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 멜로 <밀회>, 이 불륜이 보여주려는 것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현실은 퀵서비스를 하며 살아가는 청춘 이선재(유아인). 한 때 피아노의 꿈을 포기한 후 결혼해 그럭저럭 꿈 언저리에서 살아가는 중년 오혜원(김희애). 두 사람은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될까.

 

'밀회(사진출처:JTBC)'

격정 멜로라고 불리는 <밀회>지만 첫 방송의 느낌은 격하다기보다는 격조 있는 멜로의 인상이 짙다. 물론 금기된 사랑이 짙어지면 격조도 격정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 청춘과 중년을 엮어주는 것이 피아노 선율이라는 것은 이 드라마가 단순히 불륜을 자극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증표다.

 

잠깐 예고편으로 등장한 것처럼 이선재와 오혜원이 나란히 앉아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이들의 사랑을 에둘러 표현해준다. 피아노를 치는 오혜원의 표정은 사랑하는 여인처럼 희열에 가득 차 있다. 오혜원에게 피아노란 자신의 식어버린 사랑 같은 존재다. 한 때는 불타올랐으나 이제는 그저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재능은 있어도 스펙이 없어 피아노가 아닌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청춘 이선재가 처한 상황은, 숨겨둔 꿈과 열정은 있으나 성공을 위해 자신을 지운 채 친구의 가족회사 서한예술재단에서 마치 그 집안의 비서처럼 살아가는 오혜원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이선재가 사회라는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에서 신음하는 것처럼 오혜원은 서한예술재단이라는 사회의 축소판 속에서 자신의 열정을 지워간다.

 

그녀가 이선재의 재능을 아끼고 키워주려는 마음은 그래서 친구에게 뺨을 맞으면서도 수긍하며 살아오면서 잃어버린 자기애와도 닿아있다. 그녀의 사랑은 그래서 이선재라는 청춘을 탐하는 것이 아니라 피아노로 표상되는 자신의 잃어버린 청춘에 대한 회한과 위무에 가깝다. 이 점은 이 사랑이 격조에서 격정으로 나가는 기폭제가 된다.

 

따라서 <밀회>가 다루는 불륜은 단지 엇나간 사랑에 머물지 않는다. 그 속에는 청춘이든 꿈이든 사랑이든 예술이든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삼켜버리는 우리 사회의 밑바닥이 담겨져 있다. 서한예술재단은 그 밑바닥을 보여주는 곳이다. 수면 위에서는 클래식 음악 연주회 같은 예술을 즐기고 사교모임으로 마작을 즐기는 귀족적인 삶이 그려지지만 그 뒤편에서는 심지어 주먹질이 오가는 살풍경한 욕망들이 꿈틀댄다.

 

이 살풍경 속에서 가녀린 청춘과 허탈한 중년이 불꽃처럼 타오르는 모습은 그래서 그 지독한 현실에 대한 저항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들의 사랑은 또 어떤 현실의 장벽을 만나 파국으로 달려갈 것인가. 결국 <밀회>가 보여주는 불륜이란 태생적으로 비극을 예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비극은 단지 개인적인 비극이 아니라 사회적인 비극으로 다뤄진다. 청춘, , 사랑, 예술 같은 것조차 돈과 현실의 이름으로 포획해버리는 세상의 파국.

 

마치 유려한 영화를 보는 듯한 안판석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멜로에 사회를 담아내는 정성주 작가의 예사롭지 않은 필력, 그리고 청춘의 갑갑함과 설렘 사이의 어느 지점을 연기해 보여주는 유아인과 무엇보다 우아함을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 숨겨진 열정을 꾹꾹 눌러 보여주는 꽃누나 김희애의 연기는 <밀회>라는 격이 다른 멜로의 탄생을 예감하게 만든다. 오랜만에 보는 격하면서도 격조 있는 멜로, 그것이 바로 <밀회>라는 작품의 진면목이다.

'1박2일' 믿고 보게 만드는 김준호의 활약

 

김준호가 <12>이라는 제 물을 만났다. 야외에서도 실내에서도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나 행동 하나 하나가 말 그대로 빵빵 터진다. 2주 전 금연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이 콘셉트는 상당히 불안하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미 <남자의 자격>에서 한 번 시도했던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도전은 <12>보다는 <무한도전>에 더 어울리는 아이템처럼 보였다.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신의 한 수는 증도라는 금연 섬을 여행공간으로 찾아냈다는 점이다. ‘담배를 팔지 않는 금연 섬으로 증도는 <12>과 금연이라는 아이템을 제대로 엮어주었던 것. 실제로 <12>이 금단증상을 이겨내기 위해 벌인 자전거 느리게 타기라는 게임이 공교롭게도 <무한도전> 지구를 지켜라 편에서 지구특공대와의 첫 번째 대결 게임과 같았지만 <12>은 금연과 슬로우 시티 증도라는 공간을 통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12> 금연여행에서 수훈 갑은 단연 김준호. 그는 몰래카메라에 속아 몰래 핀 담배로 바닷물 입수를 하기도 했고, 실내에서는 김주혁이 몰래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제보에 의해 벌어진 법정공방에서 사이코패스를 빗댄 니코틴 패스라는 말을 만들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 저녁 복불복으로 치러진 발바닥 씨름에서도 김준호는 김종민과 경기와 상관없는 진흙탕 대결을 벌임으로써 큰 웃음을 주었다.

 

사실 김준호에게 <12>이 첫 번째 버라이어티는 아니다. 그는 이미 <남자의 자격>을 통해 <개그콘서트>의 콩트 코미디와는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의 세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에서 그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못했다. 아마도 그것은 이경규라는 대선배와 함께 한다는 부담감도 작용했을 게다. 즉석 상황극에 능한 그지만 이경규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상황극 설정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2>에서 김준호는 말 그대로 펄펄 날고 있다. 어떤 상황이라도 일단 끼어들면 살려내는 게 그의 역할이다. 김주혁, 김종민과 함께 쓰리쥐(?)라는 캐릭터군을 형성해 어수룩하게 당하는 모습은 <12> 시즌3가 갖고 있는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열심히는 하지만 잘 안 되는 모습이 웃음을 주면서도 아날로그적이고 친근함이 느껴지는 캐릭터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김준호의 이런 활약은 <개그콘서트>가 그 자양분이라고 할 수 있다. 10여 년 간을 <개그콘서트>에 몸 담아오면서 무수한 코너들의 감초이자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그가 아닌가. ‘갑을컴퍼니비상대책위원회그리고 최근의 뿜 엔터테인먼트까지 그는 잠깐 등장해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를 선보이곤 했다. 서수민 PD는 김준호의 이런 장점을 코너를 살려내는 힘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12>처럼 여행을 통해 벌어지는 해프닝을 포착해내는 버라이어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간순간을 살려내는 김준호 같은 인물의 활약이다. 시즌31등공신은 물론 김주혁처럼 의외의 인물에게 돌아가지만 그 웃음의 바탕을 깔아주고 상황을 살려주는 김준호 같은 역할이 중요하다. ‘니코틴 패스에서 김주혁이 양심선언을 함으로써 큰 웃음을 주기까지에는 그래서 김준호의 살살 꼬드기는 멘트가 주효할 수밖에 없다.

 

작년 KBS 연예대상을 받았을 때 김준호는 진정으로 얼떨떨해 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거기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2> 시즌3를 보다 보면 그의 연예대상이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는 콩트 코미디에서도 버라이어티에서도 또 후배들을 밀어주고 챙겨주는 매니지먼트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김준호가 있어 <12>은 점점 믿고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다.

<세결여>, 김수현 작가의 한계와 저력

 

왜 김수현 작가는 채린(손여은)과 임실댁(허진)을 선택했을까.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은수(이지아)와 현수(엄지원). 이것은 드라마 제목에도 들어가 있고(세 번 결혼할 여자가 바로 은수니까), 드라마의 등장인물 소개란에 맨 앞자리에 이들이 소개되고 있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채린과 임실댁은? 등장인물 소개란에서도 맨 끄트머리에 들어있을 정도로 이 작품에서 애초부터 비중이 있는 인물들은 아니었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사진출처:SBS)'

하지만 지금 현재 <세결여>를 보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마치 바뀐 듯한 느낌마저 든다. 물론 은수와 현수의 이야기가 여전히 주제이기는 하지만,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동력은 이들이 아니라 채린과 임실댁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채린이라는 계모가 슬기(김지영)가 친엄마를 만난다는 것에 격분하고 아이를 다그치며 심지어 녹음기를 부수고 아이를 때리기까지 하는 아동학대를 저지르면서부터 드라마는 조금씩 시청률에 탄력을 받았다.

 

채린은 이제 비뚤어진 계모의 수준을 넘어 거의 미저리가 되어가고 있다. 격분해 시어머니나 시누이에게조차 반말로 대드는 장면은 비정상적인 이 캐릭터의 면면을 제대로 보여준다. 채린과 슬기가 함께 서 있으면 마치 공포영화 같은 긴장감이 만들어지는 건 이 캐릭터의 막장 행보가 이미 시청자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다는 증거다.

 

채린이 극한으로 치달을 때마다 슬기를 보호해주고 때로는 채린에게 잔소리를 해대기도 하는 임실댁이 주목을 받는다. 임실댁은 어찌 보면 이 마녀들의 공간 같은 최여사(김용림)네 집에서 거의 유일하게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임실댁과 최여사의 딸 정태희(김정난)는 슬기를 지켜준다는 측면에서 드라마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들이다.

 

주인공들과 조연들의 존재감이 뒤집어지게 된 것은 초반 부진을 금치 못했던 이 작품의 시청률과 무관하지 않다. <세결여>는 김수현 작가의 작품답지 않은 몇 가지 선택들을 보여주었다. 그 첫 번째는 세 번 결혼한다는 새로운 결혼세태를 제목에까지 집어넣고도 처음부터 확실한 파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은수가 딸을 버리고 재혼을 한 설정은 파격으로 다가오지 못했고 오히려 담담하게 그려졌다.

 

이런 행보는 과거 <내 남자의 여자> 같은 작품에서 첫 회부터 불륜을 드러내는 파격을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선택이다. 김수현 작가 정도라면 불륜 같은 소재도 끝까지 밀어붙여 그 안에서 어떤 삶의 메시지를 포착해내는 일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김수현 작가는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다루면서 이런 과감한 모습을 처음부터 보여주지 못했을까. 어딘지 어정쩡한 선택은 <세결여>가 초반에 힘을 발휘하지 못한 가장 큰 패착의 원인이 되었다.

 

두 번째는 세 번 결혼하는 역할로 이지아라는 배우가 캐스팅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지아의 상황은 이번 역할과 어울리는 면이 있었을 것이다. 서태지와의 숨겨진 결혼이라는 사실이 그녀의 족쇄처럼 작용하고 있으니 드라마를 통해 결혼과 이혼에 당당해지고 초연해지는 모습은 이지아라는 배우의 성장 그 자체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지아가 초반에 어쩐 일인지 얼굴이 잔뜩 부어 표정 연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최근에는 그 붓기가 빠져서 훨씬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고 있지만 초반의 이 무표정은 드라마의 힘을 상당 부분 뺀 것이 사실이다. 캐스팅에 있어서도 연기자들의 연기에 있어서도 철두철미하기로 유명한 김수현 작가의 선택치고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은수 역할의 이지아는 주인공인데다 그나마 드라마의 핵심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여전히 비중이 높지만, 현수 역할의 엄지원은 거의 감초 역할처럼 비중이 줄어들었고, 은수의 전남편인 태원(송창의) 역시 답답할 정도로 수동적인 느낌을 주는 들러리에 머물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준구(하석진)라는 인물이나 박주하(서영희) 그리고 한때 한참 극성을 끌어올리던 또 다른 막장 캐릭터 다미(장희진)는 드라마에서 거의 비중이 사라져버렸다. 이런 균형 잡히지 않은 캐릭터 운용 또한 김수현 작가의 작품 치고는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소한 것일지 모르지만, 손보살(강부자)이 등장할 때마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방안을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의 노골적인 PPL 또한 어울리지 않는 선택이다. 손보살이 방에 들어와 로봇청소기의 버튼을 누르는 장면은 너무 의도적이라 실소가 나올 정도다. 보통은 소음 때문에 사람들이 없을 때 눌러 놓기 마련인 로봇청소기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PPL이라니.

 

놀라운 일은 이런 수많은 엇나간 선택들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중심에 세워놓은 채린과 임실댁이라는 선택으로 상당한 화제와 시청률을 끌어 모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마도 김수현 작가가 가진 저력을 말해주는 일일 게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하면 시청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장의 작가가 많은 희생들이 필요하기 마련인 이러한 시청률을 위한 선택을 했다는 것도 의외의 일로 느껴진다.

 

물론 드라마의 극성을 끌어올리는데 능수능란한 다른 작가가 이런 일련의 선택들을 했다면 그러려니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작가도 아니고 김수현 작가가 아닌가. 국내 드라마의 기틀을 마련한 작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녀의 작품이나 행보는 후배 작가들에게 귀감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세결여>의 많은 선택들은 김수현 작가의 한계와 저력을 동시에 보게 된다는 점에서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아마도 김수현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그다지 많이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쪼록 김수현 작가다운 의미 있는 작품들을 그 남은 시간 동안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 대작가 앞에 많은 이들이 존경을 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 남은 시간들 동안 김수현이라는 작가의 유종의 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백년손님> 어쩌다 이미지 세탁 방송처럼 보이게 됐나

 

우려하던 상황이 결국 벌어졌다. <백년손님-자기야(이하 백년손님)>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로 논란을 겪은 함익병의 방송분량을 편집 없이 내보냈다. 이런 징조는 이미 이날 오전 지난 회 재방송분에서도 함익병 분량이 그대로 나가면서 어느 정도는 예측된 일이었다. 물론 많은 이들은 예고편에 함익병이 등장하지 않아 본방에서는 빠지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했던 게 사실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백년손님 자기야(사진출처:SBS)'

사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방송 그 자체가 문제될 게 없다고 여길 수도 있을 터다. 방송에서 생긴 불미스런 사건도 아니고 함익병 개인이 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내놓은 말 몇 마디가 만들어낸 논란이니 말이다. 그러니 <백년손님>측은 인터뷰는 인터뷰이고 방송은 방송일 뿐이라는 입장을 가질 수도 있을 게다. 또한 발언이 비상식적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이야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개인적인 생각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얘기하는 것은 자유지만, 매체와의 공공연한 인터뷰를 통해 밝히는 건 다른 문제다. 게다가 그는 이미 방송인이나 마찬가지다. 방송인이라면 혼자 몸이 아니다. 자신의 발언은 방송에도 영향을 미치고 또한 자신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미 들끓는 논란으로 인해 <백년손님>의 게시판은 이미 논쟁의 장이 되어 버렸다.

 

잘 먹고 살 수 있다면 독재도 나쁘지 않다는 식의 발언이나 군대에 가지 않는 여성은 권리의 4분의 3만 행사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파격을 넘어 파괴적이다. 왜 잘 나가던 함익병이 이런 발언을 매체를 통해 내놨는가에 대한 추측들도 쏟아져 나온다. 다분히 그의 파괴적인 발언들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래서일까. 항간에는 함익병이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만일 함익병이 방송으로 얻은 이미지를 통해 정치에 뜻을 두고 있다면 의도치 않게 방송은 그에게 이용당한 꼴이 된다. 하지만 이것은 조금은 과장된 예측일 것이다. 정치에 뜻을 둔 사람이 대중들의 마음에 공분을 터트리는 발언을 굳이 해야 했을까. 그것도 국민사위라고 불릴 정도로 긍정적인 방송의 모습을 통해 그를 지지해왔던 여성들을 무참히 배반하는 이야기를?

 

제 아무리 방송의 책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백년손님>이 함익병의 방송분량을 편집 없이 그대로 내보내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백년손님>을 일종의 이미지 세탁방송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편집 없이 방영된 <백년손님>에서 함익병은 장모와 함께 댄스타임을 갖기도 했고 고장 난 옷장을 손보기도 했다. 이 장면만 본 사람이라면 그가 어떻게 여성의 권리 운운하는 발언을 했던 사람과 동일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함익병 논란을 정면 돌파 하려는 <백년손님>의 용감함은 자칫 프로그램 전체를 이미지 세탁 방송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이미 다른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방송이 내보내는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이라는 인상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굳이 방송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 발언을 통해 확인된 이미지가 이처럼 다른 인물을 고집하는 것은 방송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이것은 프로그램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함익병 논란은 그 사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리얼리티 프로그램 트렌드에서 계속 생겨날 수 있는 일의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제 아무리 일반인이라고 해도 방송에 노출되어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순간부터 방송인이라는 책임이 지워질 수밖에 없다. 고정적인 프로그램에 나온다면 그의 일상에서의 행동이나 말 한 마디가 그대로 해당 방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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