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425)
주간 정덕현
속편 아닌 원류 선택한 ‘록키 발보아’가 시사하는 것 전 세계적인 배급의 파이프 라인을 갖고 수시로 자국의 영화를 쏟아내는 헐리우드의 힘은 여전히 막강하다. 하지만 헐리 갖고 있던 컨텐츠의 색채는 점점 옅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세계화된 시장 속에서 자국만의 색채를 갖는 컨텐츠의 의미가 그만큼 퇴색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헐리우드는 전 세계의 영화에 늘 촉수를 열어두고 다양한 컨텐츠와 소재들을 자국의 살로 만드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것은 상업적으로는 맞는 선택이다. 하지만 영화가 어디 상업적인 요소만 있을까. 영화는 동시에 문화를 담고 있고 그러기에 미국을 대표하는 헐리우드만이 가진 색채가 옅어지는 건 또한 저들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이 속편이 난무하는 헐리우드 영화들 속에서 ..
‘미녀는 괴로워’ vs ‘복면달호’ 최근 속속 침투해 들어오고 있는 외국 블록버스터들 사이에서 혼자 꿋꿋이 우리 영화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영화, ‘괴로워’. 이 영화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통쾌한 풍자를 다뤘지만 또한 오랜 불황의 늪에 빠진 우리네 가요계의 이면을 들추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가요계의 이면을 다룬 또 하나의 영화가 개봉을 준비중이다. 이름하여 ‘복면달호’. 제목부터 심상찮은 이 영화는 복면을 쓰고 트로트를 불러야하는 3류 록커에 대한 이야기다. 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점이 있다. 가요계의 이면을 다룬 이 두 영화에서 왜 두 주인공은 모두 정체성을 숨겨야했느냐는 점이다. 한 명은 성형으로, 또 한 명은 복면으로. ‘미녀는 괴로워’가 예상 밖의 선전을 한 것은 첫째, 원작에 대한 리..
중국식 블록버스터, ‘황후화’의 아쉬움 장예모라는 이름에서 아직까지도 ‘붉은 수수밭’, ‘국두’, ‘홍등’, ‘귀주이야기’ 등을 떠올리는 분들이라면 그의 최신작 ‘황후화’는 좀 당혹스러운 영화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리라는 배우가 똑같이 등장하지만 그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먼저 제작비 450억 원이란 수치가 그렇다. 아무리 ‘영웅’, ‘연인’의 전작을 통해 이 거장의 행보가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는 해도, 이 정도까지 블록버스터의 면모를 과시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화려한 장식이 깃든 복식들과 궁궐의 모습에서부터 단박에 시선을 잡아끈 영상의 색채와 스케일은, 천 여명에 이르는 대대적인 엑스트라들이 동원되어 마치 사람의 물결이 넘실대는 듯한 전투신에 이르러 절정에 도달한다. 이것이..
어른들 사로잡는 아이들 영화 방학시즌이 되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방학용 영화’들이 한 편 두 편 극장가에 선을 보이고 있다. 으레 방학이면 아이들 손잡고 영화 한 편 보는 게 통과의례처럼 되어 버려 좋던 싫던 시간 내서 영화관을 찾긴 찾아야겠는데, 그게 그렇게 영 내키는 일은 아니다. 아무래도 ‘애들 영화’라는 선입견 때문. 하지만 애들 영화라고 얕보면 안 된다. 별 기대않고 들어갔다가 오랜만에 감동 먹은 어른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어른들 마음 사로잡는 아이들 영화,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아빠 왜 울어? 어른 울리는 ‘해피피트’ 이 영화를 보기 전 주의사항. 아무 생각 없이 봤다간 끝 부분에 가서 북받쳐 오르는 감동에 “아빠 왜 울어?”하고 아이가 물어보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중천’의 고전이 시사하는 것 ‘중천’이 제작된다고 했을 때, 우리는 누구나 새로운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기대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여된 데다, 아시아급 스타인 정우성, 김태희가 주연을 맡은 점, 게다가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배급망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그랬다. 살짝 공개된 CG를 통해 우리는 또 한번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이건 ‘반지의 제왕’급 CG가 붙었으니 이제 이 ‘중천’이란 호랑이는 날개를 단 격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 시장을 노려볼 만 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고 몇 주가 지난 상황에서 ‘중천’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현재 약 150만∼170만 관객정도를 확보한 상태고 최종관객수가 200만을 전후..
공개개그삼국지, 마빡이, ‘왕의 남자’ ‘왕의 남자’의 장생과 공길이 가진 것이라고는 멀쩡한 사지와 세 치 혀였다. 그들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사람들에게 그 몸을 놀려 즐거움을 주고, 세 치 혀를 놀려 웃기는 일이었다. 이 시대의 개그맨들은 장생과 공길이 그랬던 것 같은 다양한 기예와 놀라운 순발력을 가져야만 살아남는다. 그들이 저 살 판과 죽을 판을 가르는 줄 위에서 한 판 걸판지게 놀았다면, 이 시대 개그맨들은 공개무대라는 칼날 위에서 편집과 벌이는 ‘몇 분 간의 승부’를 벌인다. 공개개그삼국지 KBS ‘개그콘서트’에 이어, SBS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MBC의 ‘개그야’가 등장하면서 국내 개그 프로그램들은 안정적인 ‘공개개그삼국지’의 형세로 들어간다. 그 바탕은 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얼굴 없는 가수들, ‘미녀는 괴로워’, ‘라디오 스타’ 가요계는 올해도 역시 장기불황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연초부터 립싱크니 표절이니, 퍼포먼스니 하는 단어들이 부쩍 많이 들렸고, 급기야 우리네 음악계의 거장이라는 전영혁, 신중현씨의 쓴소리가 떨어졌다. 전영혁씨는 “가수는 노래하고, 댄서는 춤추고, DJ는 음반을 틀면 된다”고 했고, 신중현씨는 “무대에 노래하러 나온 거냐 뛰어다니러 나온거냐”고 했다. ‘라디오 스타’의 최곤 같은 노래하는 가수들이 변방으로 밀려나고 중심에는 노래가 아닌, 외모, 춤, 재담으로 기획된 ‘비디오 스타’들이 날치는 데 대한 쓴 소리다. 얼굴 없는 가수들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우리네 외모지상주의의 한 단면을 건드린 영화. 그런데 그 언저리에서 함께 걸려드는 논란거리가..
강안남자, 마시멜로 논란 그리고 ‘음란서생’ 올해 출판계에도 여전히 선정성 논란이 일었다. 그 바람은 바로 저 문화일보에 연재되었던 이원호 작 ‘강안남자’다. ‘밤의 대통령’, ‘황제의 꿈’으로 대표적인 주먹작가(주먹 세계를 그려낸 활극 소설 작가)로 유명한 이원호라는 대중작가는 이 작품 하나로 ‘음란서생’의 반열에 올랐다. 무려 3백만 부가 팔린 ‘밤의 대통령’으로 이 작가는 삶이 권태로웠던 것일까. ‘음란서생’의 윤서(한석규 분)처럼 어느 날 문득 저잣거리 유기전에서 일생 처음 보는 난잡한 책을 접했던 것일까. 그가 쓴 ‘강안남자’는 순식간에 음란물 논란으로 전국을 강타한다. 급기야는 청와대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음란성을 빌미로 구독신문 80여부를 절독한 것이다. 음란도 정치를 만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