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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

미드, 일드, 그러면 우리는? 드라마에 부는 전문성과 오다쿠적 감수성의 요구 최근 들어 미드(미국드라마), 일드(일본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것은 과거부터 있어 온 것이지만 요즘의 열기는 수면 위로 올라와 있다는 점이 주목할만한 이유다. 한때는 ‘한류’라는 태극마크에 우쭐하던 우리네 드라마 세상에서 갑자기 미드, 일드가 부상하는 이유는 무얼까.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것은 한류의 ‘한 때 부흥’에 들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은 우리네 드라마의 진화 속도가, 오히려 한류로 드라마에 더 관심을 갖게 된 시청자들의 드라마를 보는 높은 수준을 따라잡지 못한 데 있다. 언제부턴가 시청자들은 우리나라 드라마의 공식을 꿰뚫고 있으면서 그 공식에 딱딱 맞게 무한 생산되는 드라마들을 외면하고 있다. 작년부터 .. 더보기
봉달희, 생명에 대해 묻다 ‘외과의사 봉달희’가 던지는 질문들 병원드라마가 재미있는 건 그 공간이 생명을 다루기 때문이다. 환자의 생사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의사라는 직업은 그 자체로서 강력한 드라마성을 갖는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의사가 늘 직업 속에서 접해야하는 바로 그 선택의 딜레마들을 다룬다. 이 딜레마는 의사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원칙적이고 본원적인 이야기들이면서, 의사라는 직업이 가진 특유의 숭고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외과의사 봉달희’는 바로 그 본원적인 질문들을 다시 던짐으로써, 자꾸만 상업화 되어가는 의사라는 직업을 다시 본질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첫 번째 질문 : 죽일 것이냐 살릴 것이냐 ‘외과의사 봉달희’가 서두에서 하고자 한 이야기는 ‘사람 살리는 의사’보다는 ‘사람을 죽.. 더보기
왜 ‘하얀거탑’은 최도영을 버렸나 장준혁이란 환타지를 위해 버려진 캐릭터들 ‘권력을 향한 이전투구 끝에 외과과장이 된 장준혁(김명민)의 무한질주를 막아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처럼 느껴졌던 최도영(이선균). 그러나 최도영이란 캐릭터는 아직까지도 장준혁의 까칠한 눈빛 속에 가려져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소송을 포기하려는 고 권순일씨의 처를 막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로 달려갈 때만해도, 또 거기서 장준혁에게 “왜 내가 네 말을 따라야 하는데? 나도 내 소신대로 해.”라고 말할 때까지만 해도 그에게 많은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법정에 선 최도영의 모습은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다. 장준혁 vs 최도영이란 대결구도는 애초부터 없었다 그런데 최도영이란 캐릭터에서 느끼게 되는 ‘어떤 기대감 → 실망감’은 이번만이 아니다. 그것은 드라마 초.. 더보기
거미줄 하나로 세상과 맞선 거미, 샬롯 샬롯과 글쟁이가 세상과 싸우는 방식 밤이 되면 샬롯이란 이름의 거미는 여러 개의 다리를 마치 손가락처럼 움직이면서 거미줄 위에 글자를 새겨 넣는다. 밤이면 컴퓨터 앞에 쪼그리고 앉아 연실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리며 텅 빈 거미줄 같은 화면을 글자들로 채워 넣는 모습. 그것은 영락없는 글쟁이의 모습 그대로다. 샬롯이 그렇게 글자를 새기게 된 것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웰버라는 어찌 보면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돼지를 위해서이다. 가만 두면 햄이 될 운명을 가진 웰버는 심지어 비천하기까지 한 존재로 느껴진다. 그런 비천한 존재를 특별한 존재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거미줄이라는 빈 원고지를 가진 거미 샬롯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이 시대의 진정한 글쟁이들을 떠올리게 만.. 더보기
버럭범수의 봉달희 사랑법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이범수. 그는 극중 배역인 안중근의 캐릭터 때문에 ‘버럭범수’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입만 열었다 하면 ‘버럭’ 화난 듯한 말투 때문이지만 바로 그 점이 그의 매력포인트. 한치의 긴장감도 늦출 수 없는 의사라는 직업 속에서 그의 ‘버럭’은 결국 환자를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될만한 구석이 있다. 그래서일까. 늘 굳어있을 수밖에 없는 그의 얼굴에서 잠깐 동안의 미소를 보는 것은 시청자들에게는 하나의 축복이다. 그런 그가 사랑에 빠졌다. 그것도 의사로서 어리숙하기 이를 데 없어 처음 보자마자 “넌 의사할 생각도 하지마”라고 말해버렸던 봉달희(이요원 분)에게. 그러니 요즘 드라마에서 아무리 멜로가 죄라지만, ‘외과의사 봉달희’를 보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