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에서 코미디까지 남궁민의 연기지

 

도대체 그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고 지독스럽던 그 악역의 얼굴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SBS <미녀 공심이>의 안단테를 연기하는 남궁민에게서 바로 이전 작품인 <리멤버-아들의 전쟁>의 남규만을 떠올리는 건 어렵다. 흔히들 꿀 떨어진다는 표현의 달달한 멜로 연기는 물론이고, 마치 개그 프로그램의 한 대목이라고 해도 될 만큼 자신을 망가뜨려 웃음을 주는 코미디 연기도 일품이다.

 

'미녀 공심이(사진출처:SBS)'

사실 어찌 보면 <미녀 공심이>라는 작품은 어색해질 수 있는 요소들을 상당 부분 많이 껴안고 있다. 마치 시트콤처럼 너무나 가볍게 나가다가도 안단테가 가진 유괴되어 타인에게 키워진 그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들어가면 드라마는 갑자기 무거워진다. 공심이(민아)와 둘이 만들어가는 알콩달콩한 멜로가 나오다가도 과거 자신을 그렇게 만든 이들이 누구인가를 파헤치는 장면으로 넘어가면 복수극의 비장함이 묻어난다. 한 마디로 <미녀 공심이>는 연기자로서는 감정 선이 널뛰듯 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초반부에는 동체시력을 가진 안단테의 액션 연기도 들어 있었다. 그는 남다른 시력으로 불량배들의 공격을 일시에 척척 물리치는 장면을 실감나게 보여줬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도 마치 우스꽝스런 중국영화의 한 대목을 보는 듯한 코믹함을 슬쩍 넣는 여유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조금은 과장된 코미디로서 이 작품의 기조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조금은 느슨할 수 있는 작품의 얼개를 납득시키게 만들 만한 연기들이었다.

 

남궁민의 상대 역할인 민아는 물론 현장의 칭찬이 자자할 정도로 본인 능력의 200%를 해내고 있지만, 역시 상대역인 남궁민의 리드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민아를 안단테를 사랑하는 공심이 역할에 몰입시키고 때로는 함께 코미디 콤비가 된 듯 웃음을 주는 상황을 완성하는 데도 남궁민의 천연덕스런 연기가 빛을 발한다. 이 정도면 <미녀 공심이>라는 작품의 의외로 강한 힘은 남궁민이라는 연기자에게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리멤버> 이전에 남궁민은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도 강렬한 악역 연기로 주목받았다. 사실 그 때만 해도 스릴러 장르는 드라마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갑질 하는 사회에 대한 대중적인 반감이 스릴러 장르를 통한 복수극에 강력한 힘을 실어 줬기 때문. 하지만 최근 들어 스릴러 장르보다 주목되는 드라마의 새로운 트렌드는 로맨틱 코미디다.

 

이제 현실을 깨치는 판타지보다는 조금은 사적일 수 있지만(그렇다고 드라마가 사회적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 행복을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리멤버>에서 <미녀 공심이>로 넘어오는 남궁민의 연기 변신 과정은 하나의 트렌드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이 배우가 가진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그는 이제 어떤 트렌드가 필요로 하는 연기도 척척 해내는 만능 연기자로서의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필자는 남궁민을 만난 자리에서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조금은 무거운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남다른 몰입이 연기자의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해서 던진 질문이었는데, 의외로 남궁민은 몰입만큼 중요한 게 시청자가 그걸 바라볼 때 어떻게 느낄까 하는 그 계산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즉 자신만 캐릭터에 빠져서 연기를 한다고 좋은 연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걸 보는 시청자들에게 캐릭터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연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

 

이 이야기는 남궁민이 그 극악한 갑질 재벌3세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던 것과 이제 서민들을 위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공심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따뜻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드는 것이 그가 가진 연기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걸 말해준다. 그리고 이것은 악역에 이어 로맨틱 코미디까지 향후 그가 열어갈 새로운 연기의 영역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도>, 박창훈 PD가 보여준 각자 삶의 소중함

 

만일 그럴 수 있다면 당신은 유재석처럼 살 것인가, 박명수처럼 살 것인가. 자타공인 1인자로 모두의 사랑을 받지만 그렇기 때문에 항상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을 절제하며 살아야하는 유재석의 삶. 반면 2인자지만 자기 하고픈 대로 마음껏 하며 살아가는 박명수의 삶. <무한도전>은 과거 바보전쟁특집에서 살짝 나왔던 이 화두를 일종의 실험 카메라를 통해 보여줬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너무나 다른 아침 출근 길. 유재석이 거의 인사로봇처럼 행인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사진을 같이 찍어도 되냐는 요청에 기꺼이 시간을 내주며 출근하는 반면, 박명수는 캐릭터 그대로 호통과 버럭을 반복하며 출근한다. 두 사람의 삶은 이토록 다르다. 그래서 유재석이 음식점에서 티슈를 세 개 쓰면 낭비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반면, 박명수는 뭘 해도 그러려니 한다.

 

사실 유재석처럼 살 것인가 박명수처럼 살 것인가 하는 주제는 너무 자화자찬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목적이 아니라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볼 수 있는 것으로서 보편성 또한 갖고 있기 때문에 이 특집을 준비했다는 걸 <무한도전>은 사전에 명확히 했다.

 

흥미로웠던 건 <능력자들>의 박창훈 PD를 일종의 박명수 아바타로 세워 MBC 예능 부국장인 권석 PD와 마주하게 한 장면이었다. 워낙 소심하고 선해 보이는 박창훈 PD는 박명수의 지시가 너무나 어색하고 어려웠지만 억지로 수행하려 노력했고, 그래서 권석 PD에게 반말을 하기도 하고 그가 건넨 사탕을 집어던지기도 하며 또 무릎 위에 앉기도 하는 등의 모습으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 웃음은 박창훈 PD와 박명수라는 캐릭터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다. 박명수는 독하게 선배 PD 앞에서 박창훈 PD를 몰아세웠고, PD 역시 그게 하나의 미션이기 때문에 수행을 하기는 했지만 그게 제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호통을 쳐도 호통 같이 느껴지지 않고, 반말을 던질 때도 어딘가 미안함과 죄송함이 가득한 박 PD의 얼굴에서 빵 터질 수밖에 없었던 것.

 

미션은 유재석 vs 박명수로 살아보기였지만 오히려 여기서 주목받은 건 그렇게 타인의 흉내를 미션으로 부여받아도 자신의 성정을 숨길 수 없는 박창훈 PD, 그런 짓궂은 미션에도 그걸 척척 잘 받아주는 권석 부국장이었다.

 

방송이 끝나고 박창훈 PD와 권석 부국장에 대한 칭찬이 쏟아져 나온 건 그래서다. 결국 아바타 미션으로 타인의 삶을 흉내 내는 걸 해봤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드러난 건 그 자신의 삶의 방식이었다. 조금 어눌하고 어색해 보이지만 사람 좋은 미소를 얼굴 만면에 드리우고 타인을 대하는 그 모습. 그리고 그런 일종의 짓궂을 수 있는 상황극 속에서 회사의 지위 고하를 넘어서 마치 동생처럼 부하직원을 잘 받아주는 모습이 그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무한도전>이 이번 유재석 vs 박명수로 살아보기미션을 통해 보여주려 했던 것일 게다. 타인의 삶이 항상 나아 보이고 좋아 보여도 결국은 각자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잘 살아가는 것이 가장 보기 좋다는 것. 박창훈 PD의 서글서글한 미소는 그걸 증명해주었다.

<디마프>, 고두심과 김혜자가 보여준 엄마의 진면목

 

완이(고현정)는 잠든 엄마 난희(고두심)의 얼굴을 찬찬히 내려다본다. 그 얼굴은 많이 늙었고 어찌 보면 낯선 느낌이었을 것이다. 눈 떴을 때의 그 짱짱함이나 꼬장꼬장함은 어디 갔는지 사라지고 마치 아기처럼 잠 들어 있는 엄마의 문득 낯설게 다가오는 그 얼굴. 완이는 괜스레 엄마의 얼굴에 바람을 살짝 불어본다. 바람결에 뒤척이는 엄마를 보며 마치 살아있는 걸 확인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아마도 가장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어왔지만 우리가 오래도록 보지 않았던 엄마의 얼굴이 주는 알 수 없는 짠한 느낌. 난희의 얼굴을 바라보는 완이의 마음이 그랬지 않았을까.

 

'디어 마이 프렌즈(사진출처:tvN)'

치매를 앓게 된 희자(김혜자)의 민낯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나이 들어도 늘 소녀 같던 그녀가 아니던가. 그런 그녀가 방금 있었던 일도 기억을 못해내고 화장실을 혼자 가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하지만 아픈 기억은 어째서 그리도 생생하게 잊히지 않을까. 젊은 시절 잃은 아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밤마다 성당을 잠옷 바람으로 찾아가 회개하는 그녀다. 희자의 잠든 얼굴을 아들 민호(이광수)는 아프게 내려다본다. 그 얼굴 또한 낯설음만큼의 아픔 같은 것이 아들을 통해 전해진다.

 

이 시선은 tvN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가 갖고 있는 어르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잘 보여준다. 지금껏 통상적으로 어떤 이미지로만 막연하게 그려져 온 어르신들의 얼굴. 하지만 이 드라마는 민호와 완이 같은 시선으로 그네들의 또 다른 얼굴들을 들여다본다. 겉으로 퉁퉁대고 때로는 꼰대처럼 굴었던 어르신들이지만, 그 이면에 숨겨왔던 아픔이나 고통 같은 것들이 거기서는 읽혀진다.

 

자식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오는 얼굴이지만, 친구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얼굴이다. 아내인 정아(나문희)살 섞고 산 세월이 얼만데라며 아는 척하는 꼰대 어르신 석균(신구)은 이제와 아내를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아직도 그 진짜 얼굴을 잘 모른다. 그런 석균에게 충남(윤여정)우린 살 대신 마음 섞고 살았어.”라며 대꾸한다.

 

젊었던 시절 아이가 아파 결국 죽게 됐을 때, 유일한 친구였던 정아가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희자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그 원망의 마음을 토로하지만 그 후 희자는 미안한 마음에 정아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한다. 그런 희자에게 정아는 자신 역시 당시 유산된 아기 때문이었다는 걸 밝히면서도 미안하다고 말한다. 희자는 세상이 우리한테 미안해야 해라며 눈물을 흘린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쓰다듬어 준다.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어 오히려 화가 잔뜩 난 희자에게 난희는 자신이 암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오히려 그녀를 위로한다. 그러면서 병자끼리 있으니까 위로가 된다고 너스레를 떤다. 마음을 섞고 산 친구들은 서로의 얼굴을 오래도록 봐왔고 그래서 그들의 어떤 모습도 낯설지가 않다.

 

하지만 그런 난희도 자신의 엄마 오쌍분(김영옥)이 낯설다. 수술을 받기 전 내려간 시골에서 엄마가 챙겨주는 맛난 밥을 먹고는 한 방에서 삼대 모녀가 잠든 밤. 난희는 돌아누운 쌍분을 굳이 다시 되돌려 그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런 난희의 등 뒤에서 완이는 그녀를 꼭 껴안는다. 엄마의 얼굴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낯설다. 오래도록 함께 있었지만 그래서인지 자세히 본 적이 없는 그런 얼굴. 그것이 못내 우리를 마음 아프게 한다.

 

완이는 이 엄마의 낯선 얼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부모가 자식을 더 사랑한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아마 그 말은 부모된 사람의 입장에서 한 말일 게다. 우리 자식들의 잘못은 단 하나 당신들을 덜 사랑한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영원히 아니 오래 우리 곁에 있어줄 거라는 어리석은 착각.’이라고.

 

세상의 엄마들은 그렇게 나이 들었다. 희자처럼 지금도 여전히 세상의 엄마들은 혼자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정아가 받아들이듯 그건 혼자 할 수 있었던 것이지 지금은 아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그 날이 온다. 잠든 엄마의 얼굴이 몹시도 낯설게 다가오는 그 시간. <디어 마이 프렌즈>는 그 낯선 엄마들의 얼굴을 오래도록 비춰주었다. 우리들이 그 얼굴을 보며 눈물이 났던 건 아마도 우리 역시 저마다의 엄마들에 대한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삼시세끼>, 유해진 합류 전과 후 뭐가 달랐나

 

차승원은 어딘가 어색해했다. 당연할 것이다. 얼굴만 봐도 척척 그 속내를 알아채고 같은 나이 또래에 함께 배우 생활을 해온 그 경험치를 공유해온 친구, 유해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를 맞아주는 손호준과 새롭게 가족이 된 남주혁은 반갑게 그를 맞아주었지만 툭 던지는 아재개그 앞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들을 보며 차승원은 난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물론 차승원 역시 새로 합류한 남주혁을 세심히 살피고 챙겨주었다. 배우 이전에 모델 대선배인 차승원이 남주혁에게는 못내 어려운 선배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트에서 남주혁이 우유를 만지작대면 그걸 좋아하나보다 하며 사주고, 그의 입맛을 배려해 떡볶이 떡을 사와 닭복음탕에 넣어주었다. 어려워할 그에게 불 잘 지핀다며 칭찬을 해주고 뭔가를 시킬 때도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배려의 모습은 훈훈하긴 하지만 <삼시세끼>가 본래 갖고 있는 그 편안함과 자연스러움과는 살짝 벗어나 있는 것이었다. <삼시세끼>가 애초에 정선에서 이서진과 옥택연을 출연시킨 건, 그들이 이미 <참 좋은 시절> 같은 드라마로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굳이 어색한 만남의 과정을 가질 필요가 없어서다. 그래서 시작부터 투덜대고 못하는 밥이나마 챙겨 먹으며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었던 것.

 

하지만 별다른 사적 관계가 없는 남주혁의 출연에 유해진의 부재는 차승원으로서는 이번 <삼시세끼>가 만만찮게 다가왔을 것이다. 유해진 같은 존재가 있어 같은 또래끼리 치고 박고해야 편안해질 텐데, 두 명의 후배들 위에서 선배로 시키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차승원은 오히려 자신이 불편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차승원은 새 삼시세끼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두절미하고 요리에 들어갔다. 텃밭에서 야채를 가져와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은 것. 그렇게 뚝딱 한 끼를 해먹고는 바로 저녁엔 뭐 먹을까를 고민하는 그들은 읍내에 나가 장을 보고 돌아와 닭볶음탕을 해먹는다. 그렇게 어찌 보면 이 첫 날의 모습은 마치 차승원이 요리를 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런 다소 어색한 분위기는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아침 유해진이 이 마을로 슬슬 걸어 들어오면서 깨져나갔다.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아재개그를 툭툭 던지는 유해진은 바로 어제 만재도에서 나온 사람처럼 변함이 없었다. 그는 동네 이장님댁에 가서 차승원을 놀래키기 위한 이장 분장을 하면서도 너무 잘 그 동네에 어우러졌다. 물론 뒤태만 봐도 목소리만 들어도 그가 유해진이라는 걸 척 알아맞히는 차승원 때문에 몰래카메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이렇게 완성된 완전체는 이제야 비로소 <삼시세끼> 같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골 길을 함께 걸어가며 유해진과 차승원은 비로소 특유의 아재스럽지만 푸근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개그들을 늘어놓는다. 후배인 남주혁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선배들을 친구처럼 대하라며 이런 저런 농담을 던지는 그 모습은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후배들까지 빠져들게 했다. 카메라가 부감으로 빠져나가며 비추는 네 사람의 즐거운 모습은 그래서 고창의 어느 마을과 조금씩 어우러져가는 이들을 잘 표현해주었다.

 

도대체 유해진의 무엇이 이런 효과를 가져온 것일까. 그것은 그에게서 배어나오는 시골스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차승원과 손호준 그리고 남주혁은 아무래도 그저 서 있기만 해도 모델 같은 도회적 느낌을 준다면, 유해진은 진짜 시골 이장님 같은 푸근한 인상이다. 그것은 외적인 것만이 아니라 그가 하는 말투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 또한 그렇다. 이러니 <삼시세끼>에 그를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스케줄 때문에 생겨난 일이지만 하루의 격차를 두고 유해진 합류 전과 후로 <삼시세끼>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것만큼 유해진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일이 있을까. 유해진의 합류로 본격화된 완전체의 고창에서의 시골 살이가 더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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