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나이>, 샘과 손진영에 빵 터진 이유

 

군인은 샘 해밍턴의 꿈이라고 했다. 그는 방에서 <람보>의 DVD를 보여주며 어린 아이처럼 람보 놀이를 했다. 아마도 이 장면을 본 수많은 군필자들은 군대의 실상을 모르는 샘 해밍턴의 말과 행동에 웃음이 터졌을 것이다. 그가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겪을 리얼 군대에 람보 같은 낭만은 더 이상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그 어떤 상황에서도 웃지 않을 것만 같은 독사 조교가 그를 부를 때마다 그는 관등성명을 대느라 버벅거렸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류수영은 훈련소로 가는 길에 향수를 챙겨왔다고 했다. 힘들 때 기분 전환용으로 그걸 뿌리려 준비했다는 것. 아마도 진짜 군대라면 이건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것이었을 게다. 그런 점에서 이른바 ‘향기 테라피’를 준비한 류수영은 이 촬영이 조금 힘들긴 해도 진짜 군대 체험은 아닐 거라 여겼던 모양이다. 그는 독사 조교가 사제에서 가져온 물품들을 모두 박스에 담으라는 명령에 향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수염을 자르지 않고 들어온 손진영에게 독사 조교가 “군대에서 수염 기르면 안 되는 거 모르십니까?”하고 묻자 “자존심입니다”라고 하던 그도 결국에는 수염을 깎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 장면은 <진짜 사나이>가 그저 무늬만 군대 체험이 아니라는 걸 명확히 해주었다. 최근 <푸른 거탑>이나 <레밀리터리블> 같은 군대 소재 콘텐츠들이 트렌드를 이루고 있지만 <진짜 사나이>는 그 프로그램들과는 차별화된 리얼리티를 추구한다는 걸 보여준 것.

 

MBC <일밤>이 <아빠 어디가>의 새 파트너로 군대 소재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진짜 사나이>를 포진시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빠 어디가>는 아이들의 순수성을 내세우는 만큼 시청률이 목적이 되기는 어렵다. 그러니 <일밤>의 다른 한 쪽으로 좀 더 강한 예능 프로그램을 세우려 한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이제는 리얼리티를 요구하는 대중들에게 <진짜 사나이>의 군대 이야기는 그 야전의 생생함을 무기로 삼고 있다. MBC 관계자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김수로가 첫 촬영 이후 “더 이상 못 하겠다”고 할 정도로 강도가 셌다고 하고, <정글의 법칙>에서 정글에도 다녀온 미르는 심지어 “정글보다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리얼리티를 추구하기 때문에 강한 자극적인 설정들이 주를 이룰 것이라 판단하면 오산이다. 또 군대를 경험하거나 경험할 남자들에게만 재미있을 것이란 생각도 편견에 불과하다. 이 프로그램은 그 시작점을 이제 훈련소에 들어가기 위해 이별을 고하는 일반 훈련병들과 그 가족들의 장면으로 삼았다. 까까머리들 속에서도 제 아들, 연인을 척척 찾아내는 가족들의 “잘 다녀오라”는 외침은 아마도 그 누구에게나 울림을 주었을 것이다.

 

<진짜 사나이>는 물론 군대 체험이 갖는 강한 이야기들이 그 소재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자극보다는 공감이 우선이다. 독사 조교가 들어와 단 몇 분만에 좌중을 싸늘하게 만드는 장면은 대표적이다. “목소리 이것밖에 안 나옵니까? 재밌습니까? 앉아! 일어서! 원위치! 이것밖에 못합니까?” 이 몇 마디는 아마도 군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독사조교의 그 몇 마디에 군기가 팍팍 세워지는 장면을 보면서 대부분의 남자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렇다면 이 조금은 딱딱한 군대 리얼리티 이야기에서 어떻게 웃음을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은 그 긴장된 상황 자체가 부여하기 때문에 굳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필요가 없다. 웃음이란 긴장된 상황에서의 갑작스런 이완의 틈입이 주는 것이 아닌가. “205번 훈련병 손진영... 입니다!” 같은 어색한 관등성명에 옆자리에 앉은 동료들이 쿡쿡 웃음을 터트리는 건, 군대라는 낯선 곳에서의 긴장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웃지 마십시오!”라는 독사 조교의 명령은 그래서 웃음을 참게 만들고 그것은 더 웃긴 상황을 연출해준다.

 

군대 경험을 했던 이들이라면 군기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많은 행위들이 우스꽝스럽게 여겨졌다가 눈물 나는 기합으로 이어졌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사람을 군대라는 조직에 끼워 넣는 그 과정은 그 자체로 웃음이 터져 나올 수 있을 만큼 부자연스럽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부자연스러움이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순간, 군인만이 가진 군기와 체계가 생겨난다. 즉 군대라는 공간에서의 행동이란 일반인들에게는 웃음을 줄만큼 어색하게 보이면서도 당사자들에게는 긴장감과 두려움을 주는 것이기 마련이다.

 

실제 조교로 등장한 휘성은 같은 연예인 선후배들이 있는 가운데도 알은 체를 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군대는 너희들이 사회에서 얼마나 잘 나갔든지 똑똑했든지 다 똑같이 대우 받는다 알겠냐?” 바로 이 딱딱한 체계 위에 관등성명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 때문에 곤혹을 치르는 샘 해밍턴이 있고 잠자리에 들기 전 독사 조교에게 “화장실은 못 가는 거 아... 아니지 말입니다?”하고 버벅대며 묻는 손진영이 주는 포복절도의 웃음이 바로 <진짜 사나이>의 진면목이다. 리얼과 웃음은 그렇게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다.

싸이 ‘젠틀맨’ 반응, 왜 극과 극으로 나눠질까

 

싸이의 신곡 ‘젠틀맨’에 대한 반응은 그 자체로 놀랍다. 신곡이 나오자마자 전 세계에서 관심을 갖는다는 건 분명 지금껏 우리네 가요사에서 없던 일이다. 그것도 남북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조차 싸이의 신곡이 해외에서 대서특필되고 있다는 것은 놀랍기까지 하다. 물론 그 반응은 극과 극이다. “역시 싸이다”라는 반응이 있는 반면, “<강남스타일>의 반복”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사진출처 :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

곡보다 더 관심을 갖게 만든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자 그 반응은 더 뜨겁다. “여전히 싸이 다운 모습을 여실 없이 보여줬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너무 선정적이고 더러워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는 극단적인 반응까지 보인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상반된 반응을 만들어내고 있는 걸까. 그것은 본래 싸이의 본류였던 B급 풍자가 훨씬 더 강해짐으로써 선정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더 파더 젠틀맨-” 이렇게 반복되는 후렴구는 분명 욕을 패러디 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양복 차림에 어딘지 근엄한 척 하는 ‘젠틀맨’을 뒤트는 싸이의 이 신곡은 입에 담기 아슬아슬한 거북함을 주면서도 동시에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뮤직비디오에 대한 반응이 노래보다 더 양극단으로 갈라지는 것은 뮤직비디오가 좀 더 직접적으로 ‘젠틀맨’에 대한 조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시작부터 파격이다. 양복을 잘 차려입은 노인들이 쇼핑한 물건들을 들고 마치 비서처럼 싸이의 뒤를 따르는 장면이 그렇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우리네 풍습에서 노인들을 하인 부리듯 데리고 다니며 그 폼 잡는 모습을 비웃듯 주차금지 판을 발로 차고, 마네킹의 가슴을 만지고 노인들 옆에서 아랫도리를 흔들며 춤을 추는 장면은 대단한 도발이 아닐 수 없다.

 

노래가 갖고 있는 ‘젠틀맨’에 대한 공격과 혐오는 왜 싸이가 이 곡에 시건방춤을 붙였는가를 이해하게 만든다. 시건방춤의 핵심은 상체와 하체의 표현을 달리하는 것이 아닌가. 상체는 어딘지 폼을 잔뜩 잡고 있지만, 하체는 골반을 노골적으로 좌우로 흔들어대는 것. 상체가 젠틀맨의 겉면이라면 하체는 그 속내의 음흉함을 표현하는 것일 게다.

 

노인 앞에서 하체를 흔드는 성적인 춤을 추는 건 일종의 모욕감을 안겨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인에 이어서 싸이는 여자들에게 신사의 탈을 벗어버린 속내를 보여준다. 런닝머신을 타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 속도를 높여 넘어뜨리고, 커피를 마시는 여자에게 컵을 쳐 커피를 얼굴에 쏟게 만들며, 도서관에서 방귀를 뀌어 그걸 여자 얼굴에 냄새를 뿌리고, 앉는 여자의 의자를 빼서 넘어뜨리고 일으켜주는 척 하면서 잡아당기는 행위나, 오일을 발라주다가 수영복 끈을 잡아당기는 행위들은 신사의 틀을 벗어난 장난기 가득한 본능을 드러내는 것들이다.

 

‘젠틀맨’이라면 응당 배려해야할 노인과 여성에 대한 노골적인 모욕은 노는 아이들의 공을 빼앗아 뻥 차리고 좋아하는 장면이나, 화장실이 급해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을 놀리며 층마다 버튼을 눌러놓는 장면마저 그저 소소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싸이가 이런 파격적인 장면들과 노래가사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괜히 신사인 척 폼 잡지 말라는 얘기다. 포장마차에서 노골적으로 욕망을 드러내며 가래떡을 칭칭 감고 먹는 싸이나 그 앞에서 소스를 바른 어묵을 야릇하게 빠는 가인, 그리고 맥주를 흔들어 온통 주변을 젖게(?) 만드는 장면들 속에는 그래서 신사 이면에 자리한 성적 환상들을 거침없이 끄집어낸다.

 

‘젠틀맨’에 대한 반응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것은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도발적인 풍자는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서 속이 시원해질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속이 불편해질 수도 있다. 물론 이 반응은 또한 싸이의 신곡에 대해 엄청나게 커진 기대감(‘강남스타일’ 때는 전혀 없었던!)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도 있다. 무언가 음악적으로 새로운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감을 느꼈을 수 있다. 그것은 ‘젠틀맨’이라는 곡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젠틀맨’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싸이가 늘 해왔던 그런 곡 중 하나일 뿐이다.

 

음악적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또 스스로도 얘기했듯이 ‘강남스타일’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곡이지만, 뮤직비디오가 보여주듯이 그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 파격적이고 도발적이다. ‘젠틀맨’은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시는 보기 싫은 그런 곡일 수 있지만 그것은 또한 지극히 싸이 다운 것이기도 하다. 싸이는 늘 그래왔듯이 격식을 벗어던지고 한바탕 놀아보자는 그 얘기를 하며 하체를 돌리는 시건방춤을 추고 있다. B급 풍자와 선정성이라는 아슬아슬한 줄 위에 서서.

<나 혼자 산다>, 잘 나가는 이유? 남자들에 있다

 

설 특집으로 방영된 <남자가 혼자 살 때>가 정규편성 되면서 굳이 몇 번의 제목을 고치더니 <나 혼자 산다>가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남자가 혼자 살 때>의 뉘앙스가 어딘지 소극적이고 궁상맞은 느낌을 주었던 반면, <나 혼자 산다>는 좀 더 당당하고 즐기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 모인 무지개 회원들은 구호를 굳이 이렇게 외친다. “나 혼자 산다! 자알-”

 

'나 혼자 산다'(사진출처:MBC)

사실 혼자 사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뭐 그리 재미있을까 한번쯤 의구심을 갖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금껏 그런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서(특히 예능에서) 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방송이 조명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란 여행을 가거나(1박2일) 특별한 도전을 하거나(무한도전, 남자의 자격) 게임이나 스포츠를 하는(우리동네 예체능) 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방송은 이 남자들이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면들을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빠 어디가>는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아빠들은 지금껏 바쁘다는 핑계로 좀체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던 아이들과 1박2일의 추억 여행을 떠난다. 처음에는 아내 없는 아이와의 여행이 어색하기도 하고 영 적응이 안 될 정도로 낯설기도 했지만, 몇 주가 지난 지금 아빠들은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잠이 들고 스스로 척척 아이들의 아침밥을 차려낸다. 조금 투박하긴 해도 아빠와 함께 놀고 아빠가 차려주는 밥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새롭다. <아빠 어디가>의 성공은 아이들이라는 순수의 지대가 일등공신임에 분명하지만 거기 새로운 남자들의 이야기가 주는 호기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일밤>이 남자들의 군대이야기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같은 의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새로운 남자들의 이야기가 핵심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은 <나 혼자 산다>가 아닐까 싶다. 이 프로그램의 남자 이야기가 새로운 것은 지금껏 우리가 잘 보지 못했던 남자들의 수다와 놀이(그것도 남자들끼리 놀거나 혼자 노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실 노홍철과 김태원, 이성재, 서인국, 김광규, 데프콘 같은 너무나 다른 색깔을 가진 남자들이 카페 같은 공간에 둘러앉아서 신나게 수다를 떠는 모습은 그 자체로 우습다.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간다면 누구랑 나가고 싶냐는 노홍철의 질문에 김태원이 강수연을 얘기하고, 서인국이 김혜수를 떠올리며, 김광규가 김완선을 지목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건 이렇게 남자들끼리 둘러앉아서도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이야기꽃이 주는 새로움이다. 그 누가 수다를 여성들의 전유물이라고 했던가. 누군가와의 정이 그리울 수밖에 없는 이 혼자 사는 남자들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였을 때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심지어 이성재처럼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자리를 뜨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그리고 또 한 가지의 재미는 이들의 놀이다. 서인국의 집을 방문한 노홍철이 그 구질구질한 방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그 방에 동화되는 즐거움을 느끼거나, 노홍철의 제안으로 한강변에서 야경을 즐기는 장면은 그것이 너무나 일상에 닿아있어 지금껏 여타의 예능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흥을 만들어낸다. 여행이나 도전 같은 특별한 계기가 아닌 다음에야,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남자와 남자가 함께 노는 장면은 그리 흔하지 않다. 기껏해야 남자들의 만남이란 술자리에서 시작해 술자리로 끝나기 일쑤가 아닌가. 그만큼 우리네 남자들은 일할 줄은 알아도 놀 줄은 잘 모른 채 살아왔던 게 사실이다.

 

김광규의 집을 방문한 김태원이 즉석에서 기타를 조율해 주고 레드 제플린의 곡을 연주하며 노는 모습이나, 데프콘의 집을 방문한 이성재가 힙합 리듬에 맞춰 어색하지만 즉석에서 랩을 하는 장면은 그래서 흥미롭다. 수다 떠는 남자들이나 저들끼리 노는 남자들의 모습은 어쩌면 과거와는 갑자기 달라진 시대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남자들에게는 하나의 판타지가 되기도 한다. 왜 남자들이라고 그렇게 한가롭게 수다를 떨거나 놀고 싶지 않겠는가. 다만 그렇게 사는 남자가 무능력하고 무책임하다 교육받아온 탓이 클 뿐이다.

 

<나 혼자 산다>는 그래서 독신자들(혹은 독거자들. 제목에서 남자를 뺏으니 여자도 출연이 가능해졌다)의 라이프스타일을 하나의 트렌드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지만, 그것은 또한 달라지고 있는 가족 관계 속에서 남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남편, 가장, 아빠, 회사원 같은 누군가의 관계 속에서만 늘 서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혼자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남자들이라면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보며 그 삶이 또한 유쾌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노홍철이 말한 것처럼 자신이 스스로를 아끼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때로는 그 어떤 즐거움보다 크다는 것을 판타지처럼 발견할 수도 있을 게다.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강호동이 부활하려면

 

화요일 밤이 왁자지껄해졌다. 강호동의 귀환.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강호동과 이수근의 재회다. 사실 강호동이 잠정은퇴 선언으로 <1박2일>을 빠져나가고 나서 그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을 느꼈던 이수근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수근은 강호동이라는 비빌 언덕 안에서 강력한 개인기와 순발력을 선보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함께 해왔기 때문에 강호동의 행동이나 말투 하나하나가 익숙한 이수근은 때론 그를 무식하다며 몰아세우기도 하고, 때론 그에게 당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웃음을 만드는데 익숙하다.

 

'우리동네 예체능'(사진출처:KBS)

그런데 이런 사정은 강호동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잠정은퇴에서 복귀 후 어딘지 옆자리가 허전한 느낌을 준 것은 강호동이라는 캐릭터에는 까불고 당하는 조력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무릎팍도사>에서는 유세윤이, <1박2일>에서는 이수근이 그 역할을 해왔던 셈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첫 번째 미션으로 선정된 탁구의 본게임이 시작되기 전 그 준비과정을 그린 첫 방송이 지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이 두 사람의 합이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형 플래카드에 거대한 붓으로 그들이 이번 대회의 소원으로 선택한 ‘헹가래’라는 글자를 쓰는 과정에서 맨손으로 붓을 짜는 복불복(?)은 <1박2일>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가위바위보에서 계속 져 붓을 짜던 이수근이 새까매진 손으로 “장갑 좀 벗을께요”하는 식의 즉석 상황극이 그렇고, ‘헹가래’의 철자를 두고 딱밤으로 강호동의 이마에 점을 찍어 ‘정동남 만들기’를 선보이는 장면이 그렇다. “예능 아닙니까?”하는 이수근의 말은 <1박2일> 시절의 ‘버라이어티 정신’을 떠올리게 했다.

 

아직까지 최강창민의 두드러진 활약이 눈에 띄지 않지만 그의 역할은 강호동, 이수근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일단 프로그램에 비주얼적인 면을 책임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비주얼이 앞으로 만날 여성들과의 관계로 이어질 수도 있고 때로는 강호동, 이수근과의 비교점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최강창민의 이런 가능성이 드러나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MC 조합보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그 때 그 때의 미션에 맞게 함께 대결을 벌일 게스트를 잘 뽑는 일이다. 첫 번째 탁구 대회 미션 게스트 중 단연 눈에 띄는 게스트는 박성호와 조달환이다. 연예인 탁구단 회장으로 출연한 박성호는 탁구의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선생 캐릭터를 즉석에서 만들어 강호동에게 면박을 주기도 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하지만 이번 게스트 중 최고의 존재감을 보여준 인물은 박성호가 추천한 조달환일 것이다.

 

얼굴은 익숙하지만 이름은 낯선 조달환은, 이름이 풍기는 어딘지 코믹함과 신비스러움(?)을 기대하게 만들다가, 거의 신기에 가까운 탁구 실력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동네 예체능>의 대결이 그저 동네 단합대회 같은 소소함에 머물지 않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우리동네 예체능>이 2회 정도의 분량으로 하나의 미션이 구성된다고 볼 때(물론 이건 미션에 따라 다를 것이지만), 1회분의 대결을 준비하는 과정은 예능적으로 풀어질 가능성이 높고, 2회분은 스포츠가 주는 팽팽한 대결의 맛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조달환 같은 인물은 2회분의 기대감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인물인 셈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그 제목에서부터 풍기듯 예능(1회분에 주로 보여질)과 체육(2회분)을 결합한 데다 ‘우리동네’라는 일반인 참여 콘셉트를 포함시킨 프로그램이다. 확실히 <달빛프린스>의 정적인 분위기보다는 활력이 넘치는 동적인 이 분위기에서, 예능과 체육 그리고 일반인은 강호동에게는 최적의 상황을 제공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야심찬 기획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강호동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조달환 같은 화제의 인물 혹은 ‘우리동네’의 특별한 일반인들을 끄집어내는 일이다.

 

즉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방점이 찍혀야 할 것은 ‘예체능’보다 ‘우리동네’라는 점이다. SM식구들의 대거 출연은 물론 같은 소속사인 강호동을 최적화시키기 위한 배려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강호동이 해야 할 일은 예전 <1박2일>에서 여행 중 만났던 일반인들을 즉석에서 웃고 울리며 캐릭터를 만들던 모습이나, <스타킹>에서 참가자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큰 리액션을 보임으로써 그들을 올려 세우는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프로그램이 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우리동네 예체능>이 사는 길이고, 또 강호동이 살아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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