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
오디션과 아날로그, 그리고 10cm 열풍옛글들/명랑TV 2011. 2. 21. 09:10
오디션이 깨운 아날로그, 아날로그가 일으키는 인디씬 수수한 옷차림의 장재인이 '슈퍼스타K2' 오디션 현장에서 맨 바닥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를 때 우리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기획사 가수들의 화려한 옷차림에 눈멀고, 기계음으로 잔뜩 포장된 사운드에 귀 먼 우리들의 감각을 깨운 그것은? 꾸미지 않은 장재인의 스타일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가난해 보여도 모든 음악적 감성을 한껏 품고 있는 기타라는 악기가 가진 힘이었을까. 그 순간 우리가 느낀 건 디지털로 무장된 세상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온 아날로그의 힘이 아니었을까. 바야흐로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다. '슈퍼스타K2'의 성공 이후 이 형식은 이른바 '되는 포맷'으로 자리 잡았다. '슈퍼스타K2'의 따라 하기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
이순재의 관록, 원작을 이겨내다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11. 2. 19. 09:33
'그대를 사랑합니다', 원작만큼 좋은 이유 이미 강풀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본 관객이라면 아마도 첫 장면에서부터 어떤 깊은 울림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 김만석(이순재)이 할머니 송씨(윤소정)를 골목길 언덕빼기에서 작은 사고(?)로 처음 만나고, 거의 습관이 된 듯 죽어 들어가는 소리로 "괜찮다"고 말하는 송씨에게 다짜고짜 만석이 "큰 소리로 말해!"하고 소리칠 때부터 마음은 뭉클해진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그런 영화다. 원작이 있어 이미 스토리를 다 알고 있어도(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 그리고 이게 가능한 건, 거기 원작을 뛰어넘는 관록의 배우, 이순재가 있기 때문이다. 입만 열면 육두문자를 풀풀 쏟아내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늘 따뜻해 어려움에..
-
'마프', 왜 '시가'처럼 되지 못했을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2. 18. 08:01
'마프'의 공주 이야기, 현대인과 공감하고 있나 이 시대에 공주 이야기는 대중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전형적인 공주 캐릭터에 대한 판타지는 물론 여전하겠지만, 현대인들에게 왕자님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왕자님에 의해 구원받는 그런 공주는 어딘지 공감이 잘 생기지 않는다. 이유는 당연하다. 현대여성들은 그렇게 수동적인 존재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애니메이션을 봐도, '라푼젤'이나 '슈렉'의 피오나 공주처럼 이제 전통적인 공주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아예 제목에 공주를 달고 나온 '마이 프린세스'는 어떨까. 초반부까지만 해도 이 드라마가 그려낼 공주에 대한 기대감이 충분했다. 무엇보다 장차 공주가 될 이설(김태희)이란 캐릭터가 한없이 망가지고 무너지는 모습이 그랬다. 게다가 공주병까지 있는 공..
-
‘무한도전’은 왜 카프카식 우화처럼 읽힐까옛글들/명랑TV 2011. 2. 16. 07:42
‘무한도전’ 봉우리 우화가 환기시키는 것들 이것은 하나의 우화다. 높이 90미터의 스키점프대 꼭대기에 깃발이 하나 꽂혀 있고, ‘무한도전’ 멤버들 전원은 그 경사를 올라가야 된다. 지금껏 ‘무한도전’이 제시했던 미션들과 비교해보면 지극히 단순하다. 하지만 이 단순한 미션의 과정이 보여주는 장면들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왜? 그 과정이 자꾸만 다른 현실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한도전’의 이 단순한 미션과정을 보며 느낀 감동의 실체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오르는 길은 하나지만 그 길을 오르는 이들은 천차만별이다. 다리 부상으로 미션에 참가하지 못한 정형돈은 말 그대로 ‘성대투혼’의 응원을 벌여주고, 유재석은 그 특유의 체력과 순발력으로 제일 먼저 정상에 오른다. 하하와 노홍철이 가까스로 정상에 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