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분노와 <레버넌트>에 대한 기대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새 영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심상찮다. 필자가 찾아간 극장에서는 외화로서는 이례적으로 자리가 없을 만큼 관객들로 가득 메워졌고 그 관객들은 상당히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개봉일 첫날 하루 동안 이 영화는 126599명을 동원하며 국내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사진출처: 영화 <레버넌트>

도대체 무엇이 이 이국적인 영화에 우리 관객들을 기대하게 만들었을까. 아마도 가장 큰 것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생존과 복수라는 두 가지 코드가 아니었을까 싶다. <레버넌트>는 서부개척시대 이전 그 혼돈의 미 대륙에서 펼쳐지는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사냥꾼의 놀랍고도 경이로운 생존기를 그리고 있다.

 

죽음에서 돌아온 자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휴 글래스는 도저히 생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한 겨울 눈보라가 몰아치는 그 곳에서 사냥을 하던 중 회색곰의 습격을 받아 온 몸이 찢겨진 채 동료들에게 버려지게 되는 것. 그 와중에 함께 사냥을 나갔던 아들 호크는 살해당하고 뒤에서는 인디언들의 추격을 받는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어려울 것 같은 그 만신창이의 그를 일으켜 세우는 건 다름 아닌 살해당한 아들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더 편안해 보이는 그 상황에서는 그는 놀라운 생존력으로 조금씩 자신을 회복시켜나간다. 자연은 그에게 도전이지만 동시에 그에게 살 수 있는 무언가를 던져주고 때로는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세우기도 하는 신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동물의 내장을 생으로 뜯거나 뼈 속의 골수를 빼먹고 먹을 수 있는 풀들을 씹으며, 걷지 못하는 몸으로 기어서 다니다가 인디언을 만나 급류에 빠지고 얼어붙을 것 같은 몸을 모닥불에 녹여가며 심지어 절벽에서 떨어져도 버텨내는 그 극한의 생존기는 마치 베어 그릴스의 야생 버전을 보는 듯한 실감을 준다. 글래스를 쫓아다니며 거의 비슷한 눈높이에서 촬영된 영상들은 관객들의 몰입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꽃미남 따위는 잊어버리라고 선언하는 듯한 디카프리오의 미친 연기력은 그의 생존을 향한 절절함과 분노 같은 감정들까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준다. 하나의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나타나는 그런 끝없는 생존의 도전 속에서 글래스가 살아남는 그 과정들은 디카프리오의 온 몸을 던지는 연기로 생생하게 전해진다. 연기도 하나의 노동이라면 이 작품만한 노동 강도가 없을 정도로 힘겨운 연기들을 디카프리오는 진짜 글래스가 되어 보여준다.

 

최근의 대중문화 콘텐츠들을 보면 알 수 없는 분노같은 것들이 어른거리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를테면 작년 1천만 관객을 동원한 <베테랑>이나,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850만 관객을 넘어선 <내부자들>이 그렇다. 드라마에서도 <리멤버-아들의 전쟁> 같은 드라마는 그 분노의 코드를 가져와 16% 이상의 시청률을 내고 있다. 이 분노의 정서는 <레버넌트>라는 영화가 우리네 관객을 매혹시키는 중요한 기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존과 복수는 흔한 소재들처럼 보이지만 지금의 우리네 대중들의 마음을 가장 끌어당기는 소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어려운 현실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대중들은 저 글래스가 겪는 고통과 분노 그리고 그 죽음 같은 생존기에서 어떤 깊은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왜 김영희 PD를 좋아할까

 

쯔위 사태로 중국과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가 시끌시끌하던 지난 19일 북경의 한 호텔 리셉션장에서는 이를 무색하게 만들기라도 하듯 한 자리에 중국인, 대만인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까지 함께 모여 새로운 프로그램의 런칭을 알렸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영희 PD. 그가 중국에 진출해 중국의 연예인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 중국 현지에서 방영되는 <폭풍효자>라는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였다.

 


김영희 PD(사진출처:미가미디어)

쯔위 사태는 마치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굉장한 갈등상황으로 보게 만드는 면이 있다. 하지만 <폭풍효자>라는 프로그램에는 그런 경계나 갈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6명의 연예인들이 부모와 함께 자신들이 나고 자란 고향으로 내려가 56일 동안 그 부모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6명의 연예인들 중에는 중국인은 물론이고 대만인도 들어 있다. 당연히 고향인 대만 씬주에서도 촬영이 이뤄졌다. 국가 간의 정치적인 갈등의 불씨가 있다고 해도 중국에서 대만 출신 연예인들은 왕성히 활동하고 있고 또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건 이 제작발표회의 키를 쥔 인물은 김영희 PD와 우리네 제작진들이라는 것. 김영희 PDMBC를 퇴사하고 본격적인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제작사와 손잡고 남색화염오락문화유한공사(이하 남색화염)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국내에는 미가미디어를 설립해 모든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중국에서는 남색화염을 통해 직접 제작해 중국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중국인들이 김영희 PD를 바라보는 시각은 또 한 명의 한류스타나 다름없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국적이나 언어를 뛰어넘어 중국인들의 김영희 PD에 대한 무한 신뢰였다. 이것은 중국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중국의 방송인과 연예인, 제작자들 그리고 나아가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중국 관료들까지 마찬가지였다. 사실 한류 콘텐츠가 중국에서 열풍을 만들면 중국 정부는 이를 예민하게 받아들여 갖가지 규제를 만들어온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김영희 PD가 제작을 한다고 하면 오히려 적극 권장하고 은근히 밀어주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이것을 경제적 차원으로만 바라보면 중국이 우리네 기술력과 노하우를 얻어가기 위해 하는 제스처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시각이 모두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김영희 PD 스스로도 기술력 이전은 숨기거나 감출 것이 아니라 드러내놓고 하고 중국과 함께 동반성장하는 것을 고민해야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영희 PD는 그런 기술적 노하우는 어차피 공유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중요한 건 창의력이다. 기술력이 공유되도 창의력은 공유될 수 없다는 것.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중국과 대등하게 함께 커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김영희 PD는 믿고 있다.

 

중국이 김영희 PD를 좋아하고 그가 만들려는 콘텐츠를 독려하는 까닭은 그의 기술적 노하우 때문만이 아니다. 대신 그가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의 창의성이나 그의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이 중국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을 김영희 PD공익예능이라는 틀에서 찾아냈다고 보인다. 우리에게는 어딘지 촌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중국의 사회적 분위기에 공익적인 면은 예능의 즐거움과 재미만큼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폭풍효자>의 제작발표회에서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김영희 PD는 첫 마디를 이렇게 열었다. “<폭풍효자>는 좋은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폭풍효자>는 좋으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좋으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어렵습니다.” 이 첫 마디 속에는 중국이 김영희 PD를 원하고 좋아하는 이유가 모두 들어가 있다.

 

다시 쯔위 사태로 돌아와 보면, 이제 국가 간의 장벽을 넘어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일은 21세기에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문화적인 교류는 그래서 어떤 면으로 보면 국가 간의 장벽을 선제적으로 허물어내는 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쯔위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시대에 역류하는 20세기적 사고방식이 갑자기 튀어나와 화합과 통합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따지고 보면 황안 같은 시대에 역행하는 인물이 이를 부추기지 않았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만큼 조심해야 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함께 해나갈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고 실행해갈 때 진정으로 함께 살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이번 쯔위 사태가 보여준 문화적 교류에 발생한 국가적 갈등상황들의 해법은 거기 있을 것이다. 김영희 PD를 중심으로 우리네 제작진들과 중국인, 대만인이 함께 모여 부모 자식 간의 관계라는 국가를 초월하는 공감대 속에서 세 시간 가까이 웃고 박수치고 때론 감동에 먹먹해진 그 훈훈한 제작발표회에 갈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응팔> 종영 아쉬움 채우는 <치인트>의 달콤 살벌 멜로

 

tvN 드라마의 쾌속질주는 어디까지일까. <응답하라1988>이 끝난 빈 자리를 <치즈 인 더 트랩>이 채워주고 있다. 시청률이 6%(TNMS)를 넘어섰다. 화제성은 시청률 체감 그 이상이다. <응답하라1988>의 택이(박보검)와 정환(류준열)의 멜로가 보여줬던 화제와 결말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면 <치즈 인 더 트랩>유정 선배(박해진)’가 다시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치즈 인 더 트랩(사진출처:tvN)'

<치즈 인 더 트랩>에 대한 반응이 이처럼 뜨거워지고 있는 그 진원지에 유정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자리하고 있다. ‘로맨스릴러라는 독특한 퓨전을 주창하고 있는 것처럼 유정은 달콤함과 살벌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인물이다. 어찌 보면 그는 마치 사이코패스 같다. 연애 숙맥인 홍설(김고은)이 그의 미소에 빠져들다가도 그 미소 이면에 있는 차가움에 흠칫 놀라는 건 유정이 얼마나 이 양극단을 오가는 독특한 인물인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자신이 장학금을 탄 것이 사실은 유정이 양보한 것이란 걸 알게 된 홍설은 혼란스럽다. 사귀기도 전에 있었던 일이라는 것은 마치 유정이 애초부처 홍설에게 접근한 것만 같은 섬칫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그 장학금을 양보하기 위해 조교의 약점을 두고 유정이 거래를 했다는 사실은 홍설을 더욱 당황하게 만든다. 마치 목적을 위해서라면 뭐든 이용할 것 같은 살벌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정은 이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떤 죄책감이나 책임감 같은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투다. 홍설이 휴학하는 게 싫어서 그렇게 했다는 얘기에는 심지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느낌마저 든다. 그게 뭐가 잘못 됐냐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칼로 자르듯 이성적인 모습으로만 보이는 유정에게서는 감정이나 감성 같은 것이 순간순간 배제되는 차가움이 묻어난다. 바로 그것이 홍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하지만 그 와중에도 친구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자 살뜰히도 챙기는 유정의 모습에 홍설은 든든함을 느낀다. 친구가 탈진해 쓰러지려 하자 병실을 구해주고 지쳐 잠든 홍설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손을 잡아주는 모습에서는 그의 따뜻하고 자상한 면들이 드러난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유정은 그래서 어찌 보면 밀당의 천재처럼 보이지만 아무래도 그 안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아픔이나 상처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살벌할 정도로 이성적인 유정이 술 취한 홍설을 보호하기 위해 질 나쁜 선배와 맞서는 장면은 그래서 이 인물에 대한 기묘한 감정이 뒤섞인다. 그것은 어찌 보면 너무 섬뜩한 행동이지만 위험한 현실 속에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나타날 때는 통쾌하게도 여겨지기 때문이다. 결국 그렇다면 유정의 이런 종잡을 수 없는 이중적인 성격은 그가 겪었거나 혹은 겪고 있는 비틀어진 현실 때문에 비롯된 건 아니었을까.

 

어쨌든 혼란스러울 정도로 홍설을 쥐락펴락하는 이 유정이라는 캐릭터는 똑같이 시청자들을 홍설의 마음으로 몰입시키고 있다. 그 밀고 당기는 멜로가 신선하게 다가오면서도 왜 그럴까에 대한 미스테리한 궁금증은 점점 커지고 있다. <치즈 인 더 트랩>가 앞으로도 이어질 고공행보를 예측하게 되는 이유다



쯔위 사태가 드러낸 잔인한 어른들의 세상

 

쯔위는 정말 아름답고, 정치는 너무 무섭다.” 중국의 어느 네티즌이 올렸다는 쯔위에 대한 동정적인 이 한 줄의 글은 이번 사태를 가장 적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사전 인터넷 방송에 출연한 쯔위에게 제작진은 대만 국기를 들렸다. 낯선 이국에서 그것도 낯선 방송에서 제작진이 준 소품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미가 있다 해도 이제 갓 열여섯 살 소녀에게는 버릴 수도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었을 게다. 그래서 우리 국기와 대만 국기를 같이 들었다. 소녀가 국기를 통해 보여주려는 건 대만 독립의 의미가 아니라 국가를 뛰어넘는 화합의 의미였다.

 


사진출처:Mnet

하지만 대만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활동하며 연예인들의 갖가지 정치적 이슈들을 건드리는 걸로 유명한 황안은 여기에 기막힌 정치적 의도를 뒤집어 씌웠다. 문제는 중국과 대만의 외교문제로 비화됐다. 마침 있었던 대만의 총통 선거는 불난 곳에 기름을 부었다. 중국에 광적 포퓰리즘이 일어나며 쯔위에 대해 쏟아진 비난 여론은 대만 선거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로써 대만 독립 성향을 보인 민진당이 더 표를 얻었고 민진당 주석 차이잉원이 대만 총통으로 당선됐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열 여섯 살 소녀는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짓지도 않은 모든 죄를 어깨에 짊어진 채 카메라 앞에 나와 고개를 숙였다.

 

중국이라는 시장의 쯔위에 대한 반응이 심각하다는 걸 깨달은 쯔위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은 부랴부랴 공식 사과를 했다. 거기까지는 그럭저럭 이해될 수 있는 일이었다. 사업체의 오너로서 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갓 열여섯 살짜리 소녀가 카메라 앞에 나와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너무 과한 느낌이었다. 뒤늦게 이 사과에 대해 대중들의 비난여론이 생겨나자 그것이 본인의 의지였다고 JYP 쪽은 밝히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직 미성년자인 그녀에게 그렇게 하게 방조한 건 피할 수 없는 책임일 것이다. 결국 JYP는 마치 중국 시장이라는 시장을 위해 어린 소녀를 보호하기보다는 홀로 앞에 나서게 한 것처럼 비춰지게 됐다.

 

결과적으로 얘기하면 이번 사태가 벌어졌던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여태껏 이처럼 문제가 국가적 분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와중에도 일언반구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소품에 정치적 의도를 덧씌워 몰아세웠던 황안은 따지고 보면 본인 스스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 아무런 의도가 없는데 의도가 있다고 몰아세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정치적 의도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반사이익을 얻은 민진당도 또 총통 당선자도 그것이 정치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관망하기만 했다. 그리고 이국땅에서 생활하고 있는 쯔위의 부모를 대신해야할 소속사는 그녀가 카메라 앞에 홀로 서서 고개 숙이는 것을 적어도 방조했다.

 

쯔위는 정말 아름답고, 정치는 너무 무섭다는 표현이 왜 이번 사태를 가장 적확하게 말해주는가를 이 모든 사태의 양상들이 설명해주고 있다. 그저 국가의 차원을 넘어서 그것이 어디든 화합의 의미를 던지고 싶었던 쯔위의 그 마음은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이 마음을 정치적 의도로 비화시키고 이용하고 묵인하고 자본 앞에서 무릎 꿇린 어른들은 그 행위들이 너무나 무섭다.

 

다행스럽게도 어른들의 이 무서운 세계를 들여다보며 쯔위에 대한 동정적인 시선을 갖는 건 우리만이 아닌 것 같다. 중국과 대만 내의 여론도 동정론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대신 중국과 대만의 화합 모드를 깨고 정치적 의도를 드러냈던 황안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어째서 이렇게 상황이 반전됐을까. 그것은 아마도 어린 소녀가 거기 홀로 서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소녀를 두고 여기저기서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아전인수했던 어른들이 하는 짓들을 더 이상은 그냥 보고 있기가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쯔위 사태를 통해 우리가 목도한 것은 어른이라고 불리는 세상이 얼마나 잔인한가 하는 것이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