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고지전’은 어떻게 전쟁영화를 넘어섰나 '고지전', 원근법이 백미인 전쟁영화 어떻게 보는가 하는 점은 무엇을 보는가 하는 점만큼 중요하다. 멀리서 볼 것인가, 아니면 가까이서 볼 것인가. 또 어느 쪽의 시점으로 볼 것인가. 그것이 전쟁영화라면 더더욱 그렇다. 전쟁영화를 먼 거리에서 보다보면 스펙터클의 덫에 걸릴 수 있고, 너무 가까이서 바라보면 지나치게 인물들의 감정 속으로만 매몰될 수 있다. 전쟁영화는 스펙터클이 될 때 비판받을 수밖에 없고, 감정에만 매몰될 때 소소해질 위험성이 있다. 또 실제 겪었던 전쟁을 다루는 경우 어느 한쪽의 시각에 맞추다보면 다른 편의 시각이 소외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고지전'만큼 적절한 원근법을 고수하고 있는 전쟁영화는 보기 드물다. 일단 그 '애록고지'라는 영화의 공간이 그렇다. 한국전쟁의 끝 무렵.. 더보기 '써니', 추억을 조립하는 재미 쏠쏠하네 '써니', 당신의 추억만큼 재밌는 건 없다 익숙한 80년대 풍경. 매캐한 최루탄 냄새와 일렬로 도열해 있는 전경들. 그리고 그들과 대치해 있는 학생들. 일촉즉발의 상황. 그리고 급기야 뒤엉켜버리는 전경들과 학생들, 시민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 순간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Joy의 'Touch by touch'. 80년대를 살았던 사람치고 이 잿빛 기억의 시대를 순식간에 발랄한 추억으로 만들어놓은 이 장면에서 빵 터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써니'가 위치한 유쾌한 지점은 바로 이 장면 속에 압축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유쾌하고, 어떻게 보면 도발적인 '써니'의 이 기묘한 조합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광주 민주화 운동을 초반에 겪은 80년대는 시대적으로만 보면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심지어 어떤 이.. 더보기 미디어 정치 시대, '킹스 스피치'가 시사하는 것 히틀러와 라디오로 한 판 붙은 말더듬이 왕, '킹스 스피치' 말더듬이가 연설을 했다. 만일 이런 스토리라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말더듬이가 한 국가의 왕이라면? 흥미를 느낄만하지만 그다지 확 끌만한 매력적인 스토리라고 말하기는 그렇다. 하지만 그 말더듬이 왕이 전쟁을 맞아 라디오로 대국민 연설을 해야 한다면? 이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없을 듯하다. 말이 가진 힘이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증폭되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히틀러를 다룬 저술들이 말해주듯이 라디오는 나치즘을 말해주는 가장 대표적인 매체다. 만일 라디오가 없었다면 히틀러의 나치즘도 없었을 것이라 말해질 정도로. 라디오는 전형적인 일방향적인 매체다. 한쪽에서만 말을 한다. 그것은 당연히 듣는 다수를 상정한다. 한쪽이 입이.. 더보기 ‘블랙스완’, 소름은 어떻게 전율이 되었나 ‘블랙스완’, 예술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느꼈어요. 저는 완벽했어요.” 니나(나탈리 포트만)가 무대 마지막에 이런 얘기를 건넬 때 아마도 대부분의 관객들도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 그 완벽함에 대한 전율을. ‘블랙스완’. 발레를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제목처럼 백조가 아닌 흑조를 다룬다. 그러니 발레라는 백조의 겉모습을 생각하고 극장문을 들어선 관객이라면, 그 충격적인 흑조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할 지도 모른다. 휴먼드라마 같은 장르를 기대했다면, 심지어 공포에 가까운 파격적인 영상으로 주인공의 이상 심리를 포착한 이 작품을 과잉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예술의 겉면이 아니라 그 뒷면을 경험하거나 목도한 적이 있는 관객이라면 그 소름끼치게 충격적인 장면들에 두려움을 느끼.. 더보기 이순재의 관록, 원작을 이겨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원작만큼 좋은 이유 이미 강풀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본 관객이라면 아마도 첫 장면에서부터 어떤 깊은 울림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 김만석(이순재)이 할머니 송씨(윤소정)를 골목길 언덕빼기에서 작은 사고(?)로 처음 만나고, 거의 습관이 된 듯 죽어 들어가는 소리로 "괜찮다"고 말하는 송씨에게 다짜고짜 만석이 "큰 소리로 말해!"하고 소리칠 때부터 마음은 뭉클해진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그런 영화다. 원작이 있어 이미 스토리를 다 알고 있어도(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 그리고 이게 가능한 건, 거기 원작을 뛰어넘는 관록의 배우, 이순재가 있기 때문이다. 입만 열면 육두문자를 풀풀 쏟아내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늘 따뜻해 어려움에.. 더보기 이전 1 ··· 55 56 57 58 59 60 61 ··· 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