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 무슨.. 역시 <무한도전>다운 극한 선택 

 

<무한도전> 10주년. 출연자와 스텝들에게 내려진 휴가는 믿기지 않는 일로 다가왔다. 출연자들은 공항에 와서도 주변을 살피며 휴가를 떠난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모습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디 한두 번이던가. 휴가처럼 떠난 해외여행이 사실은 생고생의 서막이 됐던 것이.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지난 방콕 특집에서 그들은 방콕에 가지 못했다. 공항까지 가서 티켓팅까지 했지만 다시 되돌아온 그들은 작은 옥탑방에 콕 박혀 마치 방콕에 온 것 마냥 휴가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휴가라기보다는 몸 개그를 위한 게임 같은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이 방콕 특집은 시청자들에게 의외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방 한 칸에서도 충분히 웃길 수 있다는 <무한도전>의 저력을 보여준 셈이었다.

 

그러니 휴가랍시고 공항까지 와서도 의심할 수밖에.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 짐을 부치고 비행기에 탄 그들이 방콕 공항에 내리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그러니 출연자들로서는 이 휴가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믿을밖에. 하지만 반전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갑자기 제작진이 지난 극한알바특집에서의 약속을 꺼내들었던 것. 지인에게 자신들이 했던 알바를 추천해서 성공하지 못하면 또 다른 극한알바를 할 것이라는 약속이었다.

 

방콕은 이번에는 휴가지가 되지 못하고 경유지가 되었다. 전 세계로 가는 허브로서 방콕 공항에 내란 그들은 거기서 각각 팀을 이뤄 세계로 가는 극한알바를 떠나게 되었다. 출연자들은 이번에도 속은 걸 알고는 분통을 터트렸다. 하하는 이럴 거면 처음부터 극한 알바라고 하던가라며 분노했다. 이 휴가를 오려고 몇주 간 했던 생고생이 못내 억울했을 것이다. 유재석도 김태호 PD를 거론하며 걔 인터폴에 수배해야 한다고 했고 박명수는 콩밥 먹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10주년 정도 됐으면 휴가를 보내줘도 뭐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간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시청자들을 위해 얼마나 생고생을 해왔는가를 모르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호 PD는 독한 선택을 했다. 왜 그랬을까. 그것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본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무한도전>의 존재 근거는 시청자들의 즐거움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그러니 출연자들의 노고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

 

극한 알바<무한도전>이 다시금 초심을 다지는 계기를 보여줬던 아이템이다. 고층빌딩의 창문을 닦으며, 지하 갱도에서 탄가루를 뒤집어쓰며, 밤새도록 굴을 까고 택배상자들을 차에 싣고 또 텔레마케터로서 감정노동의 피로를 겪으며 그들은 치열한 노동의 현장을 보여주었다. <무한도전>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 노동의 강도로 세워진 프로그램이 바로 <무한도전>이 아닌가.

 

그들은 결국 이번에도 방콕에 가진 못했다. 설사 방콕 공항에 내리긴 했어도 그건 진정한 의미에서의 휴가지 방콕이 아니었다. 모두가 휴가를 생각할 때 <무한도전>은 노동의 현장을 선택했다. 이것은 <무한도전> 10주년이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들이 흘린 땀으로 이뤄진 거라는 걸 잘 보여준다. 우리가 모두 TV 앞에서 웃으며 잠시 간의 여유를 보낼 때, 그들은 노동의 현장 속에 늘 자신들을 세우고 있었다.

 

무엇이 <삼시세끼>의 박신혜를 특별하게 했을까

 

사람 한 명의 에너지가 이토록 대단한 것이었나. tvN <삼시세끼>의 게스트 박신혜에게는 어떤 특별함이 있었던 걸까. 시커먼 남정네들만 있는 곳에 찾아온 예쁜 소녀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박신혜를 본 옥택연은 내내 싱글벙글이었고, 그녀 앞에서 멋진 농부의 모습을 보이려 허세를 부리기도 했으며, 심지어 칠렐레팔렐레 바보처럼 즐거워하기도 했다. 그걸 본 이서진이 동네 미친 놈 같다고 할 정도로.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그렇게 말하기는 해도 이서진 역시 만면 가득 미소를 지울 수가 없는 얼굴이었다. 그는 특유의 퉁퉁거리는 말투로 광규형 대신 니가 고정해라라고 에둘러 박신혜에 대한 반가운 마음을 전해주었다. 마치 여동생이라도 놀러온 것처럼 그녀가 잘 방을 따뜻하게 데우고 늦게까지 잘 수 있게 창문에 암막을 쳐주는 모습까지 보였다.

 

도착하자마자 설거지부터 시작하더니 화덕을 만드는 일에서 의외의 재능을 보인 그녀를 보며 이서진과 옥택연은 자기들이 박신혜 집에 일 도와주러 놀러온 사람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척척 일 잘 하는 박신혜가 대견스러웠던 것. 이렇게 됐던 것은 박신혜가 가진 특유의 친화력과 싹싹하고 배려심 많은 심성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녀가 이 프로그램을 그만큼 친숙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박신혜는 <삼시세끼> 프로그램을 거의 꿰고 있었다. 솥에 물을 끓일 때 김이 솟아 나와 그 안의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는 걸 보며 이게 이래서 이랬구나하고 얘기하자 나영석 PD도 그런 걸 어떻게 아냐고 물을 정도였다. “방송에서 봤다고 하자 옥택연은 방송을 우리보다 더 많이 챙겨보는 거 같아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게스트가 방송을 꿰고 있어 마치 자기 집에 있듯이 편안하게 요리도 하고 밭일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은 주인들인 이서진과 옥택연으로 하여금 그녀가 게스트가 아닌 호스트라는 느낌을 갖게 만든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이 박신혜의 입장과 그녀가 세끼집에서 보여준 모습은 시청자들이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느끼는 그 감정과 다르지 않다. 어느덧 이 프로그램을 계속 봐온 시청자들은 저들이 사는 공간이 마치 내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그들의 즐거움이 마치 나의 즐거움처럼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이것은 <삼시세끼>가 별 특별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왜 그토록 시청자들을 열광케 하는가 하는 그 해답이 들어있다. 이 프로그램은 정선의 세끼 집이라는 공간을 저들만의 놀이터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시청자들이 함께 들여다보고 함께 키워가는 공간으로 그려낸다. 프로그램이 그 세끼 집에서 자라는 풀들과 꽃 야채는 물론이고 아침 산책을 나서는 닭장을 빠져나온 마틸다, 염소 잭슨과 자식들 그리고 밍키를 먼저 챙겨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건 그래서다.

 

그들이 어떻게 자라나고 있고, 그들이 어떻게 지냈는지를 먼저 살피는 이 시선은 그래서 고스란히 이 집을 찾는 이서진과 옥택연의 시선이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이기도 하다. 그러니 온전히 시청자의 시선으로만 있던 박신혜가 그 낯선 곳에 처음 들어가서도 마치 호스트처럼 느낄 수 있게 된 것. 시청자를 호스트로 느끼게 해주는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의 특별함. 긍정 에너지를 한껏 가져온 박신혜라는 호스트 같은 게스트는 바로 이 프로그램의 힘을 온전히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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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가 찾은 신생존법, 준비된 대세를 찾아라

 

사실 나도 화장 지워보면 별거 아니니까.”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AOA의 초아는 남다른 팬 사랑에 대한 질문에 그렇게 답을 했다. 별 특별한 사람이 아닌데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들이 그렇게 고맙다는 것이다. 초아의 이 한 마디에는 그녀가 얼마나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아왔는가가 잘 드러난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그녀는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서 무려 15번을 떨어졌고 JYP엔터테인먼트에서도 최종까지 갔다가 탈락했다고 한다. IPTV 영업을 해서 한 달에 5백만 원 정도를 벌기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번다고 행복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그 돈으로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 치아교정도 하고 했다는 것.

 

AOA는 밴드로 시작한 그룹이다. 하지만 그녀의 표현대로 폭망했다. 그래서 다시 걸 그룹으로 콘셉트를 바꿔 나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밴드가 걸 그룹을 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초아가 <라디오스타>를 통해 보여준 긍정적인 에너지는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던가를 수긍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긍정은 오히려 그녀만의 독특한 개성이 되었다. 걸 그룹이지만 밴드 음악을 할 줄 아는 가수라는.

 

초아라는 준비된 인물을 조명해내는 <라디오스타>를 보면, 최근 이 프로그램의 새로운 생존법이 주목된다. 놀라운 일이지만 최근 예능 대세라고 불리는 이들을 <라디오스타>는 계속 발굴해냈다. 강균성이 그렇고 서현철, 황석정에 이어 초아가 그렇다. 이들을 보면 공통점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어느 한 분야에서 꽤 오랫동안 무명시절을 겪으며 쌓인 내공이 있다는 점이다.

 

강균성이 성대모사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오랫동안 쌓인 노래실력이 바탕이 되는 것이고, 서현철이 뭐든 재밌게 살려내는 이야기보따리가 될 수 있었던 건 그의 표현 능력을 만들어주는 연기 내공이 있었기 때문이며 황석정이란 대체불가의 솔직한 캐릭터가 주목될 수 있었던 것도 그녀의 남다른 연기 인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초아의 긍정 에너지도 그녀가 살아왔던 입지전적인 삶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라디오스타>는 물론 과거에도 중심으로 들어오지 못한 변방의 인물들을 발굴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부쩍 여기서 발굴된 준비된 대세들이 주목을 끄는 건 예능의 트렌드가 리얼리티쇼로 바뀌면서 방송의 얼굴들 역시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대중들은 범접하기 힘든 화려한 스타들보다는 옆집 아저씨 같고 여동생 같은 친근한 인물들을 더 요구하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늘 변방의 느낌을 고유의 정서로 갖고 있는 <라디오스타>는 어쩌면 이런 인물들을 발굴하는데 최적의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라디오스타>가 이미 준비되었으나 발굴되지 못했던 인물들을 찾으면서 그 토크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김구라의 변화는 단적이다. 그는 물론 지금도 임성한 작가의 <신기생뎐>에 출연했던 임수향에게 당시 눈으로 레이저를 쐈던 에피소드를 꺼내놓고 그게 누굴 맞추려고 한 거냐는 식의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출연자들을 면박주기보다는 그들의 재미에 동조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서현철이 나왔을 때 연기가 바탕이 되어 살리기 힘든 얘기도 재밌게 한다고 치켜 세워주고 초아에게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얘기해주는 식이다.

 

사실 늘 웃던 사람들이 웃는 건 그리 주목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라디오스타>처럼 게스트들에게 시큰둥했던 이들이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관심을 보이거나 혹은 포복절도를 할 때는 그 대상이 더욱 주목될 수밖에 없다. <라디오스타>에게서 보이는 이런 전략의 변화는 이 프로그램으로 계속 발굴되는 새로운 예능의 얼굴들과 함께 프로그램의 존재감도 높여놓고 있다.

 

유승준의 13, 대중의 13년 그 온도차

 

결국 예상된 그대로의 내용이었다. 사실 그 이상일 수도 없고 이하일 수도 없었다. 자신이 왜 병역기피자가 되어 입국거부까지 당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장황한 이야기는, 본인은 해명이라 생각했겠지만 우리네 대중들에게는 변명으로 들렸다. 그는 무릎을 꿇고 사죄했지만 그는 그것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 오해에서 빚어진 일이었고 타인의 설득에 의한 일이었으며 사안이 이렇게 중대한지 몰랐던 무지의 소치에서 비롯된 일이었다고 강변하고 있었다.

 

사진출처:신현원 프로덕션

반드시 군대에 가겠다”, “해병대에 자원하겠다는 기사가 나간 것은 기자의 질문에 별 뜻 없이 던진 한 마디가 대서특필된 일이었고, 병무청이 허락해 외국에 나갔다가 국적을 포기한 사실은 당시 소속사와의 계약과 아버지의 설득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사실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면이 있다.

 

이 날 해명 속에는 그도 아버지도 군대는 반드시 갈 생각이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니 어찌 됐던 군대 가겠다는 기사가 그리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그런 아버지가 그를 설득해 군대를 가지 않게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다.

 

그는 돌아오려는 이유로 자식들을 앞에 내세웠다. “어떤 방법으로라도 아이들과 한국 땅을 밟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 역시 그 진정성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것은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침묵하다 이제야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마침 군대를 다시 갈 수 없는 나이가 되어서야 돌아오고 싶다고 말하는 건 대중들로서는 충분히 진정성에 의심을 갖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군대를 다시 갈 수 있었던 몇 년 전에 그는 침묵하고 있었을까.

 

유승준이 생각하는 13년과 우리네 대중들이 생각하는 13년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경고백을 하기 전 이 방송을 찍은 신현원 프로덕션의 신현원 대표는 살인을 저지른 범인도 25년간의 공소시효가 있다. 그 정도 기간이면 어느 정도 죗값을 치렀다고 보는 면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승준에 대해서는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독 용서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는 이 13년에 대한 엉뚱한 해석이 들어가 있다.

 

유승준측은 그것을 죗값을 어느 정도 치른 기간으로 여기고 있는 모양이지만, 우리네 대중들에게는 13년 간 아무런 사죄도 하지 않고 지낸 기간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13년은 사실상 유승준이라는 이름을 지워버리는 시간이었고, 그가 스티브 유라는 외국인이 되는 시간이었다. 그러니 이제 와서 갑자기 사과방송을 한다는 것이 대중들로서는 엉뚱하다고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갈라진 길은 처음에는 가까워보였지만 지금은 도저히 합쳐지기 어려울 정도로 먼 지점에 유승준과 대중들을 세워 놨다. 그는 이미 한국과는 무관한 외국인이 되었다. 만일 소통을 하려 했다면 훨씬 더 일찍부터 오랫동안 해왔어야 하는 것이 맞다. 이제 와서 뒤늦게 봉합하기에 13년이란 시간은 너무 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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