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맨3’ 큰 감동 남긴 양준일의 뚜렷한 철학, 그리고 향후 계획

 

마치 영화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등장하는 것만 같았다. 지금 들어도 전혀 손색이 없게 느껴지는 세련된 비트에 그림자로 등장한 양준일은 리듬에 맞춰 슬쩍 슬쩍 몸을 움직이는데도 굉장한 공력이 느껴졌다. 그건 춤을 추고 있다기보다는 그 사람이 가진 삶의 한 부분이 몸에 녹아 전해지고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런 곡이, 또 이런 아티스트가 우리네 1991년도에 활동을 했었다니.

 

JTBC <슈가맨3>는 지난주 태사자에 이어 이번 주에는 양준일이라는 현재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아티스트를 소환해냈다. ‘온라인 탑골공원’을 통해 과거 음악과 영상이 알려지며 이른바 ‘탑골GD’로 화제가 되고 있는 가수 양준일. 시대를 훌쩍 앞서간 음악과 퍼포먼스에 그를 알아보는 세대가 10대와 40대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는 건 최근 뉴트로와 온라인이 결합되어 만들어지고 있는 새로운 트렌드의 힘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너무나 시대를 앞서가 일부 마니아들에게 뜨거운 인기를 얻긴 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묻혀져버린 가수 양준일. 다시 보니 양준일의 음악은 오히려 지금에 더 어울릴 정도로 세련됐다. 그러니 그가 당대에 겪었을 어려움은 짐작하고도 남았다. 영어 가사가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제재를 받고, 또 거침없는 표현이 퇴폐적이라는 꼬리표로 달리고, 미국 국적으로 비자 갱신을 해야 하는데, 그 심사하는 이의 어이없는 선입견과 편견으로 비자 갱신을 해주지 않아 미국으로 가게 된 사연까지. 뭐 하나 안타깝지 않은 이야기가 없었다.

 

V2라는 다른 이름으로 활동을 재개하기도 했지만 거기서도 계약문제가 생겨 잘 풀리지 않았던 양준일. 그는 미국에서 음식점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온라인 탑골공원으로 화제가 된 그에게 방송 출연의 러브콜이 그토록 많이 왔지만 선뜻 올 수 없었던 이유 중에는 자리를 비우면 서빙 아르바이트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물론 1969년생으로 이제 50줄에 들어선 자신이 괜스레 얼굴을 내밀면 젊은 시절의 자신을 봤던 팬들이 실망하실 수 있다는 이유가 더 컸겠지만.

 

놀라운 건 양준일의 ‘레베카’를 듣고 지금 음원이 나와도 히트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10대들이 모두 불을 켤 정도로 이 노래가 지금 세대에 어필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춤사위 또한 과거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그 독특한 자유로움과 스타일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그는 음악에 있어서도 자기만의 철학과 색깔이 뚜렷했다. 스스로 노래를 잘 하지는 못했다고 말하는 그는, “나는 노래를 목소리로 10% 표현하고 90%는 몸으로 표현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창력보다는 독특한 자신만의 개성과 표현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생각 그대로였다.

 

“미국에 가니까 나이는 찼고 경험은 없고 그러면서 일자리 잡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현재는 제가 음식점에 서빙을 하고 있어요.” 이런 놀라운 아티스트가 서빙을 하고 있다는 그 말이 너무나 아프게 다가왔지만 양준일은 그래도 담담히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7천명이나 되는 팬클럽이 생겼다며 그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하필이면 나한테 걸려서...”라는 그의 말에는 자신이 마음껏 팬들과 만날 수 없는 처지로 인한 죄송함이 담겨있었지만, 듣는 이들은 그런 생각까지 하는 그가 오히려 안타깝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20대의 나에게 한 마디를 해보라는 MC들의 요구에 이렇게 말했다. “준일아. 네 뜻대로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루어지게 될 수밖에 없어.”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유재석에게 그는 또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저는 계획을 안 세워요. 그냥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면 되니까. 계획이 있다면 겸손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살아가는 것..”

 

양준일의 삶이 예술 같은 이 말들은 현재의 젊은 아이돌들에게도 또 나아가 지금의 삶이 쉽지 않은 청춘들이나 중년들에게도 모두 큰 감동과 위로를 주기에 충분했다. 아이돌로서 반짝반짝 빛나는 삶을 꿈꾸었겠지만 그게 접히고도 계속 나아갈 수 있었던 건 그가 지금도 보여주는 것처럼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티스트 같은 삶을 추구해왔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슈가맨3>는 한 때 바람처럼 등장했다 사라진 가수를 찾아 소환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양준일의 출연은 이 프로그램이 단지 추억을 더듬는 것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현재로서도 충분히 가치 있고, 오히려 현재 가치를 인정받는 슈가맨들. 그 존재 자체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감동과 위로는 컸다. 겸손하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 언젠가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다짐하는 것. 그런 삶이 주는 메시지는 그 어떤 것보다 클 테니 말이다.(사진:JTBC)

나영석과 김태호가 유튜브 시대에 대처하는 방식

 

이건 기존 방송사의 시스템과 1인 크리에이터의 기묘한 조합이 아닐까. 최근 김태호 PD와 나영석 PD의 행보를 보면 이들이 지금의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새롭게 적응해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건 현재 방송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예능 PD들이 가진 위기감일 수 있는데, 그 진원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바로 유튜브다.

 

젊은 세대들이 유튜브 콘텐츠들을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보다 더 많이 보기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의 이탈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데다가, 유튜브라는 채널의 특성이 주는 가벼움(?)과 자유로움이 기존 방송사들의 예능 프로그램을 점점 너무 무거운 기성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버리고 있어서다. 유튜브의 가벼움과 자유로움이 가능한 건, 1인 크리에이터라는 유튜버들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이 제작 인원이 최소화되어 기동성이 뛰어나고 한 사람이 활약하는 것이라 집중도와 몰입도도 좋기 때문이다.

 

1년 간의 휴지기를 마치고 돌아온 김태호 PD가 시작한 MBC <놀면 뭐하니?>는 그 고민의 산물이다. 기존 <무한도전> 시절처럼 여러 출연자들이 등장해 캐릭터쇼를 하던 방식을 과감하게 지워버리고, <놀면 뭐하니?>는 오롯이 유재석을 전면에 내세웠다. 릴레이 카메라 같은 카메라 실험을 마친 후, ‘유플래쉬’와 ‘뽕포유’ 프로젝트를 통해 유재석은 좀더 1인 크리에이터에 가까워졌다. 드럼에 도전하고 트로트에 도전하는 식의 무언가 자기도 모르게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1인 크리에이터. 유튜브의 성격이 김태호 PD의 독특한 방식으로 해석되어 만들어진 또 다른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영석 PD도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신서유기 외전 :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가 그 첫발이었다. 놀랍게도 이 프로그램은 유튜브에서 전편이 공개되고 정규방송에서는 단 5분 정도 분량이 공개되었다. 애초부터 본격적인 유튜브 방송을 염두에 둔 것이다. 처음 시작한 직관 방송에서 100만 구독자 공약으로 ‘달나라 여행’이라는 무모한 약속을 꺼내놓은 나영석 PD는 이로써 큰 화제를 끌어 모았다. 실제 100만 구독자를 돌파하자 구독취소 운동을 벌이기도 하고, 가까스로 시한에 맞춰 취소가 이뤄져 달나라 여행을 가지는 않게 되었지만 어쨌든 이 이벤트는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유튜브 방송을 기획하고 시작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강호동. 강호동의 <라면 끼리는 남자(일명 라끼남)>이 방송을 예고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사전 미팅 영상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라면 한 그릇을 맛있게 먹기 위해 별의 별 일들을 다 하게 되는 강호동의 이야기라는 그 발상 자체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 방송은 tvN에서도 20분짜리로 정규 편성되어 방영된다. 여러 모로 유튜브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라는 방증이다.

 

결국 <라끼남> 같은 행보는 향후 나영석 PD가 유튜브를 통한 다양한 시도들을 할 것이라는 걸 예고한다. 김태호 PD가 유재석을 1인 크리에이터로 세워 미션에 투입하듯, 강호동을 1인 크리에이터로 계속 새로운 미션에 투입할 수도 있고, 나영석 사단의 다양한 인물들을 저마다 개성에 맞게 1인 크리에이터로 발굴해낼 수도 있을 게다.

 

이미 김태호 PD나 나영석 PD는 예능의 한 트렌드를 풍미했던 연출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유튜브 같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트렌드 속에서 고여 있지 않고 새로운 변화와 적응을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이들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유재석과 강호동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다.

 

한 때 예능판 전체를 쥐락펴락했던 이 스타 연출자들과 스타 MC들이 나란히 유튜브 시대에 맞춰 성공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들의 행보가 전체 예능판이 향후 걸어가야 할 새로운 길을 내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 길이 과연 어디까지 가게 될까. 그 정해지지 않은 길은 이들의 변화무쌍한 콘텐츠들을 계속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되고 있다.(사진:tvN)

‘맛남의 광장’, 백종원표 ‘10시 내 고향’ 우리 농수산물 살리기

 

제철 음식이나 그 지역의 특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소구는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그것이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또 그 식재료들을 어떻게 해먹어야 할지를 잘 모르며 나아가 그 식재료를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도 잘 몰라서 소비가 이뤄지지 않을 뿐이다. 바로 이 지점에 SBS <맛남의 광장>이 서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백종원이 고집스러울 정도로 하고 싶어 했다는 이 프로그램이 드디어 목요일 밤 10시에 방영되게 된 것.

 

첫 번째 지역은 강원도. 지난 4월 발생한 산불피해가 흔적으로 남아있는 그 곳, 강릉의 옥계휴게소가 첫 ‘맛남’의 장소로 정해졌다. 사전에 어떤 식재료들이 나오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양세형과 함께 백종원이 찾아간 바닷가에서는 양미리를 그물에서 떼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척 보기에도 그물 한 가득 꿰어져 있어 양도 어마어마해 보이는 양미리. 11월에서 1월까지 나오는 제철 생선이지만, 구워먹거나 말려 먹는 것 이외에 다양한 요리법이 나오지 않아 공급을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한 소쿠리에 평시 5만 원 정도 하던 양미리가 5천 원 정도에 팔리고 있었던 것. 어민들은 많이 잡아야 손해기 때문에 조업을 일부러 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지에서 구워먹는 양미리는 뼈가 연해 통째로 씹어 먹을 수 있었고, 그 맛 또한 기가 막혔다. 양세형과 백종원은 말도 잊은 채 구운 양미리를 맛나게도 먹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양미리에 알이 차기 시작하는 12월에는 이 생선이 엄청나게 팔려나가게 해주겠다고 장담했다. <맛남의 광장>이 첫 방영되는 시점을 말하는 것이었다. 백종원은 양미리를 갈치조림하듯 조림으로 만들어 옥계 휴게소에 선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두 번째 식재료는 주문진 시장에서 찾아낸 홍게였다. 크기가 작고 살이 적은데다 하루 이상 놔두면 살이 녹아버려 저장하기도 쉽지 않아 지나면 폐기한다는 홍게. 그래서 가격도 열 마리에 만 원 정도로 저렴했다. 백종원은 홍게 한 마리를 통째로 넣어 끓여낸 홍게라면을 선보였다. 특제소스까지 넣어 한층 업그레이드된 홍게라면 역시 휴게소에서의 반응은 좋았다.

 

<맛남의 광장>은 이로써 제철에 특정 지역에서 나는 농수산물을 알리고, 그걸 보다 쉽고 맛있게 요리해먹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남은 문제는 전국의 가정에서 그 농수산물을 쉽게 구입해 먹을 수 있는 유통이 되었다. 제작발표회에서 백종원이 밝힌 것처럼 이 문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지원으로 쉽게 풀어낼 수 있었다. 방송이 끝나고 나서 신세계 이마트를 통해 그 식재료를 유통할 수 있게 해준 것.

 

양미리를 구워먹으며 양세형은 이런 걸 <6시 내 고향>에서 봤다고 했다. 그러자 백종원은 우리 프로그램은 ‘10시 내 고향’이라고 말했다. KBS <6시 내 고향>이 해왔던 지역 특산물 살리기를 <맛남의 광장>이 그 색다른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이로써 시청자들은 쿡방과 먹방 그리고 장사를 담아낸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게 됐고, 또 굳이 강원도까지 가지 않아도 그 프로그램에 나왔던 식재료를 사다가 해먹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렇게 만들어진 수요의 수혜는 고스란히 강원도 어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었다. 방송이 가진 공익성이 이만큼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

 

<맛남의 광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좀 더 화제가 되고 성공한다면 우리네 식탁 풍경도 달라지지 않을까. 제철에 나는 값은 싸지만 싱싱하고 맛있는 식재료들을 바로 바로 구입해 요리로 해먹을 수 있는 새로운 네트워크가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가능해질 수 있어서다. 백종원표 ‘10시 내 고향’이 과연 그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지 자못 기대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SBS)

겨울방학 맞은 ‘유퀴즈’가 걸어온 길, 걸어갈 길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 겨울방학을 맞았다. 길거리에서 인터뷰가 이뤄지는 프로그램 특성상 겨울은 방송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 첫 시작했던 방송도 11월에 일단락된 후 올 4월 봄이 되어 다시 재개된 바 있다. 물론 당시에는 겨울이라 프로그램이 잠시 휴지기에 들어갔다기보다는 일종의 재정비 기간의 의미도 컸었다. <유퀴즈 온 더 블럭>도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은 보통사람들의 인터뷰가 주 목적이긴 했지만 초반 퀴즈쇼에 대한 애착이 적지 않았다. 다섯 문제를 맞혀야 100만원의 상금을 주는 방식의 룰을 가졌었던 건 그만큼 퀴즈를 내고 푸는 그 과정에 이 프로그램이 몰두했다는 방증이다. 아마도 어떤 방식으로든 예능적인 포인트를 가져가야 한다는 불안감 같은 것들이 있었을 듯싶다. 덜컥 길거리로 나가 아무 사람이나 만나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방송을 채운다는 건 요행처럼 여겨질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겨울방학에 들어갔다 올 4월에 돌아오면서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좀 더 과감해졌다. 퀴즈에서 한 문제만 맞혀도 100만원의 상금을 주는 것으로 룰을 바꿨다. 이건 퀴즈에 집중하기 보다는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 퀴즈쇼는 그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준 분들을 위해 상금이든 상품이든 퍼주고픈 제작진의 마음이 담긴 장치처럼 변모했다.

 

올해 마지막 방송을 했던 제주도에서 해녀 분들과 가진 인터뷰와 그 끝에 이어진 퀴즈쇼를 보면, 억지로라도 문제를 맞히게 해서 100만원의 상금을 주고픈 유재석과 조세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출연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청자들조차 저분들이 꼭 100만원을 타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그만큼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들이 그 분들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 평생을 힘겹고 바쁘게 사느라 자식들에게 제대로 못해준 걸 미안하다며 “다시 한 번 내 딸로 태어나 달라”는 어머니나, 가장 소중한 글자를 적어달라는 말에 서슴없이 아내의 이름을 적는 문해학교 어르신, 오로지 가족이 배 곯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묵묵히 한 가지 일을 50년 넘게 해오신 세탁소 아저씨, 재가한 어머니를 찾아갔다가 그 새 가족들과 갈등이 계속 생겨 어머니를 위해 그 집을 울며 떠났지만 여전히 어머니에 대한 존칭을 쓰고 계셨던 아저씨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묵묵히 옆에서 울어주던 아내분... 세상엔 참 보이진 않지만 따뜻하고 위대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보여줬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올해의 마지막으로 이제 초겨울에 들어간 제주를 찾았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 훈훈한 담소들을 나눴다. 바람이 유독 많이 부는 제주의 길들을 추웠지만 그 곳에서 만난 분들과의 이야기는 따뜻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데웠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던가.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사람이든 저마다의 빛나는 삶의 이야기들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위로를 줬다. 때론 행복하고 때론 힘겹고 때론 슬프고 때론 즐겁지만 그 많은 경험들이 얽혀진 우리네 삶은 얼마나 기적같은가를 이 프로그램은 계속 들춰 보여주었다. 겨울방학을 끝내고 따뜻한 봄에 다시 그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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