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2’ 가족 모두가 파괴되는 성범죄에 양형이 웬 말

“이번 사건을 통해서 아동 성폭행범에게 양형이란 있을 수 없다는 걸 너무 아프게 증명해드린 것 같아서 경찰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2>에서 골든타임팀을 이끄는 강권주(이하나)는 성폭행으로 피해를 입고 하루하루 생존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건 이 드라마가 성범죄,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에는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캐릭터를 빌려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시간 동안 긴박하게 위기에 처한 이 가족을 통해 보여준 건, 그 어떤 말보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6년 전 아동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황희주(이유미)는 시간이 흘러도 그 때의 그 끔찍했던 기억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했다. 온 몸으로 뱀이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이 눈을 감아도 계속 반복된다고. 그러니 성폭행 가해자가 검거되었지만 그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었다. 하지만 피해자는 당사자인 황희주만이 아니었다. 그의 가족들 역시 6년 전으로부터 단 하루도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차라리 자신이 당하는 편이 나을 법한 그 범죄를 자식이 당했다는 사실은 이 가족 전체를 망가뜨렸다. 그 벗어날 수 없는 악몽의 고통과 분노는 가족이 서로에게 날을 세우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어째서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들을 ‘생존자’라고 부르는 지 알 것 같다는 강권주의 말은 그것이 그저 표현이 아니라 진짜 현실이라는 걸 드러내줬다. 

그렇게 6년 전의 악몽 속에 살아가고 있는 그들 앞에 그 때의 그 가해자 염기태(연제욱)가 다시 나타난다. 그는 사과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그 행동 자체가 이 하루하루를 생존해가고 있는 가족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일 수밖에 없다. 황희주는 다시 패닉 상태가 되어버리고, 그런 딸이 사라져버리자 그의 아버지 황기혁(이경훈)은 눈이 돌아버린다. 염기태의 집을 찾아가 딸을 어디 숨겼냐며 죽이겠다 위협하는 그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 된다. 

물론 딸은 염기태를 다시 감옥에 보내기 위해 납치된 것처럼 자작극을 꾸몄던 것이었다. 그가 얼마나 염기태의 등장에서 분노와 공포를 느꼈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된 듯 보였으나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염기태는 악질적인 소아성애자라는 게 밝혀졌고, 이제 나이가 든 황희주 대신 그의 어린 동생을 타깃으로 삼아 자신을 감옥에 넣은 복수를 하려던 것이었다. 

<보이스2>는 납치된 어린 아이를 구하기 위해 1분 1초를 가슴 졸이며 뛰고 또 뛰는 골든타임팀의 상황들을 보여준다. 바닷가 근처 버려진 회 센터에서 형사들이 애타게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찾는 모습은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만큼 시청자들의 마음을 간절하게 만들었다. 가까스로 아이를 구해냈지만 염기태는 범죄 직전에 자신이 검거되어 형량이 크지 않을 거라며 도강우(이진욱)에게 이죽거렸다. 금세 나와 다시 그 아이를 찾아가겠다는 위협까지.

<보이스2>는 성범죄라는 소재를 그 특유의 긴박감 넘치는 사건 해결과정을 통해 보여주면서, 그 사건이 얼마나 중대한 범죄인가를 자연스럽게 드러내주었다. 한 가족이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고통과 악몽을 겪게 한 범죄지만, 단 몇 년 간의 복역 후 출소해 다시금 재범의 위험에 노출시킨다는 건 너무나 안이한 대처가 아니냐는 것. 

최근 들어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보이스2>가 소재로서 성범죄 생존자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끄집어낸 건 바로 그런 경각심을 이 드라마가 갖는 장르적 특징을 통해 전하기 위함이다. 드라마는 엔딩에 사건은 해결됐어도 여전히 그 과거의 충격과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황희주의 모습을 담아낸다. 그리고 자막을 통해 아동성범죄에 대한 메시지를 남겼다.

‘아동성범죄에 대해 미국은 최소 징역 25년, 프랑스 최소 징역 20년, 영국 종신형, 중국 사형을 구형한다. 우리나라 역시 법적 규정은 있으나 실제 처벌은 아동의 피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이 입은 정신적 외상과 신체적 상해는 평생 이어질 만큼 너무나 심각하기에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사진:OCN)

‘골목식당’, 덴돈집 고민 토로에 응원 이어진 까닭

이젠 손님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신포시장 청년몰 마지막편에는 지금껏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점주들의 새로운 고민이 등장했다. 그건 프로그램과 백종원의 솔루션으로 가게들이 성업을 하게 되면서 생겨난 고민이다. 너무 많은 손님들이 전국에서부터 몰려오자 땡볕에 기다리는 손님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미안해 부담감이 커졌고, 그래서 빨리 만들다보니 본래의 맛도 잃어가는 상황을 맞이한 것. 

첫 방송부터 ‘제2의 백종원’이라고 지칭되며 별다른 솔루션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모범생’의 면모를 보이던 덴돈집 사장은 왜 방송에 나와 찾아갔지만 생각보다 맛이 별로였다는 그런 이야기들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평상시가 100%라면 지금은 60% 정도밖에 음식 맛을 내지 못한다고 솔직히 털어놓는 덴돈집 사장은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SNS를 통해 올라온 댓글들을 통해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반응에 스스로도 그 문제가 어디에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이런 문제가 사실 그간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성업을 맞게 된 많은 점주들이 가진 공통된 문제였다고 했다.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방송이 끝나고 나서 맞이한 문제들이 그것이라는 것. 다만 워낙 처음부터 모범적인 음식점이었던 덴돈집은 그 문제를 일찍 맞닥뜨린 것뿐이었다.

백종원의 솔루션은 간단했다. 손님이 왜 기다리는가를 사장에게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손님은 눈앞에 보이는 음식을 빨리 먹으려고 온 게 아니다”라는 게 그의 답이었다. 방송에서 백종원이 맛있게 먹던 그대로 그 맛을 느끼고 싶어 왔다는 것. 그러니 조급하게 할 일이 아니고 하던 대로 천천히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위해 자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장사가 잘되게 됐다고 평소 “60인분 하던 사람이 100인분을 하는 건” 무리가 될 수 있다며 “한계치 이상의 음식을 팔지 말라”고도 했다. 양이 아니라 음식의 질이 유지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며 장사는 단기적인 효과가 아니라 보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사실 덴돈집 사장의 이런 고민은 마치 ‘배부른 고민’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외려 덴돈집 사장의 고민에 응원의 목소리들을 더하고 있다. 왜 그럴까. 그건 거기서 요식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되는 기본적인 자세와 태도를 발견할 수 있어서다. 그의 고민은 ‘당장의 장사’만을 목적으로 했다면 나올 수 없는 것일 수 있었다. 그것보다 그는 손님들의 만족을 원했다. 어떻게 하면 보다 더 오래 지금의 만족을 지속적으로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이다. 

음식을 소재로 하는 방송들이 늘어나고, 굳이 방송이 아니라도 SNS시대에 입소문으로 유명해지는 음식점들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그렇게 유명해져 찾아간 음식점의 음식이 의외로 별로인 경우가 적지 않다. 거기에는 덴돈집 사장이 마주한 양이 질을 잡아먹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어디 그 많은 유명해진 음식점들이 덴돈집 사장처럼 질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을 하던가. 그래서 홍보의 맛을 본 음식점들은 또 다른 홍보를 통해 수익만을 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덴돈집 사장의 고민에 시청자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보낸 건 이런 집이야말로 음식점을 할 자격이 있다 여겨지기 때문이었다. 많이 팔려 하기보다는 단 한 사람의 손님이라도 제대로 만족할 수 있는 음식을 내놓으려 고민하는 자세. 그것이 진정한 맛집을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사진:SBS)

‘꽃할배’ 여행의 끝, 김용건은 왜 눈물을 흘렸을까

그가 눈물을 흘릴지 상상하지도 못했다. 아니 그는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늘 유쾌하고 친절하며 배려 깊고 스스로 자신을 낮추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는 그것에 즐거워하는 막내 어르신. 그런 모습이 tvN 예능 <꽃보다 할배>가 여행을 통해 보여준 김용건이었다. 

그런데 그는 여행의 끝에서 두 번의 눈물을 보였다. 그 첫 번째는 빈에서 찾았던 음악회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 중 ‘오 사랑하는 나의아버지’를 듣다 흘린 눈물이었다. 음악이 가진 힘은 그 노래를 듣던 기억들을 순식간에 소환해낸다는 것이 아닐까. 김용건은 늘 들었던 그 노래를 바로 눈앞에서 들으니 뭉클한 감정이 피어올랐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들이 그 노래를 타고 하나하나 주마등처럼 떠올랐다는 것. “마치 나를 위한 음악회 같았어요.” 그는 그렇게 말했다.

두 번째 눈물은 실로 의외였고 반전이었다. 여행의 막바지에 나영석 PD가 던진 질문, “청춘으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돌아가 무엇을 하고 싶으시냐”는 그 질문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며 주르륵 흘러내린 눈물이었다. 그가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한 건 남달랐던 어려운 어린 시절을 떠올려서다. “어릴 때 형제가 많아서 힘들었다. 6.25로 가족이 몰락하기도 했고, 젖을 제대로 먹든 분유를 먹든 이유식을 먹든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의 눈물은 우리가 <꽃보다 할배>를 통해 봤던 그의 밝기만한 모습 이면에 놓인 아픔 같은 것들을 끄집어냈다. 김용건이 음악회에서 노래를 들으며 주마등처럼 떠올랐던 과거처럼, 나영석 PD의 질문에 떠올렸던 어려운 어린 시절처럼, 그의 눈물은 그간 <꽃보다 할배>에서 그가 주었던 남다른 모습들을 다시 떠오르게 했다. 

생각해보면 마치 강박관념이라도 있는 듯 끊임없이 농담을 던졌던 그였다. 이동 중에 혹여나 침묵이 흐르면 “건건이는 어디 갔어?”라고 물어볼 정도로 그의 농담은 이들의 여행에는 하나의 공기처럼 존재했다. 그 허허로운 농담에 ‘건건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김용건의 그 농담이 있어 여행은 더더욱 활기를 띨 수 있었다. 

몸이 불편해 다른 어르신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백일섭 옆에서 괜스레 “홍도야 우지마라-”를 부르며 ‘그 때’를 소환해내는 김용건이 있어 백일섭은 더 힘을 낼 수 있었고, 다소 지칠 수 있는 이동 간에도 그의 농담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았다. 그건 제작진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어르신들과의 여행에서 그는 젊은 제작진들에게도 존칭을 하고 농담을 던짐으로써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쉬지 않고 떠들면서 입술이 마른다며 립글로즈를 바르는 모습은 사실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마치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스스로를 낮춰 웃음을 주려 했던 김용건. 여행의 끝에서 그가 보여준 눈물은 그의 웃음과 농담들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만들었다. 

그는 어쩌면 그냥 즐거운 사람이 아니라 즐겁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노력의 이면에는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삶의 버거움이 가려져 있었다는 것. 본래 농담이란 그 힘겨운 현실을 다소 허허롭더라도 웃음으로 넘기기 위해 우리가 하는 본능적인 행동들이 아닌가. 김용건의 눈물은 그래서 그가 했던 농담들을 다시금 하나하나 떠올리게 했다. 그건 마치 우리가 왜 힘겨워도 애써 웃으며 살아야 하는가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사진:tvN)

바꿔보니 아니더라? ‘아는 와이프’ 호평과 혹평을 가르는 건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가 하려는 이야기는 과거를 되돌려 첫사랑 이혜원(강한나)의 남편이 된 차주혁(지성)이 서우진(한지민)의 진가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본래 멜로를 좋아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코미디를 더 좋아하는 서우진. 그가 멜로를 좋아한다 여겼던 건, 울고 싶을 때가 더 많았기 때문이라는 걸 차주혁은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서우진을 괴물로 만든 건 바로 자신이라는 것도. 

즉 <아는 와이프>는 ‘만일 ...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판타지를 통해 담아내면서 우리가 현실에 치여 놓치고 있던 것들을 그 체험을 통해 깨닫게 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이야기는 조금 뻔한 면이 있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지만 ‘지금 당신 옆에 있는 배우자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가상 체험일 수 있어서다.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마치 저 <구운몽>의 이야기처럼 모든 게 일장춘몽이었다고 끝나는 건 아닐는지.

가상 체험은 자못 자극적인 코드들을 담을 수 있다. 이를테면 남편이 아내를 바꿔 살아보는 이야기나, 아내가 미혼상태로 돌아가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는 그런 내용들이다. <아는 와이프>에도 이런 코드들이 들어간다. 차주혁이 과거를 바꿔 깨어났을 때 그의 침대 옆에서 함께 자고 있는 와이프는 이혜원이라는 걸 발견한다. 그리고 이혜원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차주혁의 품에 안긴다. 바로 몇 분 전 서우진의 남편이었던 차주혁이 몇 분 후 이혜원의 남편으로 살아보는 것. 자극적일 수 있다. 

이는 서우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차주혁에게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끼긴 하지만, 자신에게 대시하는 윤종후(장승조)와의 관계에서도 싫지 않은 감정을 갖는다. 물론 서우진의 경우 진짜 판타지는 독박육아에서 벗어나 싱글로서 살아가는 삶 자체일 것이다. 차주혁과의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벗어나 있다는 그 사실. 

그런데 이런 ‘가상 체험’ 판타지를 더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것이 마치 스와핑 같은 불륜적 코드들을 정당화하는 장치로 보여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가상 체험 판타지지만 느끼기에 따라 그것이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적 의미’로 다가오는 분들이 있는 반면, 그저 자극적인 불륜 코드의 정당화로 느껴지는 분들도 있다. <아는 와이프>는 이 아슬아슬한 양극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호평도 나오지만 혹평 역시 쏟아지는 이유다. 

즉 과거를 바꿔 현재를 바꿔 살아보는 가상 체험 판타지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분들에게 <아는 와이프>는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 판타지가 너무 상투적이라고 여기는 분들은 <아는 와이프>가 너무 뻔한 주제를 내세워 사실은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주혁이 과거를 바꿔 현재의 아내를 바꿔 살아가는 그 선택을 하고는, 이제 와서 서우진의 주변을 맴돌며 그에게 대시하는 윤종후를 막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시퀀스는 이 인물의 ‘찌질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어서다. 선택을 했으면 그만한 책임 또한 따른다는 걸 그는 왜 모를까. 차주혁의 그런 행동을 정당화라도 시켜주겠다는 듯, 그의 아내인 이혜원이 정현수(이유진)라는 가짜 대학생과 불륜적 상황을 보이는 이야기도 그렇다. 그건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래서 자극적 코드를 위한 설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만일 ...었다면’이라는 판타지 코드가 가진 양극단의 느낌을 그나마 상쇄해주는 건 지성과 한지민의 연기다. 지성은 자칫 욕먹을 수 있는 차주혁의 우유부단함과 찌질함을 적당히 망가지는 캐릭터 연기를 통해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연기를 선보인다. 한지민은 ‘하드캐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귀여움과 절절함과 털털함을 넘나들며 누구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더해준다. 그래서 이즈음에서 한번쯤 이 드라마가 하는 방식의 가정을 떠올리게 된다. 만일 지성과 한지민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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