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플루언서’, 몸값 놓고 한 판 붙는 신개념 서바이벌

더 인플루언서

“싫어요 순위를 공개합니다.” 그리고 공개된 순위표에는 77명의 참가자 중 1위 자리에 장근석의 이름이 적혀 있다. ‘아시아 프린스’ 장근석이 ‘싫어요’ 순위 1위라고? 그런데 2위 자리에 빠니보틀이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도대체 이 서바이벌은 뭐길래, ‘싫어요’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이들조차 이렇게 많은 ‘싫어요’ 버튼을 받은 걸까. 

 

이것은 넷플릭스 예능 ‘더 인플루언서’라는 신개념 서바이벌의 독특한 색깔을 잘 보여준 첫 번째 미션이다. 첫 미션은 참가자 77명이 저마다 ‘좋아요’ 15명, ‘싫어요’ 15명씩 투표하는 것. 상식적으로 보면 ‘좋아요’를 많이 받고 ‘싫어요’를 적게 받는 것이 이기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역시 브레인 중의 브레인인 진용진은 이 미션의 진짜 목적을 꿰뚫어 본다. 결국 관심을 얼마나 많이 끄느냐가 관건인 인플루언서들에게 ‘좋아요’든 ‘싫어요’든 많이 받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래서 이 미션 또한 둘다를 합산한 것이 최종결과가 될 거라는 것이다. 이른바 ‘싫어요’도 관심이라는 것. 

 

진용진은 정확히 이 미션을 간파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팔로워가 많은 수치대로 상금이 책정되어 가장 많은 상금을 갖고 있는 이들이 ‘싫어요’의 타깃이 되었지만, 진용진의 이 생각이 전파되면서 이제는 ‘싫어요’ 좀 달라고 찾아다니는 이상한 풍경이 연출되었다. 장근석과 빠니보틀이 ‘싫어요’ 순위 1,2위를 차지하게 된 건 바로 그런 이유였다. 결국 이들은 ‘좋아요’와 ‘싫어요’를 합산한 결과로 무난히 1라운드를 통과했다. 

 

이 미션이 보여주는 것처럼, ‘더 인플루언서’는 유튜브, 틱톡,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막강한 구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 77명이 한 자리에 모여 주어진 미션에서 생존해 최종 1인이 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일단 섭외부터가 만만찮다. 빠니보틀은 물론이고 진용진, 오킹, 대도서관, 장지수 같은 유명 스타급 인플루언서들은 물론이고, 코스프레 최강자로 불리는 마이부, 틱톡으로 유명한 시아지우, 유튜버들의 유튜버로 추앙받는 이사배 등등 유명하다는 인플루언서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았다. 

 

그리고 총 상금 3억원을 이들이 갖고 있는 구독자수에 비례하게 나눠 저마다 다른 몸값으로 서바이벌이 시작됐다. 평소 많은 구독자수를 갖고 있어 몸값이 높은 게 좋은 것 같지만, 그건 자칫 다른 출연자들의 타깃이 될 수 있는 일이 되기도 한다. 결국 이 서바이벌의 최종 목표는 몸값을 높이는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총 상금 3억원을 가져가는 것이다. 

 

미션은 우리가 인플루언서들의 영상을 통해 경험했던 그들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것들로 제시된다. 첫 번째 미션으로 제시된 ‘좋아요’, ‘싫어요’ 수치를 놓고 벌이는 게임은 인플루언서에게 가장 중요하다 여기는 ‘관심’을 끄는 힘을 알아보는 것이었다면, 두 번째 미션인 전후반으로 나누어 치러진 라이브 방송 미션은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해야 살아남는 방식으로 인플루언서의 라이브 능력을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미션으로 사진을 올려 얼마나 많은 이들의 시선을 잡아끄느냐를 보는 미션 역시 인플루언서들이 사진 한 장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능력을 보는 것이다. 

 

인플루언서들의 서바이벌을 다루는 것이지만, 두 번째 미션 같은 라이브 방송을 보다 보면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재석 PD가 과거 박진경 PD와 함께 했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그 때보다 스케일을 엄청나게 키운 방식으로 치러지지만 ‘더 인플루언서’가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때론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그 처절함에 뭉클한 눈물이 나기도 한다. 

 

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지만 인플루언서들이 자기 존재감을 몸값으로 내세워 맞붙는 서바이벌은 새로운 면이 있다. 자극적인 맛이 있지만 동시에 이들이 그런 인플루언서가 되기까지 있었을 치열한 노력들이 이 과정에서 엿보이는 면이 있다. 4회까지 공개되었지만 향후 어떤 미션들이 등장할지 또 거기서 누가 끝까지 살아남아 최종 생존자가 될지 못내 궁금하다. 그 끝에 이르러 어쩌면 우리는 관심이 생존처럼 되어버린 현 시대의 자화상을 여운으로 마주하게 될 지도. (사진:넷플릭스)

‘감사합니다’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진구의 특별한 존재감

감사합니다

등장은 그저 권력욕에만 불타는 빌런처럼 보였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이 인물의 행동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이고 이상하게 정이 간다. tvN 토일드라마 ‘감사합니다’의 황대웅 부사장(진구) 이야기다. 어째서 이 인물은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을 갖게 만드는 걸까.

 

첫 등장에 빌런처럼 보였던 건, 그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돈키호테 감사팀장 신차일(신하규)과 각을 세우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황대웅은 JU건설 부사장으로 대표 황세웅(정문성)의 동생이다. 맏형 황건웅(이도엽)이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있어 대신 대표직을 맡고 있는 황세웅과 사사건건 대립한다. 그 모습은 마치 황건웅이 황세웅을 밀어내고 대표에 욕심을 가진 것처럼 비춰진다. 그러니 빌런처럼 보일밖에.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황건웅이 황세웅과 대립하는 건 대표직에 대한 욕심보다는 이 건설업에 대한 그의 소신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드러난다. 황세웅이 J-BIMS 같은 기술개발을 통해 JU건설의 비용 절감을 하려할 때 황대웅은 그건 현장을 모르는 이야기라며 그런 기술개발이 힘겹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일자리를 날리는 짓이라고 반발한다. 황세웅이 숫자만 보는 사람처럼 그려진다면 황대웅은 그 뒤에 있는 사람을 본달까. 

 

성정이 불같고 그래서 주먹이 앞서거나 멱살을 먼저 쥐곤 하는 캐릭터지만, 그것 역시 이 캐릭터가 가진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정반대로 그다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황세웅 대표가 갈수록 빌런처럼 보이는 건 그 속을 알 수 없어서다. 물론 신차일을 감사팀장으로 데려온 건 황세웅이지만, 그건 그가 신차일을 이용해 정적들을 제거하고 대표 자리를 지키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수는 신차일이 그런 황세웅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다양한 비리들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면서 그 과정 중에 어쩐지 점점 황세웅이 아닌 황대웅과 신차일이 한 배를 탄 듯한 느낌을 준다. 채용비리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을 덮기 위해 황대웅과 윤서진(조아람)의 관계를 누군가 폭로하는 사진을 올리자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황대웅과 신차일이 같은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 그것이다. 

 

윤서진이 삼촌이라고 부르는 황대웅과 어떤 관계였는가가 밝혀지면서, 황대웅의 또다른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그건 어려서 형들과 달리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았을 때 그를 위로해 준 어런 윤서진을 조카처럼 생각했다는 것이고, 그 힘들었던 시절 그 집에서 밥을 해주던 윤서진의 엄마를 누나처럼 따랐다는 사실이다. 그가 인간적인 정이 있고 또 그걸 원하는 인물이라는 게 그 관계에서 드러난다. 

 

그런데 왜 작가는 황대웅 같은 신차일과 사사건건 부딪치면서도 또 들여다보면 따뜻한 면을 가진 인물을 굳이 그려넣은 걸까. 그건 이 작품이 그리고 있는 ‘감사’라는 일의 특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신차일은 그 어떤 사적 관계에 흔들리지 않는 인물이다. 따라서 자신을 발탁한 황세웅의 라인이 되려고 하지도 않고 따라서 황세웅과 대척점에 선 황대웅과 무조건 대결하는 인물도 아니다. 

 

즉 어떤 라인을 따라 편을 가르고 상대를 제압하는 도구로서 감사가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걸 신차일은 보여주는 인물인데, 황대웅은 그런 신차일과 잘 어울리는 인물이 아닐 수 없다. 때론 적처럼 보이고 때론 아군처럼 보이지만, 그건 편을 갈라서가 아니라 그저 그 사안에 있어서 그렇게 보일 뿐이라는 걸 황대웅이라는 복합적인 캐릭터가 신차일의 칼같은 캐릭터와 만나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결국 어찌 보면 빌런 같고 어찌 보면 너무나 인간적인 이 복합적인 캐릭터를 얼마나 공감가게 그려내는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진구가 ‘감사합니다’라는 작품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가 드러난다. 그저 단순한 대결구도가 아니라, 사안에 따라 복합적으로 변화하는 대결을 만들어 서사를 흥미진진하게 해주고 있어서다. 물론 그건 또한 이 작품이 그리려는 편 나누기로는 제대로 될 수 없는 ‘감사’라는 소재를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사진:tvN)

“이 정도 외모면 예쁜 편” 김한결 ‘파일럿’

파일럿

“다들 비행하느라 고생하는데 이 정도 외모면 예쁜 편입니다.” 항공사 회식자리에서 술취한 상무가 승무원들의 외모에 대한 부적절한 말들을 늘어놓자 파일럿 한정우(조정석)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그렇게 둘러댄다. 하지만 그 말 한 마디는 그대로 녹음되어 세간에 퍼져나가고 일파만파 논란이 커지면서 잘 나가던 한정우의 삶은 바닥으로 추락한다. 일자리를 잃고 심지어 이혼도 당한다. 업계에 소문이 퍼져 그 어떤 항공사도 그를 채용하지 않으려 하자, 그는 엉뚱한 선택을 한다. 술에 취해 여동생 이름으로 경력까지 위조해 지원서를 내고 결국 여장을 한 채 항공사에 들어가 파일럿으로 일하게 된 것이다. 

 

김한결 감독의 영화 ‘파일럿’은 여장을 해 한정우가 한정미로 활동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코미디다. 조정석이 여장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영화보다 더 화제가 됐고, 또 워낙 ‘코미디의 정석’으로 불리는 그가 하는 코미디인지라 개봉 4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힘을 발휘했다. 논란을 피하고 웃음을 전면에 내세우는 선택을 함으로써 대중성을 얻었지만, 이 작품에는 논쟁적인 젠더 이슈 또한 들어있다. 한정우가 둘러대기 위해 했던 말이지만, 부지불식간에 나온 외모 품평은 그 단적인 사례다. 

 

항간에는 아직도 ‘예쁘다’고 한 말이 뭐가 문제냐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영화 속 윤슬기(이주명)의 말처럼, 업무로 평가받아야할 직장에서 ‘예쁘다’는 식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칭찬이 아니라 부적절한 ‘품평’이 된다. 물론 사적인 공간에서 가까운 사람에게 예쁘다는 말은 칭찬이 될 수 있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그건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희롱이 될 수 있다. 빵빵 터지는 코미디 영화지만, 현재의 달라진 감수성을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장면이다. (글:동아일보, 사진:영화'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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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산지직송’과 ‘크로스’로 돌아온 맏언니의 존재감

언니네 산지직송

요리는 그 사람을 닮는다던가. ‘삼시세끼’ 산촌편에 나왔던 염정아는 특유의 ‘큰손’으로 상다리 부러지는 한 상을 내놓은 것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그 면모는 ‘언니네 산지직송’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웃집에서 가져다 준 감자를 단번에 다 삶아서 자신들은 물론이고 촬영 스텝들까지 나눠주는 모습에서부터가 그렇다. 함께 출연한 박준면이 고추장찌개를 하려고 하자 대뜸 대용량 냄비에 하라는 이 맏언니는 요리에 있어 아낌이 없다. 뭐든 푸짐하게 하는 게 습관이 된 듯 한데, 그건 보는 이들마저 군침돌 게 만든다. 

 

특히 ‘언니네 산지직송’에서 염정아의 요리가 어떤 스타일인가를 가늠하게 해주는 건, 이미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화제가 된 식혜를 만드는 장면이다. 남해에서 행복 베이커리를 운영하며 등굣길 아이들에게 공짜로 빵을 나눠주는 ‘빵식이 아재’ 김쌍식의 가게를 찾은 염정아는 자신도 식혜를 만들어 아이들이 함께 먹게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그래서 갑자기 커다란 솥단지에 식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과정을 보면 결코 간단하지가 않다. 고두밥을 만들어 식힌 후, 엿기름을 면보에 넣고 물 속에서 손으로 하염없이 주물러 효소를 우려내고 그 엿기름물을 미리 당을 넣어 둔 고두밥에 넣어 삭힌다. 그렇게 다섯 시간을 밥통에서 삭힌 후 다시 식혀 끓여 내야 하는 일이다. 아침부터 일터에 나가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와서는 특유의 큰손으로 저녁 한 상을 요리해내놓고, 그 와중에 식혜를 만든다고 새벽까지 잠을 설쳐가며 일을 한다. 그 과정은 실로 피곤해보이지만, 그렇게 정성이 가득 들어간 식혜는 작은 페트병에 가득 가득 채워져 아침 등굣길 아이들의 손에 들려진다. 

 

‘언니네 산지직송’을 통해 염정아가 식혜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 그가 어떻게 미스코리아로 시작해 연기자의 길로 들어와 현재의 톱배우가 되었는가를 가늠하게 된다. 사실 지금은 염정아가 미스코리아 출신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연기파 배우로 우뚝 서게 되었지만 그의 연기의 길이 처음부터 꽃길이었던 건 아니었다. 당대의 시선들이 그러했지만 미스코리아로 열린 그의 시작점은 배우라기보다는 연예인의 이미지가 더 강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천국’에 나왔지만 금세 유학 가는 설정으로 하차하게 된 그가 미스 인터내셔널에 참가해 3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그런 심증을 더 갖게 만든다. 하지만 그건 오해였다. 염정아는 처음부터 연기자의 길을 꿈꾸고 있었고, 그래서 자신이 가진 다소 날카롭고 도회적인 이미지를 극복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염정아는 기회를 만나게 됐다. 바로 김지운 감독의 영화 ‘장화, 홍련’을 통해서였다. 염정아 특유의 날카로운 이미지가 이 작품 속 히스테릭한 계모 역할과 만나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영화계는 염정아라는 배우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후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으로 매혹적인 역할을 연기했고, ‘여선생VS여제자’에서는 코미디를 선보이면서 염정아는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결혼 후 염정아는 꽤 오래 공백기를 거쳤다. 일보다는 육아에 더 집중했고 그래서 배우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들도 나왔다. 하지만 그것 역시 섣부른 오해였다. 드라마 ‘로열패밀리’로 돌아온 염정아는 강력한 카리스마에 복합적인 욕망을 가진 김인숙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단박에 그 공백을 채워버렸다. 초재벌가에서 갖은 굴욕을 당하며 살아온 전형적인 비련의 며느리처럼 등장하지만, 남편이 죽고 나서 회장과 전면전을 치르는 괴물 같은 캐릭터를 염정아는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연기해냈다. 그 연기는 아마도 공백기 동안 온전히 일보다 육아에 집중하면서 채워진 삶의 경험들이 묻어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염정아는 이제 기혼여성의 역할로 보다 원숙해진 연기의 세계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SKY캐슬’은 그 정점을 보여준 작품이다. 

 

‘SKY캐슬’에서 김주영(김서형)이라는 학생은 물론이고 학부모까지 가스라이팅하는 코디네이터에게 빠져들어 아이를 맡겼다가 그 실체를 알게 되면서 곤경에 처한 한서진이라는 인물을 염정아는 복합적인 연기로 풀어냈다. 어딘가 이상해 김주영을 밀어내다가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릎까지 꿇어가며 다시 그를 코디로 받아들이지만 끝내는 진실을 밝혀 그를 감옥에 보내는 일련의 과정들을 염정아는 무리 없이 납득하게 해줬다. 특히 김서형과 팽팽하게 만들어내는 대결구도는 이 작품을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되어주었다. 

 

‘SKY캐슬’로 정점을 찍은 후 염정아의 연기는 훨씬 여유가 생겼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에서는 조우진과 함께 도술을 쓰는 신선 역할로 등장해 코믹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또 류승완 감독의 ‘밀수’에서는 김혜수와 투톱으로 출연해 언니들의 워맨스 액션을 선보였다. 그리고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될 ‘크로스’에서는 황정민과 함께 부부 로맨스액션을 선보인다. ‘크로스’는 전직 블랙요원이었지만 그 사실을 숨긴 채 은퇴해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남편 강무(황정민)와 과거 사격 국가대표 출신으로 강력계 에이스 형사인 아내 미선(염정아)가 모종의 국가적인 사건을 함께 공조해 해결하는 이야기다.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오락영화지만 그 웃음과 카타르시스가 강력하게 느껴지는 작품으로 이를 가능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황정민과 염정아의 현실 부부 같은 케미 덕분이다. 여기서 염정아는 맨몸 액션은 물론이고 사격 선수 출신의 총기 액션 등을 선보이며, 동시에 황정민과 티격태격하면서도 그래서 더 진하게 느껴지는 부부애를 그려낸다. ‘언니네 산지직송’에 황정민이 게스트로 출연한 건 그래서 여러모로 ‘크로스’를 함께 한 의리 차원이라고 보이는데, 여기서도 두 사람이 떡벌어지는 한상을 내놓는 요리 공조가 돋보인다. 

 

요리에 있어 큰손으로 유명해졌지만, 염정아가 식혜를 만들 때 보여주는 그 정성을 들여다 보면 이 배우가 가진 시간과 노력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그저 아무 생각하지 않고 계속 이렇게 주물러 줘야 해.” 엿기름을 녹이며 그가 툭 던지는 그 말은 지난한 노력의 시간들을 그가 어떻게 버텨냈는가를 드러내는 것만 같다. 고민하기 보다는 그저 계속 해나가는 것. 그것이 요리에서도 연기에서도 큰손인 맏언니 염정아를 만들어냈다. (글:국방일보,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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