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그 립스틱', 연하남 판타지로 돌아온 '만찢남' 로운

 

JTBC 월화드라마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는 먼저 제목부터 여심을 자극한다. 그 제목의 화자는 후배라는 뜻이고, 립스틱을 바르지 말라는 건 짝사랑과 질투, 보호본능 같은 걸 이 후배가 하고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이 드라마에서 윤송아(원진아)의 직장 후배 채현승(로운)은 바로 그 여심을 자극하는 연하남이다. 대학생 때 학교를 윤송아에 처음 시선이 뺏겼고, 점심도 챙겨먹지 못하고 일하는 그를 위해 샌드위치를 갖다 주며 먹을 시간까지 벌어주던(?) 그였다. 그는 그렇게 윤송아에 일찌감치 빠져버렸고, 그래서 그가 다니는 화장품 회사에 입사한다.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하던 채현승은 그러나 윤송아가 같은 팀 팀장인 이재신(이현욱)과 비밀 사내 연애를 하고 있는 걸 알게 되고 그 행복해하는 모습에 포기하려 한다. 하지만 이재신이 그 회사의 창업주 손녀인 이효주(이주빈)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분노하고 윤송아를 지키기 위해 나선다. 즉 아무 것도 모르는 윤송아에게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라고 채현승이 말하는 것.

 

사실 이 드라마는 여성들의 판타지에 맞춰진 로맨스 드라마로서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 판타지는 채현승이라는 인물로 구체화되어 있다. 잘 생긴데다 이재신 때문에 상처를 입게 된 윤송아를 지켜주려는 인물. 그는 이를 위해서는 팀장인 이재신과 주먹다짐도 피하지 않는다. 게다가 화장품 회사 마케터 1년 차의 직장인이지만, 실상 웨딩샵을 소유하고 있는 부유한 청년이기도 하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모든 걸 다 갖춘 인물이지만 후배라는 위치에서 선배를 위해 뭐든 다 하겠다는 인물. 이러니 여성들의 로망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 이 로망을 더욱 극대화시켜주는 건 이재신이라는 인물과의 대비효과다. 사업실패로 빚쟁이들에 시달림을 당하며 자라온 이재신은 재벌3세인 이 회사의 상무 이재운(이규한)에게 "자신을 사라"고 제안했던 인물이다. 그 빚을 탕감해주고 자신을 유학 보내주면 평생 그의 "개가 되겠다"고 했던 것. 물론 이재운은 "개는 필요 없다"며 "친구가 되자"고 하긴 했지만.

 

이런 가진 것 없어 현실에 굴복하고 만 이재신이 윤송아를 사귀면서도 이효주와 결혼을 앞두게 된 것 역시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어서였다. 갖고 싶은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져야 하는 이효주는 이재신과 결혼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결국 그런 상황 때문에 이재운까지 동생을 받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그걸 거부하지 못했던 것.

 

이재신이라는 인물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현실을 다소 무겁게 갖고 있는 인물이라면, 채현승은 그런 현실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인물이다. 윤송아라는 인물에 몰입해 보는 여성 시청자라면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잠시 현실을 잊고, 모든 로망을 충족시켜주는 채현승 같은 연하남에 판타지를 느낄밖에.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로운은 말 그대로 '만찢남'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다. 이번 작품의 채현승이라는 캐릭터는 그의 이런 만찢남으로서의 판타지를 더욱 공고하게 빚어주는 면이 있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의 하루는 진짜로 만화 속 캐릭터였지만,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의 채현승은 그래도 화장품 회사 마케팅팀 후배라는 현실 위에 서 있는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다소 전형적인 사각관계를 다루고 있는 로맨스 드라마지만, 채현승이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연하남이 선배라고 부르며 조금씩 다가오는 그 판타지는 의외로 강하게 느껴진다. 물론 '저런 인물이 어디 있어' 하고 부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빠져드는.(사진:JTBC)

올스타전으로 돌아온 '팬텀싱어', 팬들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JTBC <팬텀싱어>가 돌아왔다. 그런데 시즌4가 아니라 '올스타전'이다. 시즌3까지 방영되며 최종 결승에 올랐던 최강 9팀의 자존심을 건 빅 매치. 지금껏 <팬텀싱어>를 매 시즌 빼놓지 않고 봤던 팬이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매치가 아닐 수 없다. 포르테 디 콰트로, 인기현상, 흉스프레소, 포레스텔라, 미라클라스, 에델라인클랑, 라포엠, 라비던스, 레떼아모르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이니.

 

사실 콘서트 무대에서도 자주 섰던 이 팀들을 한 자리에 모아 오디션 방식의 팀 대결을 굳이 꾸리게 된 건, 그 방식이 갖는 긴장감과 몰입감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일 게다. 그리고 그건 실제 무대로 나타났다. '팀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무대'라는 1차전 팀 미션에서 첫 방송 무대에 오른 팀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마치 매 시즌 결승 무대에 선 것처럼 강렬하게 보여줬으니 말이다. 

 

첫 무대에 선 흉스프레소가 흑소 테너 이동신과 남자가 봐도 반하는 고은성을 앞세워 강렬한 <팬텀싱어>만의 무대가 갖는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면, 세계적인 바리톤 김주택이 기둥처럼 든든히 중심을 잡아주고 그 위로 아름다운 목소리의 농부 테너 정필립과 뮤지컬 스타 다운 드라마틱한 가창의 박강현의 미라클라스는 압도적인 에너지로 관객과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시즌3에서 퓨전의 맛을 제대로 보여줬던 라비던스는 팝터너 존노와 국악인 고영열 그리고 감정 표현이 좋은 황건하와 인간 첼로 베이스 김바울이 서도민요 '몽금포타령'과 경기민요 '배 띄워라'를 매시업해 눈물이 날 정도의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했고, 유슬기와 백인태를 중심으로 곽동현이라는 원킬 록커의 장점을 살린 인기현상은 마치 창끝으로 찌르는 듯한 고음의 향연을 보여줬다. 

 

그리고 시즌1의 초대 우승팀인 포르테 디 콰트로는 역시 <팬텀싱어>만이 가진 남성 4중창단의 하모니에서 오는 감동이 무엇인지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다른 팀들이 강한 에너지로 승부했다면 포르테 디 콰트로는 네 사람의 목소리가 하나하나 쌓여져 내는 하모니가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힘을 낼 수 있는가를 알려줬다. 

 

사실 대결구도로 진행되고 그래서 안방응원단과 현장응원단의 합산 점수로 승자가 결정되지만 이날 매 무대 끝에 먼저 별 개수로 공개한 현장응원단의 점수는 별 의미가 없을 정도로 모든 무대가 한 편의 콘서트이자 작품 같았다. 인기현상 팀만 한 개가 모자란 별 8개를 받았을 뿐, 나머지 팀은 모두 9개 별로 '올스타'를 받았다. 

 

물론 대결구도라고는 하지만 진짜 대결이라기보다는 서로의 공연을 보는 듯한 분위기가 '올스타전' 무대의 진면목이었다. 판정방식에 현장응원단과 안방응원단의 점수 합산과 더불어, 제3의 평가단으로 9개 팀이 본인 팀을 제외한 최고의 무대 3팀을 선정하는 이른바 '우정점수'가 더해진 것도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본래 <팬텀싱어>만의 특징이기도 했지만, 경쟁보다 하모니를 강조한 대결이 이번 올스타전에도 그 색깔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는 것.

 

시청자들로서는 이들이 매주 다른 미션으로 치러낼 무대들이 기분 좋은 귀호강의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누가 이기고 누가 진들 무슨 상관일까. 대결 형식이 가진 팽팽한 긴장감은 덤이지만, 그보다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을 가진 팀의 무대는 콘서트와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세 개 시즌을 거치며 발굴한 스타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것만으로도, 이 올스타전은 향후 여타의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시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괜찮은 선택지를 보여주고 있다.(사진:JTBC)

'우이혼', 섣부른 재결합 요구보다 그들에게 더 필요한 건

 

이하늘의 집, 그것도 이하늘의 방을 떡하니 차지하고 하룻밤을 자고 일어난 전 아내 박유선이 아침을 차리는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그들은 이혼했고 그래서 더 이상 부부가 아니지만, 마치 친구처럼 편해 보인다. 연애 시절 함께 들었던 노래를 들으며 그 때 이야기를 하는데도 그다지 주저함이 없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모습이지만, 이들은 이혼한 부부로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TV조선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에서 이들의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관찰하는 신동엽과 김원희는 이혼한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혹여나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박유선과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는 이하늘은 "일단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자"고 한다. "너무 가까워지면 또 상처 받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심지어 이하늘은 자신이 최근 쓴 노래의 가사에 '이별 노래'가 많은데 한창 힘들 때 쓴 노래라 가사가 세다며 걱정해도, 박유선은 "뭐가 어때"라고 쿨하게 받아준다. 이하늘은 그 힘들 때 쓴 가사라 "과대 포장한 거"라고 말한다. 박유선은 이하늘이 이혼하고 많이 변했다며 그것이 "이렇게 지내서" 변한 것 같다고 말한다. 이들은 알고 있다. 서로 무언가 맞지 않아 이혼을 했지만, 그 이혼을 통해 갖게 된 '적당한 거리두기'가 이들이 이제 편안히 앉아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이유라는 걸. 

 

이혼은 이처럼 서로의 행복을 위해 결혼을 하는 것만큼 선택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는 걸 이하늘과 박유선은 부지불식간에 드러낸다. 어쩌면 이건 <우리 이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이 이혼을 바라보는 마땅한 시선처럼 보인다. 어떤 이들의 엇나간 관계와 어쩌면 헤어진 이후에도 느껴지는 애틋함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MC들이나 제작진은 섣불리 재결합을 운운하지만, 그런 애틋함 또한 이혼이라는 '적당한 거리'에서 가능해진 거라는 걸 적어도 이하늘과 박유선은 알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이혼했어요>에서 최고기와 유깻잎의 이야기가 프로그램 바깥에서도 시끌시끌했고,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시아버지, 장모까지 악플의 상처를 겪게 된 건, 이 프로그램이 유지했어야 할 적당한 거리가 지켜지지 않아서였다. 이혼한 후 생겨난 거리를 두고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가는 모습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 선을 넘어 '재결합'까지 부추기는 분위기는 관계를 오히려 엇나가게 만든다. 어느 한 사람에 집중해 그 이야기를 들으면, 이혼이라는 파경의 이유가 다른 사람 때문인 것처럼 보일 수 있고 그것이 방송에 나가는 상황은 그들의 관계를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 수 있어서다.

 

<우리 이혼했어요>는 진짜 리얼 상황을 담은 관찰카메라라고 이야기되지만, 사실 엄밀히 들여다보면 완전한 리얼이라 볼 수는 없다. 이혼한 부부가 다시 만나 2박3일 간 같이 시간을 보내게 한다는 상황은 리얼일 수 없다. 그건 이 프로그램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설정이고, 거기서 보이는 영상들은 세간의 입에 오르면서 이들 관계에 개입하게 된다. 이런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이혼한 부부가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얼마나 일어나겠나. 

 

그래서 중요한 건 프로그램이 출연한 이들에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들이 이혼을 선택하게 된 걸 존중하는 일이다. 물론 이 과정을 통해 서로 좋은 감정을 갖게 될 수는 있지만, 그것과 재결합은 또 다른 문제 아닌가. 분명 어떤 문제가 있어 그것이 갈등이 되어 헤어졌던 이들이 다시 만나 함께 시간을 가지면서 소통하고 그래서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 거기까지가 이 프로그램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 투입된 아이돌 박세혁과 김유민의 첫 등장을 보면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출연자들에 깊이 관여하는가를 잘 드러낸다. 즉 예고편에 들어간 사전 인터뷰에서 다소 센 이야기들이 나왔고 그걸 가감 없이 방송에 내보냈다는 사실부터가 그렇다. 처가살이의 어려움을 토로했던 박세혁의 이야기가 예고편에 나온 걸 본 김유민의 어머니는 화를 낼 수밖에 없었을 테고 그 모습은 방송에도 보였다. 

 

김유민과 그의 부모가 함께 차를 타고 박세혁과 2박3일을 지낼 장소로 가는 과정은 그래서 마치 '4자대면'의 폭풍전야를 예고하는 듯한 장면으로 연출됐다. 하지만 정작 도착해서는 김유민만 차에서 내려 들어가는 상황이었고, 예고편 때문에 만나자마자 싸울 것처럼 보였던 그들은 의외로 툭탁대며 대화를 해나가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김유민이 겪은 산후조리의 힘겨움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박세혁이 이혼의 빌미를 준 것처럼 보였지만, 박세혁 역시 그 시기 처가살이에서 느낀 소외감 같은 것들이 토로되면서 서로 각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 

 

이렇게 소통이 되지 않아 서로에 대한 서운함만 있던 이들이 대화를 통해 조금씩 그 때의 상황을 이해해가는 과정은 <우리 이혼했어요>가 이혼이라는 소재를 과감히 가져와 보여주는 괜찮은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도 또한 '적당한 거리'가 필요해 보인다. 결혼 3개월 후 별거하고 또 3개월 후 이혼에 이른 두 사람의 관계에 섣부른 개입이나 예단은 자극적일지는 몰라도 출연자들에게는 불편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으니. 결혼만큼 이혼도 당사자들에게는 행복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걸 존중해야 한다.(사진:TV조선)

'싱어게인', 이렇게 개성이 다른 오디션 톱10 있었던가

 

JTBC 오디션 <싱어게인>의 톱10이 결정됐다. 이무진, 이승윤, 이정권, 최예근, 김준휘, 소정, 정홍일, 태호, 요아리 그리고 패자부활전에서 올라오게 된 유미가 그들이다. 놀라운 건 이들 톱10에 오른 가수들의 너무나 다른 개성이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톱10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개성을 가진 출연자들이 이렇게 한 무대에 서 있다니.

 

찐무명으로 올라온 이무진은 통기타 하나만 갖고도 제대로 그루브를 갖고 놀 줄 아는 뮤지션으로 한영애의 '누구 없소'의 첫 소절만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던 가수다. 이문세의 '휘파람'이나 조용필의 '꿈'을 부르는 이무진은 놀랍게도 그 젊은 나이에 옛 감성과 현재의 트렌드를 모두 아우르는 음악의 해석을 보여준다. 원곡의 맛을 한껏 보여준 후, 살짝 살짝 변화를 주는 편곡으로 그만의 색깔을 그려낸다. 

 

'근본 없는 무대'라고 표현했지만, 그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청중과 밀당의 묘미를 선사하는 이승윤은 실로 <싱어게인>의 정체성에 딱 어울리는 뮤지션이다. 지금껏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그만의 스타일은 벌써부터 대중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싱어게인>의 톱10은 이무진, 이승윤만이 아닌 전부가 겹치는 색깔이 없다. 

 

이를 테면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게 만들어 남다른 몰입감을 선사하는 연어 장인 이정권,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톡톡 튀는 개성의 최예근, 낮게 읊조리는 허스키 보이스로 툭툭 던지는 노래가 매력적인 김준휘, 매 라운드마다 색다른 장르의 옷을 입어도 모두 어울리는 다채로운 능력을 가진 레이디스 코드 소정, 요즘은 귀해진 정통 헤비메탈의 힘으로 듣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드는 정호일, 아이돌이 가진 춤과 노래 실력에 성실함까지 겸비한 태호,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 음색의 요아리 그리고 슈가맨으로서 여전히 큰 감동을 선사하는 유미까지. 

 

이렇게 톱10의 색깔이 겹쳐지지 않고 다양한 개성들을 드러내게 된 건,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의 애초부터 달랐던 기획방향에서 가능해진 일이다. 보통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주로 하나의 장르를 전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스트롯2>처럼 트로트를 장르로 세우거나, <포커스>처럼 포크 음악을 장르로 세우는 식이 그렇다. 

 

하지만 <싱어게인>은 이런 장르를 전제하지 않고 대신 '다시 부른다'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그러자 찐 무명에서부터 슈가맨, 오디션 출신, 아이돌 그룹 출신, OST 가수 등등 다양한 색깔을 가진 출연자들이 한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이전의 어떤 오디션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던 다양한 출연자들이 가능해진 것.

 

중요한 건 이렇게 다양한 특징과 색깔을 가진 출연자들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각각의 매력에 맞춰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의 '맞춤형 심사'가 있었다는 점이다. 꾹꾹 감정을 가사에 넣어 부르는 게 장기인 이정권에게는 드라마틱한 곡을 선곡하라고 하고, 감정을 너무 잔뜩 실어 노래하는 유미에게는 그 힘을 조금 빼라고 주문하는 식이다. 레이디스 코드 소정은 다양한 스타일의 노래가 가능한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해주고, 춤과 노래를 동시에 해내는 태호에게는 아이돌이 가진 강점을 부각시켜주었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싱어게인>이 갖게 된 음악의 다양성은 시청자들로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매 무대를 식상하지 않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워낙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나오다 보니 이제 시청자들도 저마다 색깔이 다른 오디션에 등장할 법한 출연자들이 한 무대에 서는 일을 그리 낯설게 느끼지 않았다. 대신 취향대로 즐길 수 있는 오디션이 가능해진 것. <싱어게인> 톱10의 너무 다른 개성을 가진 면면들을 보면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째서 성공했는가를 새삼 느낄 수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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