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제왕>과 <골든타임> 작가 논란

 

<드라마의 제왕>의 이고은(정려원)은 신인작가다. 아직 정식데뷔도 못했고 유명작가 밑에서 갖은 심부름을 도맡아 하며 보조작가 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악명 높은 제작자인 앤서니 김(김명민)에게 이용당하고는 드라마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몇 년 후 쫄딱 망한 앤서니 김은 이고은의 작품에 관심을 보이는 일본투자자에게 투자받기 위해 그녀와 다시 계약한다. 하지만 막상 드라마의 편성권을 따내게 되자 신인작가에게 작품을 맡길 수 없다는 방송국측의 의견에 따라 앤서니 김은 이고은을 교체해버린다.

 

'드라마의 제왕'(사진출처:SBS)

드라마라서 극화된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적어도 여기 등장하는 신인작가 이고은이 당하는 처지는 그다지 과장이 없다. 외주제작 시스템 속에서 신인작가들이 겪는 고충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제작자에 의해, PD에 의해, 방송국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조금만 반응이 달리 나와도 전면적인 작품 수정을 요구 당한다. 심지어 이고은처럼 아이디어만 쪽쪽 빼먹고 이용만 하다 버려지는 경우까지 있다. 제 아무리 무던한 사람이라도 이런 환경에서 작품 하나를 하고나면 자신이 생각했던 작가라는 세계와의 괴리감에 자괴감마저 들게 마련이다.

 

<드라마의 제왕>을 보면서 최근 월간 <방송작가>에 게재된 인터뷰로 논란이 된 <골든타임>의 최희라 작가가 문득 떠오른 것은 왜였을까. “완장을 찬 돼지 같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이 한 줄의 표현이 그대로 문자화되면서 최인혁이라는 놀라운 캐릭터를 연기한 이성민이 도마에 오른 것이 최희라 작가에게는 논란의 빌미가 되었다. 만일 그 표현을 하지 않았더라면, 또 했더라도 그것이 기자에 의해 활자화되지 않았다면 그 인터뷰의 전체 내용은 전혀 다른 뉘앙스를 풍겼을 것이다.

 

물론 그녀가 한 인터뷰와 그 인터뷰 내용을 지나치게 직설적으로 다룬 <방송작가>측의 행동이 경솔했고 잘못됐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거기에 대해서는 추호도 두둔할 마음이 없다. 하지만 이 인터뷰의 진짜 내용은 배우를 디스하려는 그런 목적에 있지 않았다. 거기에는 신인작가가 드라마판에서 겪고 있는 많은 충돌과 고충, 그리고 작가로서 지켜야할 소신과 현실 사이의 갈등 같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다만 그것이 너무 거친 표현으로 직설적으로 다뤄졌다는 것이 본질을 호도하게 된 원인이 되었을 뿐이다.

 

최희라 작가는 2010년 <산부인과>로 데뷔한 후, <골든타임>이 두 번째 작품으로 거의 신인이나 마찬가지다. 그녀는 <방송작가>와의 인터뷰의 첫머리에서 <산부인과>를 쓸 때 겪었던 고충을 밝히기도 했다. “신인작가가 쓴다고 하니 제작 여건이 어땠겠어요. 그런데 시청률이 오르고 조금씩 반응이 오니까 그제서야 오만 군데서 달려들어 흔들어 대기 시작하는 거예요. 한번은 한 회 대본 전체를 다시 써야 했죠. 한 회가 바뀌면 이미 써 놓은 뒷부분의 대본도 다 고쳐 써야 하는 거잖아요.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9일 동안 5회 대본을 다시 썼어요. 그런 고통을 겪고 나니까 이 바닥이 나와 맞을까? 하는 근원적인 의문이 들었어요.”

 

흔히들 드라마 작가라고 하면 모두가 엄청난 고료를 받고 배우들 누구나 고개를 숙이며 존경하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전체 작가들 중 상위 몇 프로에 해당되는 얘기다. 최희라 작가는 <골든타임>을 하면서도 권석장 감독과 부딪쳤던 점들을 인터뷰를 통해 피력했다. 그녀의 말로는 권석장 감독은 “청년 인턴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를 찍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희라 작가가 쓰려던 것은 좀 더 중증외상학과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한다. 그래서 감독과 실랑이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10회를 넘어서부터 상황이 더 힘들어졌어요. 현장에서는 대본 대로 찍을 수 없다고 하지, 배우들은 자신의 분량을 늘려달라고 하지... 이 드라마를 지켜야 하는 건 순전히 작가의 몫이었어요.” 최희라 작가가 인터뷰를 통해 말한 것처럼 권석장 감독이 “최인혁과 이민우의 이야기보다 이민우와 장재인이 함께 하는 장면을 더 넣어달라고 요구”한 것은 나름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아무래도 시청률에 있어서 달달한 멜로라인이 갖는 힘이 분명 있다는 것을 권석장 감독이 알고 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작가는 시청자가 “이미 최인혁과 이민우를 통해 중증외상환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의견충돌은 당시 그녀를 괴롭혔을 게다. 물론 그녀는 인터뷰에서 “지금은 감독님께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인터뷰 내용에서 문제가 된 배우에 대한 이야기는 격앙된 표현 부분만 떼놓고 보면 이해되지 않는 게 아니다. <드라마의 제왕>에서 강현민(최시원)이라는 배우가 이고은 작가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보면 드라마 제작에 있어서의 힘겨루기가 역할에 따라 나눠지기보다는 누가 힘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희라 작가는 “캐릭터를 일관성 있게 끌고 가 줘야 하는 게 주인공의 몫”이라고 했다. 최인혁이라는 캐릭터가 점점 대중들에 의해 중심으로 오면서 본래 다루려 했던 멘토와 멘티 관계를 넘어 지나치게 주목되고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게 작가로서는 부담이었을 수 있다.

 

이러한 불편함은 주목받으면서 대중들의 요구에 의해 갑자기 생겨난 최인혁과 신은아의 멜로에 대해 그녀가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에 어느 정도 담겨있다. “최인혁과 신은아 두 사람의 멜로도 그랬어요. 나이답지 않게 순수하고, 어색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봐야 하는 시점에서 마치 작가 몰래 둘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처럼 연기했어요.” 이 캐릭터의 균형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이선균에 대한 칭찬 속에 들어 있다. “그에 비하면 이선균씨는 분량이 제일 많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지 않게 주위 배우들과 밸런스를 맞추면서 최인혁의 캐릭터가 빛이 날 수 있도록 해줬어요. 이선균씨가 그동안 왜 그렇게 많은 작품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는지 느꼈죠.”

 

<골든타임>에서 이성민의 연기는 분명 작품을 살리는 힘이 되어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또한 분명한 건 연기가 살아나는 것이 전적으로 연기자의 힘만으로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최인혁이라는 캐릭터가 작가에 의해 축조된 바탕에서 가능한 일이다. 이성민이 수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골든타임>을 통해 주목받게 된 것은 그런 이유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최희라 작가가 최인혁이라는 캐릭터를 잘 만들었기 때문에, 이 인터뷰의 논란은 더 큰 파장을 낳게 되었다. 여전히 최인혁이라는 캐릭터는 서민들의 메시아 같은 이미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분명 경솔한 인터뷰였지만 거기에는 아직 신참으로서 현실의 때가 묻지 않은 작가의 순진함도 묻어난다. <드라마의 제왕>이 그리고 있는 것처럼 드라마 제작현실은 낭만적이지 않다. 그것은 전쟁터나 마찬가지니까. 최희라 작가는 인터뷰 말미에서 여전히 작가를 계속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신인작가라는 현실 속에서 작가라는 정체성 자체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분명한 건 <골든타임>이 좋은 드라마였다는 것이다. 모쪼록 이 한 때의 실수로(그것이 작은 실수는 아니지만) 또 다른 좋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마의>에서 허각이 떠오르는 이유

 

"나 인의라는 것 해보고 싶습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얼마나 잘난 일인지 정말 나 같은 놈은 꿈도 꿀 수 없는 건지. 나 그거 한 번 해볼 겁니다." 여기서 ‘나 같은 놈’이란 마의인 백광현(조승우)의 신분을 뜻한다. 요즘 사회를 태생부터 미래가 결정되는 스펙사회라고 하지만 조선시대 만큼일까. <마의>가 현재에 던지는 판타지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마의'(사진출처:MBC)

사극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그린다고 했던가. 사람을 살리고도 마의라는 신분 때문에 장 30대를 맞는 <마의>가 그리는 세상은 작금의 스펙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그 손이 그 손일진대 “짐승이나 만지는 천한 손으로 사람의 몸에 침을 놓는 건 맞아죽어도 싼 죄”로 치부되는 곳이 바로 <마의>의 세상이다.

 

백광현은 다름 아닌 성장의 사다리가 끊겨버린 청춘이다. 그런데 그런 그를 신분이 아닌 하나의 사람으로 바라봐주는 인물들이 있다. 그가 의과시험을 치르게 도와주는 강지녕(이요원)이 그렇고, “자네가 실력만 있으면 되지 출신성분이 뭔 상관인가”라고 말하는 고주만(이순재)이 그렇다. 숙휘공주(김소은)가 저도 모르게 백광현의 매력에 끌려 볼에 입맞춤을 하는 장면도 그렇다. 그녀는 강지녕의 말대로 백광현의 “신분이 아닌 사람을 본 것”이다.

 

<마의>가 절묘한 지점은 바로 조선시대라고 하더라도 이 신분이 무화되는 공간들을 찾아냈다는 점이다. 드라마 초반에 등장했던 이타촌(외국인들이 사는 마을)이 그렇고, 무교탕반이라는 왕에서부터 서민들까지 누구나 와서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 그렇다. 고주만 영감이 의과시험을 누구나 실력이 있으면 응시할 수 있는 시험으로 만드는 것도 그렇다. 바로 그 공간이 있어 백광현은 낮은 신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실력으로 1차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 백광현은 저 <슈퍼스타K2>의 허각이 만들어낸 신드롬을 사극으로 재현하는 인물이다.

 

그가 응시하는 의과시험의 풍경들은 며칠 전 끝난 수능시험을 떠올리게 한다. 시험 전날 자꾸 까먹는 자신을 한탄하며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고 있을 때 강지녕이 건네주는 요약본은 지금으로 치면 ‘족집게 과외’ 같은 것. 백광현은 그 요약본에서 절반 이상이 시험에 나왔다며 기뻐한다. 우리네 스펙사회에서 그 첫 발이 대학입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마의>의 백광현이 첫 발을 내딛는 의과시험은 꽤 의미심장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의>가 현재적 의미를 드러내는 건 동물의 병을 돌보고 고치는 마의라는 존재 자체일 것이다. 생명을 고치는 손에 마의가 따로 있고 인의가 따로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중요한 건 생명을 살린다는 것 그 자체가 아닌가. 조선이라는 신분 사회 속에서도 결국 하나의 인간으로 공유되는 지점은 결국 의술이 다루는 몸이다. 양반이건 노비건 몸은 똑같이 병들고 죽게 마련이니까.

 

<마의>를 보면서 그것이 저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현재의 이야기로 느꼈다면 그것은 이 사극이 얼마나 현재의 대중들의 정서를 들여다보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신분과 빈부의 경계를 무화시키는 공간과 상황들 속에서 그렇게 백광현이 성장하는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강력한 판타지를 제공한다. 사극은 그렇게 과거를 다루지만 과거가 아닌 현재를 이야기하는 장르다.

개연성 잃어가는 <메이퀸>, 문제는?

 

만일 막장드라마를 의도된 막장드라마와 의도치 않은 막장드라마로 나눌 수 있다면 <메이퀸>은 후자에 해당할 것이다. <메이퀸>은 물론 초반부에 어린 해주(김유정)를 아동학대에 가깝게 핍박하는 계모 달순(금보라)의 에피소드가 과한 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그 과한 설정에 나름대로의 개연성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중반을 넘겨온 <메이퀸>은 본래 하려던 이야기를 잃어버린 채 이리저리 자극적인 상황만 쫓는 꼴이 되어버렸다.

 

'메이퀸'(사진출처:MBC)

해주(한지혜)와 창희, 그리고 강산(김재원)과 인화(손은서)의 멜로 라인의 변화를 보면 이는 단박에 드러난다. 자신의 아버지가 해주(한지혜)를 키워준 천홍철(안내상)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창희(재희)가 해주와 헤어지고 갑자기 인화와 가까워지는 얘기는 그럴듯한 이유와 근거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심지어 인화는 어렸을 때부터 강산을 쫓아다니던 인물이 아닌가. 그런 인화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오는 창희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데는 어떤 계기가 필요할 텐데 그런 면도 전혀 드러나 있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창희 앞에서 인화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느끼고는 “내가 왜 이러지?”하는 장면으로 그 관계의 변화를 설명한다는 것은 작가로서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사실 이런 합당한 이유 없이 돌변하는 심경의 변화는 캐릭터를 아주 우습게 만들어버린다. 창희야 복수를 위해 인화에게 의도적으로 다가갔다는 심증을 가질 수 있지만 당사자인 인화는 다르다. 인화라는 캐릭터는 여기서 어떤 성격을 품고 스스로 움직이는 인물이 아니라 작가에 의해 조종되는 인형으로 전락한다.

 

<메이퀸>에서 이렇게 조종되는 캐릭터들은 의외로 많다. 또 하나의 불운의 캐릭터가 장일문(윤종화)이다. 일문은 전형적인 민폐 캐릭터로서 그가 나오는 장면은 하나의 클리쉐로 처리된다. 즉 그는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는(늘 그렇다) 아버지인 장도현(이덕화)에게 두드려 맞거나, 해주를 “너 까짓 게” 식의 안하무인격으로 대하거나 어머니인 이금희(양미경)에게 분노를 드러내고 때론 읍소를 가장하는 식의 역할로 고정되어 있다. 그는 성장이 멈춰진 인형처럼 보인다.

 

이것은 장도현이나 늘 해주에게 민폐를 끼치는 천상태(문지윤), 또 아들만을 생각한다는 명분으로 갖은 악행을 제 손으로 저지르는 어리석은 박기출(김규철)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너무나 전형화되어 있어 그들이 등장하면 앞으로 전개될 일들이 거의 예측 가능한 그런 인물들이다. 물론 이런 캐릭터들도 드라마에 필요하다. 하지만 작품이 중반을 넘어가면서 그렇지 않아야할 중심인물들도 자꾸만 작가에 의해 휘둘리는 모습이 등장한다. 이금희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처음에는 인화와 창희의 결혼에 대해서 그다지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었다가 어느 날 일문이 찾아와 창희가 검찰에 있을 때 아버지를 잡으려 했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녀는 돌변한다. 그리고 창희를 찾아와 결혼을 반대한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또 단 한 회만에 바뀐다. 인화가 결혼을 반대하면 죽어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자, 결혼을 허락하겠다고 바뀌게 된 것. 사실 이런 캐릭터의 입장 변화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캐릭터의 심경변화에는 그만한 심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결국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캐릭터를 이리저리 작가 자의적으로 바꾼다는 건, 개연성을 포기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또한 <메이퀸>은 너무 인물의 죽음이 너무 흔하다. 특히 장도현이라는 인물은 이 드라마에서 마치 킬러처럼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죽일 수 있는 인물이 되어 있다. 그는 해주의 친 아버지인 윤학수(선우재덕)와 강산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강대평(고인범)까지 죽게 만든 인물이다. 역시 인물의 죽음은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것을 무마하는 방식으로 살인이 자행되는 것은 너무 쉬운 방편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의도적인 막장 전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메이퀸>은 작가의 역량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결국 개연성과 본래 의도를 잃어버리게 된 막장드라마의 경우라고 생각된다. 가족드라마로서의 가족에 대한 의미도 제대로 담지 못했고, 시대극으로서의 시대적인 상황을 잘 조명해내지도 못했으며, 조선업이라는 특정 전문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전개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건 뭘까. 뻔한 복수극과 출생의 비밀을 놓고 벌어지는 신파밖에 없다.

 

이 드라마가 본래 갖고 있던 기획의도를 다시 살펴보자. ‘이 드라마는 광활한 바다에서 꿈을 꾸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이 나라 조선업이 발전하던 시기에 태어난 그들이 부모 세대의 원한과 어둠을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의 해양으로 진출하려는 이야기이다. 그리하여 오늘 고단하게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 한다.’ 이 드라마 어디에 젊은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되는 이야기가 있는가. 도대체 어디에 우리나라 조선업의 성장과정이 담겨있는가. 부모 세대의 원한과 어둠을 청산하기는커녕 그 원한과 어둠을 동력으로 삼아 굴러가고 있는 게 바로 <메이퀸>이 아닌가. 다른 게 막장드라마가 아니다.

변화보다는 초심을 추구한 <스타킹>, 강호동의 귀환

 

강호동은 <스타킹>으로 복귀하는 무대에서 과거 결과에 일희일비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방송출연을 하지 않는 동안, 그저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깨달았다는 것. 결과보다는 과정 그 자체가 축복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그래서였을까. 강호동은 물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렇다고 부담감 때문에 지나치게 위축되거나 과장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예전처럼 늘 그래왔던 강호동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스타킹'(사진출처:SBS)

<만남>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이벤트는 있었지만 강호동은 곧바로 <스타킹> 초창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스타킹>의 형식도 아예 최초의 모습으로 돌아간 느낌이 강했다. 그간 <스타킹>은 어떤 위기의식을 가졌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미 우후죽순 각양각색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난립하게 되면서 <스타킹>은 너무 소소한 오디션처럼 여겨지게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강호동이 빠져나가면서 그 힘이 급격히 빠져버렸던 것.

 

강호동이 첫 복귀 프로그램으로 <스타킹>을 지목했을 때 의외라고 생각됐던 것은 이처럼 이 프로그램이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호동이 복귀하는 <스타킹>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형식이 될 거라 예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웬걸? <스타킹>은 새로움을 보여주기보다는 본래 초심으로 더 돌아갔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과 대결하기보다는 <스타킹> 본연의 힘에 집중하기로 한 것.

 

리틀 싸이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황민우군을 첫 무대에 세운 건 여러 모로 <스타킹>의 저력을 잘 보여준 선택으로 여겨진다. 황민우군은 다름 아닌 <스타킹>이 배출한 스타가 아닌가. 5살 때 <스타킹>에 출연해 보여준 그 끼는 7살의 리틀 싸이로 그를 성장하게 만들었다. 강호동은 특유의 리액션과 교감으로 그를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황민우군이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강호동의 양 볼 살을 잡아 돌리는(?) 장면은 강호동만이 가능한 리액션이다.

 

두 번째로 나온 봉투의 달인과 2PM의 봉투 붙이기 대결 역시 <스타킹> 본연의 모습에 가까웠다. 그것은 그저 출연자들을 무조건 상찬해주기보다는 어떤 대결을 통해 그 놀라운 실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반인 출연자와 대결을 벌이는 연예인이 얼마나 준비를 해왔고 또 얼마나 전력을 다하느냐다. 2PM은 몇 주 간 봉투 붙이기 연습을 실제로 해와 달인과 대결했고, 그랬기 때문에 그 과정은 더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었다.

 

첫 무대가 흥을 돋워주었고, 두 번째 무대가 훈훈함과 놀라움을 동시에 안겨주었다면 마지막 무대에 나온 발달 장애를 가진 천재 피아니스트 민우군은 <스타킹> 본연의 감동을 선사했다. 피아노 연주가 주는 감성적인 분위기 위에서 이루마와 함께 가진 민우군의 합동 연주는 음악만으로도 충분한 <스타킹>만의 교감의 묘미를 만들어냈다. 결국 <스타킹>은 특별한 형식 변화를 갖기보다는 본래 형식을 강화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그것은 충분히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위에서 새롭게 복귀한 강호동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강호동은 기존 <스타킹>이 보여준 리액션의 강도를 확실히 높여 놓았다. 먼저 무대가 주는 에너지를 높여놓았고, 일반인 출연자들과 연예인들을 밀고 당기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본래 강호동이 해왔던 그 모습 그대로다. 본인이 얘기한대로 결과보다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은 <스타킹>만이 갖고 있던 본색을 찾게 해주었다. 물론 이것은 첫 걸음일 뿐이지만, 그 첫 걸음으로서 <스타킹>의 무대는 강호동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려주었다. 그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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