분 개선되어 있다 했지만 그것 역시 그간의 노력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이날 마지막 출연자였던 김범석 종양내과 의사가 들려준 이제 삶의 끝을 앞둔 환자들의 이야기가 특히 감동적이었던 것도, 그렇게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 같은 인물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흉부외과만큼 찾지 않는 종양내과 의사로서 살려내기 보다는 좀 더 오래, 고통 없이 남은 시간들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김범석 같은 인물은 보이지 않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분들이 있어 세상은 조금 따뜻해지고 살만해지는 것일 테니까.

 

마침 '시간의 마술사' 특집편이 방영된 날은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가 치러진 날이었다. 저마다 자신이 왜 당선되어야 하는가를 강변하고, 경쟁자의 약점을 물어뜯는 네거티브 선거를 봐왔던 대중들이라면, 이렇게 보이지 않게 묵묵히 무려 수십 년 간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사거리로 나서 인간신호등을 자처하고, 낡은 인형을 수선해 누군가의 추억을 복원해주며,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을 외로워도 걸어가고, 조악한 노동환경 속에서도 최고의 결과물을 내놓으며, 마지막 가는 분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다가왔을 게다. 실제로는 이런 분들이 있어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니까.(사진:tvN)

'강철부대', 훈련 대신 자존심 팀 대결로 돌아온 군대 리얼리티의 찐 맛

 

채널A <강철부대>에 대한 반응이 심상찮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대 6팀이 여러 미션으로 대결을 벌이는 군대 리얼리티 <강철부대>는 첫 회에 2.9%(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시작해 3.4%, 4.3%로 매주 최고시청률을 갈아치우며 급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이 흐름대로라면 채널A의 새로운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는 무서운 상승세다.

 

<강철부대>가 가져온 군대 리얼리티는 강력한 흡인력을 가진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간 많은 논란의 요소들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최근 가학 논란으로 유튜브 방영을 중단했던 <가짜사나이> 논란은 대표적이다. <가짜사나이>는 군사 훈련의 가학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일부 교관의 부적절한 멘트들은 논란에 불을 지폈고 그렇게 강력한 자극과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강철부대>는 일단 군사훈련이라는 군대 리얼리티의 틀에 박힌 소재를 지워버렸다. 이미 준비된 6팀이 각자 자신들이 몸담았던 부대의 명예를 걸고 출연해, 갖가지 미션들을 통해 대결하는 방식은, 상명하복 같은 위계가 아니라 팀 단합과 명예를 위한 대결로 프로그램의 색깔을 바꿔놓았다. 가학성이 사라진 자리에는 저것이 인간의 능력인가 싶을 정도의 극한의 체력과 정신력 나아가 동료의 협동심을 보여주는 자리로 채워졌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특전사, 707 대테러 특수임무단, 해병대, UDT(해군특수전전단), SDT(군사경찰특임대), SSU(해군해난구조전대) 6팀이 각각 4명씩 팀을 이뤄 총 24명의 예비역들이 벌이는 팀전은 다 같이 모인 첫 만남에서부터 불꽃 튀기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아마도 악역을 맡게 된 것처럼 보이는 707팀이 군경력 대선배인 박준우(박군)에게 춤을 춰달라고 하거나, 뒤늦게 들어온 다른 팀에게 절을 하라며 몰래카메라를 유도하는 등의 도발행위(?)를 했지만, 맨 마지막에 들어온 UDT팀의 살벌한 무대응으로 오히려 신경전에서 밀리는 광경은 그 자체로도 흥미진진했다.

 

팀 구성부터가 자존심 대결을 예고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예를 들어 특전사와 707은 같은 육군특수전 사령부 소속으로, 특전사에서도 별도로 차출되어 대테러와 특수임무를 맡는 조직이 707이라는 사실 때문에 서로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또 UDT나 해병대 그리고 SSU는 모두 해상 작전에 최적화된 팀이라는 점에서 자신들이 최고라는 걸 입증하려 애쓴다. 이 군대 리얼리티의 강력한 서바이벌은 애초 라이벌 의식을 갖는 팀 구성에서부터 이미 장착된 결과라는 것이다.

 

간단하게(?) 스튜디오에서 치러진 턱걸이 대결은 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되면서 출전한 팀원들을 죽기 살기로 만들었고, 그건 이제 본격적으로 야전에서 시작될 미션들이 얼마나 살풍경할 것인가를 예감케 해줬다. 칼바람이 부는 한 겨울 바닷가에서 시작된 첫 날의 대결은 참호격투, 각개전투, 해상구조를 쉬지 않고 해낸다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차가운 진흙탕 속에서 한바탕 '악어 같은' 대결을 펼치고는, 달리기와 포복, 40킬로 타이어 들고 뛰기 그리고 10미터 외줄 타기를 연달아하는 각개전투를 한 후, 어두워진 밤바다로 뛰어들어 더미를 구조해오는 미션을 치른다. 과연 체력적으로 이게 가능한가 싶지만 이들은 포기한다는 걸 더 큰 치욕으로 여기며 승패를 떠나 끝까지 하는 자세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 미션들을 수행해가며 자연스럽게 다양한 캐릭터들이 매력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트로트가수로 유명해졌지만 오랜 군 경력을 가진 박준우는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짬에서 나오는' 전략적인 접근과 남다른 체력으로 각개전투에서 놀라운 수행력을 보여줬고, UDT 출신 육준서는 첫 등장부터 잘 생긴 외모지만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방송 이후 화가이자 유튜버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팬덤이 생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겉모습만으로도 위압감을 주는 현역 크로스핏 선수 황충원은 미션마다 괴력을 보여줘 '황장군'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고, 이밖에도 해병대 수색대팀의 오종혁이나 첫 번째 미션의 우승자로 우뚝 선 SSU의 정해철 등등 출연자들의 다양한 개성과 매력들이 미션마다 드러나고 있다.

 

어찌 보면 <강철부대>는 해외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우리네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과 접목시켜 시너지를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MBC <진짜사나이>와 유튜브 <가짜사나이>가 모두 보여줬던 일반인 참여 군 체험이라는 틀을 과감히 벗어버림으로써, 군대 리얼리티가 그간 가졌던 가학성이나 군사문화 미화 논란 같은 불편한 지점들을 지워버렸다. 대신 마치 자존심이 걸린 스포츠 대결 같은 양상으로 미션대결을 펼침으로서 최강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그들끼리는 자존심 대결이라 누가 최강자가 되는가는 중요한 일일 테지만, 시청자들에게 그건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다. 대신 그 과정에서 보이는 이들의 강인한 정신력과 의지를 느끼고, 한편으로는 든든한 마음으로 그 매력에 빠져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테니 말이다. 군대 리얼리티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강철부대>. 어딘가 심상찮은 신드롬의 조짐이 보인다.(사진:채널A)

'알쓸범잡', 어째서 범죄 이야기를 스핀오프로 가져왔을까

 

2018년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기한 잡학사전3(이하 알쓸신잡)>가 방영된 지 벌써 햇수로 3년이나 지났지만, 이 프로그램은 시즌4로 오지 못했다. 아무래도 그간 이 프로그램의 주축이라 할 수 있었던 유시민이 방송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정치적 이슈들이 적지 않아 참여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 그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다른 출연자가 그 빈자리를 채워도 되지만 워낙 이 프로그램의 상징성이 큰 인물임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래서 양정우 PD는 이 프로그램의 스핀오프로서 <알쓸범잡>을 갖고 돌아왔다. 굳이 <알쓸범잡>이라 줄인 표현으로 제목을 삼은 건, '알쓸신잡'으로 불리던 본편의 연장선이면서 동시에 차별화가 있다는 걸 드러내기 위함이다. '범죄'를 하나의 심화된 아이템으로 삼았고, '쓸데없는'을 '쓸데 있는'으로 바꾸었다. 물론 <알쓸신잡>도 제목은 '쓸데없는'으로 썼지만 그건 인문학도 재밌게 접근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알쓸범잡>은 대놓고 쓸데 있음을 강조했다.

 

그 이유는 첫 회만 봐도 드러난다. '이것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입니다'라는 캐치 프레이즈처럼 범죄는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런 범죄가 생겨나는 이유가 저 멀리 있는 것으로 치부하는 우리의 '무관심'에서 비롯된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첫 회 '부산편'을 통해 보여줬기 때문이다.

 

34년 전 벌어졌던 '한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은 단적인 사례였다. 88올림픽을 앞두고 벌어진 이 사건은 도시 부랑인들을 수용한다는 명목으로 민간이 위탁받아 저지른 조직적인 범죄였다. 부랑인들도 그렇게 취급되면 안 되는 일이지만, 이 시설에는 무려 70%의 가족이 있는 사람들조차 끌려와 노예 취급을 당했고 폭력과 성폭력을 일상적으로 겪었다. 확인된 사망자만 513명이었다는 것.

 

하지만 이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도 형제복지원 원장은 납치와 감금에 있어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단지 횡령죄로 2년 6개월의 선고받았다고 했다. 정재민 법학박사는 당시에 박종철 서울대생 고문치사사건이 대서특필됐던 것과 비교해 무려 513명이 사망한 이 사건이 조명되지 못했던 걸 짚어내며 안타까워했고, 김상욱은 이 사건의 본질이 우리의 '무관심'이라는 걸 강조했다.

 

<범죄와의 전쟁>, <마약왕> 등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1980년대 부산의 마약 밀수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당시 화이트 트라이앵글의 한 축이었던 부산은 일본에 제공되는 마약의 생산기지이기도 했었다고 한다. 김상욱은 마약이 어떻게 아편에서부터 몰핀, 헤로인으로 변화해왔는가와 코카인과 필로폰에 대한 이야기를 과학적 시각으로 소개한 건 물론이고. 이러한 마약의 등장이 20세기 들어 강도가 높아진 '노동'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마약의 이야기가 우리가 지금도 매일 겪고 있는 강도가 높아진 '노동' 같은 '우리 주변 이야기'로 연결되는 것.

 

또 낙동강변 살인사건으로 무고한 최인철, 장동익씨가 고문에 의해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무기징역 선고를 받았다 재심으로 무죄가 입증된 사건 역시 '무관심'과 관련 있었다. 박지선 범죄심리학자는 당시 '얼마나 아무도 이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는가'를 통탄해 했다. 고문으로 나오게 된 진술과 갑자기 등장한 보강증거에 의해 누군가의 삶이 살인자로 낙인찍혀 감옥까지 가게 된 그 일은 만일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 또 벌어질 수도 있는 사안일 수 있었다.

 

최근 들어 '범죄'라는 소재는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 방송의 한 분야가 되고 있다. 범죄 스릴러들이 시청자들의 호응과 공감을 얻고 있고, <유 퀴즈 온 더 블럭> 같은 경우 범죄를 카테고리로 했던 프로파일러나 형사들의 이야기가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알쓸범잡>은 이러한 범죄에 대한 관심을 스핀오프로 끌어오면서, 그것이 남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라는 걸 강조함으로써 재미와 더불어 '쓸모'까지 보여주었다.

 

물론 범죄 한 분야로 카테고리화되어 있어 <알쓸신잡>이 보여주던 다양한 담론들의 묘미에는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 분야에 특히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귀는 물론이고 마음까지 잡아끄는 힘이 있다. 향후 어떤 지역에서 또 어떤 사건들을 통해 그 시사점과 흥미로운 관점들을 더해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사진:tvN)

'윤스테이', 문화공정 시국이라 더욱 빛난 나영석표 K예능

 

tvN 예능 <윤스테이>가 종영했다. 총 21팀 64명의 외국인 손님들을 위한 1박2일 간의 한국문화 체험. 전남 구례의 아름다운 한옥집 쌍산재에서 가을과 겨울에 걸쳐 촬영된 <윤스테이>에는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요소 하나하나가 우리네 문화의 다양한 요소들로 채워졌다.

 

처마 밑에 매달려 익어가는 곶감과, 가만히 서서 귀 기울이면 마치 바닷가에 온 듯한 파도소리를 들려주는 대나무숲, 아담하고 소박하지만 엄마 품처럼 포근히 손님들을 품어주는 객실들. 뛰어 놀 수 있을 만큼 넓은 정원에서 아이들이 연을 날리고, 저수지를 산책하며 처음 만난 국적도 다른 이들이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광경들.

 

그 한옥이 넉넉히 품어주는 풍경은 그 곳을 찾은 외국인 손님들도, 그걸 TV로 보는 시청자들도 잠시간의 기분 좋은 휴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저녁과 아침으로 준비되는 참 많은 한식들이 빛을 발했다. 정성껏 손을 일일이 다져 만든 떡갈비와 기름을 쪽 빼고 담백하게 요리된 수육 그리고 달콤 짭쪼름한 양념이 잘 배인 찜닭은 물론이고,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궁중떡볶이처럼 손님 한 명 한 명을 배려한 한식들은 단지 식욕을 자극하는 쿡방과 먹방의 차원을 넘어 마음까지 포만감을 줬다.

 

그 마음의 포만감은 다름 아닌 외국인 손님들을 대하는 윤스테이 사람들의 진심과 정성 덕분이었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세팅하고, 한국문화 체험을 하는 것이지만, 타국의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은 어떤 음식을 준비하고 서빙하며 설명하는 그 과정 속에서 충분히 묻어났다. 우리 문화를 소개하면서 저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 그것이 어쩌면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의 '친절함'을 이야기하는 이유이고, 한국문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윤스테이>는 단지 한옥에서의 하룻밤과 한식 대접 그 자체만이 아닌 그 이상의 '한국인의 마음'이라는 한국문화의 진짜를 끄집어내 보여준 면이 있다.

 

물론 나영석 PD표 예능이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윤스테이> 역시 그 익숙함의 반복처럼 보이는 면이 존재했다. 음식이 있고, 손님이 있고, 특정 공간에서 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가 존재하는 나영석 PD표 예능. 하지만 <윤스테이>의 시도가 가치 있게 느껴진 건, 하필 코로나 시국에 맞춰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한국문화를 경험하게 해준다는 그 지점이 우선 의미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또한 <윤스테이>는 최근 들어 중국의 문화공정으로 인해 김치도, 비빔밥도 다 그들 것이라 주장하는 어이없는 상황 속에서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는 프로그램이 됐다. 이 프로그램은 저들의 문화공정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아도, 그 과정 하나하나를 통해 진짜 한국문화가 무엇인가를 강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타국의 문화를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 저들과는 정반대로 외국인들을 대하고 그들을 존중하는 모습들은 무엇이 자신의 문화를 더 돋보이고 분명하게 해주는 것인가를 보여준 면이 있다. 타국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또한 자국의 문화를 존중하는 일이 된다는 것.

 

혹여나 그럴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하지만 늘 이런 일이 벌어지곤 했다) 만일 중국에서 <윤스테이>마저 베껴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아마도 너무나 어색한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타국의 문화를 존중하며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진면목이기 때문이다. 그건 베껴서 얻을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이미 그 타국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베낀다는 행위 자체가 프로그램의 정체성과는 맞지 않는 일이 될 테니 말이다. 코로나든 문화공정이든 지금 같은 시국이라 더더욱 빛나고 더할 나위 없던 <윤스테이>였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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