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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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이제 웬만한 주인공보다 멋있다, 왜?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4. 21. 09:22
‘남자이야기’의 김강우, ‘카인과 아벨’의 백승현 악역이야말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힘이라고 할 때, ‘남자이야기’의 채도우(김강우)는 실로 매력적인 악역이라 할 수 있다. 잔뜩 인상을 쓰면서 악다구니를 해대는 ‘에덴의 동쪽’의 신태환(조민기)이 온몸으로 표현함으로써 자신이 악역임을 드러낸다면, 채도우는 최대한 그걸 숨김으로써 그 속의 섬뜩한 면모를 보여준다. 채도우라는 악역의 핵심은 ‘감정이 없다’는 것. 어린 시절 늘 병상에 누워 진통제로 살아가는 어머니에게 주사를 끊임없이 내주며, ‘엄마, 이젠 행복해?’하고 묻던 인물이다. 그 감정 없음은 타인이건 가족이건 상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끔찍하다. 그는 아버지 채회장(장항선)과도 대놓고 맞서는 패륜아이기도 하다. 감정이 없는 그는 목적을 위해서는 친구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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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한 주말 밤, 명품다큐의 새로운 매력옛글들/네모난 세상 2009. 4. 20. 09:46
주말 밤의 풍경을 바꾸는 명품 다큐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히딩크의 사나이, 그리고 맨유의 심장이자 현 국가대표 주장.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성실함으로 늘 경기장에서 가장 많이 뛰는 선수. 하지만 이런 화려한 영광 속에 서 있는 박지성은 스포츠 경기 중계나 뉴스를 통해서 보여진 모습일 뿐이었다. ‘MBC 스페셜-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에서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사실은 진면목을 잘 모르고 있는 박지성을 다큐멘터리 특유의 진정성으로 포착해 큰 호응을 얻었다. ‘MBC 스페셜’이 보여준 박지성은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지만 보통사람이고 싶은” 한 세계적인 축구스타의 진심을 보여주었다. ‘MBC 스페셜’은 작년 말부터 주목받는 다큐멘터리로 호평을 받아왔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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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 욕설 들으며 감동 먹긴 처음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4. 18. 10:59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 리뷰를 이미 썼지만 어딘지 미진함이 많이 남네요. 그 미진함의 아쉬움이 다시 자판 앞에 저를 앉게 만듭니다. 사실 이 영화 그다지 기대하고 보진 않았습니다. 낮 시간에 마트에 잠깐 들렀다가 시간이 남아서 찾아간 극장에 마침 걸려있던 영화라 무심코 들어갔던 것뿐이죠. '워낭소리'와 '낮술'로 인해 높아진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저를 그 영화로 이끈 것은 아닙니다. 그 작품들이 아니더라도 늘 저는 독립영화에 관심이 있었으니까요. 영화관에는 낮이어서인지(낮시간 치고는 꽤 많은) 대부분 아줌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그저그런 일상적인 수다들을 떨면서 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렸죠. 이윽고 불이 꺼지고 시작된 영화는 첫 장면부터 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주먹질과 발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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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장편 ‘똥파리’, 전 세계가 주목할만한 이유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9. 4. 18. 08:49
8개 국제영화제 수상, 최다개봉관 개봉 왜?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는 독립장편 극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로테르담, 도빌,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8개에 달하는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역시 독립장편 극영화로는 역대 최다개봉관인 50여 개 스크린에서 개봉되었다. 영화를 정식으로 공부한 적도 없는 양익준 감독이 각본, 연출, 주연까지 북치고 장구치고 한 이 영화가 흔한 상업영화들처럼 세련될 리는 만무다. 게다가 영화 찍다 돈이 없어 촬영이 중단되자 전셋집까지 빼서 했을 정도니 돈 냄새가 날 리도 없다. 영화가 친절한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정반대다. 시작부터 욕설과 폭력으로 시작해 끝까지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 욕을 들으면서도, 또 심지어 아버지와 자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