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마을 차차차’, 캐스팅과 로케이션만으로도 힐링되는 휴먼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홍반장’이 돌아왔다. 우리에게는 안타깝게도 너무 이른 나이에 떠나버린 고 김주혁으로 기억되는 영화 <홍반장>이 tvN 토일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로 돌아왔다. 그런데 김주혁이 했던 홍두식 반장 역할을 이 드라마에서는 김선호가 맡게 됐다. 과거 KBS <1박2일>의 맏형으로 ‘구탱이형’이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매주 따뜻한 모습을 보여줬던 김주혁의 역할을, 현재 <1박2일> 멤버로서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김선호가 맡아서인지 이것이 그저 우연으로만 여겨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1박2일> 어딘가에서 봤을 법한 바닷마을 공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 않은가. 

 

<갯마을 차차차>는 이처럼 캐스팅과 로케이션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면이 있다. 제목에 담긴 것처럼 저 멀리 펼쳐지는 파란 바다와 파란 하늘 그리고 둥둥 떠 있는 구름을 계속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코로나19 때문에 어딘가로 떠났던 기억이 가물가물한 분들이라면 그 풍경이 선사하는 편안함에 먼저 마음을 빼앗긴다. 그 공간을 배경으로 역시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신민아와 김선호가 캐스팅되어 서 있다. 또 첫 회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이상이도 곧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이러니 로케이션과 캐스팅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렐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갯마을 차차차>가 시청자들을 힐링시키게 만드는 캐스팅, 로케이션은 끝이 아니라 이 이야기의 시작점일 뿐이다. 진짜 힐링은 드라마 속 인물 캐릭터와 이들이 그려나갈 휴먼드라마의 따뜻한 서사로부터 나올 예정이다. 고깃배를 타고 보무도 당당하게 돌아오는 첫 등장에 어부인가 싶었는데, ‘홍반장’으로 불리며 마을에서 안하는 일이 없는 인물. 갑자기 통신선이 끊겨버리자 동네 어르신들을 일일이 찾아가 걱정하지 않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찜질방 아르바이트, 경매사에 부동산중개까지 어디든 나타나는 인물이 바로 홍두식(김선호)이다. 

 

도시에서라면 이런 인물을 ‘오지라퍼’라 불렀겠지만, 이 작은 갯마을에서 그는 홍반장이라 불린다. 그만큼 마을 일에 적극적이고, 누군가 곤경에 처하거나 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의 사람됨은 공진의 정신적 지주인 김감리(김영옥) 할머니를 대하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다리를 다쳤다는 소리에 한 달음에 달려와 걱정해주는 그는, 혼자 TV보기 싫다며 마을회관에 가고 싶다는 할머니를 업고 데려다준다. 

 

홍반장은 한 마디로 이 공진이라는 갯마을을 그대로 닮아있는 인물이다. 마을의 많은 이들에 늘 그가 등장하지만 딱 봐도 무언가 하나의 직업을 갖고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때론 바다 위 서핑보드에 누워 있고, 그 때 그 때 일이 생기면 일을 하는 전형적인 알바생이다. 그런데 그 삶이 별 걱정도 없어 보이고 마을 사람들은 그를 해결사처럼 바라본다. 흘러가는 대로 벌어지는 대로 살아가는 인물. 그 갯마을의 자연을 닮은 이가 바로 홍반장이다. 

 

도시에서 사고를 치고(?) 어쩌다 이 공진으로 들어와 치과를 개원하게 되는 치과의사 윤혜진(신민아)은 홍반장과는 정반대다. 그는 할 말은 똑부러지게 하는 사람이고 또 길거리에서 이빨이 부러진 아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심성을 갖고 하지만, 도시인들이 가진 성공, 경쟁 같은 삶에 익숙해져 있다. 누가 어떻게 볼까 신경 쓰고, 무시하거나 오해한다 싶으면 애써 치과 전문의 명함을 꺼내 내민다. 

 

그렇지만 그 명함을 받아 든 홍두식은 그 직함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는 그런 명함으로 내세워지는 직함보다는 진짜 사람들과 일하며 갖게 되는 신뢰가 더 중요한 사람처럼 보인다. 도시에서는 그저 오지라퍼이고 사실상 백수 아르바이트생으로 불릴 수 있는 그가 이 곳 갯마을에서는 ‘홍반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는 도시에서 성공과 경쟁의 지표처럼 꺼내지는 명함과는 상반되는 ‘진짜 일(수입만이 아닌 진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표징한다. 교환가치가 아닌 사용가치로서의 일이랄까. 

 

그래서 드라마는 윤혜진이라는 도시인에 시청자들을 빙의시켜 놓은 후, 그를 저 공진이라는 갯마을에 보내 홍반장에게 ‘홍며들게’ 만드는 과정을 담을 예정이다. 그것은 또한 홍반장이 그대로 닮아버린 갯마을의 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삶에 빠져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윤혜진은 어떻게 홍두식에게 점점 빠져들게 될까. 또 그는 이 도시의 삶과는 다른 갯마을의 삶에 동화되어갈까. <갯마을 차차차>의 기대감은 인물과 공간을 은유적으로 세워놓은 것만으로도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사진:tvN)

국가대표 출연, '유퀴즈'가 유독 달리 보였던 건

유 퀴즈 온 더 블럭

올림픽 같은 국가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끝나고 나면 여지없이 예능가는 바빠진다.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스타들을 어떻게든 게스트로 섭외하기 위해서다. 이번 도쿄올림픽 이후의 예능가도 마찬가지다. 금메달을 네 개나 획득한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모두가 섭외 1순위가 됐고, 드라마틱한 경기로 화제가 됐던 펜싱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이나, 여자배구 선수들, 그리고 기계체조 도마의 신재환, 여서정 같은 선수들도 섭외 경쟁이 뜨거웠다. 

 

그래서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선수들을 볼 수 있었고 그래서 반가웠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남다르다. 물론 이미 타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했던 이야기가 반복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도마의 여서정 선수가 어려서 운동이 힘들어 그만두고 싶었지만 아버지 여홍철에게만은 그 말을 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던 에피소드는 타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됐던 내용이었고, 남자 양궁의 김제덕이 ‘파이팅’을 그토록 크게 외쳤던 것이 일종의 전략이었다는 이야기도 이미 타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같은 인물이 나와도 담지 못한 새로운 면들을 찾아낸다. 여서정 선수에 대한 관심은 아버지 여홍철과의 사연 때문에 여러 프로그램에서 주목됐지만, 신재환 선수의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발견됐다. 유재석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설레는 모습을 참지 못하는 신재환 선수는 순박한 소년미를 드러냄으로써 유재석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단지 그런 웃음만이 아닌 운동선수로서 겪었던 힘겨웠던 상황들에 대한 조명도 잊지 않았다. 여서정 선수는 “잘 해도 아버지 여홍철 덕”이라며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주변의 시선으로 힘겨웠고, 특히 이런 시선 때문에 선수촌 코치로 있던 엄마가 그 일을 그만두었다는 아픈 이야기도 꺼내 놨다. 신재환 선수는 코로나 19 때문에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메달을 딴 후 “빚부터 갚자”는 메시지를 가족들에게 보낸 사연을 들려줬다. 

 

메달을 따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들이지만, 그 과정까지의 어려움도 조명했다. 체조 선수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을 거론하며 “기술을 너무 구사하다 보면” 몸의 위치를 까먹는 상태가 생기기도 해도 부상 위험이 따른다며 그 심적 부담감이 슬럼프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또 신재환에게 어쩌면 경쟁자일 수 있는 선배 양학선이 선선히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줬다는 대목에서는 스포츠 선수들의 경쟁을 넘어선 그 종목에 대한 애착마저 느껴졌다. 

 

남자 양궁 3인방의 출연에서도 “파이팅” 궁사로 떠오른 김제덕 선수가 할머니에게 금메달을 걸어주겠다고 했던 그 약속을 이행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담겨졌고, 특히 맏형으로서 오진혁 선수가 한 때 어깨 부상으로 은퇴를 권고 받았지만 끝내 화를 쏘는 스타일까지 바꿔 현재의 결과까지 이끌어낸 사연이 전해졌다. 

 

이 프로그램의 메달과 상관없이 열심히 뛴 선수들에 대한 상찬과 조명은, 지난주 재일교포로 귀화 권위까지 받았지만 끝내 태극마크를 달고 도쿄에서 동메달을 따낸 안창림 선수의 사연이나, 전패를 했지만 98년 만에 첫 올림픽 출전으로 그 누구보다 사력을 다해 경기를 했던 럭비 대표팀 안드레 진, 정연식 선수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순위가 아닌 최선을 보여준 이들에 대한 상찬이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는 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그간 해온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유명한 스타들이 등장하지만, 동시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명 받아 마땅한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곳. 그것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기 때문이다. 

 

결국 올림픽을 빛낸 국가대표 선수들이 많은 프로그램에 등장하지만, 그 가치를 더하게 해주는 건 그 프로그램이 그간 해왔던 정체성과 이 섭외가 일관되는 지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이 그간 걸어온 낮지만 깊은 시선이야말로 묵묵히 최선의 노력을 다해 저마다의 성과를 낸 국가대표 선수들의 출연을 더욱 진정성 있게 볼 수 있는 이유라는 것이다. 뜬금없이 밥상에 숟가락을 얻는 것이 아니고.

 

국가대표 특집에 배우 황정민이 ‘국가대표 배우’라는 기치로 출연한 부분 또한 그다지 이물감없게 느껴지는 건, 이 프로그램이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일관되어 다른 업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도 통하는 면들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연기는 원래 괴로운 것이라며 “남의 인생을 사는 데 그렇게 쉽게 살 수 있겠어요?”라고 말하고, 한때 유명한 ‘밥상 수상소감’으로 선배 연기자들에게 욕을 먹기도 했지만 자신을 ‘나부랭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배우라 주목받지만 현장에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이들의 노력이 있다는 걸 드러내는 배우. 

 

이런 모습은 여기 출연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신의 성과 뒤에 존재하는 누군가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여서정 선수가 언급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그렇고, 신재환 선수의 양학선 선수에 대한 감사함이 그렇다. 자신의 성취를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으로 돌리고 형들 덕분에 잘 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김제덕 선수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이제 유명한 스타들조차 자발적으로 나오고픈 ‘국가대표 예능’으로 성장했지만 자신들의 성취를 그 많은 위대한 삶이 차려 놓은 밥상 덕분이라 치부하는 프로그램의 겸손한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올림픽이 끝난 후 그 많은 국가대표를 초대한 프로그램들 중에서도 특히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눈에 띄고 특별하게 다가온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숟가락이 아니라 기꺼이 밥상이 되어 온 그 과정이 있기에.(사진:tvN)

JTBC <슈퍼밴드2>의 슬기로운 선택, 새로운 무대의 승부

JTBC <슈퍼밴드2>는 시즌1에서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의 색다른 결을 보여준 바 있다. 그것은 아티스트라는 어찌 보면 오디션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군들을 한 자리에 모아 마음껏 음악적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것이다. 

슈퍼밴드2

이런 보물들은 도대체 왜 가려졌던 걸까

8,90년대 헤비메탈을 조금 들었던 시청자들이었다면 아마도 당시 기타 속주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잉베위 말름스틴이나, 우리에게는 미스터 빅의 기타리스트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엄청난 테크니션 기타리스트인 폴 길버트를 떠올렸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JTBC <슈퍼밴드2>의 첫 무대에서 실제로 폴 길버트가 속한 헤비메탈 그룹 Racer-X의 ‘Scarified’를 연주한 이는 이제 겨우 12살 초등학생 이다온군이었다. 5년 정도 기타를 쳤다는 이 소년의, 입이 떡 벌어지는 속주 실력도 놀랍지만, 태어나기도 한참 전인 80년대 헤비메탈을 그 감성까지 제대로 담아낸 연주는 그 곡을 젊어서 들었던 윤상이나 윤종신 같은 프로듀서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다온군의 이런 무대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이런 숨은 아티스트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시즌1에 19세 천재 기타리스트로 불렸던 김영소, 이강호, 임형빈이 있었다면, 시즌2에는 그 형들을 모두 잘 알고 있다는 17세 기타리스트 김진산이 있다. 이른바 ‘타격기 주법’으로 기타에 퍼커션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연주를 하는 이 어린 기타리스트는 테크닉만이 아니라 밴드 속에 어우러지며 절제하는 법까지 보여준다. 끈적한 블루스의 맛을 연주와 노래에 담는 기탁이나 펑키한 기타를 들려주는 제이유나, 마치 오케스트라를 기타 하나로 연주해내는 듯한 클래식 기타 천재 장하은도 있다. 독보적인 음색에 미친 고음이 돋보이는 보컬 김예지나, 요즘 보기 드문 메탈밴드의 시원시원한 맛을 폭발적인 무대로 선사하는 크랙샷, 쿨 재즈 감성에 트렌디한 K팝 곡을 만들고 들려주는 다비, 쳇 베이커를 꿈꾸며 트럼펫 연주와 묵직한 보컬을 들려주는 임윤성, 실험적인 거문고 연주로 국악과 밴드 음악의 교집합을 충격적인 무대로 보여주는 박다울... 도대체 이런 놀라운 기량을 가진 보물 같은 아티스트들이 어디 있다 이제야 나온 것인지가 의아해진다. 

 

이들이 하는 음악과 그 음악을 해온 과정들을 들여다보면 어째서 이런 천재들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는가 하는 이유가 의외로 간단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 무대가 없었던 거다. K팝이 글로벌한 팬덤을 넓혀가고 있지만, 아이돌 음악이 아닌 타 장르의 음악들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오히려 가려지고 있었던 것. 특히 밴드 음악은 더더욱 그랬다. 그러니 <슈퍼밴드2> 같은 무대가 열리자 숨은 고수들이 모여 들었던 것일 게다. 물론 이들 중에는 유튜브 같은 공간에서 이미 유명한 아티스트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을 좀 더 대중적인 무대로 이끌어낸 건 <슈퍼밴드>라는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의미와 가치다. 전면에서 부각된 아이돌들 뒤에서 연주하며 누가 주목해보지 않아도 자기만의 영역 안에서 실력을 갈고 닦던 아티스트들이 드디어 무대 위에서 그 기량을 드러낼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니.

 

새로운 무대에 집중하니 생겨난 시너지

<슈퍼밴드2>도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매 미션마다 탈락자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상하게도 합격과 탈락에 대한 집착이 그리 크지 않다. 그것은 물론 프로그램이 탈락자들의 무대를 굳이 다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탈락자가 탈락을 하면서도 내놓은 소감이 “좋은 경험이었다”는 식의 긍정적인 면들을 부각시키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밴드 오디션이라는 특징 그 자체가 만들어내는, ‘경쟁보다는 하모니’에 더 집중된 분위기 때문이다. 밴드는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함께’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자 기량을 가진 이들이라고 해도 매번 만들어지는 조합 속에서 끈끈한 음악적 유대감을 갖게 된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슈퍼밴드2>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즉 만일 제아무리 밴드 오디션이라고 해도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과 최종 우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런 훈훈함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슈퍼밴드2>의 방향성은 최종 우승자가 아니라 매번 밴드로 뭉쳐 선보이는 무대 자체에 맞춰져 있다. 팀원들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같은 곡이라도 해석이 달라지고, 어떤 경우에는 원곡보다 훨씬 뛰어난 편곡이 등장한다. 레전드 무대들이 매회 쏟아지면서도, 지나친 오디션의 볼썽사나운 경쟁이 생겨나지 않는 이유다. 

 

이런 착한 오디션의 특징은 JTBC가 그간 <팬텀싱어>, <싱어게인> 등을 통해 일관되게 추구되었던 방식이다. <팬팀싱어>가 처음 4중창단을 목표로 세우면서 그 착한 오디션의 방향성을 그려냈다면, 그 후 <슈퍼밴드>는 이것을 밴드 버전으로 풀어냈다. <싱어게인>은 물론 이들 오디션들과 달리 개인이 홀로 무대에 서서 경쟁하는 오디션이었지만, ‘다시 부른다’는 그 색다른 콘셉트가 어떤 공감대를 만들면서 서로의 무대를 응원하는 착한 오디션이 가능해졌다. 

 

여기서 중요한 건 착한 오디션의 ‘함께 한다’는 그 동료 의식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시너지다. 과거 Mnet <보이스 코리아>를 통해 ‘노래하는 악마’ 같은 이미지로만 소비됐던 김예지가 <슈퍼밴드2>를 통해 ‘글로벌 보컬’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낸 건 밴드와의 시너지 덕분이었다. 따뜻한 감성의 음악적 색깔을 가진 대니 구 같은 인물과 함께 그가 부른 Will Jay의 ‘House I used to call home’은 그래서 김예지의 강렬함만이 아닌 독보적이고 영험하기까지 한 목소리를 깨워냈다. 헤이즈의 노래를 대부분 작곡한 다비의 경우 자신의 자작곡인 ‘청개구리’를 기타리스트 장하은과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 그리고 첼리스트 김솔다니엘의 연주를 더해 훨씬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다. 

 

여성 아티스트들의 활약까지 더해지니

특히 이번 <슈퍼밴드2>가 이전 시즌보다 진일보했다 여겨지는 건, 여성 아티스트들의 참여 덕분이다. 사실 시즌1이 그토록 호평 받으면서도 단 한 가지 오점으로 남았던 건 굳이 밴드 오디션에서 남성 출연자들만으로 무대 위에 세워뒀다는 점이었다. 시즌2는 이런 비판을 수용해 그간 설 무대를 찾기가 더더욱 어려웠던 여성 아티스트들을 대거 등장시켰다. 클래식 기타여제 장하은, 남미의 리듬을 고스란히 체화한 듯한 드러머 은아경, 80년대 록을 다시 재현해내는 듯한 폭발적인 일렉 기타 연주를 들려주는 정나영, 연주만이 아닌 퍼포먼스가 아름다운 드러머 유빈, 마치 아델 같은 소울풀한 중음의 매력을 들려주는 문수진, 앨라니스 모리세트처럼 강력한 록 보컬의 색깔을 가진 린지 등등. 여성 아티스트들은 <슈퍼밴드2>의 밴드 무대들을 훨씬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물론 <슈퍼밴드>는 3%대(닐슨 코리아) 시청률에 머물고 있어 대단히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건 워낙 아이돌 음악 중심으로 가요가 소개되고 있어 그 기반일 수 있는 밴드 음악이 대중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슈퍼밴드>는 더더욱 이들이 설 무대를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닐까. 글로벌한 K팝 아이돌들이 나오고 있는 현재, 아티스트들로 무장한 ‘K슈퍼밴드’는 왜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으로 시작한 이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치는 바로 그 무대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니 말이다. (글:매일신문, 사진:JTBC)

JTBC <슈퍼밴드2>의 슬기로운 선택, 새로운 무대의 승부

JTBC <슈퍼밴드2>는 시즌1에서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의 색다른 결을 보여준 바 있다. 그것은 아티스트라는 어찌 보면 오디션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군들을 한 자리에 모아 마음껏 음악적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것이다. 

슈퍼밴드2

이런 보물들은 도대체 왜 가려졌던 걸까

8,90년대 헤비메탈을 조금 들었던 시청자들이었다면 아마도 당시 기타 속주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잉베위 말름스틴이나, 우리에게는 미스터 빅의 기타리스트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엄청난 테크니션 기타리스트인 폴 길버트를 떠올렸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JTBC <슈퍼밴드2>의 첫 무대에서 실제로 폴 길버트가 속한 헤비메탈 그룹 Racer-X의 ‘Scarified’를 연주한 이는 이제 겨우 12살 초등학생 이다온군이었다. 5년 정도 기타를 쳤다는 이 소년의, 입이 떡 벌어지는 속주 실력도 놀랍지만, 태어나기도 한참 전인 80년대 헤비메탈을 그 감성까지 제대로 담아낸 연주는 그 곡을 젊어서 들었던 윤상이나 윤종신 같은 프로듀서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다온군의 이런 무대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이런 숨은 아티스트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시즌1에 19세 천재 기타리스트로 불렸던 김영소, 이강호, 임형빈이 있었다면, 시즌2에는 그 형들을 모두 잘 알고 있다는 17세 기타리스트 김진산이 있다. 이른바 ‘타격기 주법’으로 기타에 퍼커션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연주를 하는 이 어린 기타리스트는 테크닉만이 아니라 밴드 속에 어우러지며 절제하는 법까지 보여준다. 끈적한 블루스의 맛을 연주와 노래에 담는 기탁이나 펑키한 기타를 들려주는 제이유나, 마치 오케스트라를 기타 하나로 연주해내는 듯한 클래식 기타 천재 장하은도 있다. 독보적인 음색에 미친 고음이 돋보이는 보컬 김예지나, 요즘 보기 드문 메탈밴드의 시원시원한 맛을 폭발적인 무대로 선사하는 크랙샷, 쿨 재즈 감성에 트렌디한 K팝 곡을 만들고 들려주는 다비, 쳇 베이커를 꿈꾸며 트럼펫 연주와 묵직한 보컬을 들려주는 임윤성, 실험적인 거문고 연주로 국악과 밴드 음악의 교집합을 충격적인 무대로 보여주는 박다울... 도대체 이런 놀라운 기량을 가진 보물 같은 아티스트들이 어디 있다 이제야 나온 것인지가 의아해진다. 

 

이들이 하는 음악과 그 음악을 해온 과정들을 들여다보면 어째서 이런 천재들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는가 하는 이유가 의외로 간단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 무대가 없었던 거다. K팝이 글로벌한 팬덤을 넓혀가고 있지만, 아이돌 음악이 아닌 타 장르의 음악들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오히려 가려지고 있었던 것. 특히 밴드 음악은 더더욱 그랬다. 그러니 <슈퍼밴드2> 같은 무대가 열리자 숨은 고수들이 모여 들었던 것일 게다. 물론 이들 중에는 유튜브 같은 공간에서 이미 유명한 아티스트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을 좀 더 대중적인 무대로 이끌어낸 건 <슈퍼밴드>라는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의미와 가치다. 전면에서 부각된 아이돌들 뒤에서 연주하며 누가 주목해보지 않아도 자기만의 영역 안에서 실력을 갈고 닦던 아티스트들이 드디어 무대 위에서 그 기량을 드러낼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니.

 

새로운 무대에 집중하니 생겨난 시너지

<슈퍼밴드2>도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매 미션마다 탈락자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상하게도 합격과 탈락에 대한 집착이 그리 크지 않다. 그것은 물론 프로그램이 탈락자들의 무대를 굳이 다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탈락자가 탈락을 하면서도 내놓은 소감이 “좋은 경험이었다”는 식의 긍정적인 면들을 부각시키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밴드 오디션이라는 특징 그 자체가 만들어내는, ‘경쟁보다는 하모니’에 더 집중된 분위기 때문이다. 밴드는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함께’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자 기량을 가진 이들이라고 해도 매번 만들어지는 조합 속에서 끈끈한 음악적 유대감을 갖게 된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슈퍼밴드2>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즉 만일 제아무리 밴드 오디션이라고 해도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과 최종 우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런 훈훈함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슈퍼밴드2>의 방향성은 최종 우승자가 아니라 매번 밴드로 뭉쳐 선보이는 무대 자체에 맞춰져 있다. 팀원들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같은 곡이라도 해석이 달라지고, 어떤 경우에는 원곡보다 훨씬 뛰어난 편곡이 등장한다. 레전드 무대들이 매회 쏟아지면서도, 지나친 오디션의 볼썽사나운 경쟁이 생겨나지 않는 이유다. 

 

이런 착한 오디션의 특징은 JTBC가 그간 <팬텀싱어>, <싱어게인> 등을 통해 일관되게 추구되었던 방식이다. <팬팀싱어>가 처음 4중창단을 목표로 세우면서 그 착한 오디션의 방향성을 그려냈다면, 그 후 <슈퍼밴드>는 이것을 밴드 버전으로 풀어냈다. <싱어게인>은 물론 이들 오디션들과 달리 개인이 홀로 무대에 서서 경쟁하는 오디션이었지만, ‘다시 부른다’는 그 색다른 콘셉트가 어떤 공감대를 만들면서 서로의 무대를 응원하는 착한 오디션이 가능해졌다. 

 

여기서 중요한 건 착한 오디션의 ‘함께 한다’는 그 동료 의식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시너지다. 과거 Mnet <보이스 코리아>를 통해 ‘노래하는 악마’ 같은 이미지로만 소비됐던 김예지가 <슈퍼밴드2>를 통해 ‘글로벌 보컬’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낸 건 밴드와의 시너지 덕분이었다. 따뜻한 감성의 음악적 색깔을 가진 대니 구 같은 인물과 함께 그가 부른 Will Jay의 ‘House I used to call home’은 그래서 김예지의 강렬함만이 아닌 독보적이고 영험하기까지 한 목소리를 깨워냈다. 헤이즈의 노래를 대부분 작곡한 다비의 경우 자신의 자작곡인 ‘청개구리’를 기타리스트 장하은과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 그리고 첼리스트 김솔다니엘의 연주를 더해 훨씬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다. 

 

여성 아티스트들의 활약까지 더해지니

특히 이번 <슈퍼밴드2>가 이전 시즌보다 진일보했다 여겨지는 건, 여성 아티스트들의 참여 덕분이다. 사실 시즌1이 그토록 호평 받으면서도 단 한 가지 오점으로 남았던 건 굳이 밴드 오디션에서 남성 출연자들만으로 무대 위에 세워뒀다는 점이었다. 시즌2는 이런 비판을 수용해 그간 설 무대를 찾기가 더더욱 어려웠던 여성 아티스트들을 대거 등장시켰다. 클래식 기타여제 장하은, 남미의 리듬을 고스란히 체화한 듯한 드러머 은아경, 80년대 록을 다시 재현해내는 듯한 폭발적인 일렉 기타 연주를 들려주는 정나영, 연주만이 아닌 퍼포먼스가 아름다운 드러머 유빈, 마치 아델 같은 소울풀한 중음의 매력을 들려주는 문수진, 앨라니스 모리세트처럼 강력한 록 보컬의 색깔을 가진 린지 등등. 여성 아티스트들은 <슈퍼밴드2>의 밴드 무대들을 훨씬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물론 <슈퍼밴드>는 3%대(닐슨 코리아) 시청률에 머물고 있어 대단히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건 워낙 아이돌 음악 중심으로 가요가 소개되고 있어 그 기반일 수 있는 밴드 음악이 대중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슈퍼밴드>는 더더욱 이들이 설 무대를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닐까. 글로벌한 K팝 아이돌들이 나오고 있는 현재, 아티스트들로 무장한 ‘K슈퍼밴드’는 왜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으로 시작한 이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치는 바로 그 무대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니 말이다. (글:매일신문, 사진:JTBC)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