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유기>, 성패에 대한 모호함이 최대 가능성

 

강호동, 은지원, 이수근, 이승기. 이번 나영석 PD의 새 예능 <신서유기>로 과거 <12>의 출연자들이 모였다. 과거 이들이 나영석 PD와 함께 <12>을 통해 거둔 성과는 예능에 있어서는 레전드에 해당한다. 시청률이 무려 40%를 넘어서기도 했다. 당시 <12>국민예능이라고 부른 건 결코 과찬이 아니었다.

 


'나영석PD(사진출처:tvN)'

하지만 <12> 출연자들이 재미삼아 불렀던 오르막길 내리막길같은 노래자락처럼 이들은 모두 오르막길을 끝에서 내리막길을 맞이하게 됐다. 강호동은 세금 논란이 터지면서 잠정 은퇴를 선언했고 그렇게 1년을 쉬다 돌아와서는 달라진 예능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연전연패했다. 이수근은 불법도박으로 1년 반 넘게 자숙기간을 거쳐 다시 복귀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은지원과 이승기는 특별한 사건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그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지금은 존재감이 많이 사라져버렸다. 대통령의 조카라는 위치는 은지원에 대한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쳤고, 한때 드라마, 예능, 가요를 모두 석권하며 트리플 크라운으로 불렸던 이승기는 세 분야 모두에서 괜찮은 성과를 내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색깔이 불분명한 인물이 되어버렸다.

 

<신서유기>에 과거 <12> 멤버들이었던 MC, C 그리고 김종민이 합류하지 못한 건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MC몽은 고의 발치 군 기피 논란으로 여전히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고, C는 본래 예능 출연을 그리 원치 않았던 점도 있었지만, 그 역시 이혼 후 스타일리스트와 열애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종민은 여전히 <12>에 남아있기 때문에 참여가 불가능하다.

 

결국 <신서유기>가 그리려는 것은 그래서 나영석 PD 본인이 밝힌 대로 예전만 못한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저 <서유기>가 가진 이야기의 메타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즉 천상에 있던 존재들이 죄를 짓고 지상으로 떨어져 고행을 하면서 구원의 길을 걷는 것. 이들은 미생의 차원이 아니라 축생으로서 인간이 되려는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나영석 PD의 이런 출사표는 이들이 중국에서 찍을 촬영이 만만찮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신서유기>는 지금껏 나영석 PD가 해온 작업방식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본인에게는 커다란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즉 나영석 PD는 인물 캐스팅에 있어서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주곤 했다. <삼시세끼> 어촌편에 투입되었다가 세금 논란이 일면서 모두 통편집 되었던 장근석을 떠올려보라. 이번 <신서유기>는 그러나 출연자들이 확정되는 과정에서부터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논란을 떠안고 시작하는 만큼 부담이 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기회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즉 과거의 영광을 갖고 있던 출연자들이 현재의 초라한 모습과 마주할 때 생겨나는 가감 없는 이야기는 의외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영석 PD는 애초에 얘기한대로 이들이 잘 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잘 안 되고 있는 그 자체를 드러내려는 것이다. 그 불편한 모습에서도 어떤 진정성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여기는 것.

 

인터넷으로 방송을 하겠다는 건 물론 논란의 소지가 생길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자유롭게 풀어내겠다는 것이지만 거기에는 다분히 현재의 다변화된 채널 환경을 실험하겠다는 의지도 들어 있다. 이제 인터넷 개인 방송들로 확장된 방송 콘텐츠는 모두가 보편적인 시청층을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출연자들이라도 인터넷을 통한 방송이 가능해진다.

 

여러모로 이번 프로젝트는 나영석 PD에게는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늘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미 성공가능성을 한껏 높여놓고 출발하던 그가 아니었던가. 이와는 달리 그의 이번 프로젝트는 그 결과를 가늠할 수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어쩌면 바로 이 성패가 모호한 지점이 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그 <신서유기>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미션 임파서블>, 잘 빠진 액션 그 이상의 정서적 공감

 

역시 톰 아저씨다. 이미 쉰을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빛나는 외모에 잘 관리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액션. 게다가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는 유머감각까지 보유한 매력남이다. 이번 <미션 임파서블>에는 일사라는 의문의 여인 역할을 맡은 레베카 퍼거슨의 매력까지 더해졌다.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그녀의 미스테리한 매력은 여러 회 반복 제작되면서 어찌 보면 단순해보일 수 있는 액션과 이야기에 새로운 재미를 더해주었다.

 


사진출처 : 영화 '미션 임파서블'

즉 한 마디로 말해 스파이물에 <미션 임파서블> 특유의 역할 액션이 더해진 이번 작품은 오락물로서 충분한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그것만이 아니다. 그 이외에도 이 작품에는 정서적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요소가 있다. 그것은 저 007 시리즈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미션 임파서블>만의 고유한 힘인 동료의식에 대한 것이다.

 

이번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편은 예고편에서 살짝 드러난 것처럼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정치적인 희생양이 되어 버려지고 심지어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쫓기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불가능한 미션들을 수행해온 IMF는 해산되어 CIA에 복속된다. 그런데 에단 헌트와 함께 일을 해왔던 옛 동료들은 CIA에 들어와서도 그를 암암리에 돕는다.

 

목숨을 걸고 일해 왔지만 조직으로부터 버려지고 이제는 제거대상이 되어버린 인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믿고 도우려는 옛 동료들과의 끈끈한 관계. 이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은 액션 저 뒤편으로 물러나 있어 잘 드러나지 않지만 <미션 임파서블>이 갖고 있는 독특한 영화적 재미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과거 TV 시리즈로 방영되던 <미션 임파서블>이 국내의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요인도 바로 이것이었다. 007 시리즈는 거의 제임스 본드라는 1인 스파이 영웅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미션 임파서블>은 물론 에단 헌트라는 인물이 중심에 서긴 하지만, 그와 함께 전략 분석요원 브랜트(제레미 레너), IT 전문요원 벤지(사이먼 페그), 해킹 전문요원 루터(빙 라메스) 같은 인물들이 협업을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제목처럼 혼자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미션을 여럿이 함께 하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한 미션으로 만드는 것이 이 작품만의 독특한 재미요소가 된다. 이번 작품에서도 에단과 짝패처럼 활동하는 브랜트나 끝없는 웃음을 만들어내는 벤지 그리고 우직한 우정을 보여주는 루터의 역할이 에단만큼 만만찮다. 여기에 이야기의 변수로서 등장하는 일사는 이쪽과 저쪽을 넘나들면서 에단과 미션 그 이상의 썸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런 조직의 이야기와 그 조직에게 버려지지만 그 안의 동료들이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동료의식에 대한 이야기는 이 스파이 액션 무비를 퇴출된 조직원의 복직을 위한 안간힘처럼 읽혀지게 만든다. 물론 <미션 임파서블>의 핵심은 그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하는 액션에 맞춰져 있지만, 우리가 정서적으로 더 이 영화에 공감하는 까닭은 어쩌면 이 퇴출된 조직원의 현실이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이 영화를 보며 문득 정리해고의 문제를 떠올렸다면 그건 분명 과한 영화 감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조직과 동료들 간의 끈끈한 정서는 분명 이 영화가 다른 어떤 액션보다 우리의 마음을 잡아끄는 이유임에 분명하다. 실로 퇴출된 직장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건 불가능한 미션처럼 여겨지기도 하니까.



새로운 <힐링캠프>의 고전, 무엇이 문제일까

 

개리가 게스트로 출연한 <힐링캠프>에서 리쌍의 ‘TV를 껐네의 가사가 스크린에 떠올랐다. ‘널 너무나 사랑해서 난 TV를 껐어. 새빨간 네 입술.’ 리쌍의 29(?) 노래를 지적하면서 그게 왜 야한지 일반인 MC들에게 물어보기 위함이었다. 김제동은 조금 연륜이 있어 보이는 부부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화면에 띄운 가사를 읽어보라고 했다. 그것은 리쌍의 조금 이따 샤워해라는 곡의 가사였다. ‘조금 이따 샤워해. 이대로 더 나를 안아줘. 이렇게 네 품에서 장난치고파.’

 


'힐링캠프(사진출처:SBS)'

사실 이런 식의 진행은 조금 불편함을 만들 수도 있었다. 제 아무리 연륜이 있는 분이라고 해도 야릇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가사를 시키고 읽는다는 건 당사자도 또 그걸 보는 시청자도 난감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선해 보이는 이 아저씨는 그 가사를 한 구절씩 읽으며 그 때마다 아내를 쳐다보았다. 아내는 오글오글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가사의 야릇함은 이 부부의 따뜻함으로 인해 그 불편함이 상당부분 상쇄되었다. 심지어는 낭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왜 그렇게 아내분을 계속 쳐다봤냐는 김제동의 짓궂은 우문에 아저씨는 세월이 지나가면 다 이렇게 됩니다라고 현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김제동의 짓궂은 질문은 계속 되었다. 아내까지 일으켜 세운 후 아저씨에게 가사를 다시 읽게 만들었고, 아내에게 그 느낌이 어떠냐고 물었다. 아내는 부끄러운 듯 조금 이따 샤워해라는 표현이 조금 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제동은 두 분이 있을 때도 저런 얘기를 하냐고 물었고 아저씨는 그런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자 김제동은 굳이 그걸 또 콕 집어서 어떤 얘기를 하냐고 물었다. 물론 토크콘서트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 하는 이야기라면 그렇게 깊게 들어가도 괜찮을 일이다. 하지만 이건 방송으로 나가는 것이니 조금은 수위 조절을 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오히려 이 난감한 장면들을 훈훈하게 만들어낸 건 이 연륜이 있는 부부의 담담한 이야기였다. 아저씨는 정신지체로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지만 항상 웃고 있는 아들에 대한 사랑을 담담하게 꺼내놓았다. “남이 싫어해도 항상 웃는 모습이 너무 좋다는 아저씨의 말에 관객들은 모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가슴을 더 뜨겁게 만들었다. “말은 못 들어도 엄마 말은 잘 듣는다는 얘기부터 동생 역시 오빠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특수교육과로 대학을 갔다는 얘기를 털어놓았다.

 

이 장면은 현재 <힐링캠프>가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힐링캠프> 500인은 관객 500명을 MC로 모신다는 것이 그 중요한 포인트다. 하지만 연예인을 게스트로 세워놓고 관객들이 질문하는 형식은 관객만 MC라 바꿔놓았을 뿐 우리가 기존에 봐왔던 연예인 토크쇼와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힐링캠프> 500인이 빛나는 지점은 연예인의 답변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질문이나 사연을 얘기할 때다. 연륜이 있는 부부의 이야기는 사실상 게스트로 서 있는 개리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그저 돌출적으로 나온 이야기가 오히려 더 주목을 받는다는 건 지금 현재 이 프로그램이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위치에 발을 딛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일이다.

 

사실 이 날 방송분에서 개리와 송지효 사이의 썸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전반부는 그리 흥미롭다고 말할 수 없었다. 물론 그 질문자를 관객 중 한 명인 일반인 MC의 입을 통해 했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를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것은 전형적인 연예인 토크쇼의 범주를 재현하는 듯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톡톡 튀는 일반인들의 이야기는 분명 존재했다. 예를 들어 노래를 만들 때 시대의 흐름을 못 따라가겠다는 개리의 고민 이야기에 한 일반인 MC가 던진 시대는 변하지만 음악은 시간이나 시대는 없다고 한 답변이 그런 것이다.

 

<힐링캠프>는 현재 고전중이다. ‘500인의 일반인 MC’라는 파격적인 콘셉트에도 불구하고 4.3%의 시청률로 시작한 새로운 <힐링캠프>는 개리편에서는 3.7%로 추락했다. 이 추락의 의미는 새로운 <힐링캠프>가 아직까지 그 분명한 색깔을 드러내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일이 아닐까. 연예인 게스트의 이야기에 집중할 거라면 굳이 500인의 일반인들을 향해 카메라를 세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연예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일반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이 상황을 잘 들여다보고 그 방향을 제대로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미세스캅>, 일과 가정의 양립은 불가능한 일인가

 

김희애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워킹맘이다. 그것도 극한 워킹맘. SBS의 새 월화드라마 <미세스캅>에서 김희애가 연기하는 최영진이라는 인물은 포장마차에서 주인아주머니와 털털한 이야기를 나누며 잠복근무하는 장면으로 등장한다. 무언가 세련되고 우아한 자태를 늘 보여주던 김희애는 이제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 좁은 골목길을 달리고, 싸워야 하는 인물로 돌아왔다.

 


'미세스캅(사진출처:SBS)'

여성들을 잔인하게 유린하고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그녀가 일하는 현장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범인들의 칼에 맞아 사경을 헤매게 되기도 하는 그런 살벌한 일들이 벌어진다. 최영진 팀장의 오른팔인 조재덕(허정도) 경사는 범인의 칼에 맞고서야 비로소 자신이 간경화였다는 걸 발견할 정도로 자신을 돌볼 틈조차 없는 이 일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것은 최영진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어쩌다 홀로 아이를 키우게 되었지만, 형사라는 직업 때문에 아이의 발표회에도 가지 못하는 나쁜 엄마가 되었다. 대신 그녀의 여동생인 최남진(신소율)이 아이를 돌보지만 아이는 결국 엄마를 그리워하게 된다. 자꾸 물건을 훔치는 아이에게서 그렇게 해서라도 엄마가 보고 싶었다는 얘기를 들은 최영진은 그래서 오열하며 이 일을 때려치울 결심을 한다.

 

그래서 과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지만 또한 눈에 밟히는 것이 팀장이라고 자신을 바라보는 팀원들이다. 조재덕에게 칼을 먹인 범인이 등장했다는 이야기에 그녀는 갈등한다. 그와 그의 아내에게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고 약속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게 조직의 생리이기도 하다. 팀장의 상사인 과장은 비리에 얽혀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성급하게 지목해놓고는 이를 고치려 하지 않는다.

 

<미세스캅>은 일과 가정 사이에서 동분서주하는 우리네 워킹맘들의 이야기를 형사라는 직업을 통해 극화시킨 드라마다. 일 때문에 아이를 돌볼 틈이 없는 워킹맘들의 보이지 않는 속 앓이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최영진이라는 인물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온통 일에 자신을 내던지는 삶을 살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가족은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그런 삶의 아이러니라니.

 

최영진과 최남진 그리고 최영진의 딸이 그려내는 가족의 풍경은 다른 식으로 들여다보면 여성들의 공동체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과제 앞에서 가녀리게만 보이는 이 여성 공동체의 파편화된 삶은 저 살풍경한 남성성의 세계와 대립구도를 갖고 있다. 최영진의 상사인 염상민 과장(이기영)이나 연쇄살인범이 일 안팎에서 여성성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미세스캅>은 마치 전형적인 형사 장르물의 하나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네 워킹맘들의 초상이 담겨져 있다. 최영진은 아마도 앞으로 일의 세계와 가정이 뒤얽히는 상황을 겪게 되지 않을까. 그 안에서 어쩌면 그녀는 선택을 강요받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일인가. 가정인가. 이러한 질문은 <미세스캅>이라는 장르물에 괜찮은 무게감을 얹어준다. 김희애가 그려나갈 최영진이라는 워킹맘의 삶이 자못 궁금해지는 이유다. 그녀는 과연 일과 가정을 모두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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