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의 희열’, 보는 방식만 바꿨을 뿐인데 씨름이 이렇게 재밌었나

 

KBS 새 예능프로그램 <씨름의 희열>은 과거 화려했던 씨름 부흥기의 회고로 시작한다. 만가지 기술을 가진 이만기라는 불세출의 스타가 등장했고, 인간 기중기 이봉걸이나 모래판의 신사 이준희 여기에 모래판의 야생마 강호동까지, 저마다의 캐릭터를 가질 정도로 화려했던 씨름의 르네상스 시절이 그것이다. 씨름방송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60%가 훌쩍 넘는 놀라운 시청률까지 기록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

 

하지만 씨름의 부흥기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이만기나 강호동 같은 스타들이 모래판을 떠나면서 조금씩 열기가 식었고, 열기가 식자 어딘지 구닥다리 스포츠 같은 이미지로 남아 대중들의 외면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여기에는 이를 중계하는 씨름 방송의 늘 똑같은 형식이나 방식도 한 몫을 차지했다. 시대가 바뀌면 중계방송의 영상도 또 그 스포츠를 보여주는 방식도 달라졌어야 했는데 씨름 방송은 과거 부흥기 시절의 추억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다.

 

<씨름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된 건 그나마 최근 들어 경량급 씨름 선수들이 마치 아이돌처럼 팬덤이 생기는 새로운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씨름계의 여진구’ 황찬섭이나 ‘씨름계의 옥택연’ 손희찬 같은 지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잘 생긴 외모에 조각 같은 몸으로 모래판에 등장해 대중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씨름의 희열>은 씨름이라는 전통스포츠를 부흥시키겠다는 취지에, 최근 이들이 마치 아이돌처럼 소비되는 새로운 현상을 더함으로써 시도될 수 있었다.

 

씨름의 경량급이라고 할 수 있는 태백장사와 금강장사들을 각각 8명씩 선출해 총 16명을 모래판 위에 세우고 그들의 체중을 비슷하게 맞춘 후 서로 대결을 벌이게 해 최종 승자를 뽑는 <씨름의 희열>은 일단 그 경기장과 중계 방식 자체가 다르다. 물론 예능의 방식이 동원된 것이지만, 마치 쇼 무대처럼 구성된 모래판과 대기자석이 있고 한 편에는 이를 중계하고 해설하는 공간이 있다. 이건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무대처럼 보인다. 씨름이란 종목으로 샅바를 매고 나와 대결을 벌이는 것이 다를 뿐.

 

카메라는 <씨름의 희열>이 실제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상을 추구하고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도처에 세워져 있어 순식간에 승부가 나버려 놓칠 수 있었던 장면들을 카메라는 빼놓지 않고 포착해내고, 그 장면들은 슬로우 모션으로 자세히 보여지며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누군가 추는 춤사위처럼 아름답게까지 그려진다. 옆과 위에서 또 아주 가까이에서 본 모습과 조금 떨어져 보는 모습들이 교차 편집되면서 씨름의 자세한 기술들이 드디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씨름이 이렇게 재미있었나 싶은 건 바로 이 기술과 수싸움이 카메라에 의해 또 해설이 더해지면서 살아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씨름의 희열>이 성공적이라고 여겨지는 건 첫 방송에서 라이벌전을 시범적으로 보여주며(이것 역시 오디션 형식 그대로다) 여기 등장하는 선수들의 캐릭터를 하나씩 잡아냈다는 점이다. 씨름계 여진구, 옥택연이라 불릴 정도로 수려한 외모와 조각 몸을 가진 황찬섭과 손희찬, 승부욕이 강한 허선행과 대학선수지만 만만찮은 노범수, 늦깎이 장사 이준호와 최고령 장사로 남다른 경륜이 돋보이는 오흥민 등등. 선수들은 그저 경기만 하고 내려가는 게 아니라 그들이 가진 개성과 스토리가 더해지며 하나의 캐릭터로 보여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는 향후 다양한 경기 속에서 훨씬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풀어내질 것이었다.

 

물론 토요일 밤에 편성된 <씨름의 희열>의 첫 방 시청률은 2%로 낮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그 실험적 시도 자체가 돋보이고, 한 번 보면 씨름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빠져서 볼 수밖에 없는 재미를 선사하는 프로그램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오디션 형식을 가져와 씨름을 부활시킨다는 그 취지와 의도도 박수 받을 만하다.(사진:KBS)

‘놀면 뭐하니?’, 유재석의 릴레이 도전 이젠 라면집까지?

 

도대체 이 놀라운 릴레이카메라는 어디까지 확장해나갈 것인가. MBC 예능 <놀면 뭐하니?> ‘뽕포유’ 프로젝트는 노래를 만들어 발표하고 각종 방송과 라디오에 출연해 노래를 홍보하며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어낸 데 이어 벌써부터 만들어진 유산슬 팬클럽과의 팬 미팅까지 가졌다. 유명한 매니저들까지 모두 모여 유산슬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를 고민했고 그 과정에서 매니저계의 전설로 불리는 박웅은 트로트계의 계보를 깔끔하게 정리해 들려줬다.

 

그는 트로트는 색깔이 중요하다며 ‘트로트 4대 천왕’으로 현철,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를 꼽으며 송대관은 곡을 잘 고르고, 현철은 미성으로 옥돌 굴러가는 소리를 내며, 태진아는 가성을 쓰면서도 절규를 하는 특색이 있고, 설운도는 음과 발음이 정확한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고 했다. 나훈아, 남진, 김연자, 주현미, 이미자는 모두 신계이고, 트로트의 여왕 장윤정, 황태자 박현빈, 요정 홍진영, 최근 떠오르는 송가인까지의 계보를 줄줄이 읊은 후 유산슬도 색깔이 있다고 했다. “오리지널 가수는 노래가 좀 어설퍼야”한다는 것. 어딘가 어설픈 유산슬의 톤을 하나의 색깔로 만들어내는 기막힌 전략이었다.

 

이 자리에서 매니저들은 지방 행사를 많이 뛰어야 한다고 했고 행사비 30만원짜리 행사들을 잡아와서 유산슬을 그 무대에 세우겠다고 했다. 그 말은 향후 유산슬의 ‘뽕포유’ 프로젝트가 지방행사로 이어질 거라는 걸 말해준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뽕포유’ 프로젝트가 만들어낸 유산슬이라는 캐릭터가 또 다른 프로젝트로 확장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다음 주 예고편에 담긴 ‘유산슬 감사패 증정식’에 이은 유산슬 직접 배워 만들어보기 체험과, 이를 실패한 후 “라면은 좀 끓인다”고 하는 유재석이 라면집에서 라면을 끓이는 장면이 그것이다.

 

유산슬이라는 캐릭터 이름에서 음식으로 슬쩍 넘어간 이야기가 갑자기 유재석이 음식을 만들어보는 쿡방으로 바뀌었다가 거기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라면 이야기가 발단이 되어 라면집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는 유재석의 또 다른 도전이 이어진다. 한 마디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릴레이 전개가 아닐 수 없다.

 

생각해보면 <놀면 뭐하니?>는 애초부터 그 콘셉트가 ‘릴레이’와 ‘확장’에 있었다. 처음 릴레이 카메라로 시작했던 이 프로그램은 ‘유플래쉬’ 프로젝트로 음악 릴레이를 시도했고, 그렇게 시작한 음악 릴레이는 ‘뽕포유’라는 트로트 가수 도전으로 이어졌던 것. 카메라 릴레이가 음악 릴레이로 바뀌다가 트로트로 이어지고 유산슬이라는 예명에 이어 쿡방으로 이어졌다가 라면집으로까지 가는 이 과정이 ‘릴레이’와 ‘확장’의 연속이었던 것.

 

아마도 <놀면 뭐하니?>는 마치 프로젝트가 세포분열하듯이 다양한 또 다른 프로젝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시도했던 ‘릴레이 카메라’와 ‘유플래쉬’ 그리고 ‘뽕포유’ 프로젝트에 등장했던 작은 단서들이 씨앗이 되어 또 다른 가지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 애초 카메라 한 대를 김태호 PD가 유재석에게 건네주면서 시작했던 일이 이제는 유재석을 움직이는 다양한 미션들 속으로 들어가 무수히 많은 업계 사람들을 그 안에 끌어들이고 있다니. 프로그램의 진화가 마치 생물 같은 느낌마저 든다. 과연 이 세포분열은 어디까지 닿을 것인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MBC)

유튜브 시대의 스타, 유산슬과 펭수의 평행이론

 

최근 최고의 스타 캐릭터로 등장한 유산슬과 펭수는 유사한 점들이 많다. 언론에서 가장 많이 지목하고 있는 건 이들이 방송사의 경계를 허문 방송사 대통합의 주인공들이라는 점이다. 유산슬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 ‘뽕포유’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트로트 신인가수로 탄생하며 만들어진 캐릭터지만, tbs <배칠수, 박희진의 9595쇼>, WBS <조은형의 가요세상> 같은 라디오 방송에 이어 KBS <아침마당>에도 출연해 큰 화제를 만들었다.

 

펭수 역시 EBS 캐릭터지만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V2>, SBS <정글의 법칙>, JTBC <아는 형님> 등에 출연했다. 물론 라디오는 더 많고 지금도 펭수를 섭외하려는 방송들은 넘쳐난다. 최근에는 방송가뿐만 아니라 광고와 마케팅 또한 들썩이고 있다. 광고 모델 섭외가 폭주하고 있고 이랜드 스파오는 펭수 나이와 같은 10주년을 맞아 내달 펭수 콜렉션을 선보인다고 한다.

 

이것은 유산슬도 마찬가지다. 유산슬이란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트로트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놀면 뭐하니?>에 등장한 박현우 작곡가, 정경천 편곡자, 이건우 작사가는 물론이고 연주자와 코러스 게다가 뮤직비디오 제작자까지 다양한 트로트업계 사람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사라의 재개발’은 특유의 휴게소풍의 빠른 템포가 특징이라 이제 휴게소에도 바람을 일으킬 전망이다.

 

유산슬과 펭수가 유사한 건 이들이 캐릭터라는 점이다. 유산슬은 유재석이 트로트가수로 나서면서 쓰게 된 캐릭터이고, 펭수는 남극 ‘펭’씨에 빼어날 ‘수’를 쓰는 남극에서 온 유일한 자이언트 펭귄이다. 누가 그 탈을 쓰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중들은 암묵적으로 그 탈 안의 얼굴을 알려 하지 않는다. “펭수는 펭수일 뿐”이라는 것. 이들이 캐릭터라는 점은 지금의 대중들이 자신의 감성과 정서를 투영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지금의 대중들은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캐릭터를 자기 식으로 소비하길 원한다. 펭수가 기본적인 캐릭터와 이야기가 설정되어 있지만(그것이 허구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 그를 보는 직장인들은 펭수의 거침없는 사이다 발언과 공감 가는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고, 보다 어린 세대들은 이 캐릭터가 특정 상황에 들어가 보여주는 순발력에 빵빵 터진다. 유산슬도 마찬가지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중년 세대들에게는 그 음악 자체에 빠져들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트로트의 매력을 이 B급 감성을 자극하는 캐릭터를 통해 조금씩 알아간다.

 

유산슬과 펭수 캐릭터가 가진 이런 유사한 성격들은 유튜브라는 새로운 채널이 주는 감성들이 더해져 있다는데서 나온다. 펭수가 기존 EBS 캐릭터들과 차별화될 수 있었던 건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하고 마치 1인 크리에이터처럼 활동하며 그 저변을 넓혀갔기 때문이다. 이 점은 펭수가 다양한 방송사와 협업하는데 있어 훨씬 유리한 지점으로 작용했다. EBS 스타라기보다는 유튜브 스타라는 지점이 더 캐릭터에 부여되어 있어 타 방송사의 접근성이 용이했던 것이다.

 

유산슬은 MBC <놀면 뭐하니?>가 배출한 스타지만, 이 프로그램은 애초에 유튜브에서 이른바 릴레이 카메라를 통해 시작했다. 그 일련의 실험들이 모여 지금의 ‘뽕포유’ 프로젝트까지 이어졌던 것. 유산슬의 행보와 <놀면 뭐하니?>의 카메라 실험은 그래서 역시 유튜브 채널의 1인 크리에이터들과 비슷하다. 유재석이 어떤 낯선 곳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던져지고 그 곳에서 겪는 해프닝들로 유산슬이 탄생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 과정이 얼마나 현장에 부딪치는 1인 크리에이터들을 닮았는가를 알 수 있다.

 

유산슬과 펭수는 그래서 유튜브 시대의 새로운 스타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 같다. 유튜브, 아니 네트워크의 특성이 산재한 정보들 속에 어느 한 지점을 콕 찍어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작동된다는 걸 생각해보면, 유산슬과 펭수가 어떤 지점을 찍었는가가 눈에 들어온다. 유산슬은 이제 막 피어나고 있던 트로트 업계를 콕 찍어 그 업계를 부흥하는 캐릭터로서 모두의 지지를 얻었다. 펭수도 마찬가지다. 이제 너무 교훈적인 캐릭터에 식상해하는 유튜브를 먼저 경험하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캐릭터에 익숙한 키덜트 어른들을 모두 끌어안고 그들의 공감대를 콕콕 찌르는 지점에서 펭수에 대한 지지가 이어졌다.

 

과거 지상파나 케이블 등이 어떤 캐릭터를 스타로 만드는 방식은 방송사가 만들어낸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홍보하는 방식에 의존했다. 하지만 유튜브 시대의 캐릭터는 대중이나 업계가 가진 갈증들을 대변하는 존재로서 그 자체로 지지를 받아 스타가 된다. 사실 유산슬의 가창력이 대단하다 할 수 없고, 펭수의 캐릭터 플레이가 굉장히 놀라운 프로페셔널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들은 대중들(업계)이 가진 욕망을 대변해주는 캐릭터들로 지지받으며 무얼 해도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다.

 

최근 들어 방송가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시대가 열리고 있고 유튜브 같은 채널의 감성이 우리네 대중들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제 지상파 같은 플랫폼이 우위를 갖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그러니 이 달라진 시대에 주목받는 스타 캐릭터 역시 그 탄생과 행보 자체가 달라졌다. 펭수와 유산슬을 보면 유튜브 시대의 스타 캐릭터가 어떤 양상을 갖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사진:MBC)

‘골목식당’의 소통 맡은 정인선의 진정한 가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도 김성주도 아닌 정인선이 눈에 띄었다. 그간 홀 서빙부터 주방 보조, 상담역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았던 정인선이지만, 이번 평택역 뒷골목의 수제 돈가스집을 찾아 손님응대의 문제를 이야기 나누는 대목에서는 그의 남다른 소통 능력이 돋보였다.

 

지난주 방영 후 바빠지게 되면서 손님 응대가 엉망이 됐던 걸 보여줬던 수제 돈가스집.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작진이 관찰카메라를 준비했고, 백종원은 자신보다 효과적일 거라며 정인선을 투입했다. 수제 돈가스집 사장님은 관찰카메라 영상을 보면서 자신도 뜨악했다. 손님들에게 일상적으로 반말을 하고 있는 상황. 자신은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대했다 생각했는데 굉장히 보기에 안 좋더라는 것.

 

정인선은 오히려 그런 사장님의 입장을 이해하는 쪽에서 이야기를 해줬다. “어떻게 보면 친근한 사장님이신 거잖아요.. 근데 사실 많이 단골로 오신 분들은 익숙하니 괜찮을 수 있는데 만약에 처음 오신 분들은...” 사장님은 처음 오신 분들한테는 절대 그렇게 안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정인선이 그 부분을 조심스럽게 콕 짚어내자 “아들 같아서”라고 사장님은 말했다. 보통 이런 변명을 백종원이 들었다면 아마도 버럭 한 마디가 날아갔을 터였다. 하지만 정인선은 달랐다. “예 그래서이신데... 이게...” 끝까지 사장님의 입장을 이해하려 했고 그러면서도 할 말은 빼놓지 않았다.

 

백종원은 상황실에서 그 광경을 보며 사장님의 응대가 왜 문제인가를 얘기했다. “단골손님들에게 습관적으로 편하게 하다 보니까 모르는 손님에게도 무의식 중에 반말을 하게 된다”는 것. 사장님도 그걸 알고 있는 눈치였다. “안 좋아 보이네. 어쩌면 좋을까나..”라고 말하는 사장님에게 정인선은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같이 한숨을 내쉬며 웃어주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손님들이 마치 일행인 것처럼 주문을 해서 헷갈리게 된 사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고 일행 것만 말씀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그것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 손님들의 잘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이럴 수 있지 않냐”며 정인선의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사장님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면서도 정인선은 할 말을 했다.

 

“요렇게 말씀을 해주실 때 손님의 입장에서 혼이 나는 느낌이 들 수 있어요.” 그러자 사장님도 어느 정도 수긍하며 “좀 쌀쌀맞은 느낌이 있죠 제 말투가!”라고 했고 정인선은 또 사장님 입장을 이해하지만 그게 잘못된 거라는 걸 분명히 했다. “바쁘시고 이럴 땐 아무래도 또 빨리 빨리 체크를 하셔야 되니까 더 그렇게 나오실 수밖에 없다 라는 것도 아는 데도 또 손님 입장에서는...”

 

상황실에서 그 광경을 보던 백종원도 감탄했다. “어우 우리 인선씨가 또 이런 면이 있네요!” 그러면서 자기라면 그렇게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나 같으면.. 뭐라고요? 나는 목소리가 더 커지거든. 인정 안하면. 인선씨 잘 하는데. 선생님 같다.”

 

다음 영상이 지목한 문제는 치즈 돈가스가 시간이 많이 걸려 어떨 땐 되고 또 어떨 땐 안되어 일관성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손님이 평소보다 많아지자 단골손님에게 제발 오늘은 치즈 돈가스 시키지 말아 달라 부탁하고는 새로운 손님이 와 치즈 돈가스를 시키니 된다고 했던 것. 사장님은 그 분이 단골이라 그렇게 했다고 했다. 새로운 분은 처음 온 분이라 시간이 걸린다고 양해를 구했고 괜찮다고 해서 치즈 돈가스를 주문받았다고 있다.

 

듣기에 따라서는 변명처럼 들릴 수 있는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정인선은 공감해줬다. “아무래도 그냥 돈가스보다 오래 걸리나 봐요?” 그러나 치즈 돈가스에 대한 고충을 사장님은 꺼내놨다. “걔랑 잘 친해지지가 않아요. 스트레스 받아요.”

 

정인선은 문제를 직접 지적하기보다는 사장님이 스스로 느끼도록 이야기를 유도했다. “영상 네 가지를 보시니까 어떠세요?” 그러자 사장님이 스스로 그 문제를 털어놨다. “글쎄 너무 막 저기네... 나는 이렇게 내가 사람들을 내 편하게 대하는 줄 몰랐어요.” 사장님은 스스로 반성하겠다며 “다시 가출한 초심을 찾아서 정말 처음부터 창업하는 마음으로 배워야겠다 생각할게요.”라고 말했다.

 

정인선은 그 얘기를 듣는 것에서 끝내지 않았다. 그는 사장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진심을 가득 담아 이렇게 말했다. “제가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도와드릴게요.” 그 누가 이런 진심어린 눈빛과 상대방의 입장까지 고려해 꺼내놓은 말 앞에 수긍하고 감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장님이 “아유 너무 예쁘다.. 너무 너무..”라고 말한 건 정인선의 외모를 뜻한 것만은 아니었을 게다. 보는 이들도 그 마음이 너무 예쁘게 보였으니까.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문제가 많은 이른바 ‘빌런’으로까지 불리는 뒷목 잡는 가게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백종원은 그런 가게에서 때때로 분노를 폭발한다. 그건 시청자들도 똑같은 마음이지만 이런 모습만 비춰지게 되면 자칫 이 프로그램의 애초 취지인 상생이 아닌 비난만 쏟아질 수도 있다. 정인선의 가치는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똑같은 문제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기분 좋게 설득시킬 수 있다는 걸 그는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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