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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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만나 영원이 된 길,‘천년학’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7. 4. 14. 09:54
임권택 감독 영화에 길이 자주 등장하는 건, 그가 만드는 영화가 인생을 담고, 그 인생의 비의를 담지한 시대를 포착해내기 때문이다. 그러니 길 위의 풍경은 임권택 영화가 가진 영상미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먼저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길 자체가 내포한 표정이다. 길은 장관을 이루다가도 애조 띤 정서로 감아 돌고 때론 바다를 만나 반짝거리다가 인간에 의해 매몰되기도 한다. 정일성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구성진 소리처럼 구불구불 논길 사이로 이어진 길 풍경으로부터 우리네 구비진 인생살이의 고단함까지 잡아낸다. 그리고 그 풍경을 자세히 보면 길 위를 걷는 사람이 보인다. ‘천년학’에서는 소리꾼의 비루한 삶과 아버지에 의해 누이가 되어버린 사랑하는 여인 송화(오정해)로부터 도망친 동호(조재현)가 그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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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승부하는 훈작, ‘고맙습니다’옛글들/명랑TV 2007. 4. 13. 09:48
인간에 대한 예의, ‘고맙습니다’ 드라마를 하나의 캐릭터로 볼 때, ‘고맙습니다’는 얼짱도 몸짱도 아닌 훈남이다. 그런 조어가 가능하다면 이 드라마는 ‘훈작’이라 할만하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엉뚱한 설정에 웃음이 나다가도 그 웃음 끝에 갑자기 울컥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느껴지는 것은 ‘따뜻함’. 어쩌면 이다지도 훈훈한 사람들, 훈훈한 이야기로 가득할까. 미안하고 사랑한(미안하다 사랑한다) 후에 고마움(고맙습니다)을 들고 온 이경희라는 작가는 아마도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말하고 싶었나 보다. 그 소망이 너무나 작기에 아름답고 감동적인 ‘고맙습니다’라는 정성어린 밥상은 그래서인지 다 먹고 나면 배의 포만감보다 가슴부터 따뜻하게 채워주는 구석이 있다. 그것은 예의 없는 세상 속에서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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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는 안되도 불륜은 된다?옛글들/명랑TV 2007. 4. 11. 10:59
‘히트’의 멜로 vs ‘내 남자의 여자’의 불륜 월화 드라마 대전에 새롭게 등장한 김수현 작가의 ‘내 남자의 여자’ 바람이 거세다. ‘주몽’의 후속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으로만 생각됐던 ‘히트’가 계속 부진의 늪을 헤매고 있는 사이, 단 4회만에 ‘내 남자의 여자’가 파죽지세로 거의 ‘히트’를 따라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드라마는 단순한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 단지 월화에 방영된다는 점에서 그 시청률이 비교될 뿐이다. 그런데 이 ‘월화의 경쟁’은 지금 우리나라 드라마가 겪고 있는 성장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가장 고전적인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불륜’은 여전히 되지만, 변화의 바람 속에서 시도되었으나 지나치게 ‘멜로’가 강조된 전문직 드라마, 범죄수사물의 경우는 특히 더 안 된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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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짓? 형사 짓? 이게 다 가족 때문이다옛글들/네모난 세상 2007. 4. 9. 12:00
가족, 우리 문화의 경쟁력?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이 중국시장에서 반응을 보인 데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민감해진 중국영화시장의 분위기에 힘입은 바 크지만, 그 바탕에는 ‘괴물’ 자체가 갖고 있는 아시아적인 미덕이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가족’이다. 영화가 개봉되고 중국언론들은 이 영화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의) 차별점으로 가족을 들었다. ‘괴물’의 중국 성공, ‘가족’ 때문? 유력일간지 징화스바오는 ‘괴물’에 대해 “기존의 멜로물과 폭력물 위주에서 탈피한 한국영화”라며 “한 평범한 소녀를 괴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평범한 가족들이 사생결단”을 “눈물 없이 보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관영 베이징르바오는 이 영화가 “으시시한 공포영화나 화려한 화면전시에 머무르지 않고 보통사람들의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