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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미’, 수술과 수사의 공조, 피해자 마음 다독이는 범죄스릴러 독특하다. KBS 수목드라마 ‘페이스 미’를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성형외과 의사가 등장하는 의학드라마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방향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 독특하다. 의학드라마가 주로 응급의학과나 외과 의사들을 주인공으로 다뤄온 건, 그들의 영역이 직접적인 생명과 직결되어 있고 그래서 수술을 하는 상황 또한 긴박감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 미를 추구하는 성형외과는 직접적인 생명과는 거리가 있어 좀체 소재로 잘 다뤄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페이스 미’의 성형외과 의사 차정우(이민기)는 어딘가 다르다. 그는 응급의학과와 성형외과를 모두 섭렵한 전문의다. 이런 인물을 세운 이유는 ‘페이스 미’가 다루는 성형외과 수술이 일반적인 것과는 거.. 더보기
버려졌어도 괜찮아, 세상의 모든 존재들을 위한 헌사 ‘Mr.플랑크톤’, 방황 대신 방랑을 택한 청춘들의 로드무비“이제부터는 네 인생에 그 어떠한 목적지도 두지 마. 목적지를 정해두고 달리다가 길을 잃잖아? 그럼 그건 방황이야. 지금 너처럼. 근데 아무런 목적지 없이 떠돌다가 길을 잃지? 그럼 그건 방황이 아니라 방랑이야, 방랑. 나처럼. 어때? 나랑 같이 방랑자 안 될래?” 넷플릭스 드라마 ‘Mr.플랑크톤’에서 해조(우도환)는 길을 잃었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재미(이유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준다.  방황이 아닌 방랑. 이건 로드부비 형식을 가진 이 작품이 하고 있는 긴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들은 길 바깥으로 뛰쳐나가고 그 곳을 떠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긴 하지만 또 다시 길을 떠난 후 그 길 위에서 마지막을 맞이한다. 그래서 바다와 .. 더보기
‘퉁소소리’, 나는 이 조선시대판 오딧세이가 ‘글래디에이터’보다 낫다 믿고 보는 고선웅 연출 돋보인 ‘퉁소소리’의 묵직한 희비극살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매일 새벽 아픈 어깨를 이끌고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내게 묻곤한다. 미력하나마 무언가 세상을 향해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 하다못해 작은 날갯짓이라고 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그 미세한 떨림이나마 전해져 죽지 않았다는 걸 드러낸다는 것. 그런 게 아닐까. 믿고 보는 고선웅이 각색하고 연출한 연극 ‘퉁소소리’는 바로 그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끝끝내 버텨낸 이들의 대서사시를 통해 유쾌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낸 희비극이다.  아마도 현재의 청년들은 수능시험에 지문으로 등장하곤 했던 ‘최척전’을 기억할 게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그리고 병자호란의 전쟁 통에 이별과 만남을 거듭하는 최척과 옥영 그리고 .. 더보기
새로운 돌파구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 문을 여는 거야.” 봉준호 ‘설국열차’꽁꽁 얼어붙은 지구.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무한궤도를 도는 설국열차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거기는 머리칸과 꼬리칸으로 나뉘는 계급체계가 존재한다. 꼬리칸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빈민가 같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지만, 머리칸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귀족처럼 호화롭게 살아간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이 계급화된 설국열차 안에서, 머리칸으로 가려는 꼬리칸 사람들과 이를 막으려는 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설국열차’는 양극화되고 계급화된 세계를 은유하면서 그 대결이 과연 해법인가를 질문한다. 반란을 주도한 꼬리칸의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전투를 치르며 앞칸으로 나아가 드디어 머리칸의 절대권력자 윌포드(애드 해.. 더보기
진선규는 없다, 진심만 보인다 ‘전,란’의 진지함과 ‘아마존 활명수’의 발랄함을 넘나드는 배우“저는 이번에 통역을 맡은 장 프리크손 빵게라입니다.” 영화 ‘아마존 활명수’에서 진선규 배우가 맡은 역할은 아마존에 있는 볼레도르라는 작은 나라에 양궁 감독으로 초빙받아 가게 된 진봉(류승룡)의 통역사다. 한국계 볼레드로인으로서 잘하진 않지만 한국어를 하는 이 인물은 그렇다고 볼레도르 언어 또한 능숙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진봉과, 그가 감독을 맡아 함께 하게 된 신이 내린 활솜씨의 아마존 전사 3인방 사이에서 엉뚱한 통역을 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그런데 이 이색적인 인물이 구사하는 볼레도르 언어가 예사롭지 않다. 그저 흉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진짜 볼레도르 언어란다. 물론 아쉽게도 영화에서는 볼레도르 언어보다 한국어로 연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