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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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풍문', 과잉 노출의 막장과는 다르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5. 3. 19. 10:06
, 드라마에 조명이 왜 필요한가를 묻다 조명이 너무 어두워 답답하다? SBS 수목드라마 의 화면이 너무 어둡다는 시청자 의견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조도는 여타의 드라마들과 비교해볼 때 확실히 낮다. 무언가 명확하게 보고자 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이처럼 조도를 낮춰 피사체를 불명확하게 만들어내는 조명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조명을 단지 ‘어둡다’라고만 치부하기에는 거기에 담겨진 많은 미학적 의미들이 상쇄되는 느낌이다. 그것은 제작진이 밝힌 것처럼 어둡다기보다는 실제 우리의 일상에서 느껴지는 조명에 가깝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적당히 밝고 적당히 어두운 게 우리가 실제로 현실에서 느끼는 밤의 풍경이다. 즉 의 조명은 리얼리티를 추구할 뿐, 그저 어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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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 당신은 어떤 세계의 삶을 진정 원하는가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5. 3. 18. 10:24
흥미로운 '풍문'의 화학실험, 신데렐라 아닌 갇힌 소녀 “요즘 같은 시대에 귀족이 어디 있습니까.” 한정호(유준상)은 그렇게 말하면서 ‘시민사회’의 자유와 평등을 운운한다. 하지만 그렇게 평등한 시민사회의 한 일원인 척 하는 한정호의 실상은 뼛속까지 귀족인 양 특권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실제로 그는 엄청난 대기업들의 대리를 해주는 로펌의 대표로서 권력을 행사한다. 비상한 머리로 타인의 치부를 들춰서라도 얻을 건 얻어내는 그런 인물이다. SBS 월화드라마 는 그 대부분의 공간적 배경이 바로 이 한정호의 집이다. 벌써 7회를 넘기고 있지만 이 집의 구조는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 그 집을 무작정 쳐들어온 서봄(고아성)의 엄마 김진애(윤복인)가 ‘너무 커서’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다. 공간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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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이걸 어떻게 옛이야기로만 볼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5. 3. 17. 11:19
, 임진왜란을 통해 보는 국가의 위기 국가의 위기는 어떻게 생겨날까. KBS 주말사극 이 던지는 굵직한 질문이다. 임진왜란을 전후해서 벌어진 여러 국가적 사안들과 전쟁의 전조들, 피폐해진 나라 살림에 더해 붕당을 이뤄 권력에만 몰두하는 정치세력과 국제정세를 읽어내지 못하는 왕의 리더십 등 안에는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 드러나는 다양한 증상들이 보여진다. 하필 지금 현재 이 사극으로 만들어진다는 건 그래서 의미심장한 일이다. 물론 당장 왜란과 같은 전쟁의 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이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 터질 위험성이 다분한 현재가 아닌가. 에 등장하는 몇몇 사례들이 그저 옛이야기로만 보이지 않는 건 그래서다. 선조(김태우)는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한다. 물론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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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은 진정 선조를 미화한 걸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5. 3. 16. 12:04
의 선조, 미화 아닌 입체적 접근이다 KBS 은 류성룡이 쓴 임진왜란 7년의 기록을 바탕으로 만든 사극이다. 정통사극으로서 은 역사적 사실들을 기초로 하고 있다. 중간 중간 내레이션을 통해 역사적 사료의 설명을 넣어주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이 은 최근 ‘선조실록’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선조라고 하면 대중들에게는 임진왜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무능한 왕으로 각인되어 있다. 이순신이라는 당대의 영웅과 비교되면서 선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더 크게 자리하게 되었다. 결국 당대에 왕은 임진왜란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 빈 자리를 채워 나라를 구한 건 백의종군을 한 이순신과 민초들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사극으로 재현된 은 초반부에 선조라는 인물에 대해 지금껏 많은 사극들이 다뤄온 것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