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논란은 실력이 아닌 불공평한 기회의 문제

 

이젠 정말 혜정이가 연기력으로 증명하는 길 밖엔 없다고 생각된다.” 조혜정의 금수저 논란이 점점 커져가는 가운데 그녀의 오빠인 조수훈은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오빠로서 동생에게 쏟아지는 악플이 못내 안타까웠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가 동생을 위해 이런 저런 해명을 하고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아빠를 부탁해(사진출처:SBS)'

하지만 이번 금수저 논란이 마치 연기력을 통해 그 캐스팅을 증명함으로써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사안을 너무 간단하게 바라보는 일이다. 사실 금수저 논란은 연기력과는 무관하다. 대중들이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연기력을 검증받지 못했는데 캐스팅 됐다는 것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기회의 문제다. 세상에는 실력이 있어도 기회를 얻지 못해 좌절하는 청춘들이 넘쳐난다.

 

물론 조수훈은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의 동생 혜정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SNS혜정이가 다른 연기 지망생분들에 비해 너무나도 큰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을 안다고 했고, “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부모님 덕으로 받는 것을 당연히 여기지 않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았다. 혜정이도 그 사실을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부모님의 혜택이 있다는 걸 스스로도 인정하지만 그걸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는 얘기다.

 

대중들의 반감이 조혜정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금수저 논란은 그런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즉 그녀가 <상상고양이>에 캐스팅 되면서 보다 촉발됐다는 것일 뿐 그녀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적으로야 그녀가 얼마나 연기를 하고 싶어 했는가를 방송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일이고, 그녀가 <아빠를 부탁해>를 통해 보여준 착한 심성을 이해 못하는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사안은 그런 개인적인 심성의 문제나 검증받지 못한 실력의 문제와는 무관한 상대적 박탈감과 불균등한 기회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누구는 부모 덕분에 방송 출연을 하고 그 방송을 통해 자연스럽게 높여진 인지도로 이런 저런 드라마에 쉽게 캐스팅이 되는 그 사회적 구조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씩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가 왜 이제야 얼굴을 보여줬지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중고신인들도 많다. 사실상 지금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들은 꽤 오랜 세월동안 연극판에서 박봉에 시달리며 힘겨운 삶을 살아왔던 이들이 많다. 그들이 말해주는 건 무엇인가. 결코 연기자의 길이라는 게 단기간에 쉽게 제 존재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만일 조혜정이 진정한 연기자의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고, 아버지 조재현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아빠를 부탁해>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는 애초에 나오지 않는 편이 나았다. 그것은 조혜정으로서는 연기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일이 아니라 조재현이라는 아버지와의 관계로 자신을 먼저 드러내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방송에 출연하고 캐스팅 기회까지 쉽게 얻을 수 있었던 것이 팩트다. 대중들은 어쩌다 기회가 불균등하게 주어지는 이 일련의 과정을 보게 된 것이고 그것이 못내 불편하게 되었던 것이다. 조혜정에게 쏟아지는 불편한 감정은 그래서 그녀에 대한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이런 불공평한 사회적 구조에 대한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니 그녀가 좋은 연기력을 보인다고 해서 금수저 논란은 해결될 수 없다. 그건 연기력과 무관한 기회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더 폰>, SF 스릴러가 이렇게 토착적인 느낌을 주는 까닭

 

우리에게 SF 스릴러는 어딘지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어울리는 어떤 것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다. 그만큼 많이 시도되지도 않았고 시도됐다고 해도 할리우드를 따라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더 폰>은 적어도 이런 전형적인 궤도에서는 벗어나 있다. 꽤 촘촘히 짜여진 구성으로 SF와 스릴러가 잘 엮어져 있는데다가 시간을 중첩시키는 편집도 괜찮다.

 


사진출처:영화<더 폰>

하지만 무엇보다 <더 폰>의 성취라고 한다면 SF 스릴러라는 낯선 장르가 꽤 토착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청계천과 종로 뒷골목에서 추격전이 벌어진다는 사실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는 우리네 정서를 자극하는 범죄물의 코드들이 담겨져 있고 무엇보다 가족이라는 끈끈함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이런 토착적인 느낌은 이 영화에 대한 몰입을 높여준다.

 

<더 폰>의 설정은 그리 새로운 건 아니다. 해외의 SF 스릴러물이나 국내의 웹툰 등에서 종종 봐왔던 시간의 중첩(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적인 장치다. 1년 전 살해당한 아내 연수(엄지원)에게 1년 후 전화가 오면서 그 남편 고동호(손현주)가 과거를 되돌려 현재를 바꾸려고 뛰고 또 뛰는 것. 이렇게 한 줄로 설명하면 어딘가 뻔해 보이지만 실제 영화는 훨씬 더 긴박감이 넘친다. 게다가 이 첫 번째 SF 설정은 이야기가 진전되어가면서 다양한 방향으로 변주하며 반전에 반전을 일으킨다.

 

과거의 결과가 바로 현재에 변화를 준다는 점에서 그 교차 편집은 이 영화가 가진 스릴러의 긴박감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즉 과거의 일들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현재 어떤 일들을 해야할 것인가 하는 점과, 과거의 일로 인해 현재 겪게될 것들을 어떻게 미연에 방지해낼 것인가 하는 점들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편집을 통해 효과적으로 중첩되어 있다는 점이다. 클라이맥스의 액션 역시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며 벌어진다는 점에서 그 효과도 두 배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 요소들보다 더 강력한 힘을 만드는 건 부부인 연수와 고동호가 전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어떻게든 복원해내려고 하는 가족이라는 틀이다. 이들은 1년 이라는 시간으로 떨어져 있지만 서로를 도우며 자신을 대신 희생하려고까지 한다. 그러면서 차츰 깨닫는 건 평상 시 자신이 소홀해왔던 가족의 소중함이다.

 

<더 폰>이라는 한국형 SF 스릴러를 이처럼 토착적인 느낌으로 만들어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연기자는 단연 손현주다. 이미 드라마 <추적자>를 통해 가족을 위해 뛰고 또 뛰는 가장연기로 한국의 리암 니슨이라는 별칭을 얻은 그가 아닌가. 평범했던 가장이 점점 사건 속으로 깊숙이 뛰어들어 살인자와 대적해가는 과정은 손현주라는 배우에 의해 훨씬 더 현실적인 느낌으로 그려졌다.

 

사실 SF와 스릴러가 연결되어 있는 것도 이색적이지만 거기에 한국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도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이 그저 무리한 장르의 퓨전만이 아니고 꽤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효과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역시 손현주라는 믿고 보는 배우가 있다



<그녀는 예뻤다>가 보여주는 예쁘다의 새로운 정의

 

어째서 주근깨 투성이에 비만 맞으면 빵 터지는 폭탄머리 게다가 스타일도 전혀 모스트(most)’스럽지 않았던 김혜진(황정음)이 그리울까.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김혜진은 화장으로 주근깨를 가리고 스트레이트로 절대 펴지지 않을 것 같은 머리를 쫙 펴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그녀의 숨겨진 미모(?)에 깜짝 놀라는 장면부터 드라마는 너무 일찍 반전을 예고했다.

 


'그녀는 예뻤다(사진출처:MBC)'

하지만 지성준(박서준)이 민하리(고준희)가 아닌 김혜진이 바로 옛 첫사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그녀에게 사랑을 공공연히 고백하고, 두 사람이 달달한 전형적 멜로를 보여주기 시작하자 어딘지 맥이 빠지는 건 왜일까. 게다가 지성준의 사랑을 확인한 김혜진이지만, 친구인 민하리가 지성준을 많이 좋아한다는 사실 때문에 그에게 거리를 두는 이야기는 엉뚱한 전개라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그것은 마치 남녀가 사랑이 이뤄지기까지의 시간을 지연시키는 전형적인 멜로의 방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16부작의 드라마에서 11부에 그 주근깨에 감춰진 비밀을 다 드러내놓음으로써 긴장감이 너무 일찍 풀어진 건 아닐까. 사실상 이 드라마의 힘은 르누아르의 그림 속 빼꼼녀처럼 세월의 흐름과 외모의 역변으로 꼭꼭 숨겨진 김혜진의 실체를 찾는데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김혜진이 갑자기 잡지사 편집장이 늘 입에 달고 다니듯 모스트스럽게변신을 하고 나타나고, 실체가 밝혀지고 멜로가 급진전을 하게 됐다.

 

보통의 경우 이렇게 안타깝게 엇갈렸던 남녀의 사랑이 재확인되고 멜로가 깊어지면 시청자들은 반색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예뻤다>는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예전의 주근깨 김혜진이 더 그리워지고 안타까워도 지성준이 그녀의 실체를 몰라 약간의 거리를 둔 상태에서 조금씩 그녀의 진가를 알아가는 과정이 훨씬 더 흥미로웠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주근깨를 화장으로 지우고 실체가 밝혀져 보여지는 사랑이야기는 너무 전형적인 멜로로 흐르고 있어 어딘지 식상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 것은 <그녀는 예뻤다>가 그간 보여줬던 독특한 예쁘다에 대한 새로운 정의 때문이다. ‘예쁘다라는 건 단지 미모가 아니라는 것. 오히려 그녀의 인성이나 하는 행동 속에서 느껴지는 캐릭터가 미모보다 더 그녀를 예쁘게 보이게 했다는 점이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과거 주근깨투성이의 김혜진이 그토록 예쁘게 보였던 이유를 알 수 있다. 그건 친구와 동료를 향한 그녀의 착한 마음과 힘들어도 열심히 해내는 긍정적인 생각 같은 것들이 총체적으로 그녀를 귀엽고 예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친구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고 우유부단해 하던 민하리가 그토록 출중한 미모를 갖고 있었어도 예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니 이제 화면상으로 괜찮은 미모를 하고 나와 그럭저럭 지성준과 김신혁(최시원)에게 모두 사랑을 독차지하는 김혜진은 이처럼 독특했던 이 드라마의 관점들을 너무 뻔하게 만들어버린다. 가려져서 오히려 실체가 예뻤던(미모나 과거가 아니라) 그녀가 오히려 그리워지는 건 그래서다. 현재의 주근깨투성이의 모습 그대로, 과거의 인연 때문이 아니라 지금 현재의 상태 그대로 지성준이 그녀를 사랑하게 할 수는 없었던 걸까. 그것이 오히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서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녀는 예뻤다>가 로맨틱 코미디라는 흔한 장르이면서도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던 건 그 관점이 흔한 멜로와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그저 손발 오그라드는 때깔 예쁜 멜로가 아니라, 주근깨로 가려지고 영 꽝인 스타일로 가려짐으로써 오히려 드러나는 진짜 예쁜 것이 무엇인가를 이 드라마는 김혜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가 그립다. 주근깨 따위는 가리지 않고 자신 그대로를 드러냄으로써 더욱 예뻤던 그녀가.



백종원에게 이토록 논란이 반복되는 까닭

 

방송계에 있어서 백종원의 등장은 하나의 신드롬이 됐던 게 사실이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그를 단순한 요리연구가나 사업가가 아니라 소통의 신으로 등극하게 했다. 하나하나 대중들의 반응에 리액션을 해주는 모습은 소통에 갈급한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은 또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특징이기도 했지만.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하지만 백종원이 방송인으로서도 요리연구가로서도 자기만의 자리를 잡게 해준 건 tvN <집밥 백선생>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중년의 요리 무식자 남성들에게 요리를 가르쳐주면서 백종원이 가진 대중적인요리의 세계를 공감시켰다. 그간 요리란 전문적인 영역으로만 비춰졌던 것을 백종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의 영역으로 바꿔 놓았다는 것.

 

이것은 부정하려 해도 부정할 수 없는 백종원의 공적이다. 제 아무리 설탕과 간장을 팍팍 치는 음식에 대해 너무 자극적인 맛이 아니냐며 건강의 문제를 얘기한다고 해도 백종원에 의해 음식에 손을 대기 시작한 남자들도 많아졌고, 또 보다 손쉬운 레시피에 주부들도 반색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백종원이 방송인으로서 또 요리 연구가로서 폭발적인 대중적 지지를 받게 된 이유다.

 

하지만 이런 지지와 함께 터져 나온 갖가지 논란들은 무얼 말해주는 걸까. 백종원 부친의 성추행 혐의로 논란의 대상이 됐었고 그로인해 방송 하차를 요구하는 이야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결국 댓글에 특히 민감할 수 있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하차한 그는 <집밥 백선생>에 주력하면서 SBS에서 새로운 먹방 프로그램인 <백종원의 3대천왕>을 시작했다.

 

그렇게 잠잠해지는가 싶었는데 또 터져 나온 것이 한 보도매체에 의해 제기된 탈세의혹이다. 그 매체는 백종원이 경영하는 더본코리아가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를 수개월간 받았고, 그 조사를 한 조사4국은 탈세 및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가 있는 경우 투입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간접적인 방식이지만 마치 더본코리아가 탈세와 비자금 조성을 한 것처럼 보도가 나가게 된 것.

 

물론 더본코리아측은 이 보도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즉 심층 세무조사는 지난 2011년에도 받았고 이번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정기적인 세무조사라는 것. 또한 일반 법인의 세무조사도 조사 4국에서 한다며 탈세나 비자금 조성은 전혀 없고 조사 결과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즉 결과적으로 보면 탈세의혹은 사실과 무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의혹이 나왔을 때 대중들의 반응은 지지와 함께 만만찮은 반감으로도 돌아서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지지와 반감이라는 상반된 반응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방송인, 요리 연구가로서 대중친화적인 행보가 만들어내는 지지와 함께, 국내외에 결코 작지 않은 프랜차이즈를 갖고 있는 사업가라는 위치가 만들어내는 반감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업가와 방송인 사이에 놓인 백종원의 딜레마가 자리한다. 즉 대중친화적이라는 의미도 방송인으로서는 서민과 소통하는 좋은 이미지라는 뉘앙스를 갖지만, 사업가로서는 장사와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그리 좋은 뉘앙스를 갖지 못하게 된다. 또한 사업가로서의 부유함과 방송인으로 보여주는 친 서민적인 이미지가 상충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명인에게 논란이야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논란 속에서 대중들의 지지와 반감이 교차한다는 것은 거기에 근본적인 이유가 자리한다는 걸 말해준다. 부유한 사업가와 서민적인 방송인 사이, 백종원을 바라보는 이 두 가지 시선은 그래서 사업가로서도 방송인으로서도 그가 뛰어넘어야 하는 도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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