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도>의 평가와 다른 흥행돌풍, <명량>에 미칠 효과

 

영화 <군도 :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의 평점은 6점대까지 떨어졌다. 이례적으로 관객과 평단의 평가가 거의 비슷하다. 항간에는 격한 목소리로 <군도>를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는 얘기겠지만 실상 <군도>의 기획은 엇나간 부분이 없지 않다. 너무 스타일로 폼을 잡다 보니 정작 <군도>의 핵심이랄 수 있는 민중의 정서가 빠져버린 탓이다.

 

'사진출처:영화 <명량>'

만일 민중의 적으로 묘사된 조윤 강동원과 그와 맞서 싸우는 의적 도치 하정우의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아니라 봉기하는 민중의 한 사람이었던 장씨 역할의 김성균이 좀 더 부각됐으면 어땠을까. 만일 이 스타일이 잘 빠진 액션 활극을 민중들의 분노와 좀 더 끈끈하게 엮어냈다면 이 작품은 더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마케팅적으로 보면 4일 만에 2백만 관객 돌파 같은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입소문을 타고 그 흥행이 유지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군도>는 그런 점에서 불리한 입장이다. 보고 나온 관객과 평단 모두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평가가 좋지 않은데도 흥행속도가 빨라지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것은 이 영화가 적어도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건드린다는 점이다. ‘민란의 시대라는 거대한 타이틀이 걸려 있는데다 포스터를 뚫고 나올 듯한 하정우의 강렬한 인상과 칼날처럼 날카로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강동원을 보고 나면 왜 이렇게 평가가 안 좋지?”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드라마라면 계속 이어보는 것이기 때문에 낮은 평가는 다음 시청률에 반영돼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기본적으로 직접 확인해봐야 그 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 장르다. 또 누군가 재미없다고 해도 또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재미있을 수 있는 게 영화다. 그러니 더더욱 타인의 평가가 자신의 기대치를 무너뜨리는 것에 대해 오히려 더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군도>가 이번 우리네 블록버스터의 첫 발을 끊은 것도 흥행돌풍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방학이 시작되는 시점이고 영화관으로 사람들이 발길을 모으는 블록버스터의 계절이 막 열리는 그 시기에 <군도>가 그 첫 번째 갈증을 풀어주는 영화로 개봉된 것은 마케팅적으로 대단히 유리한 상황이다. 물론 <트랜스포머3><혹성탈출2> 같은 만만찮은 경쟁작들이 이미 포진했지만 우리 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은 조금 더 높은 편이다.

 

<트랜스포머3>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듯한 인상이 짙고, <혹성탈출2>도 작품은 좋지만 전편만 못하다는 평가도 <군도>에게는 좋은 결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군도>에게도 앞으로 똑같이 해당되는 문제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즉 곧 개봉할 <명량>이 이미 만들어진 기대감 위에 관객과 평단의 좋은 평가까지 갖게 된다면 대중들의 시선은 금세 <명량>쪽으로 기울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도>를 보고 어떤 실망감을 느낀 관객이라면 그 보상욕구로서 <명량>을 찾아볼 가능성도 높다. 올 여름 개봉을 앞둔 우리네 영화들이 블록버스터인데다가 같은 역사극이라는 점은 이런 상관관계를 만들어낸다. <군도>를 보며 액션활극의 장쾌함은 느꼈을지 몰라도 정서적인 울림을 갖지 못한 관객은 <명량>의 이순신의 대사 한 마디가 엄청난 끌림으로 다가올 수 있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 이 대사가 만들어내는 정서적 울림은 과연 <군도>의 흥행돌풍을 압도할 수 있을까. <명량>의 폭풍전야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무도> 뻔뻔 유쾌 방콕 여행, 왜 특별했을까

 

꼭 해외까지 나가야 웃길 수 있나. <무한도전>방콕 특집을 통해 하려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하필이면 방콕으로 여행을 갔다는 이야기에 눈치 빠른 시청자라면 그것이 방에 콕이라는 의미라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몰래카메라라는 걸 알게된 후에도 놀라운 건 이 방콕 특집이 그 어떤 해외로 날아간 예능보다 웃기고 재미있었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방콕 특집을 흥미롭게 만든 것은 제작진 특유의 뻔뻔함이다. 일반 승합차에 장식을 대충 해놓고 방콕의 이동수단인 툭툭이라고 우기고, 까치산길을 카오산 로드라고 천연덕스럽게 소개한다. 연립주택에 데려다 놓고 5성급 리조트라고 말하고 황당해 하는 출연자들이 감격했다는 자막을 붙인다.

 

현지인 가이드 마이크는 시침 뚝 떼고 코끼리쇼를 보여준다며 코끼리코로 열 바퀴를 돈 후 과자를 따 먹는 게임을 제안하고 라텍스를 밟으면 사야 된다는 룰로 쇼핑(?)을 시킨다. 마사지 체험이 아니라 고통을 참는 체험을 하게 하고 워터파크라며 소개한 곳에는 아이들용 물놀이 세트가 덩그라니 놓여져 있다. 소개된 여행의 실상과 상반된 뻔뻔한 자막은 이번 여행(?)이 빵빵 터지게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중요한 건 이 뻔뻔한 상황 속에서도 그걸 웃음으로 살려내는 멤버들의 순발력이었다. 태국식 수끼요리를 제공하겠다며 다만 해산물은 직접 스쿠버를 통해 잡아먹어야 한다며 가져온 수족관. 직접 얼굴을 집어넣어 입으로 해산물을 잡아야 한다는 황당한 미션에도 멤버들은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하하의 선전과 유재석, 정준하의 도움으로 힘이 엄청난 문어까지 입으로 잡아낸 그들은 이 작은 수족관 하나로도 블록버스터를 연출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의 백미는 <무한도전> 김윤의 작가가 문화 체험의 일환으로 보여준 막춤의 가공할 위력에서 폭발했다. <무한도전>은 작가들도 <무한도전>급이라는 걸 새삼 확인시켜준 그 막춤은 웃음을 참으려는 멤버들을 초토화시켰다. 특히 샤이니의 셜록에 맞춰 무릎을 쭉쭉 올리는 기괴한 바운스를 보여준 춤에는 이 웃음이 대가들마저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번 특집은 김태호 PD가 시작 부분에 언급한 것처럼 스피드 레이서특집을 마치고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기획된 것이 맞다. 김태호 PD<무한도전>의 쉬는 방법이 이렇게 가끔씩 큰 목적 없이 저들끼리 놀면서 웃음을 만들 수 있는 특집을 하는 것이라고 과거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때로는 그렇게 어깨에 힘을 빼는 것이 오히려 더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방콕 특집은 보여주었다.

 

요즘은 마치 예능에서 해외로 여행을 나가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되고 있다. <아빠 어디가>가 초저가 배낭여행을 떠났고 브라질 월드컵에 맞춰 브라질 현지까지 날아갔다. <7인의 식객>은 중국에 이어 에디오피아까지 날아가 음식 기행을 선보였다. 심지어 <진짜 사나이> 같은 군 체험 리얼리티쇼가 필리핀으로 날아갈 정도다.

 

물론 글로벌 시대에 해외로 나가는 것이 흉이 될 수는 없다. 다만 그렇게 나가서 그만한 재미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무한도전>의 뻔뻔하지만 유쾌한 방콕 특집이 특별하게 여겨졌던 건 그 역발상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굳이 해외까지 멀리 가지 않아도, 또 몇 평 공간 안되는 방 안에서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 <무한도전>은 그것을 증명했다.

 

<드래곤 길들이기2>에 끌리는 몇 가지 요소들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만을 놓고 보면 <드래곤 길들이기2>역시 전편만한 속편은 없다는 통설을 떠올릴 수 있다. 사실 이것은 <드래곤 길들이기>가 워낙 전편에서 파격적인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에 남게 된 잔상이다.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에게 주인공이 다리가 잘리는 사고를 보여준다는 건 웬만한 파격을 즐기는 제작자로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사진출처:영화 <드래곤 길들이기2>'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드래곤 길들이기>는 여타의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틀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다. 아이도 재밌지만 어른들도 그 메시지에 공감했던 것. 이로써 <드래곤 길들이기>는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을 뛰어넘었고, 또 타자와 어떻게 공존해나가는가에 대한 주제의식을 살릴 수 있었다.

 

거기에 비하면 <드래곤 길들이기2>는 메시지에 있어서 조금은 약하다고 여겨진다. 물론 주인공 히컵이 다리를 잃는 대신 투슬리스와의 우정과 공존을 얻어냈듯이 이번 속편에서도 잃는 것과 얻은 것이 등장한다. 그것 역시 파격이라면 파격일 수 있지만 그래도 전편만한 충격을 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블록버스터 영화는 메시지만을 보기 위해 보는 건 아니다. 압도적인 볼거리의 측면을 보면 이번 속편이 전편보다 훨씬 더 화려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히컵이 투슬리스와 함께 비상하는 장면이나 훨씬 더 스케일이 커진 전쟁신.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해진 드래곤 캐릭터들은 이 영화가 메시지면에서 약해졌다고 여겨지면서도 전체적으로 힘을 잃지 않는 이유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아이들이라면 누구나(어른들 역시 마찬가지지만) 갖게 되는 애완동물 길들이기의 욕망을 자극한다. 애완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상반된 감정은 타자라는 두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을 하게 될 때 느끼는 즐거움이다. <드래곤 길들이기>가 전편에서 드래곤과 인간의 공존을 그리면서 관객에게 부여한 감정이 그것이다. 귀여움과 용맹함을 겸비한 투슬리스는 그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완벽한 캐릭터다.

 

물론 히컵 엄마의 등장은 조금은 생뚱맞은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그녀가 등장해 히컵이 그렇게 드래곤과 교감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일종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해주는 장면도 그리 나쁘지 않다. 다만 이 과정에서 오랜만에 가족이 모이는 화기애애함을 보여주면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긴박감이 상당부분 사라진 점은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그래도 엄마의 등장은 이번 작품의 방점이 히컵의 성장에 놓여 있다는 것을 두고 보면 괜찮은 설정이라 여겨진다.

 

전편이 드래곤과 인간의 대결과 공존을 그렸기 때문에 무언가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할 <드래곤 길들이기2>가 선택한 건 드래곤과 드래곤의 대결이다. 그 거대한 드래곤 전쟁의 볼거리는 더욱 커졌지만 이것이 전형적인 선악 구도로 단순화된 점은 아쉬운 면이다. 적어도 <드래곤 길들이기>를 보러온 관객이라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조금은 새로운 대결을 보고 싶어했을 수 있다.

 

<드래곤 길들이기2>는 확실히 전작이 남긴 메시지의 강렬함을 보여주진 않는다. 하지만 그 독특한 <드래곤 길들이기>의 세계가 가진 다양한 볼거리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향연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만일 3D로 보게 된다면 투슬리스와 함께 하늘을 비행하는 느낌이 어떤 것인가를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드래곤 길들이기2>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영화다.

 

코믹 캐릭터에서 개성파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이광수

 

요즘 이광수가 달리 보인다. <런닝맨>을 통해 대중들과 익숙해진 캐릭터다. 베트남 등지에서 갑자기 확인한 인기에 아시아 프린스라는 닉네임이 붙기도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광수는 거기에 대해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예능으로 먼저 친근하게 다가왔지만 그의 발길은 늘 배우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으니까.

 

'괜찮아 사랑이야(사진출처:SBS)'

<착한 남자>에 출연했을 때도 이광수를 만나면 <런닝맨> 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송중기에 대한 이야기를 묻는 것이 다반사였다. 늘 어눌한 목소리로 얘기하고 기린 캐릭터로 웃음을 주지만 그 누구보다 적지 않은 배우에 대한 열정을 속내 깊숙이 숨기고 있던 그였다. 그런 그이니만큼 최근 영화 <좋은 친구들>에 이어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그런 연기가 가능했을 것이다.

 

사실 <좋은 친구들>에서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이광수에 대한 기대감은 거의 없는 편이다. 지성과 주지훈이라는 배우가 전면에 나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적 영화를 보고 나면 지성과 주지훈만큼 이광수의 존재감이 확실히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좋은 친구들>에서 지성이 건실한 이미지라면 주지훈은 욕망의 화신이다. 어찌 보면 이 세 사람의 관계 속에서 이들을 친구라는 고리로 묶어내는 역할은 이광수가 오롯이 한 면이 있다.

 

<좋은 친구들>의 이광수 연기를 보고 눈물을 흘리게 된 이들의 반응은 놀랍다는 것이지만, 사실 코믹 캐릭터가 진지한 정극으로 들어왔을 때 제대로 된 몰입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더 큰 감동을 안겨주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즉 웃음의 바탕이 비극에서 나온다면, 그 웃음을 살짝 지워낸 자의 맨 얼굴은 더 슬플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좋은 친구들>은 이광수의 우는 얼굴을 끄집어내준 작품이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이광수는 틱 장애를 가진 투렛증후군 환자 역할을 선보였다. 갑자기 이유 없이 몸을 떨고 킁킁 거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해대는 모습으로 첫 얼굴을 드러낸 이광수는 성동일 같은 묵직한 배우와 함께 서도 이제 편안한 모습이다. 새롭게 홈메이트로 들어온 장재열(조인성)과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그는 이 드라마가 보여줄 다채로운 사랑의 면들 중 하나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예능과 연기를 함께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광수는 예전 필자와 한 인터뷰를 통해 예능에서의 몰입과 연기에서의 몰입이 다르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본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런닝맨>은 대본이 없어 사실 뭘 해야 할 지 이런 게 없다. 신뢰가 없이는 하기 힘든 몰입이다. 하지만 드라마 영화는 대본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를 해간다.” 이광수가 하는 연기의 밑바탕에는 철저한 캐릭터 분석이 들어있다는 얘기다.

 

코믹 캐릭터는 유쾌하지만 그것만으로 배우의 갈증을 채울 수는 없다. 따라서 코믹 캐릭터가 개성파 배우로 넘어가는 과정은 실로 중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함께 출연하는 성동일처럼 때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 있는 진중함과 진지함을 놓치지 않는 그런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면 이광수는 <괜찮아 사랑이야>라는 작품을 통해 개성 넘치는 배우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광수의 눈빛은 확실히 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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