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 강호동 모시기가 의미하는 것

 

강호동이 돌아온다. 벌써부터 지상파 방송3사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고 예능가도 강호동 복귀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갑작스레 잠정은퇴를 선언함으로써 생겨난 커다란 공백으로 방송3사의 예능이 휘청했던 사실이다. MBC는 <무릎팍도사>가 폐지되었고 그로 인해 <황금어장>을 <라디오스타> 하나로 버텨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을 맞이했고, KBS는 <1박2일>의 시즌2를 준비해야 했으며, SBS는 <강심장>을 이승기 단독MC 체제로 이끌어 나가야 했다. 또 <스타킹>은 강호동이 빠져나간 후 시청률이 반 토막 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니 그의 복귀 또한 그만한 변화와 파장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 지상파 3사가 여기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스타킹'(사진출처:SBS)

가장 먼저 출연을 확정 지은 건 SBS다. 사실상 잠정은퇴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강호동은 이미 SBS와 어느 정도 복귀 후의 프로그램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방송가에는 알려져 있다. 이것은 아마도 상업방송으로서 SBS가 강호동이 관심을 갖고 있는 프로그램 제작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호동은 이미 <1박2일>에 출연할 때부터 프로그램 제작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연료를 받는 것보다는 프로그램을 제작 납품하는 것이 여러 모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호동이 SM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인 C&C(이하 SM C&C)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방송 복귀를 공식화한 것도 그의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관심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SM C&C는 매니지먼트는 물론이고 프로그램 제작사로서도 야심을 갖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는 강호동 이외에도 신동엽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고, 장동건의 소속사인 AM ENT를 흡수합병 했으며 개그맨 김병만, 이수근 등과도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강호동과 SM C&C의 만남은 어쩌면 방송사에 예속되지 않고 예능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고 납품하는 제작사 개념의 예능을 예고하게 만든다. 만일 이것이 이뤄진다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들이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또 그간 방송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예능인들의 새로운 위상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생긴다. 결국 콘텐츠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제작사 개념의 예능은 새로운 흐름을 예감하게 한다.

 

강호동이 SBS와 하려는 프로그램은 <스타킹>이다. 그가 조금은 약발이 떨어진 듯한 이 프로그램을 방송3사 예능 출격 중 첫 발로 디디려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즉 <스타킹>은 주인공이 MC도 연예인도 아닌 일반인 출연자들인 프로그램이다. 그들을 무대에 올려주고 한껏 리액션을 해주는 것이 MC와 연예인들의 역할이다. 따라서 강호동으로서는 <스타킹>이 갖고 있는 이런 특성이 그의 복귀 이미지에는 최적이라 여길 만하다. 자신을 띄우기보다는 일반인들을 받쳐주는 모습이 훨씬 더 대중친화적인 강호동의 이미지를 굳건히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금 가라앉아있는 프로그램을 활기 있게 만들어낼 수 있을 지도 모르고, 설혹 살려내지 못하고 소소하게 간다고 해도 강호동으로서는 어쨌든 가장 자연스러운 복귀가 가능한 셈이다.

 

또 토요일에 방영된다는 점도 강호동의 유력한 복귀 프로그램으로 <스타킹>이 지목되는 중요한 이유다. 사실상 방송3사가 가장 치열하게 맞붙는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으로 어느 한 방송사를 선택한다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물론 복귀 후 조금 시간이 지나고 방송3사에 골고루 프로그램을 포진시킨 상황에는 일요일 예능으로 한 방송사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잠정은퇴 후 복귀하는 프로그램으로 한 방송사의 일요일 예능을 선택한다는 건 여러모로 불편할 수 있다.

MBC는 강호동의 복귀작으로 <무릎팍도사>를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강호동이 빠져나가 폐지되었으니 그가 복귀해서 다시 부활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 MBC로서는 <무릎팍도사>의 부활이 장기파업으로 인해 치명타를 입은 MBC 주중 예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황금어장>에서 <무릎팍도사>가 폐지되면서 다행스럽게도 <라디오스타> 단독 편성이 성공적으로 살아남았던 점은 MBC로서는 전화위복의 상황이 된 셈이다. MBC는 과거처럼 <황금어장> 속으로 <무릎팍도사>와 <라디오스타>를 함께 집어넣는 대신, 수요일 밤에는 <라디오스타>를, 목요일 밤에는 <무릎팍도사>를 편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결국 <황금어장>이 두 프로그램을 각각의 독립된 프로그램으로 키워내게 되는 셈이다.

 

KBS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중이다. 애초에 강호동 복귀 프로그램으로서 대중들이 가장 많이 지목했던 <1박2일>은 사실상 강호동의 복귀작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최재형 PD로 바뀌면서 새로운 진용이 갖추어진 상황이고, 멤버들 간의 관계도 어느 정도 정립이 되어가는 상황이다. 이 안정화 단계로 들어선 <1박2일>에 강호동이 들어간다면 그것은 도움을 주기는커녕 민폐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새로운 프로그램은 지금 현재 <안녕하세요>를 연출했던 이예지 PD와 전진국 예능국장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얼 예능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그렇다고 버라이어티도 토크쇼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예지 PD는 기존 예능의 옷을 입을 수는 있지만 거기에 한 요소를 덧붙여 좀더 ‘진화된 예능’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강호동의 방송3사 복귀 프로그램은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강호동이 복귀하면서 예능가도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강호동과 유재석 투톱 체제를 유지해왔던 예능가에서 강호동이 빠져나감으로써 큰 변화가 생겼던 것이 사실이다. 유-강 체제를 공고히 했던 리얼 버라이어티쇼 트렌드가 흔들렸고 토크쇼들은 하향평준화되어 버렸다. 유재석도 살리기 힘든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하지만 강호동 복귀로 다시 생겨날 유-강 투톱 체제는 강호동뿐만 아니라 유재석에게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호동과 유재석은 서로 경쟁하면서 동시에 하나의 트렌드를 선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3사의 강호동 모시기에는 여전히 방송사들이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실험하고 발전시키기보다는 좀 더 쉬운 선택으로서 유재석, 강호동 같은 MC 모시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호동이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돌아오기보다는 기존 프로그램에 복귀하는 형식이라는 점은 자칫 어떤 새로움을 기대하는 대중들에게는 실망이 될 수도 있다. 과연 강호동은 복귀 후 과거의 명성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왜 패러디를 패러디로 못볼까

 

‘전통적인 사상이나 관념, 특정 작가의 문체를 모방하여 익살스럽게 변형하거나 개작하는 수법.’ 다소 문학적인 틀에 갇혀 있던 이러한 패러디의 고전적 의미는 현대에 들어서는 다양한 영상물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표현기법 중의 하나가 되었다. 표절과 헷갈리는 부분이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원본이 전면에 드러나느냐 아니냐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알다시피 패러디는 원본이 있다는 것을 수용자가 인지해야 가능한 기법이다. <짝>을 같은 서체로 <쨕>이라고 쓰고 그 형식을 가져오면 누구나 그것에서 <짝>이라는 원본을 떠올릴 수 있다. 따라서 패러디에서 원본은 늘 전면에 내세워진다. 반면 표절은 늘 원본을 숨긴다. 그저 가져다 도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본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 교묘하게 위장술을 펴는 것. 그것이 바로 표절이다.

 

아예 19금을 전면에 내세운 <SNL코리아>의 경우, 패러디는 빼놓을 수 없는 표현 기법 중 하나다. 하지만 이 <SNL코리아>의 패러디가 영 불편한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최근 <짝>을 패러디한 <SNL코리아>의 <짝> 재소자 특집이 SBS로부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소송당한 데 이어,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안건으로 오른 것.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은 국감장에서 “박근혜 후보로 등장하는 출연자가 욕을 많이 하고, 안철수 후보로 등장하는 출연자는 순하고 욕을 많이 안하는 것으로 표현됐다. 이미지가 시청자들에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여의도 텔레토비>에 문제로 지목하는 것은 이 욕설과 관련한 ‘방송언어위반’ 및 ‘후보자 품위 손상’ 등이다. 물론 여기에 대해 <SNL코리아> 측은 “특정 후보를 비하, 비방, 폄하할 의도가 없다”며 “단순 정치 풍자”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패러디라는 것이 본래 그 기법 속에 권위에 대한 해체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때로는 그 패러디의 대상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의도적인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SNL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의 목적이 정치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사실상 거기 등장하는 다른 후보들의 패러디 역시 비슷한 강도로 희화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텔레토비>의 목적은 예능의 목적, 즉 재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패러디가 만들어내는 권위 해체와 희화화는 좀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그 패러디 대상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 즉 그만큼 대중들의 정서와 문화를 위해 기꺼이 한 몸 망가진들 무슨 상관이랴 하는 열린 자세를 거기서 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패러디는 그 대상이 되는 것만으로도 그 권위를 인정받는 셈이 되기도 한다. 즉 전술한 대로 패러디는 원본을 전제하고, 그 원본이 드러나야 비로소 기능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잘 알고 있고 권위 있는 원본이 대상이 되곤 한다. 물론 그 권위에도 차이는 있지만.

 

<SNL코리아>에서 ‘토론배틀’로 패러디 대상이 된 진중권은 패러디에 대처하는 좋은 예에 해당한다. 이 코너에서 진중건(진중권의 패러디)은 상대가 아이든 아줌마이든 상관없이 무조건 논리를 들어 상대방을 깨는 모습을 보여준다(그래서 그의 닉네임도 ‘모두까기’다). 여기에 대해서 진중권은 자신의 트위터에 ‘저 역은 원빈이 해야 하는데 섭외가 안 됐나 봐요’라는 글을 남겨 오히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패러디가 준 웃음에 웃음 하나를 덧붙인 셈이다.

 

패러디는 힘없는 서민들의 문화다. 권위 없고 힘없는 그들이 권위 있는 원본을 비틀고 풍자하는 것으로 어떤 자신들만의 새로운 재해석을 붙이는 그런 문화. 물론 어떤 패러디는 그 대상을 아프게 만들기도 하지만, 권위 있는 분들이 서민들을 위해 이 정도를 허용해주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일까. 정치가 기꺼이 제 몸을 풍자와 패러디의 대상이 되어주어, 작게나마 힘겨운 서민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들은 진정 서민들에게 그만한 웃음을 준 적이나 있단 말인가.

싸이는 광장스타일

 

파리 에펠탑이 보이는 트로카데로 광장에 싸이가 등장하자 운집한 2만여 군중들은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싸이는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내 이름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고 그러자 군중들은 “싸이”를 외쳤다. 싸이의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바로 “준비 됐느냐”고 물은 후 음악에 맞춰 ‘강남스타일’을 불렀다. 펄쩍펄쩍 뛰며 말춤을 출 때는 광장 전체가 들썩거렸다.

 

사진출처 : 싸이 트위터

그는 자신이 좀 더 잘 보일 수 있는 광장 계단쪽으로 올라가 한 번 더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군중들과 손발을 맞췄다. 경사진 난간은 위험해보이기도 했지만 싸이는 아랑곳없이 그 위에 올라가 어깨춤으로 말춤을 소화해냈다. 그걸 본 군중들은 더 신이 나 손을 흔들어대며 함께 말춤을 추었다.

 

이것은 인터넷에 이미 퍼져버린 트로카데로 광장에서의 싸이 플래시 몹 광경이다. 프랑스 라디오 음악채널 NRJ 기획 하에 진행된 이 대형 행사를 싸이가 유럽 프로모션의 첫발로 삼았다는 것은 그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것이면서도 대단히 명민한 선택이었다고 보여진다. 싸이는 이미 미국에 이어 유럽 각국에도 팝 차트 상위에 올라가 있지만 역시 그의 근거지는 유튜브 같은 인터넷이라고 볼 수 있다. 유튜브 조회수 6억뷰라는 대기록.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공간의 연대가 종종 오프라인으로 집결되는 곳이 바로 광장이다. 한때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광장이 사라지고 온라인 아고라가 그 기능을 할 것이라고 여기곤 했지만 광장은 여전히 그 기능을 하고 있다. 대중들이 집결하고 무언가를 주장하고 퍼포먼스를 하고 함께 모여 열광할 수 있는 곳. 온라인으로 어떤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이 미리 연결되는 작금의 디지털 환경은 오히려 광장의 효용도를 높였다고도 보여진다.

 

트로카데로 광장도 각종 다양한 시위와 행사가 벌어지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대통령 연설이 행해지기도 하고 푸틴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반대 시위 같은 프랑스 내 문제에 대한 집회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간통 이란 여성의 투석형에 반대하는 시위라든가, 티벳 문제에 대한 반 중국 시위 같은 여러 다른 나라의 문제도 빠지지 않는 열린 공간이다. 우리의 경우에는 제주도 강정마을 지키기 시위와 행사가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싸이의 이번 플래시 몹이 특별히 의미심장하게 여겨지는 것은 그가 지금껏 보여온 일련의 광장 퍼포먼스 때문일 게다. 싸이 만큼 광장에 어울리는 가수도 없다. 노래를 대단히 잘 부른다기보다는 대중들의 피를 끓게 만들고, 때론 어떤 틀이 주는 억압에서 한 순간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바로 싸이의 콘서트 스타일이다. 물론 지금껏 그 퍼포먼스는 콘서트장 안에 갇혀 있었지만 유튜브를 타고 퍼져나간 전 세계적인 인기는 그로 하여금 대중들이 모이는 곳, 광장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미국 NBC <투데이쇼>에서 그를 뉴욕의 록펠러 광장에 세운 것도 그런 그의 스타일이 잘 묻어난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많은 잡음을 남겼지만 싸이에 의해 2002 월드컵 시절의 풍경으로 되돌려진 서울 시청 앞 광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스타일을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지지층을 끌어 모으고 그들의 존재를 광장에서 확인시킨다. 그리고 그 광장에 압도적으로 모여든 인파 속에서 뛰어노는 싸이의 모습은 다시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며 퍼져나가며 수많은 컴퓨터 앞에 앉은 이들을 열광에 동참시킨다. 싸이에게 광장은 그런 의미다. 그는 광장 스타일이다.

유력 대선 후보들의 TV토론이 필요한 이유

 

박근혜와 문재인이 출연했을 때, <힐링캠프>는 마치 대선캠프나 된 것처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보통 6%에 머물던 시청률이 12%, 10%를 넘어섰다. 놀라운 수치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대선 후보로 지목되던 박근혜는 그간 너무 침묵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에 그 진면목을 보고 싶다는 대중들의 열망이 있었고, 문재인은 여기저기서 박근혜의 대항마로 지목되는 야권 후보였지만 대중들에게는 덜 알려진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또 안철수는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대중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힐링캠프'(사진출처:SBS)

물론 <힐링캠프>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문재인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질문에도 정치적인 입장을 드러낸 반면, 박근혜는 정치적인 질문에조차 지극히 상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힐링캠프>는 토론 프로그램이나 정책비전을 보여주는 그런 프로그램이 아니니까. 이것은 이미 <무릎팍도사>를 통해 대중들에게 많은 공감을 사고 지지를 얻었던 안철수가 <힐링캠프>에 출연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안철수는 당시 상식과 비상식을 설파하며 복지, 정의, 평화라는 3대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그것으로 그의 정치적 소견과 비전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이 해소될 수는 없었다.

 

어쨌든 박근혜, 문재인에 이어 안철수까지 연달아 출연한 <힐링캠프>는 다른 정치인들에게는 애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김문수 새누리당 경선 후보가 자신의 출연이 거부된 <힐링캠프>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토로한 것은 이제 방송출연이 갖는 정치적 함의가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원하는 방송이 더 이상 <100분토론> 같은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토크쇼 같은 대중들이 선호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어 한다.

 

이유는 대중 정치의 시대에 대중들과의 소통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들의 언어로 "새우와 고래가 누가 세냐"며 "새우는 깡이 있고 고래는 밥이다"라는 식의 농담도 준비해 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으로 자신이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이것은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가 될 수밖에 없는 지극히 일반인으로서의 소통일 뿐이다. 그 진솔한 태도는 물론 중요하겠지만 정치인의 소통이란 정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천해 보일 때 비로소 이뤄지는 것이다. <힐링캠프>가 보여준 소통이란 어쩌면 진정한 소통이 아니라 소통하는 이미지였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그 힘이 지대하다는 것은 이들 세 인물이 향후 대선의 3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부터 중요한 건, 이들이 TV라는 대중 매체를 통해 좀 더 자신들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소통하는 자리다. 대선이 가까워오고 있고 TV만 켜면 여전히 대선후보들의 행보를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정작 이들이 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나라의 미래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은 발견하기가 어렵다.

 

최근 KBS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유력 대선 후보 3인의 순차토론을 준비해오다 무산됐다고 한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참석하겠다는 공문을 보냈지만 박근혜 후보쪽은 세 후보의 토론 순서를 추첨으로 정하도록 한 KBS의 제안이 불공평하다며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박근혜 후보 측에서 심기가 불편한 것은 이해할만 하다. 그것은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가 단일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단일화 문제에 더 관심이 집중될 수도 있고, 3자 토론을 할 경우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KBS가 제안한 건 3명을 연달아 불러 진행하는 개별 토론이다. 결국 KBS는 박근혜 후보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공정성에 위배될 수 있다며 토론 자체를 취소해버렸다. 공영방송으로서 여당 후보의 눈치 보기를 했다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대중들이 이제 40여일을 앞두고 있는 대선주자들의 정치인으로서의 진면목을 보고 소통할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그 어느 선거운동보다 뜨거운 것이 바로 TV토론이다. 그 날 그 날의 이슈에 대한 후보들의 정책 대결과 토론은 연일 TV를 통해 미국 전역에 보여지고 그로 인해 지지율이 등락하는 모습은 우리로서는 심지어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TV라는 대중매체가 가진 어쩌면 가장 효과적인 쓸모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도대체 우리네 후보들은 언제쯤 대중들에게 TV라는 친숙한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정책적 비전을 보여줄 것인가. <힐링캠프>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가족 얘기를 하거나, 뉴스를 통해 재래시장을 다니며 악수나 하는 그런 모습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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