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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마루 밑 아리에티', 소소한 소통이 주는 큰 즐거움 '마루 밑 아리에티'에는 거대한 스케일이 없다. 이야기의 배경은 고작 한 시골의 별장 같은 저택의 반경을 넘지 않고, 주요 등장인물도 아리에티 가족 3명, 이 저택에 요양온 쇼우와 할머니, 가정부 이렇게 3명, 그리고 아리에티와 같은 소인족으로 외부에서 들어온 사피라까지 모두 합쳐봐야 7명 정도다. 이야기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처럼 다이내믹하지 않다. 요양 차 시골에 온 소년이 소인인 아리에티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이 전부. 어찌보면 심심할 정도로 단순한 구조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 지극히 작고 사소해보이는 애니메이션이 우리의 가슴을 이토록 설레고 울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이다. 3D의 화려한 기술이 점점 일반화되어가는 시대에, '마루 밑 아리에티'는 완전히 정반대에 서 있는 듯한 작품이다. 자.. 더보기
액션에 눈물이? '아저씨'가 건드린 시대감성 차가운 액션, 뜨거운 감성, 스릴러적 쾌감까지 우리 시대의 아저씨들은 어떤 존재일까. 영화 '아저씨'라는 영화가 그 제목을 '아저씨'라 이름 붙인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아무리 쓰레기 속을 뒹굴어도 여전히 멋있는 원빈이 연기하는 차태식이라는 인물은 영화 제목이 '아저씨'가 아니라면 전혀 다른 감성으로 다가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저씨'라는 특정 세대를 지칭하자 영화는 이 세대가 작금의 현실에 갖고 있는 감성들을 끌어들인다. '아저씨'는 "도대체 네 정체가 뭐야?"하고 조폭 두목이 물었을 때, "옆집 아저씨"라고 차태식(원빈)이 말하는 장면에서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드는 그런 영화다. '아저씨'는 전직 특수요원이었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세상을 등진 채 전당포.. 더보기
‘인셉션’, 이 복잡한 영화에 끌리는 까닭 해체될수록 강해지는 인과관계에 대한 욕망 '인셉션'을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아마도 에셔의 그림들 혹은 영화 속에도 나오는 '펜로즈의 계단'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이 틀림없다. 에셔의 그림들을 한참 쳐다보고 있으면 갖게되는 느낌들, 즉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가짜인가가 불분명해지는 그 경계가 주는 순간적인 당혹감과 해방감을 이 영화는 잘 끄집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펜로즈의 계단'이 상승과 하강이라는 흐름을 무화시켜버렸듯이, '인셉션'이라는 영화는 꿈과 현실이라는 경계를 해체시킨다. 영화가 보여주는 장면들이나 진행되는 방식이 굉장히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누군가의 꿈 속으로 들어가 그 머릿 속에 숨겨진 사실을 끄집어내는 일을 하는 코브(레오나르.. 더보기
‘오션스’의 흥행, 빵꾸똥꾸의 힘 ‘오션스’, 보는 맛만큼 듣는 맛도 일품이다 “야 이 빵꾸똥꾸야!” 어찌 들으면 욕 같기도 한 이 말. 그런데 이상하게 진지희라는 아이의 입을 통해 던져지는 이 말에는 막힌 속을 확 풀어주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연실 ‘빵꾸똥꾸’란 말로 현대사회의 부조리한 부분들을 거침없이 하이킥 하던 진지희. 그녀가 이번에는 극장용 다큐멘터리 영화 ‘오션스’로 돌아왔다. 어딘지 어눌하면서도 정이 가는 극중 그녀의 아버지였던 정보석과 함께. 여름방학 시즌에 맞춰 쏟아져 나오는 대작 영화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오션스’는 다큐멘터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4일만에 18만 관객을 돌파하는 꽤 괜찮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시선을 압도하는 바다 생물들의 경연장 같은 ‘오션스’의 세계가 대중들을 매.. 더보기
웹툰 원작 '이끼', 그 이례적인 흥행의 비결 '이끼', 신구세대를 가로지르다 그저 지나쳤으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그런 시골마을. 이제 개발의 손길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지만 도시인의 마음으로 보면 심지어 살고 싶을 정도로 한적한 그런 풍경. 그 풍경은 과연 아름답기만 한 걸까. 거기 덤불 아래, 세워진 집 아래에는 뭔가 숨겨진 시대의 생채기가 남아있지 않을까. '이끼'는 바로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는 영화다. 어느 날 그 동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 젊은 청년은 이곳으로 들어와 그 덤불을 들춰보고는 거기 무언가 이상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 이상함은 전체주의적인 분위기다. 이장 천용덕(정재영)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마을 사람들이나, 마치 파놉티콘을 연상시키는 이장의 집에 의해 감시되는 마을. 의절한 채 살아왔던 아버지의 부음으로 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