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의 성공방정식, 생존과는 무관하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정엽과 김연우는 모두 단 두 곡씩을 부르고 탈락했다. 김건모는 재도전의 여파로 역시 두 곡을 부르고 무대를 떠났고, JK김동욱은 노래를 부르다 멈추고 다시 부른 것 때문에 자진 하차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짧은 출연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남김으로써 이른바 '나가수' 효과를 톡톡히 입었다. 이들은 '나가수' 출연 이후 콘서트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방송이 짧았던 만큼 큰 아쉬움이 콘서트 수익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그것만이 아니다. '나가수'를 통해 확실한 자기 색깔을 드러낸 정엽은 윤도현과 함께 두 편의 광고를 찍었고, 김연우는 '라디오스타' 같은 토크쇼를 통해 숨겨둔 예능감을 선보이며 이른바 '연우신'으로 불리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렇게 가장 짧은 출연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수혜를 입은 가수는 임재범이다. ‘너를 위해’, 남진의 ‘빈 잔’ 그리고 윤복희의 ‘여러분’ 이렇게 단 세 곡을 부르고 맹장수술 때문에 자진 하차했지만, 이 세 곡이 남긴 임팩트는 컸다. 이 세 곡의 음원수익이 '나가수'의 명예졸업자들인 박정현이나 김범수와 비교될 정도다.

게다가 그는 예당과 전속계약을 맺었고 예당측은 임재범의 경제적 가치가 100억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런 그의 몸값은 광고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그는 광고계에서도 박지성, 박태환, 김연아 같은 특A급 광고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명예졸업을 한 박정현이나 김범수, 그리고 마지막까지 버텨낸 YB가 거둬간 성공 수익(?)은 엄청나다. 하지만 단 두 곡을 부르고 하차했다고 해서 그 '나가수 효과'가 적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중요한 건 여러 라운드를 오래 버텼다는 게 아니라 한 번을 해도 확실하게 인상을 남기는 그 임팩트다.

김범수나 박정현, YB가 그만한 '나가수 효과'를 가져간 것은 버틴 횟수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무대를 통해 보여준 자신들만의 확실한 개성과 경쟁력 때문이다. 이소라는 세 차례의 경연 후에 탈락했지만, 그녀가 남긴 인상은 깊었다. 그녀가 이 무대 첫 문을 열며 부른 '바람이 분다'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음원 차트를 장식했고, 보아의 'No.1'을 재해석해 부른 파격은 여전히 대중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일등도 차지하지 못한 채, 무려 다섯 차례의 경연을 버텨냈던 조관우는 탈락 후 다른 이들과 비교해 반향이 적은 편이다.

이것은 이제 마지막 명예졸업을 남기고 있는 장혜진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녀는 매번 '나가수'라는 무대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경연을 잘 버텨왔다. 하지만 명예졸업에 즈음해 확실하게 뇌리에 남겨지는 임팩트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까. 결국은 자기만의 개성을 얼마나 잘 드러내느냐의 문제다. 즉 '나가수'가 이른바 '지르는 창법'이나 퍼포먼스를 요구하는 무대라고 해서 생존하기 위해 본래의 색깔을 억누르는 것은 당장 살아남을 수는 있어도 그 가수만의 정체성을 강하게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끊임없이 감정 과잉으로 치닫는 윤민수의 무대와 '나가수' 무대의 특성을 파악하고 단번에 정점에 올랐지만 좀 더 자기만의 색깔로 돌아온 자우림의 무대는 확실히 비교되는 지점이 있다. 차라리 조규찬처럼 짧고 굵게 자신의 무대를 고집한 가수는 떨어진 후에도 대중들의 지지를 얻는다. 조규찬 탈락 후, '나가수'에 대해 이른바 '목청 대결' 논란이 벌어진 건, 그만큼 조규찬 탈락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는 반증이다. 결국 '나가수'의 본질이 경연이라고 해도 버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나는 가수다'라는 그 제목이 지칭하듯, 자신만의 가수로서의 색깔을 드러내는 일. 그것이 당장 탈락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가수에게 이득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역대 '나가수' 출신 가수들의 행보가 보여주고 있다.


김병만, '정글'에서도 그는 타고난 코미디언이다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얼굴을 가리고, 마음을 숨기고.' 송골매가 부른 '탈춤'이라는 노래는 이런 가사로 시작한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부르는 이 시대의 광대, 즉 코미디언의 조건이기도 하다. 그들은 얼굴을 가리고 마음을 숨긴다. 무대 위에서 넘어지고 쓰러지고 깨지더라도 그 고통이나 심적인 흔들림을 관객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것이 드러나는 순간, 관객의 웃음은 사라지고 대신 싸한 정적이 일어날 테니까.

김병만이 '개그콘서트' 달인을 무려 4년 간이나 이어오면서 관객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것은 바로 이 진짜 얼굴과 마음이다. 김병만은 늘 달인이라는 캐릭터 뒤에 서 있었다. 줄타기를 배우기 위해 명인을 찾아가고, 수없이 떨어지고 넘어지는 것을 반복했지만 그것은 모두 숨겨졌다. 대신 무대 위에서의 천연덕스럽게 줄을 타는 달인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놀라워했고, 웃었다. 때론 감동을 받기도 했다. 도대체 얼마나 노력을 하면 저 경지에 다다를 수 있는 거지?

'개그콘서트' 서수민 PD는 언젠가 사석에서 이런 얘길 한 적이 있다. 만일 달인이 노력해온 그 모습을 시청자들이 보게 된다면 필시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실제로 김병만의 연습과정을 지켜본 PD들 중 그 놀라운 노력에 눈물을 흘렸다는 이들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무대라는 일각 아래에는 우리가 보지 못한(아니 김병만이 숨겨온) 거대한 그의 살을 깎는 연습이라는 빙산이 놓여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코미디언으로서 그가 '얼굴을 가리고 마음을 숨긴' 이유는 충분히 납득이 된다.

그런 그가 정글에 갔다. 일주일 간 먹을 것도 주어지지 않고 텐트도 없이 야생에서 생존해야 한다. 악어가 출몰하고, 독사와 벌레가 득시글대며, 먹을 게 없어 뱀과 물고기를 맛있게 먹는 상황에서 그가 코미디언으로서의 자세를 유지한다는 건 실로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그는 이른바 김병만족의 일원인 리키 김, 류담, 광희를 한 가족으로 이끌어야 하는 리더가 아닌가. 그 중압감이 결코 작지 않았을 것이다.

첫 날부터 김병만과 리키 김은 의견충돌을 일으켰다. 그 역시 이 야생의 생존 리얼리티쇼에서는 얼굴이나 마음을 숨기기가 버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 정도가 지난 후, 그는 조금씩 코미디언의 얼굴을 찾아갔다. 나무를 타고 올라가 그 아찔한 위에서도 달인쇼를 벌이고, 뜨거운 폭염 속에서 물장난을 치며 몸 개그를 선보인다. 물론 모든 게 드러나는 상황이지만 그 속에서도 최소한의 코미디언으로서 웃음 뒤에 자신의 모습을 감추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폭발했다. 류담이 코피를 흘리며 쓰러진 것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 상황에서 인터뷰를 하자는 PD에게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급기야 김병만은 "(인터뷰를)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그러면 포기할 겁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자꾸 속 얘기를 끄집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즉 이들은 실제로 굉장히 힘겨운 상황을 각자 버텨내고 있으며, 또 그 상황에서도 마구 힘든 내색을 드러내기 보다는 코미디언으로서의 웃음을 주기 위해 얼굴을 가리고 마음을 가리고 있었다는 얘기다.

힘겨움을 극복하고 상황을 오히려 웃음으로 전화시키려는 이 놀라운 코미디언의 노력은 그것이 '정글'이라고 해도 바뀌지 않았다. 일행을 데리고 강을 건너서 악어섬을 빠져나온 김병만이 그제야 눈물을 흘리며 "정말 힘겨웠다"고 말하는 장면은 그래서 우리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것이 바로 늘 웃고 있고 망가지면서도 웃음을 짓고 있는 코미디언의 진짜 얼굴이기 때문이다.


'런닝맨', 일요예능 새 강자의 조건

'런닝맨'(사진출처:SBS)

'런닝맨'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급성장한 시청률이 '나가수'를 앞지르고 '해피선데이'를 코끝가지 추격하고 있는 사실을 차치하고라도, 이 프로그램은 나날이 진화하는 게임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그 날의 미션 방식을 알려주지 않는 게임 형태에 스파이라는 변수를 집어넣자 이야기는 끝없이 반전으로 치닫는다. 송도에서 벌어진 미션에는 더블 스파이라는 개념을 넣어 반전에 반전을 주었다.

스파이가 되고 싶은 지석진과 이광수에게 스파이 미션을 주고, 사실은 김수로와 박예진이 진짜 스파이 역할을 하게 한 이 미션은 흥미로운 트릭이 엿보였다. 즉 도시를 가득 메운 풍선 속에서 런닝맨들이 미션의 단서를 찾는 과정에서 '수'자와 '진'자를 먼저 발견하게 한 것. 이 두 글자는 지석진과 이광수에게는 자신들의 이름에서의 한 자씩을 의미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김수로와 박예진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실로 절묘한 제작진의 트릭이 아닐 수 없다.

게스트로 등장한 김수로와 박예진은 확실히 이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에 활기를 만들었다. '패밀리가 떴다'에서 유재석과 김종국 등과 함께 한 패밀리로 예능을 겪었던 그들인지라 그만큼 호흡이 잘 맞았다. 김수로가 가진 '게임마왕' 캐릭터는 능력자 김종국을 능가하는 '초능력자' 캐릭터로 되살아났고, 달콤 살벌 박예진은 제대로 된 타이밍에 송지효를 아웃시키며 그 캐릭터가 허명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들이 출연한 지난 주부터 급격히 시청률이 오른 것에는 분명 이들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런닝맨'의 급상승에는 타사 경쟁 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이나 '바람에 실려' 같은 프로그램의 부진이 한 몫을 하는 게 사실이다. '남자의 자격'은 청춘합창단 이후 급격히 힘이 빠지고 있다. 이어서 했던 '야구' 소재는 프로야구에 묻혀버렸고, '시' 소재는 참신했지만 '귀농일기' 마지막편은 급작스런 느낌이었고, 모터바이크 편도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문제는 소재도 소재지만 웃음의 포인트가 너무 개인기에 집중되는 인상이다. 무언가 '남자의 자격'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소재발굴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 '바람에 실려'는 음악이라는 부분만 떼어놓고 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예능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 음악 이외에 다른 부분들은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특히 임재범이 무대에 섰을 때와, 무대 바깥에 있을 때의 호불호는 확실히 갈린다. 이번 레이크 타호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다 벌어진 김영호와의 마찰은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무슨 일인지 편집이 좀 과도하다는 인상이 짙다. 그래서 이 마찰은 프로그램의 주제곡인 'Saddle the Wind'를 처음 발표한 감동조차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많다. 즉 음악의 탄생과정을 보여주는 건 흥미롭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진 임재범의 잠적이나 멤버들 간의 갈등이 편집 없이 보여진 것은 과연 이 프로그램에 어떤 이익을 주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타사의 같은 시간대 일요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동안, '런닝맨'은 뚝심 좋게 줄곧 앞으로만 달려온 느낌이다. 게임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었고, 시청자들도 룰이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했다. 엄밀히 말하면 '런닝맨'의 이런 조금은 복잡해 보이는 게임이 시청자들에게 이해되기 위해서 사실은 이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런닝맨'은 그 캐릭터도 어느 정도 구축되고 있고, 그 게임의 흐름 역시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것을 바탕으로 계속 새로운 반전(의외의 전개)을 만들어온 것이 현재 '런닝맨'의 승승장구를 만들어낸 요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능은 역시 웃음과 즐거움이 그 첫 번째라는 사실이다. 주말 예능의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웃음만이 아니라 감동을 추구하는 예능이 지속적으로 등장했지만, 결국 예능의 바탕은 웃음에 있다는 것을 '런닝맨'은 보여주고 있다. 물론 추격전과 일종의 서스펜스, 스릴러 같은 예능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결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래도 늘 웃음을 잊지 않는 '런닝맨'. 이것이 이 프로그램이 향후 일요 예능의 새로운 강자가 될 가능성인 셈이다.


김병만, 예능 정글을 바꿀까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김병만이 '달인' 폐지를 선언했다. '달인'은 김병만이라는 코미디언의 존재감을 세워준 코너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무려 4년 간이나 지속해오면서 소재고갈로 힘겨워했던 것도 사실이다. 또 어떤 면으로는 김병만의 다양한 가능성이 '달인'이라는 틀에 갇혀 더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족쇄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여러 모로 '달인' 폐지는 아쉽기는 하지만 시의적절한 선택임에 분명하다. 김병만은 이제 그의 캐릭터가 되어버린 '달인'이라는 무기를 들고 좀 더 넓은 예능의 정글로 나가고 있는 중이다.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가 그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었다면,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예능이라는 정글에 하나의 깃발을 꽂은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정글의 법칙'은 작금의 정체되어 있는 예능계에 새 바람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먼저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서 그간 '리얼 버라이어티'가 주창하곤 했던 '야생'이나 '리얼리티'가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되리라는 점이다. 사실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연예인들이 노숙을 하고, 끼니를 굶고, 아침에 퉁퉁 부은 민낯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야생'이라 불릴 만큼 충분히 신선했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을 보라. 김병만을 위시한 리키 김, 류담 그리고 광희가 처한 상황을 보면 리얼 버라이어티의 '야생'이니 '리얼리티'니 하는 얘기가 실로 우습게 여겨진다. 그들은 먹을 것도 주어지지 않고, 텐트도 하나 없이, 낯선 땅에서 생존해야 한다. 게다가 이 땅은 뱀과 악어와 벌레들이 득시글대는 곳이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그래서 그 자체로 기존 예능의 형식들을 압도해버리는 면모가 있다.

이것은 또한 어찌 보면 '연예인 리얼리티쇼'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리얼리티쇼'란 주로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말하지만,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연예인이 그 특수한 상황 속에 들어가 자신의 모든 것들을 드러낸다. 김병만은 '달인'이라는 캐릭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글 속에 들어가서도 그 캐릭터를 실제로 보여준다. '달인'의 정글 버전인 셈이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또 다른 연예인 리얼리티쇼의 탄생을 예고한다. 특정 캐릭터를 가진 연예인이 있다면 그가 가진 면모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나 상황을 만들어 하나의 리얼리티쇼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바람에 실려'는 물론 짜여진 틀이 너무 촘촘해 보이는 것이 리얼리티쇼와는 다른 특징을 보이지만, 그래도 임재범의 리얼리티쇼라고 볼 수 있는 구석이 있다. 이런 식으로 보면 연예인 리얼리티쇼의 가능성은 무한해진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이 주로 형식을 만들고 그 속에 세울 인물을 찾았다면, 연예인 리얼리티쇼는 거꾸로 한 인물에 주목하고, 그에 맞춰진 쇼를 구성함으로써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리얼의 강도라는 측면에서, 또 연예인 리얼리티쇼의 기점이라는 측면에서 현 정체된 예능의 새 판을 짤 가능성이 다분하다. 만일 이 새 판이 시작된다면,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유재석과 강호동이 그 투톱으로 섰듯이, 김병만과 같은 독특한 자기 개성을 가진 연예인들이 이 새 판의 중심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되면 예능의 축이 달라지게 된다.

물론 이러한 예측은 김병만이라는 인물에 대한 깊은 애정과 가능성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병만이 가진 성실성과 남다른 재능, 그리고 포부를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이 예측이 그저 허망한 바람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달인'의 폐지는 이제 좀 더 다양한 예능이라는 정글의 환경과 일상 속에서의 달인을 기대하게 만든다. 김병만은 그 첫 번째 발자국을 떼고 있는 중이고, 이것은 무수한 또 다른 달인을 꿈꾸는 이들이 지나다닐 새로운 길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달인 김병만은 그렇게 예능의 정글을 향해 자신만의 족적을 만들며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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