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시티홀', 미완의 정치, 완성된 멜로 정치드라마 아닌 멜로드라마로서의 '시티홀'의 가치 '시티홀'은 정치드라마가 아니다. 작가가 밝힌 대로(밝히지 않았더라도 명백하게) 이 드라마는 멜로드라마다. 하지만 왜 자꾸만 정치드라마로서의 미련을 갖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네 드라마들 중에서 그만큼 본격적인 정치(정치사가 아닌)를 다룬 드라마가 별로 없기 때문이며, '시티홀'이 가진 설정과 구도가 어쩌면 그 정치드라마의 갈증을 어느 정도는 해소해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축소해놓은 듯한 '시티홀'이 상정한 작은 도시 인주시와, 이 나라의 정치를 풍자적으로 혹은 상징적으로 그려놓은 듯한 정치적 사건들 역시 그 기대감을 키워주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처음 이 드라마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틀을.. 더보기
'킹콩을 들다', 가장들의 몸을 떠올리다 단 한 순간입니다. 마지막 1분여. 이배영 선수가 끝내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바를 놓지 않은 것도 그 짧은 순간이었고, 장미란 선수가 상상도 못할 어마어마한 무게를 오로지 자기자신의 기록을 깨기 위해 들어버린 것도 그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역도는 바로 이 1분여의 시간에 폭발적인 집중을 하게 만드는 스포츠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1분여의 드라마를 보고는 쉬 잊혀져버리는 비인기종목이기도 하죠. 역도를 소재로 한 '킹콩을 들다'는 120분짜리 영화입니다. 1분여의 강렬하게 기억되었다가 허무하게 잊혀져버리는 각본없는 드라마는 어떻게 120분 간의 영화 속으로 담기게 되었을까요.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사실 우리가 본 그 1분을 위해 선수들은 몇 년에 걸친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내며 훈련을 하죠. 그러니 어찌보면 그.. 더보기
'선덕여왕'의 여성적 카리스마, 미실 vs 덕만 미실과 덕만, 그녀들이 사람을 얻는 법 "사람을 얻는 자가 세상을 얻는다고 하셨습니까? 보십시오. 전부 제 사람들입니다." 진흥왕(이순재)이 죽자 미실(고현정)은 이렇게 선언한다. 이것은 '선덕여왕'이 말하는 정치의 세계다. 따라서 이 사극의 궁극적인 미션은 정치적인 색채를 띄게 된다. 주어진 미션의 해결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승리, 즉 세상을 얻기 위해서는 사람을 얻어야 한다. 양극점에 서있는 미실과 덕만(이요원)은 자신들만의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끌어 모아야 한다. '선덕여왕'의 두 인물이 보여주는 카리스마가 주목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덕만이 백제와의 전쟁에서 보여준 카리스마는 모성에 가깝다. 그녀는 자신 역시 두려움에 떨면서도 공포에 질려 있는 동료를 포기하지 않는다. 두려움 때문에 적에게 자신을 .. 더보기
나는 왜 '결못남'이 부러울까 '결혼 못하는 남자'는 제목의 '못하는'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남자에 대한 동정적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물론 당사자인 조재희(지진희)는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회적인 통념상 나이 마흔이면 결혼해서 아이가 있어야 정상적이라고들 말하죠. 그런데 이 외부세계와는 단절되어 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조재희를 보다보면 문득 문득 그가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먼저 그는 조직의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캐릭터 자체가 그런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인물이 아니죠. 어쩌면 조직이 그를 견뎌내기가 힘든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가 운영하는 사무실에서 그는 동료이자 친구인 윤기란(양정아)에게 모든 조직의 스트레스를 넘겨 놓은 채 자기 일에 빠져 신나게 놀고 있습니.. 더보기
'1박2일'의 다큐, 김C의 존재감 혹한기의 알몸, 혹서기의 잠바, 김C가 만드는 계절감 '1박2일'에서 계절은 실로 중요하다. 계절이 주는 자연적인 도전 자체가 '1박2일'의 미션으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한겨울의 차가운 날씨는 야외냐 실내냐를 정하는 잠자리 복불복을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갑작스런 기상악화는 목적지 자체를 바꾸게도 만들고, 예상했던 일정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한여름에 바다에 빠지거나, 한겨울에 얼음장 같은 계곡물에 입수하는 것 역시 모두 계절이 주는 묘미와 한계를 이용한 것이다. 혹한기 대비 캠프와 혹서기 대비 캠프는 이러한 계절을 활용한 '1박2일'만의 아이템. 그런데 이 아이템에 유독 어울리는 존재가 있으니 그가 바로 김C다. 그는 종종 '고통의 달인'으로 불린다. 복불복이 제공하는 고통스러움을 꽤 잘 버텨내기 때문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