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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스크린쿼터, ‘흡혈형사 나도열’ 그리고 ‘괴물’ 올초 영화계를 뒤흔들었던 사건은 뭐니뭐니해도 스크린쿼터 축소. 그 일촉즉발의 긴장감 속에 미국산 수퍼 히어로들이 극장가를 공격했다. 그 장본인은 ‘미션 임파서블3’, ‘다빈치 코드’, ‘엑스맨3’, ‘수퍼맨 리턴즈’다. 그 틈바구니에 우리네 왜소한 히어로, ‘흡혈형사 나도열’이 끼어 있었다. 이 상징적인 장면은 저 박민규의 소설, ‘지구영웅전설’에서 수퍼히어로들 사이에서 ‘시다바리’ 역이라도 하며 히어로를 꿈꾸는 우리네 주인공을 보는 것 같아 마음 아팠다. 그것은 또한 스크린쿼터 축소에 즈음하여 저 덩치 큰 헐리우드 영화 틈바구니에서 가냘프게 서 있는 우리 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열 받아야 변신하는 나도열처럼 ‘흡혈형사 나도열’은 열 받아야 비로소 변신..
최근 연기력을 두고 논란이 되는 연예인들이 있다. 이들에 대한 비판은 배역과 연기가 따로 노는 데서 비롯한다. 관객 혹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도무지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비판받는 연예인들을 우리는 굳이 연기자라 부르기가 꺼려진다. 진정한 연기자라면 자신을 과감히 훌훌 털어 버리고 배역에 자신을 완전히 몰입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연기자들이 배역 때문에 수없이 망가지면서도 그것으로 인해 오히려 아름답고 박수 받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올 한 해도 망가진 만큼 아름다웠던 많은 연기자들이 있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끼, 류덕환 ‘웰컴 투 동막골’에서 동구 역으로 그 가능성을 보여준 류덕환은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역시 동구 역으로 확고한 연기자로서 자리매김했다. 이 나이(1987년..
상상력이 제작기술 못 미친 '중천'유감 ‘매트릭스’ 약 6백50억 원, ‘반지의 제왕’ 편당 약 1천10억 원. 제작비 규모로 보면 100억 원을 들인 ‘중천’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가져간 개런티(1편만 약 92억 원)에 불과한 소품이다. 하지만 그 CG만 떼어놓고 보면 결코 소품이라 할 수 없는 놀라운 장면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이게 진짜 100%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완성된 영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영화는 설정부터 가상공간이다. 하늘과 땅 사이, 삶과 죽음 사이에 놓여진 ‘중천’이라는 중간계가 배경인 것이다. 그러니 거의 대부분을 CG에 의존하면서 만들어야 하는 상황. 미국 같은 경우에 이미 CG를 활용한 작품들이 일상화될 정도로 예술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추고 있..
아무 기대 없이 영화관을 찾았던 분들이라면 이 ‘개그콘서트 같은 영화’에 푹 빠져서 배꼽 빠지게 웃다가 눈물을 흘릴 지도 모른다. TV시트콤으로 봤던 사람이라면 영화 속에서 좀더 자유로운 상상을 즐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거대 블록버스터의 숫자놀음에 질렸던 관객이라면 이 조촐한 잔치에서 풍성한 대접을 받은 기분을 느낄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에 옆구리나 주머니가 허전한 사람이라면 단돈 몇 천 원으로 큰 위안을 받을 지도 모른다. 소박하지만 풍성함을 주는 영화, ‘올드미스다이어리(이하 올미다)’다. 솔로종합선물세트가족이 주는 개콘식 웃음 영화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최미자(예지원 분)의 꿈으로 시작한다. 꿈속에서 뭔들 못할까마는 그녀는 꿈속에서조차 비행기가 추락하고 벼락을 맞는다. 하지만 ..
작년에 이어 올 한해도 그 화두는 역시 ‘몸’이었다. ‘얼짱’에서부터 ‘몸짱’으로 넘어온 신드롬은 올초에는 ‘동안’으로 이어지면서 전국을 성형과 몸 만들기 열풍으로 몰아넣었다. 심지어는 ‘생얼’이라는 극단적 하드코어 뷰티(나 벗어도 이렇게 아름다워요!)까지 유행하면서 이제 외모지상주의는 극단적인 색깔을 내기 시작한다. 보기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는데 일거양득이지, 뭐가 문제냐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런데 왠지 기분이 나쁜 건, 보기 좋고 건강 좋은 몸에 자꾸 가격이 매겨지는 느낌 때문이다. 이른바 말 그대로의 ‘몸값’, ‘꼴값’하는 세상에 사는 기분 때문이다. ‘미녀는 괴로워’는 그 상품화가 가장 첨예하게 벌어지는 연예계를 소재로 이 사회에 만연한 ‘몸 신드롬’을 유쾌하게 뒤집어놓는다. 얼굴 없는,..
영화감독 브랜드 시대 당신은 어떤 브랜드의 영화감독을 좋아하나요? 어쩌면 앞으로 영화를 골라보는데 이런 질문들이 기준이 될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영화감독이 가진 브랜드 이미지가 영화의 성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올 한해 우리 영화의 성적표를 보면 작품성이나 상업성 이외에 영화감독의 이미지 또한 흥행에 관건이 되었던 징후들을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에는 어떤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감독들이 어떤 영화를 들고나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휴머니스트, 이준익 올 한 해 가장 주목받은 감독은 이준익이다. 작년 말에 개봉한 ‘왕의 남자’가 1230만 명이란 대기록을 세우면서 브랜드 가치를 최대로 높인 이준익 감독. 그 정도면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갈 만 했다. 좀 쉬어가면서 대작을 준비할 만도 했던..
올 한해도 주로 남자들이 울었다. ‘왕의 남자’의 이준기, 감우성이 그랬고, ‘라디오 스타’의 박중훈이 그랬다. ‘도마뱀’의 조승우’, ‘가을로’의 유지태, ‘그 해 여름’의 이병헌이 그랬으며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강동원, ‘해바라기’의 김래원이 그랬다. 이제 멜로 드라마 속 눈물의 주체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이러한 징후는 이미 예고되었던 일이다. 과거 여성 잔혹사적 관점의 내러티브를 갖고 주로 여성 관객의 눈물을 쏙 빼게 만들었던 신파는 이제 달라진 환경에서는 더 이상 카타르시스를 주지 못한다. 신파에 반발해 나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성 중심적 권위주의로 늘 회귀했던 로맨틱 코미디(예를 들면 결혼이야기나 미스터 맘마 같은) 역시 마찬가지다. 이것은..
복수시리즈 3부작 이후, 박찬욱 감독이 들고 나온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찬욱표 로맨틱 코미디’라는 상표가 붙은 이 영화에 대해 “괜찮다”, “괜찮지 않다”는 말들이 분분하다. 그 이유인즉슨 정지훈, 임수정 같은 이름만 들어도 기분좋은 상큼발랄한 연기자들이 캐스팅된 데다, 누가 봐도 이목을 잡아끄는 포스터와 제목, 게다가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의 적시 등으로 톡톡 튀는 영화의 이미지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박찬욱이라는 이름이 떡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지만 괜찮아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지만 괜찮아’라는 의미에 걸맞게 두 가지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들을 뒤집어놓는다. 영군(임수정 분)은 스스로를 싸이보그라고 생각하지만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희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