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코리아'(사진출처:엠넷)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CJ E&M에서 음악사업을 맡고 있는 신형관 국장은 오디션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이유를 이 단 한 마디로 정리했다. 신 국장은 무수한 화제를 낳았던 '슈퍼스타K3'를 기획했고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보이스 코리아'를 기획한 장본인이다. 블라인드 오디션이라는 신개념 콘셉트를 장착한 '보이스 코리아'는 본래 '더 보이스'라는 해외 포맷을 가져와 한국화한 것으로 첫 회부터 대중들의 시선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오디션이라고 하면 으레 떠올리게 된 심사위원의 독설이나 거친 평가에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의 풍경 따위는 '보이스 코리아'에서는 발견하기 힘들다. 이 오디션은 사실상 심사위원이란 존재가 없다. 그들은 심사위원이 아니라 '코치'로 불린다. 자신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참가자의 목소리가 있다면 버튼을 눌러 회전의자를 돌림으로써 코치들은 참가자를 선택한다. 즉 가창력이 아닌 화려한 퍼포먼스나 출연자의 외모에 휘둘리던 어쩔 수 없는 오디션의 한계를 '등 돌리고 있는 코치들'로 넘어선 것이다. 게다가 이 오디션은 기존 심사위원과 참가자들 사이에 놓여진 '권력관계(?)'를 뒤집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즉 한 참가자를 복수의 코치들이 선택하게 되면, 이제 선택권은 거꾸로 참가자에게 넘어가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코치들이 참가자에게 "자신이 무엇을 더 잘 해줄 수 있는가"를 어필하는 역 오디션이 생겨난다. 대중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너무나 많이 쏟아져 나온 오디션 형식들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오디션은 없다고 여겼던 시청자들에게 이 전혀 다른 콘셉트의 오디션은 그 자체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새롭지 않으면 보지 않는다'는 건 방송계에서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특히 오디션 형식의 예능만큼 그 변화 속도가 빠른 건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엠넷의 '슈퍼스타K2'가 지상파 시청률을 압도할 정도의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 전, 오디션 형식에 대한 대중들의 인지도는 낮았다. '슈퍼스타K' 시즌1은 새로움은 있었으나 일반 대중들까지 열광하게 하는 파괴력은 없었다. 하지만 시즌2에 이르러 '슈퍼스타K'는 거의 정점을 찍었다. 환풍기 수리공으로서 우승자가 된 허각은 '허각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현실의 무거움에 허덕이던 대중들은 허각을 통해 일종의 신분상승의 판타지를 대리경험했다.

하지만 '슈퍼스타K2'의 대성공은 거꾸로 이 프로그램의 위기가 되기도 했다. 마침 풀려진 지상파 간접광고 허용으로 지상파에서도 대거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서 이른바 물 타기가 생겨난 것이다. '위대한 탄생', '댄싱 위드 더 스타', '기적의 오디션' 등등 숱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왔고, 여기에 변종 오디션들인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2' 같은 프로그램들이 가세하면서 작년 1년의 예능은 사실상 오디션 빼고는 찾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것은 또한 오디션 형식의 소비 속도를 더 빨리 진행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슈퍼스타K3'가 이른바 '악마의 편집'이라고 불릴 정도의 편집증적인 디테일과 엄청난 속도의 오디션으로 재무장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이즈음 '슈퍼스타K3'의 거의 폭주하는 듯한 오디션을 통해 이제 대중들은 더 이상의 새로운 오디션 형식은 쉽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무얼 봐도 비슷비슷한 형식들이 반복되는 오디션 형식은 그래서 이제 하락기를 걷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작년 말에 시작한 'K팝스타'는 말 그대로 복병이었다. 거대 기획사 3사, 즉 SM, YG, JYP가 함께 한다는 사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방송이 시작되면서 일거에 사라져버렸다. 사실 방송 전, 거대 기획사와 오디션 프로그램은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다. 물론 거대 기획사에서는 늘 오디션을 보지만, 그 오디션과 오디션 프로그램은 정서적으로 확연히 다른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즉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존 기획사 시스템 바깥에 놓여진 가수 양성 시스템으로 인식되었다. 나이와 성별 심지어 외모와도 상관없이 누구나 가창력만 있으면 참여할 수 있고 가수가 될 수 있다는 건, 기존 거대 기획사 시스템과는 차별화되는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만의 장점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이것은 어찌 보면 일반 대중들의 판타지가 섞여있는 판단일 뿐이다. 현실은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들이 결국은 다시 기획사를 찾아가는 그 구조에서 드러났다. 물론 오디션을 통해 인지도는 높지만 가수 활동을 위해서는 기획사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거대 기획사 3사가 참여하는 'K팝스타'는 이제 그것이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 오디션이 가진 지나친 판타지가 사라지고, 대신 보다 현실적인 시선으로 이 오디션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기획사가 참여하는 오디션이라는 차별성은 프로그램 형식의 차별성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기획사가 발굴해내려는 아이돌 콘셉트는 참가자들의 연령을 현저히 낮춰놓았고, 참가자들을 심사하는 방식은 3대 기획사들의 개성과도 맞물렸다. 즉 심사위원으로 앉은 YG의 양현석과 JYP의 박진영은 같은 참가자의 노래를 듣고도 의견 대립이 잦았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개성과 잠재력을 존중하는 YG와 기본기를 중시하는 JYP의 기획사 특징이 드러나는 식이다. 게다가 각 기획사들이 선택한 참가자들이 그 기획사의 트레이닝을 받는 점도 이 오디션만의 특징이 되었고, 그들이 또 서로 경연을 벌일 때, 기획사들 간의 묘한 긴장감은 기존 오디션 형식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것들이었다. 결국 'K팝스타'는 이러한 새로운 차별점들이 있었기 때문에 숱한 오디션 형식들 속에서도 대중들의 열광을 끌어낼 수 있었다.

'나는 가수다'를 기획하고 만들어냈던 김영희 PD는 "대중들이 프로그램에 익숙해지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고, 따라서 처음 먹혔던 방식을 오래도록 지속한다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 되었다"고 말한다. 즉 일단 형식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무언가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게 대중들이라는 것이다. 시즌1을 정리하고 시즌2가 시작되기 전 일정 기간의 준비기간을 갖고 있는 '나는 가수다'의 시즌2는 그래서 시즌1과는 사뭇 달라질 거라는 의견이 많다. 사실 어찌 보면 작년 '나는 가수다'가 만들어낸 대중문화계 전반에 끼친 충격파는 기존 오디션 형식의 뒤집은 데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일반인들이 참가하는 것을 톱 클래스 가수들이 참가하고, 거꾸로 청중평가단이 탈락자를 선정하는 방식이 그렇다. 하지만 이 혁명적인 진화는 1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면서 이제 새로운 진화를 요구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 진화는 어디까지가 가능한 것일까. 아니 계속적인 진화가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엠넷의 신형관 국장은 "할 수 있는 것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그에 의하면 "오디션 프로그램이란 결국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큰 틀에 있는 한 가지"라는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이 당대의 방송 트렌드와 맞물려 계속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이 진화는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현재의 오디션 형식은 다큐적인 리얼리티 형식과 무대 형식이 맞물린 형태지만 이것은 또 대중들의 기호와 맞물려 새로운 형식 실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신 국장은 "이제 모든 유사 프로그램을 오디션이라는 하나의 틀로 묶기가 애매해진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가 '보이스 코리아'를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 '슈퍼 보컬 서바이벌'이라는 구체적인 명칭으로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확실히 지금 오디션 형식은 예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 트렌드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건, 끊임없는 진화의 덕택이다. 그것이 없는 한, 오디션 형식은 쉽게 소비되고 식상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오디션의 진화는 또 새로운 다른 형식과 맞물려 전혀 다른 이종 예능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높다. 모든 생태계가 그러하듯이.
(이 글은 시사저널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경연보다 공연, 긍정의 오디션이 뜬다

'K팝스타'(사진출처:SBS)

아이들이 어쩌면 저렇게 잘 할까. 무대에만 오르면 눈빛이 달라지는 이하이, 6단 고음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박지민, 노래는 잘 못하지만 아티스트적인 창의력이 놀라운 이승훈, 흑인 감성 가득한 목소리로 고음과 저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미쉘, 절실함으로 심사위원은 물론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이정미... 'K팝스타'의 톱10에 들어온 아이들은 그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실력자들이다. 그 놀라운 기량 때문일 게다. 그들이 무대에 오르면 잠시 이 무대가 경연이었다는 것을 잊게 될 만큼 그 노래와 춤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물론 'K팝스타'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경연의 긴장감이 없을 수는 없다. 실제로 박지민은 너무 긴장해서 실력을 제대로 보일 수 없었고, 이미쉘은 목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최종 10인에 들기 위한 재대결을 벌이기도 했으며, 박제형은 그저 자신을 놓아버림으로써 오히려 훨씬 좋은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K팝스타'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경연 그 자체가 아니다. 이것이 경연이라는 것을 잊게 해주는 참가자들의 놀라운 무대와 그 무대를 보며 웃고 우는 심사위원들의 리액션이 진짜 매력이다. 'K팝스타'가 '긍정의 오디션'이라고 불리는 건 그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우리가 집중한 것은 누가 붙고 누가 떨어지느냐는 그 '서바이벌 드라마'였다. 바로 이 경연이 갖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참가자들의 노래 실력이 조금 떨어지고 여전히 아마추어라고 해도(어쩌면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더더욱 동일시하게 됐는지도) 대중들을 더 몰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서바이벌 드라마'라는 초기 오디션 프로그램의 매력은 이제 어느덧 식상해져버렸다. 심사위원의 독설과 칭찬은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하지만 좀 더 정교해지지 않으면 오히려 대중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워졌다. 대중들도 이제는 저마다 노래를 평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아마추어들이 나와서 벌이는 경연' 따위를 보는 것에 대중들은 만족해하지 않는다. 알려지진 않았지만 어찌 보면 프로 같은 참가자들이 경연의 한계를 뛰어넘어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는 것. 지금 대중들이 오디션에 기대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K팝스타'나 '보이스 코리아' 같은 오디션이 참신하고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지는 반면, '위대한 탄생2'가 어딘지 식상하고 너무 아마추어적으로 여겨지는 건 그 때문이다. '위대한 탄생2'는 여전히 과거의 오디션(형식에서부터 참가자들까지 아마추어의 경연에 초점이 맞춰진)에 머물러 있어 현재의 달라진 대중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서바이벌로서의 경연의 드라마와 최고의 무대로서의 공연 그 자체의 감동. 이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양면이다. '나는 가수다'가 초반에 대중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경연의 긴장감 위에서도 그 자체로 몰입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가 공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 떨어진다는 경연의 부담감조차 결국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최고의 무대를 위한 장치라는 인식을 대중들에게 공감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시즌1의 후반부로 가면서 무대의 감동이 사라져버리자 모든 것이 흐트러져버렸다. 결국 경연이 갖는 불쾌감만 남게 된 것이다. '나는 가수다' 시즌2 성패의 관건은 그래서 경연의 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최고의 무대와 그 무대를 만들어줄 가수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서바이벌은 실로 대중들을 자극하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그대로 현실의 경쟁이야기를 프로그램 속으로 가져오게 해준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서바이벌은 불쾌한 자극이다. 따라서 이 서바이벌의 불쾌함을 유쾌함으로 채워줄 수 있는 긍정의 요소가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감동을 줄 수 있는 최고의 무대다. 이것이 경연을 넘어 매번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는 'K팝스타'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이유이고, 자꾸만 경연으로만 매몰되는 '위대한 탄생2'에 대중들이 식상해하는 이유다.


'위탄2', K팝은 과연 아이돌 음악일까

'위대한탄생2'(사진출처:MBC)

'위대한 탄생2'의 세 번째 생방송 미션은 'K팝'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K팝'이라고 미션을 지칭해놓고 보면 이것이 특정 분야로 분류되는 인상을 준다. 물론 'K팝'은 일본의 'J팝', 중국의 'C팝'처럼 각 나라의 대중음악을 분류하는 지칭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내의 오디션에서 미션으로 'K팝'이 지목되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K팝'이란 한국의 대중음악을 통칭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혹 'K팝'은 한국의 아이돌 음악으로 한정되는 개념이었나.

현실적으로는 그렇다. 'K팝'은 SM, YG, JYP 같은 국내 대형 기획사들이 발굴해낸 일련의 아이돌 스타들로부터 그 세계적인 인지도가 생긴 게 사실이다. 따라서 SM의 보아나 동방신기, YG의 빅뱅이나 2NE1, JYP의 원더걸스나 2PM 같은 아이돌 그룹의 음악과 K팝을 동일선상에서 인식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그들의 노력이 K팝이라는 국가적 인지도를 높인 한류의 새로운 길을 연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이 열어놓은 'K팝'이라는 국가적인 브랜드를 아이돌 그룹 음악으로 한정지을 때는 그만한 한계가 생겨난다. 즉 그것은 결국 몇몇 대형기획사들의 상품적인 브랜드로 굳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아닌 음악들은 'K팝'으로부터 소외될 수 있다.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생겨난 아이돌 이외의 대중음악들에 대한 대중적인 호응은 자칫 내수용의 찻잔 속의 폭풍에 머물게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현재의 K팝이 실제로 한국의 아이돌 음악이라고 해도,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대중음악은 K팝이고 그 K팝은 한국의 기획사들에 의해 배출된 아이돌 음악이라고 인식시키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대형 기획사들에 의해 화려하게 돋보이는 면이 있기 때문에 K팝 하면 아이돌 그룹들을 떠올리게 되지만, K팝을 알게 된 외국인들이 차츰 한국의 다른 음악들, 예를 들면 인디음악 같은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돌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또한 '나는 가수다'나 '불후의 명곡2' 같은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을 통해 외국인들의 아이돌 음악 이외의 한국 음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물론 'K팝스타'처럼 아예 대형 기획사 3사가 참여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인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즉 그것은 애초부터 대형 기획사들이 어떻게 오디션을 하고 아이돌을 발굴해내는가 하는 점이 하나의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 참가한 지원자들은 아이돌만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거꾸로 K팝의 하나인 아이돌 음악에 대해 대중들(외국인들도 포함해)이 갖는 편견들(주로 외모가 아닌 가창력과 춤 실력에 대한)을 깨준다는 데서 오히려 의미가 있다.

하지만 '위대한 탄생2'처럼 오디션의 미션을 제시하면서 막연하게 아이돌 음악을 K팝으로 한정짓는 것은 경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했을 때 우리는 자칫 김건모나 이소라, 신승훈, 임재범 같은 레전드급 가수들이나 국카스텐, 10cm 같은 인디가수들의 음악을 K팝의 하나로 끼워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물론 이것은 그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정한 하나의 실수일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무의식에 살짝 각인된 그 무엇이 의식한 것보다 더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에게 K팝은 도대체 무엇일까.


미친 가창력, 돌아버리겠네 정말!

'보이스 코리아'(사진출처:엠넷)

노래가 고조되면 될수록 코치들의 손은 점점 버튼으로 다가간다. 마치 자석에라도 이끌리듯 버튼 근처를 서성이는 손은 당장이라도 버튼을 누를 것처럼 안절부절 못한다. 노래는 점점 더 고조되고 그럴수록 코치들의 얼굴은 경탄과 갈등과 곤혹스러움 사이를 오간다. 그리고 결국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버튼을 누르면 의자가 빙그르르 돌아가고 갈등했던 코치의 얼굴에도 화색이 돈다. 그걸 본 참가자 역시 한층 신이 나 감동적인 무대를 이어간다.

이것은 '보이스 코리아'라는 블라인드 오디션을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 구성을 잘 보면 알겠지만 이건 일종의 대결 구도다. 참가자가 노래만으로 코치의 마음을 돌려야 하는 대결. 코치들은 넘어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마치 그리스 신화 사이렌의 유혹적인 목소리를 들은 선원들처럼 그들은 결국 이끌리듯 버튼을 누르게 된다. 누가 봐도 톱가수들이자 아티스트인 권위자들이 보여주는 이 일종의 굴복(?)은 대중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권위자들을 '돌아버리게 만드는(?)' 미친 가창력이라니. 도대체 저들은 누구인가.

첫 회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배근석은 이 프로그램의 파괴력을 가장 잘 보여준 참가자다. 얼굴 노출이 되지 않은 채 이어지는 인터뷰에서부터 그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여겨지더니, 무대에 오르자 거의 여성에 가까운 미성과 매력적인 바이브레이션으로 코치들을 한 명 한 명 돌아 버리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일련의 과정이 반전에 반전이었다. 서인영의 '신데렐라'를 선곡했기에 그 중성적인 목소리의 배근석은 코치들에게는 여성으로 인식되었던 것. 코치들은 먼저 그 중성적인 보이스의 매력에 놀랐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남성이라는 것에 또 놀랐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을 코치들은 보지 못했지만 관객과 시청자들은 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코치들보다 우위에 선 입장이다. 즉 '보이스 코리아'라는 오디션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권위에 있기 마련인 '심사위원'을 가장 낮은 위치에 놓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관객과 시청자는 참가자를 바라보면서 심정적으로 하나의 팀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니 그 참가자의 놀라운 가창력에 코치가 안절부절하고 결국 버튼을 누르는 굴복의 장면에 시청자들 또한 승리감(?)을 맛보게 된다.

'보이스 코리아'가 가진 블라인드 오디션이란 매력적인 특징은 바로 이 '권력의 역전'에서 나오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건 실제로 지금껏 보지 못한 놀라운 가창력의 소유자들이 이 무대에 서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거장인 퀸시 존스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던 정승원이나,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멤버가 될 뻔했고 요아리라는 이름으로 가수 활동을 하기도 했던 강미진, 허각의 쌍둥이 형인 허공 같은 첫 무대에서부터 기대 이상의 기량을 보여주는 참가자들이 이 오디션에는 넘쳐난다. 특히 보컬 트레이너들이 대거 참여한 점도 오디션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찌 보면 아마추어라고 하기에는 이미 너무 알려졌거나, 혹은 노래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참가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블라인드 오디션이라는 이 프로그램만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만으로 승부한다'는 점은 모든 선입견을 지우고 원점에서 시작하게 한다는 점에서 심지어 프로가 이 무대에 선다고 해도 그것을 용인하게 만든다. 어쩌면 기성 가수라면 그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는(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무대이기 때문이다.

코치를 '돌아버리게 만드는' 이 오디션은 그래서 이제는 식상해진 오디션에 돌아서려 하던 시청자들의 마음도 돌려 세우고 있다. 그래서 금요일 밤이면 우리는 그간 잘 돌리지 않았던 케이블로의 채널을 돌린다. 돌지 않고는 참가자들의 면면을 볼 수 없어 안달하는 코치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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