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 복수자들’, 이런 복수가 정말 최선의 방법일까

복수를 하긴 했는데 어째서 미진한 느낌이 들까.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이 드디어 홍상만(김형일) 교장과 주길연(정영주)에게 복수를 하긴 했다. 홍도희(라미란)의 딸 희경(윤진솔)이 주길연과 그의 아들 황정욱(신동우)의 계략에 빠져 폭력교사 낙인이 찍혔고 심지어 마녀사냥을 당하는 처지에 몰렸지만 의외로 사건은 너무나 쉽게 풀려버렸다. 이수겸(준)이 백서연(김보라)으로 하여금 황정욱의 문병을 가게 해 그것이 모두 가짜라는 게 담겨진 동영상을 찍었던 것. 

'부암동 복수자들(사진출처:tvN)'

사실 폭력교사 낙인이 찍혀 신상이 털리고 마녀사냥을 당하는 처지에 몰렸다는 건 교사를 꿈꾸는 이에게는 치명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그 진실을 제대로 밝혀내고 거짓에 가담한 이들을 처벌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게 누명을 법적으로 벗는다고 해도 한번 뒤집어쓴 마녀의 오명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게 우리네 현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부암동 복수자들>은 이 중요한 증거가 되는 동영상을 엉뚱하게 활용한다. 주길연을 협박해 홍상만 교장에 복수의 카드로 활용하는 것. 신고나 언론에 제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복자클럽의 홍도희는 주길연을 찾아가 아들을 위해서 자신들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한다. 그리고 홍상만을 카페로 불러내 그가 이 사건에 주길연과 가담했다는 사실과 홍도희의 생선가게를 공권력을 움직여 업무방해를 했던 것, 그리고 학교에서 벌어졌던 성추행 사실까지를 폭로하게 만든다.

물론 홍상만 교장에 대한 복수는 통쾌하기 이를 데 없다. 결국 술에 취해 홍도희의 집을 찾아와 주정을 부리는 홍상만은 버스 정류장에 버려진 채 ‘동남아(동네에 남아도는 아저씨)’의 주인공이 되는 굴욕을 겪는다. 하지만 주길연과 그의 아들에 대한 처벌은 그들이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결국 희경은 사건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복권이 아닌 스스로의 퇴직을 결정한다. 

지난 주 방송분에서 김정혜(이요원)는 물론이고 이미숙(명세빈) 그리고 홍도희까지 모두 곤경에 처하고, 결국 복자클럽이 와해될 위기에 몰렸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번 회에서의 주길연과 홍상만 교장에 대한 복수는 일견 시원한 면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남는 미진함은 왜일까. 

그것은 잘못된 사안의 중함에 비해 이들이 하는 복수의 방식이나 법적 처벌이 어떤 면에서는 너무 약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어서다. 사실 홍도희의 입장이라면 홍상만에 대한 복수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희경의 미래에 관한 것이고, 그 미래가 스스로의 포기가 아니라 잘못된 현실이나 거짓과 싸워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저 못된 이들을 잠시 혼내주는 것으로 ‘복수를 했다’ 자축하는 건 너무 드라마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단순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식으로 드라마가 성추행이나 마녀사냥 같은 심각한 사안에 대해 조금은 황당하고 어찌 보면 어린아이들의 장난처럼 그들을 잠시 간 망가뜨리는 것으로 복수를 했다 치부하는 건 너무 안이해 보인다. 그런 간단한 처결 정도면 충분히 이 사회적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여겨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드라마는 세상을 직접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드라마가 심각한 현실을 끌어와서는 너무 장난스럽게 다뤄버리고 그걸 복수라 치부하는 건 너무 진지하지 못한 태도다. 코미디를 통한 접근이라고 하더라도 그 웃음의 이면에 있는 사회적 사안들마저 코미디처럼 가볍다 얘기하면 곤란하지 않을까. <부암동 복수자들>의 복수를 보면서 남는 미진함은 아마도 여기서 비롯된 것일 게다.


‘집밥 백선생’, 제자들이 있어 가능해진 새로운 볼거리들

tvN 예능 프로그램 <집밥 백선생>은 어느덧 시즌3 40회를 앞두고 있다. 시즌1이 스페셜까지 합쳐 38회, 시즌2가 36회를 했으니 통산 100회를 훌쩍 넘은 셈이다. 사실 요리 레시피라는 한 가지를 갖고 이렇게 오래도록 예능 프로그램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물론 요리 프로그램이라면 교양으로서 충분할 수 있지만,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 하나만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만큼을 이어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그래서 시즌3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살짝 불안했던 게 사실이다. 새로 제자로 투입된 이규한, 남상미, 윤두준, 양세형이 있었지만 결국은 ‘요리 무식자’에서 요리를 알아가는 그 스토리텔링은 시즌1이나 시즌2 그대로일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3는 이전 시즌들과는 살짝 다른 면들을 보여줬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제자들의 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움이었다.

시즌3 39회에 소개한 돼지갈비를 이용한 갈비탕, 갈비볶음 그리고 육개장을 보면 그 자체가 사실 파격이다. 주로 갈비탕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소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를 사용한다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동남아에서 해먹는 요리법을 응용한 이 요리들은 간편하면서도 깊은 맛으로 제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시청자들로서는 상대적으로 값도 싸고, 요리도 간편하며, 맛도 그만인 이 요리를 한 번쯤 해보고픈 욕망이 생길 법하다. 

즉 백종원은 이번 시즌에서 상식을 깨는 요리법을 종종 소개해 제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지난 회에 했던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닭칼국수는 물론이고 들깻가루를 이용해 만드는 너무나 간단한 들깨칼국수 그리고 비빔칼국수도 지금껏 우리가 쉽게 생각하지 못했던 레시피였고, 김밥 하면 다양한 재료를 준비해야 한다는 상식을 깨고 단일 재료로도 충분히 맛을 냈던 어묵김밥이나 건새우김밥도 새로운 레시피였다. 

그런데 이런 상식을 깨는 요리는 그냥 나온 게 아니라 일종의 응용편이라는 점이다. 돼지갈비로 만든 육개장이 가능한 건, 이미 육개장을 해본 그 경험에 돼지갈비라는 재료에 맞는 약간의 응용이 있어서였다. 돼지갈비볶음이 설탕과 양파를 먼저 넣어 충분히 볶아주는 것만으로도 맛을 낼 수 있다는 건 이미 양파를 충분히 볶았을 때 풍미가 높아진다는 걸 다른 요리들을 통해 배웠기 때문에 더 쉽게 이해가 된다. 즉 이번 시즌3가 흥미로웠던 건 기존 시즌1,2에서 소개됐던 요리 방법의 그 원리들이 응용됨으로서 더 깊은 요리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하다못해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양념으로서 액젓은 이제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백종원의 레시피 응용편만큼 시즌3를 빛낸 건 바로 제자들이다. 물론 시작점에서 양세형은 확실히 다른 제자들보다 요리능력자로서의 면면을 뽐냈지만, 뒤로 갈수록 그 차이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만큼 다른 제자들도 성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백종원은 자신이 요리를 하기 전에 각자 아이디어를 보태 요리를 내보이라는 미션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김밥을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보라는 주문에 윤두준은 간장계란밥을 응용한 밑간을 한 김밥을 내놨고, 이규한은 모짜렐라 치즈를 녹여 속재료로 만든 김밥을 내놓았다. 이런 응용은 이 프로그램을 하며 배운 요리법들을 김밥이라는 과제에 적용해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제자들은 단지 먹방과 요리의 성장만 보여준 것이 아니다. 이번 시즌에서 제자들이 달라졌던 건 ‘맛 표현’ 부분이다. 양세형이 먼저 나서서 보여줬던 섬세한 맛 표현은 차츰 다른 제자들의 각기 다른 표현방식으로 이어졌다. 사실 눈과 귀로만 백종원식의 새로운 레시피로 만들어진 음식의 맛을 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제자들은 누구나 맛봤을 기존 음식의 맛을 인용해 그 맛 표현에 활용했다. 마치 <신의 물방울>에서 와인 맛 설명을 위해 갖가지 묘사들을 동원하듯이.

이런 제자들이 있어 가능해진 건 다음 회에 예고된 것처럼 이제 제자들이 백종원을 위해 한 때의 요리를 대접하는 것이다. 그간 배웠던 것들을 응용해 제자들이 어떤 요리를 내놓을까 하는 점이나, 그 요리를 먹고 백종원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하는 점이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풍성해진 볼거리로의 진화가 가능했던 건, 역시 제자들이 함께 하는 그 시너지가 있어서가 아닐까.

‘이번 생은’, 공대 출신들이 가진 마성의 매력 그 원천은

“저는 그렇게 무서운 프로그램은 못 다뤄요. 얘는 저 같은 똥멍청이 너드가 감당할 수 있는 그런 소스코드가 아녜요. 수준이 달라요.” tvN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심원석(김민석)이 IT회사 사장인 마상구(박병은)에게 하는 이 말은 업무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마상구가 짐짓 모른 체하며 연애 대상으로서 우수지(이솜)라는 인물에 대해 묻자 심원석이 던지는 답변이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사진출처:tvN)'

그러면 자신은 어떠냐고 마상구가 묻자 심원석은 말한다. “형이랑 수지요? 어 그럼 뭐 바로 랜섬웨어 감염되는 수준? 완전 복구 불가능에다가 인생 망하는 느낌 조금 나는데요.” 연애를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빗대 얘기하는 이들은 공대 출신들이다. 물론 모든 공대 출신들이 다 이런 건 아니겠지만 어쩐지 연애도 공식처럼 할 것 같은 이들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대사는 웃음이 난다. 

일이 우선이라 남자는 하룻밤 정도로만 생각하는 우수지는 이들 공대 출신 남자들과 비교하면 연애에 있어서는 선수 중의 선수다. 그래도 마음을 열어 마상구와 연애를 하겠다는 조건으로 연애계약서를 내미는 정도. 반면 마상구는 회사로 엮어진 관계에서 연애는 결국 자신의 회사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걸 아는 우수지가 자신과 연애하려면 회사 팔고 오라고 하자, 진짜로 회사를 팔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그럴 수 없는 자신 때문에 괜스레 눈물만 떨구는 연애 숙맥이다. 

이런 마상구가 ‘결혼 말고 연애 앱’을 만들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한 회사의 오너라는 사실은 이 로맨틱 코미디를 더 우습고 달달하게 만든다. 연애를 이론으로만 배운 듯 심원석이 함께 동거하는 양호랑(김가은)과 문제가 생겼을 때 나름의 심리분석을 해가며 그럴 듯한 솔루션을 제공하지만 영 헛다리만 짚는 인물. 이 드라마는 심원석도 그렇고 마상구도 바로 그 공대 출신이라는 특징을 캐릭터로 가져와 그 ‘이론으로만 배운 연애’를 하나의 장애요소로 만들어놓는다. 

그러고 보면 이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인 남세희(이민기)는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하는 행동은 저 공대 출신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 역시 연애라는 건 실제로 해본 일이 전혀 없고, 또 해볼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어찌 어찌해 가짜 결혼을 하고 같이 살게 되면서 은근히 호감을 느끼고 있는 윤지호(정소민)에게 그는 조금치의 틈도 보이지 않는다.

결혼조차 조건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고, 결혼 후 갖게 되는 어떤 소속감조차 심리학에 근거한 인간 욕구의 한 단계로 생각한다. 시댁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 제사를 지내게 된 윤지호가 그래도 잘 해보고픈 그 마음에 대해 ‘착한 며느리병’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자, 남세희는 이렇게 그 병(?)을 분석한다. 

“일종의 인정욕구네요. 제가 전에 말했던 매슬로우 욕구단계요. 하위단계의 욕구가 충족되면 그 다음 단계의 욕구들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결혼을 통해 소속감의 욕구가 충족되었으니 그 다음 단계인 인정욕구가 나타나게 되는 건 뭐 자연스러운 심리적 현상입니다. 특히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욕구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건 이론적인 해석일 뿐이다. 윤지호는 그것이 단지 “인간의 동물적인 욕구단계가 아니라 마음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사람의 가족들이니까 잘 해주고 싶은 마음. 좋아하는 사람을 기쁘게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

이들은 어쩌다 이렇게 연애에 숙맥이 되었을까. 이 드라마의 멜로는 현실적인 것들이 연애 혹은 결혼 자체를 뒤로 밀어내는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하우스푸어로서 그저 큰 욕심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꿈이 된 남세희, 아직 현실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결혼을 미룰 수밖에 없는 심원석, 그리고 남녀관계가 역전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회사 생활을 버텨내기 위해 연애에 어떤 선을 그어버리는 우수지. 

어딘지 무거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가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인물은 마상구나 심원석 같은 공대 출신들의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사랑을 이론으로 말하며 마치 자신들이 최고의 전문가인양 행동하지만 어딘지 어수룩하고 그래서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인물들. 심지어 우수지나 양호랑 같은 선수들마저 빠뜨리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이들이 그들이다.

작품보다 인물 판타지, 마동석이라는 캐릭터는

마동석 현상이다. ‘흥행보증수표’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항간에는 ‘원빈을 넘어섰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청불영화로서 역대 흥행 3위인 <아저씨(628만여명)>를 <범죄도시(636만여명)>가 넘어섰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후속작으로 방영중인 <부라더> 역시 첫 주에 73만 관객을 동원하며 이대로 가면 100만 관객 돌파는 시간문제라고 한다. 무엇이 이런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걸까.

사진출처:영화<부라더>

액면대로 얘기하면 <범죄도시>는 굉장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잘 만든 오락영화다. 특히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를 가장 잘 끌어와 작품에 녹여냄으로써 흥행에 성공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부라더>는 <범죄도시>에 비교하면 소품이고, 작품 내적으로 봐도 그다지 성취가 보이지 않는 영화다. 

안동 문중의 보물을 찾는 형과 그 땅에 고속도로를 내기 위해 문중사람들을 찾아가 허가서를 받아내는 동생이 그 안동에 내려가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가보도 팔아먹는 형 vs 집안도 팔아먹는 동생’이라는 홍보문구가 거의 다라고도 할 수 있는 코미디다. 물론 대학로 스테디셀러 뮤지컬인 <형제는 용감했다> 원작을 가진 작품이지만 영화로서는 어딘지 밋밋한 이야기에 중간 정도 지나고 나면 결말까지 대충은 감이 잡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가진 그 캐릭터를 적극 활용한다. 산만한 덩치에 어딘지 건들대는 그 모양새가 안동의 유서 깊은 집안사람들과 부딪칠 때 나올 수밖에 없는 웃음. 특히 동생 역할을 한 이동휘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모습에서는 어딘지 유치해도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뒤로 가면 이 덩치가 눈물을 흘리는 반전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래서 결과적으로 보면 <범죄도시>의 놀라운 성적도 그렇고, 그에 이은 <부라더>의 선전도 그 연원은 결국 마동석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미 작년 <부산행>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이 배우는 놀랍게도 올해 두 작품의 성공요인이 되었다. 작품이 가진 부족함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마동석이라는 이름 석 자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았다는 것. 

물론 마동석처럼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한다기보다는 자기 이미지를 오히려 작품 속으로 가져오는 배우는 적지 않다. 특히 성룡이나 아놀드 슈와제네거, 빈 디젤 같은 액션 배우들의 경우 이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그들의 작품을 볼 때 우리는 그 작품이 가진 내용을 그리 눈여겨보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보여줄 액션에 더 관심이 간다.

마동석은 그런 점에서 보면 외형적으로 이런 액션배우들의 틀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고 보인다. 터질 듯한 근육은 오리모양이 수놓아진 티셔츠 하나만 입고 있어도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고, 살벌한 조직폭력배들이나 심지어 좀비들 앞에서도 어딘지 든든함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동석의 액션은 성룡이 하는 현란한 동작이 아니고 그렇다고 아놀드 슈와제네거가 보여주는 화력 강한 액션도 아니다. 맞으면서 싸우는 이 캐릭터는 남다른 완력으로 상대방을 압도한다. 어딘지 칼을 맞아도 버텨낼 것 같은 그런 인상이다. 우리네 액션 장면들이 가진 정제되기보다는 치고받는 현실감을 이만큼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있을까.

하지만 마동석이 우리네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가장 큰 지점은 훨씬 더 사회적인 정서와 관련이 있다. 그는 너무나 견고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공공의 적들 앞에서는 강력한 힘을 보여주지만, 보호해야할 약자들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워지는 마블리로 변신한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우리 사회의 비정함을 마동석은 그 캐릭터를 통해 뒤집는다. 이런 점은 관객들이 마동석의 액션에 무엇을 기대하는가를 잘 말해준다. 현실의 비정함을 뒤틀어버리는 강력한 힘에 대한 요구다.

그렇지만 마동석 현상에 대해 과도한 평가를 내릴 필요는 없다. 그건 굉장한 연기력이나 작품의 성취도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기보다는 마동석이라는 인물 자체가 가진 캐릭터에 의해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마동석이 스스로 배우로서 성장해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하는 걸 말해준다. 물론 이런 액션스타가 우리에게도 존재한다는 건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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