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바라본 박유천과 이진욱의 문제

 

배우는 일종의 가면을 쓴 존재다. 대중들은 그것이 진면목이길 기대하지만 사실은 드라마나 영화 같은 판타지 속의 캐릭터를 연기해내는 것이 배우들의 역할이다. 물론 가면을 쓴다고 해서 가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연기론에서 가면은 남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 속에 있는 또 다른 나를 꺼내놓는 일이다. 그러니 가면에도 배우 자신의 많은 모습 중 하나가 비춰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래야 좋은 배우이기도 하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사진출처:MBC)'

최근 벌어진 박유천과 이진욱의 스캔들은 배우로서 사생활 노출이 어떤 의미인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이 배우들 누구도 자신들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건 원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성폭행이라는 법적인 문제가 제기되며 파헤쳐지기 시작한 사생활은 그들의 배우로서의 삶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법적으로는 두 사람 다 무고를 당한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그 과정에서 노출된 사생활들은 그간 그들이 쌓아놓은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거의 무너뜨렸다.

 

이진욱이 말한 것처럼 무고는 정말 큰 죄.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법적으로 죄가 없는 이진욱이나 박유천에 대한 대중들의 감정은 결코 좋지 않다. 그것은 법적 공방 도중 흘러나온 원나잇이라는 표현이나 화장실같은 단어들이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상식적인 관계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성인이고 미혼이니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성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고루한 일이다. 그리고 이른바 문화나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것에 대한 완고한 자세를 요구하는 사회가 그리 바람직하다고 여겨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배우라는 직업과 이런 사생활 노출로 인해 생겨난 이미지들이 부딪칠 때다.

 

배우의 사생활 노출은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배우라는 직업에는 그다지 좋을 수가 없다.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배우라는 직업이 갖는 이미지에 선입견을 만들기 때문이다. 배우는 여러 가면을 써야 하는 존재이며 그렇기 때문에 진면목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대중들에게는 더 쉽게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문제를 넘어서 배우라는 직업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하다.

 

결국 무고임이 드러났고 법적으로 하등 문제가 될 것이 없는 일이 문제가 되어 이미지에 직격탄을 입은 박유천과 이진욱은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적인 입장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이것이 사적인 일이라 하더라도 만일 드러났을 때 그 반향이 배우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미리 조심했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어떤 면에서 보면 사생활 문제가 야기하는 윤리적인 문제보다 대중들이 더 불편하게 생각하는 건 배우로서 보였던 이미지와의 괴리일 것이다. 그리고 그 괴리는 향후 이들의 연기에 대중들이 더 이상 몰입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억울해할 일이라기보다는 최소한 미안해야 할 일이다.

 

박유천과 이진욱 모두 남겨진 문제는 명백하다. 그것은 배우라는 직업적인 문제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죄는 벗어났지만 배우의 가면 뒤에 보이지 말아야할 이미지가 노출되었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이제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지금 현재의 이미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고 거기서부터 다시 배우 이미지를 쌓아나가야 그나마 연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이미지의 문제는 이미지로 풀어낼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겼다면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무고가 인정됐다고 해서 떳떳하다거나 당당하다는 식으로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과거로 돌아가려 하는 건 별반 소용이 없다. 이미지(든 실체든)를 부정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거기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새 멤버 고민보다 지금 '무한도전'에 필요한 건 뭐?

 

MBC <무한도전>2005년 시작한 지 벌써 11년이 됐다. 물론 그 세월은 지금과 똑같은 형태로 유지된 11년이 아니다. 처음 시작은 <무모한 도전>으로 포크레인과 삽의 대결 같은 말도 안 되는 도전들로 채워졌다. 그러다 <무리한 도전><무한도전-퀴즈의 달인>을 거쳐 리얼 버라이터티쇼로서의 <무한도전>이 본격화됐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렇게 본격화되고도 <무한도전>은 중간에 그 성격을 바꾸었다. 초기에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 캐릭터들이 도전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줬지만 실제로 프로그램이 주목받기 시작하고 출연자들의 위상 또한 높아지면서 김태호 PD는 프로그램 형식 도전이라는 새로운 시도로 <무한도전>을 재정비했다.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형식들에 매회 김태호 PD는 도전했고, 그것은 <무한도전>의 새로운 동력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 <무한도전>은 알게 모르게 새로운 도전을 조용히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그것은 <무한도전>이 대중들의 사랑을 얻어 큰 위상이 생긴 만큼 그 힘을 이제는 외부로 확장시키는 도전이다. 사실 식스맨 프로젝트같은 미션에서 확인됐던 것처럼 이제 <무한도전>은 새 멤버를 뽑는 일을 해도 그것이 우리네 예능 전체의 새로운 동력들을 확인하는 일로 커져버린다.

 

토토가2-젝스키스편은 옛 아이돌의 재결성이라는 새로운 문화적 시도가 성공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물론 이것은 토토가라는 옛 가수들을 현재로 소화해내는 일에 의외의 파괴력이 있다는 걸 발견하면서부터 비롯된 일이다. 이제 과거와 현재를 뛰어넘는 새로운 기획들은 그래서 이 토토가2’의 성공적인 젝스키스 무대를 통해 향후 또 다른 형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벌써부터 HOT의 재결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을 정도.

 

릴레이툰은 웹툰이라는 영역을 예능으로 끌어들여 기안84 같은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기도 하고 나아가 웹툰과 <무한도전> 같은 캐릭터쇼의 시너지가 새로운 창작의 영역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 줬다. 그간 웹툰은 만화의 영역으로 대중문화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무한도전>릴레이툰은 이제 본격적으로 웹툰이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들어왔다는 확증처럼 보였다.

 

무한상사가 단순한 콩트 상황극이 아니라 드라마와 예능의 새로운 결합이 되어가고 있는 것도 <무한도전>의 새로운 도전에서 비롯된 일이다.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를 대본 작업에 섭외하고, 장항준 감독이 총 연출을 맡으며 <시그널>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대거 함께 작업한다는 사실은 무한상사가 꿈꾸고 있는 액션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드라마와 예능의 성공적인 결합이 이뤄진다면 <무한도전>은 또 하나의 새로운 영역을 열게 되는 셈이다.

 

사실 이런 <무한도전>이 현재 시도하고 있는 외연 확장의 도전들을 염두에 두고 보면 현재 뜨거운 감자처럼 여겨지는 고정 멤버구성 문제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물론 최소한의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고정적으로 안정된 위치를 확보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누가 고정으로 들어오고 또 나가는가 같은 것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건 쓸 데 없는 체력소모라는 점이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광희와 마침 계속 <무한도전>에 출연하고 있는 고정설이 솔솔 흘러나오는 양세형, 그리고 지상파에도 복귀했지만 <무한도전>만큼은 언감생심 발을 딛지 못하고 있는 노홍철과 돌아온다고는 하지만 언제 돌아올지 확정된 건 하나도 없는 정형돈. 사실 이처럼 멤버들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건 <무한도전>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좀 더 거시적으로 보면 외연을 넓히는 마당에 웹툰 작가가 들어오고, 드라마작가와 감독이 투입되고 과거의 아이돌이 재결성 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미 많은 외부 인사들이 <무한도전>의 가족처럼 들어와 맹활약했다는 걸 알고 있다. 양세형도 그 중 한 인물일 것이다. 그러니 이 외연 확장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관점에서 인력 문제 역시 바라볼 수는 없는 일일까. 누구든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해두는 것이 훨씬 작금의 예능들이 추구하는 열린 세계에 더 유리한 일은 아닐까.

멜로드라마에서 키스신은 어떤 의미인가

 

멜로드라마에서 키스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혹자는 사실상 멜로드라마를 보는 이유가 남녀가 키스하는 그 순간의 달달함 때문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멜로드라마에서의 키스는 남녀의 관계가 좋은 감정 이상의 임계점을 넘기는 순간이고, 그로부터 멜로 특유의 행복감이 생겨나는 지점이며 또한 불안감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닥터스(사진출처:SBS)'

최근 부쩍 많아진 멜로드라마들에서 키스 장면이 만들어내는 관심거리와 화제는 그 드라마의 인기의 척도처럼 얘기된다. 이를테면 종영한 tvN <또 오해영>에서 오해영(서현진)과 박도경(에릭)이 하는 키스신은 서로 치고 받는 격렬한 느낌을 줌으로써 큰 화제가 되었다. 두 사람의 쌓여 있던 감정들과 그것이 풀어내지는 과정을 그런 독특한 키스신이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에서 홍지홍(김래원)과 유혜정(박신혜)이 하는 키스신은 조금 어색하고 서툴러 더 설레는 장면이 되었다. 즉 한 번도 키스 같은 건 해본 적 없는 사람들처럼 떨림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키스신은 <닥터스>가 그려나가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변화를 주며 성장해가는 그 과정에 잘 걸 맞는 것이었다. 키스신조차 기분 좋은 경험과 배움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MBC 수목드라마 <W>의 키스신은 작품의 성격에 맞게 맥락 없이자주 벌어진다. 즉 극중 여주인공인 오연주(한효주)가 웹툰 속 인물인 강철(이종석)에게 뜬금없이 키스를 해대는 것. 물론 그 이유는 그녀가 웹툰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오려는 목적 때문이지만, 그런 잦은 키스신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는 급진전되었다. 유머 있고 위트 있는 키스신이 작품의 묘미를 한층 높여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KBS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키스신은 자못 비장하다.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는 신준영(김우빈)은 자신이 점점 사랑하게 된 노을(수지)을 자꾸 밀어내다가 결국 기습키스를 하게 된다. 이 키스신은 신준영이 참다 참다 못해 내적으로 응축된 그 사랑을 폭발적으로 풀어내는 장면으로서 임팩트가 있게 다가온다.

 

tvN 월화드라마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자신이 왜 죽었는지 그 기억을 잃어버린 귀신인 김현지(김소현)가 귀신 보는 박봉팔(옥택연)과 키스를 우연히 하게 됐을 때 그 기억이 떠올랐다는 사실 때문에 나중에는 의도적으로 키스를 하게 된다. 일종의 핑계처럼 보이지만 이런 설정이 의외로 선선히 키스신을 가능하게 해 남녀의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드는 장치인 건 분명하다.

 

한편 KBS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에서는 공감 능력이 없는 이영오(장혁)가 계진성(박소담)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답변으로서 계진성이 이영오에게 키스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아무래도 공감 능력이 없어 사랑의 감정은 물론이고 표현이 익숙하지 않은 이영오에게 계진성이 한 걸음 다가가는 의미로서 키스신이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멜로드라마에서 키스신은 이처럼 그저 연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의 성격과 내용에 맞게 변주된다. 때론 의도적으로 관계를 급진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설정들을 통해 넣기도 하지만, 때론 향후의 폭발적인 힘을 내기 위해 오히려 자제되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키스신의 한 장면을 제대로 이해하면 그 멜로드라마의 성격을 볼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키스신의 반응은 그 드라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를 고스란히 드러내준다.

<굿와이프>의 낯선 인물들, 과연 미드 리메이크 때문일까

 

섹스 스캔들로 인해 남편의 불륜 장면이 만천하에 공개된다면 그 아내는 어떤 감정을 갖게 될까. 만일 우리네 드라마의 상투적인 전개였다면 그 이후의 장면들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남편과의 관계는 끝장을 향해 달려갈 것이고, 만일 내연녀에게 전화라도 온다면 욕지거리 정도는 기본일 게다. 제아무리 좋은 아내라고 해도 이혼을 염두에 두는 건 당연지사일 지도.

 

'굿와이프(사진출처:tvN)'

하지만 tvN <굿와이프>는 다르다. 섹스 스캔들에 휘말린 남편 이태준(유지태)에게 김혜경(전도연)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갖고 있지만 이를 외부에는 전혀 표출하지 않는다. 그 스캔들을 설명하는 공식석상으로 나가는 첫 장면부터 김혜경은 이태준의 손을 꼭 잡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아이들을 책임지기 위해 변호사 일을 다시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가끔 남편을 면회 가고 감정은 있지만 그래도 대화를 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그녀가 과거 젊었던 시절에 자신에게 호감을 보인 서중원(윤계상)의 키스를 받았을 때, 잠시 흔들렸지만 그녀는 이건 아닌 것 같다며 그를 밀어낸다. 그리고 사무실을 빠져나오다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는지 다시 서중원의 사무실로 올라간다. 그가 자리에 없는 걸 알고 아쉬운 듯 돌아선 그녀는 집으로 오자 갑자기 남편의 품으로 파고든다.

 

그 속내를 대사로 드러낸 부분이 없기 때문에 이 장면은 여러 가지 해석들을 가능하게 한다. 그건 그녀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었다가 서중원에 의해 풀린 욕정일 수도 있고, 그런 욕정 때문에 갖게 된 남편에 대한 죄책감일 수도 있다. 다른 한 편으로는 그것은 남편에 대한 복수일 수도 있다. 너도 하듯이 나도 불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런 행위로 표현했을 수 있다는 것.

 

그러고 보면 남편 역할인 이태준 검사 역시 그 속내를 잘 알 수 없는 이중적인 태도들을 보인다. 한편으로 보면 아내에게 죄책감을 가진 남편처럼 보이지만 그가 심지어 감방에 있을 때조차 인맥을 돌려 일을 뒤에서 꾸미는 걸 보면 아내를 이용해먹는 권력자처럼도 보인다. 그가 자신의 섹스 스캔들을 일으킨 상대 여자를 납치해 와 협박을 하는 모습에는 이 이중적인 면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건 전형적인 권력자들이 하는 행동이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도 나는 아내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한다고 말할 정도로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처럼도 보인다.

 

사실 김혜경이나 이태준이라는 캐릭터의 이러한 행동들은 우리네 시청자들을 혼돈스럽게 만든다. <굿와이프>라는 제목처럼 김혜경을 좋은 아내캐릭터로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그녀가 다른 남자와 불륜의 욕망을 드러내는 장면이 낯설게 다가온다. 그건 우리네 정서에서 좋은 아내라는 이미지로 드라마가 그려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태준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한 때 실수를 저질렀지만 그래도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는 건 맞는 것 같다. 그럼에도 자신의 성공을 위해 아내를 이용하는 듯한 모습은 우리네 시청자들에게는 낯선 느낌을 준다.

 

이건 과연 미드의 리메이크 때문에 생기는 정서적 간극일까. 아니면 우리네 드라마들이 너무 선악구도로만 나누어 극적 갈등들을 그려낸 데서 생겨난 낯설음일까. 아마도 두 가지가 모두 혼재된 느낌이다. 미드의 리메이크이기 때문에 확실히 <굿와이프>는 그 관계들이 우리와는 조금 달리 쿨한 면면들이 묻어난다. 하지만 이런 간극을 메워주는 건 다름 아닌 연기자들이다. 전도연과 유지태의 연기는 그 간극마저 이해될 만큼 자연스럽게 우리네 대중을 설득시켜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네 드라마들이 너무나 천편일률적으로 남녀 관계, 부부 관계를 그려온 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도 만드는 면이 있다. 어찌 남녀 관계 부부 관계가 선악 구도로 무 자르듯 나뉠 수 있을까. 거기에는 사람이 어쩔 수 없는 금기를 넘보는 욕망 같은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좋고 나쁨은 한 사람이 선택되는 캐릭터가 아니라 한 사람 속에 혼재된 캐릭터라는 점이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굿와이프>는 우리네 드라마들에 상당히 괜찮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창작이란 때론 굳어진 틀을 벗어나고 깨는 데서부터 비롯된다. 또 삶의 진면목이란 어떤 틀에 박힌 편견과 선입견을 넘어서는 데서 보이기 마련이다. <굿와이프>가 보여주는 새로운 인물들은 그래서 낯설기도 하지만 그것이 본래는 진짜 우리네 얼굴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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