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 왜 사랑보다 우정이 더 소중해보일까

 

MBC <한 번 더 해피엔딩>은 저 <섹스 앤 더 시티>를 닮았다. 전직 걸 그룹 출신인 네 여자들이 함께 모여 신세한탄을 할 때면 더욱 그렇다. 한 때 누군가에게는 로망이었을 잘 나갔던 걸 그룹이지만 현재 나이 들어 살아가는 모습들은 하나 같이 쉽지 않다.

 


'한번더 해피엔딩(사진출처:MBC)'

이혼 후 재혼 컨설팅 업체를 차려 일하는 한미모(장나라)는 오랜 만에 구해준(권율)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이 남자 결코 쉽지 않다. 어딘지 타인을 배려하기 보다는 자기 욕심이 강해보이는 남자. 친절해보이지만 그 이상의 노력을 보이지 않는 듯한 모습에 한미모는 어딘지 이건 사랑이 아닌 것 같다. 게다가 그에게 이혼한 전처가 자꾸 마음을 보낸다.

 

모태 솔로로 살아온 고동미(유인나)는 기껏 만난 남자가 사랑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기꾼이다. 한미모와 함께 일하는 백다정(유다인)은 힘겹게 이어온 결혼생활을 이제 끝내려 한다. 불임인 남편 때문에 겨우겨우 시험관시술로 득남했지만 몸이 망가져 부부관계를 갖지 못한 지 오래됐다. 그러더니 덜컥 유방암에 걸려 수술까지 받게 된다.

 

홍애란(서인영)은 걸 그룹 당시 섹시 천사였지만 이제는 나이 들어 모두에게 잊혀진 평범한 여자가 되었다. 어쩌다 남자를 만나 결혼을 약속하지만 어째 막상 하려니 마음이 찜찜하다. 결국 결혼을 앞두고 모든 걸 뒤집어버린다.

 

<한 번 더 해피엔딩>은 결혼 혹은 재혼을 앞둔 네 여자들의 고민들을 담았다. 어딘지 <섹스 앤 더 시티> 혹은 그 드라마를 우리 식으로 풀어냈던 <달콤한 나의 도시>를 빼닮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혼과 재혼이 이제 그리 낯설지 않게 된 현재의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 여자들 모두 남자들과의 관계가 쉽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혹은 저마다 겪어온 삶이 있어서인지 이제 결혼을 얘기해도 넘어서야할 산들이 너무 많다. 여주인공인 한미모의 상황은 대표적이다. 그녀는 사실 송수혁(정경호)을 좋아하지만 자식을 둔 처지 때문에 다가오지 못하는 그 때문에 구해준 사이에서 헷갈린다. 게다가 송수혁은 아이를 낳은 후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난 아내 때문에 깊은 상처를 갖고 있다.

 

사랑이 쉽지 않은 그들이지만 그럴수록 서로를 이해하는 네 사람의 우정은 빛난다. 사기를 당한 고동미와 함께 홍애란은 그 사기꾼을 찾아가 그를 무릎 꿇린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유방암이라고 말하는 백다정의 말에 친구들은 진심으로 걱정해준다.

 

사실 어찌 보면 이 네 사람이 서로 우정을 쌓아가며 살아가는 삶도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굳이 결혼을 목표로 남자를 만나고 만나려하는 일들이 너무 피곤해보이기도 한다. 이미 한번 겪어 본 결혼을 왜 또 굳이 하려고 하는지가 잘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다. 과연 지금도 행복을 위해서는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한 번 더 해피엔딩>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남녀 사이의 사랑을 다루는 로맨틱 코미디를 다루지만 그럴수록 커지는 건 행복의 조건이 반드시 결혼을 전제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결국 제목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드라마는 네 여자들이 다시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꼭 결혼이어야 할까

소외되던 개그우먼들, 올해 반응 심상 찮네

 

MBC <라디오스타>에 나온 박나래는 박감독이라는 새로운 별칭을 부여받았다. 그녀와 함께 나온 양세찬, 장도연, 양세형을 아낌없이 챙기고 밀어주는 모습 덕분이다. 그녀는 개인기를 선보이려는 동료 개그맨들에게 어떤 건 좋고 어떤 건 별로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그 감이 웃음으로 여지없이 증명되자 김구라는 박나래가 감이 좋다며 그녀를 그들에게 사인을 주는 감독 캐릭터로 세웠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박나래는 이른바 대세 개그우먼이다. 그녀 스스로도 밝히듯 <라디오스타>에 나온 이후 대박이 났다. 물론 그녀가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별의 별 분장을 다 하고 나오는 그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한 것뿐일 것이다. 스스로를 구단주라고 밝힌 김구라는 대놓고 박나래를 밀어주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 모습이 대중들의 마음 그대로다. 박나래처럼 그간 꾸준히 노력해왔고 또 동료 개그맨들을 챙기는 개그우먼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박나래는 이국주와 <코미디 빅리그>에서 의견 대립으로 갈등을 빚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 훈훈한 분위기에서 이국주의 존재감이 다시 드러났다. 그녀 역시 박나래와 함께 아낌없는 분장개그를 선보이며 특유의 흥과 파이팅으로 대중들의 박수를 받는 개그우먼이다. 여성으로서의 당당한 모습은 이국주의 가장 큰 매력. 그녀가 <나 혼자 산다> 같은 마치 금남의 지대처럼 여겨져 온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자리했다는 건 올해 심상찮은 개그우먼들의 기지개를 예감하게 만든다.

 

최근 <님과 함께2>로 윤정수와 가상부부를 맺으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김숙도 그 연장선에서 주목되는 개그우먼이다. 연차로 보면 김숙은 유재석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고참이다. 하지만 지금껏 예능에서 중심으로 들어와 본 적이 거의 없다. 가끔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활약하며 특유의 독특한 존재감을 보인 적은 있지만 지속적인 열광으로까지 이어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님과 함께2>에서 김숙은 확실히 자신의 매력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윤정수와 척척 호흡이 맞는 개그맨 커플(?)의 재미도 재미지만,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었던 윤정수를 개그우먼의 방식으로 챙겨주는 김숙의 모습에서는 따뜻한 마음씨까지 묻어난다. 4차원이고 심지어 돌아이라고 불리지만 그녀가 밉기는커녕 호감을 주는 이유다.

 

JTBC <아는 형님>에서 한번 다뤄졌던 것이지만 개그우먼들은 개그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능에 설 자리가 없었던 게 현실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체력을 요하는 야외 버라이어티의 득세가 그렇고, 여지없이 망가져야 하는 상황도 그렇다. 또 일상 영역 속에서도 육아나 요리 같은 권위 해체의 소재 역시 남자들이 훨씬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예능 현실도 개그우먼들이 설 자리가 없었던 이유다.

 

그래서 설 자리가 가끔 때 되면 불러주는 커플 콘셉트 소재의 게스트 정도거나, 이제는 점점 힘이 약해져가는 스튜디오 토크쇼의 게스트 정도였다. 그래서일 것이다. 개그우먼들이 그 소외받던 위치에서 벗어나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고 또 주목받는 것에 대해 대중들이 아낌없는 지지의 마음을 갖는 것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 올해 박나래, 이국주, 김숙 같은 그간 숨겨져 있던 개그우먼들이 더 많이 발굴되길 기대하게 되는 것은.

<검사외전> 강동원, 복수극 속에서 그가 빵빵 터트린 이유

 

<검사외전>은 어떻게 설 명절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무려 5백만을 훌쩍 넘기는 관객을 동원하고 있을까. 사실 이 스토리는 그리 새로운 것도 아니다. 흔하디흔한 복수극.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된 검사가 그 안에서부터 치밀한 계획 하에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사진출처: 영화 <검사외전>

장르적 유사성이나 이야기 구조상으로 보면 <베테랑>이나 <내부자들>과 크게 다른 느낌이 아니다. 거기에는 부패한 권력이 있고 부조리한 법 정의가 있으며 무고한 희생자가 있다. 사회 현실의 답답함을 영화 속으로 끌어와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 <검사외전>은 거기에 충실한 오락영화다.

 

아무리 좋은 것도 여러 번 보게 되면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야기 구조나 정서에 있어서 <베테랑>이나 <내부자들>과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검사외전>은 만일 그것 만이었다면 쉽게 성공하기 어려웠을 영화다. 하지만 <검사외전>에는 강동원이 있었다. 그저 살 생긴 강동원의 팬덤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그가 연기하는 재욱이라는 귀여운 사기꾼 캐릭터가 <검사외전>만의 독특한 재미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재욱은 사기꾼이다. 돈 많은 여자나 후려내는 그렇고 그런 인물이지만 그가 보여주는 특유의 허세는 강동원이라는 연기자와 맞아 떨어지면서 관객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로 거듭난다. 잘 생긴 외모로 한껏 허세를 부리는 모습도 우습지만, 그런 그가 주먹이 무서워 찌질한 모습을 드러낼 때는 더욱 웃기다. 사기꾼이기는 하지만 어딘지 속내는 착해 보이고 어떤 면에서는 당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점은 그가 밉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정치인과 검사가 맞붙는 이 거창한 복수극 속에서 그가 위치한 어딘지 방관자적인 태도다. 그는 물론 억울하게 감방에 들어온 변재욱(황정민)을 돕는 입장에 서지만 사회 정의라던가 부조리에 대한 고발 같은 거창한 목적 따위는 그에게 없다. 그저 돈이 앞서고 그것이 아니라면 살아남기 위해 뛰는 것이며, 그저 가끔씩 인간적인 정 때문에 일에 뛰어들 뿐이다.

 

재욱의 위치는 정확히 서민들의 시선을 만들어낸다. 도대체 저 사회 정의고 어쩌고 하는 거대담론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게 우리네 서민들에게 어떤 희망을 준 적이 있는가 하고 그는 되묻는 듯하다. 그런 거대담론과 대결하기 보다는 그저 눈앞의 삶을 잘 살아가는 것이 더 갈급한 일이라는 걸 재욱이라는 캐릭터는 대변하고 있다.

 

그러니 복수극이라는 무거운 틀 속에서, 그것도 썩은 정치와 검은 돈과 유린되는 법 정의라는 어마어마한 사건들 속에서 일종의 냉소를 날리는 듯한 재욱의 캐릭터는 그 자체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잔뜩 긴장한 대치 상황 속에서 그가 등장하기만 하면 빵빵 터지는 건 그래서다. 그러면서도 어딘지 정의가 이기기를 바라는 재욱의 모습에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빙의되어간다.

 

<검은 사제들>이라는 영화가 결코 대중적일 수 없으면서도 흥행에 성공한 이면에 많은 이들이 강동원의 존재감을 얘기한다. 다른 이도 아니고 강동원이 사제복을 입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관객들의 마음이 움직였을 거라는 것이다. <검사외전>도 마찬가지다. 강동원이 과거 <전우치>에서 보여줬던 그 냉소적이면서도 허세가 가득하고 그것이 기분 좋은 유쾌함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그 면면들이 <검사외전>에서도 빛을 발한다. 흔히들 강동원은 늘 옳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왜 그런가를 확인시켜주는 영화다.

<최고의 사랑>, 할 말 다 하는 김숙 이러니 대세지

 

가모장제 김숙에게 명절증후군 따위가 있을까. JTBC <최고의 사랑>은 설 명절을 맞아 가상 남편 윤정수와 한복을 차려입고 함께 설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원시원하고 할 말 다 하는 김숙과 그녀의 말에 고분고분 잘 따르는 윤정수에게 선배 개그맨들의 덕담이 쏟아졌다. 너무 잘 어울린다는 것. 그러니 아예 진짜 결혼하라는 것.

 


'최고의 사랑 님과 함께(사진출처:JTBC)'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선배 이성미의 말대로 두 사람은 점점 닮아간다. 가상 결혼생활을 하는 것이지만 어찌 보면 순간 순간 결혼을 소재로 한 콩트를 찍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로 두 사람은 손발이 잘 맞는다. 설날이라고 떡국을 끓이지만 마늘을 너무 많이 넣어 못 먹을 맛에 MSG를 투하하고는 자랑스럽게 그걸 넣었다고 얘기하는 김숙. 그래도 다 먹으라는 한 마디에 꾸역 꾸역 먹는 윤정수다.

 

발 싸대기(?)를 벌칙으로 세워두고 벌이는 윷놀이는 결국 간발의 차이로 윤정수가 뺨을 맞는 것으로 끝이 났지만 두 사람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놀이를 하는 과정은 마치 아이들처럼 즐겁다. 물론 김숙이 남편 막 대하는 모습은 일종의 상황극 설정이 들어가 있다는 걸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 상황극이 주는 실감이 의외의 통쾌함을 선사하는 건 왜일까.

 

갑작스레 이성미가 등장해 윤정수의 시어머니 역할로 이 상황극에 들어오게 되자 상황은 명절의 흔한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여자들이 부엌에서 하루 종일 손에 물 묻히며 일할 때 남편은 뒹굴고 시어머니는 심지어 며느리에게 잔소리를 하는 그런 장면이 우리네 명절의 흔한 풍경이지만 김숙과 윤정수는 거꾸로 되어 있다. 윤정수가 쌓여진 설거지를 하려고 하자 이성미가 마치 시어마니나 되는 것처럼 니가 왜 설거지를 해라고 소리친다.

 

자꾸만 진짜 결혼해 살라는 이성미의 이야기에 선배님에게도 대놓고 실언을 많이 하신다어서 가시라고 등을 미는 모습에서는 김숙 특유의 사이다 같은 시원스러움이 느껴진다. 결국 상황극 설정 속에서 시어머니 역할을 했던 이성미는 얘 상 돌아이 아니냐고 혀를 내두른다. 그 대책 없이 할 말을 다 하는 김숙의 모습은 물론 실제라기보다는 순간 상황극 속에서의 캐릭터 설정이겠지만 마침 명절의 스트레스를 한껏 느낀 며느리들이라면 그 느낌이 사뭇 달랐을 것이다.

 

<최고의 사랑>으로 김숙과 윤정수가 재발견된 것은 그들이 이 리얼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을 절대로 리얼이 아니라고 부정하면서다. 대신 그들은 이 상황을 개그맨 특유의 잘 맞는 합으로 웃음을 주는 콩트로 만들어낸다.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모습을 보일 때 시청자들이 웃게 되는지를 그간의 오랜 개그맨 생활을 통해 체득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들은 웃음을 주기 위해 때론 과한 설정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다. 김숙은 그 속에서 남편 구박하는 아내의 모습을 또 윤정수는 구박 받으면서도 순종적인 남편을 연기하지만 그럼에도 그 합이 너무 잘 맞는다.

 

바로 이 상황극 속에서 슬쩍 진심이 나올 때 시청자들은 그것이 단지 연기만은 아닌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진짜 마음을 느끼게 된다. 윤정수가 벌칙으로 발 싸대기를 맞고 아파하자 안쓰러워하며 김숙이 오빠 괜찮아?”하고 묻는 장면이 그렇다. 슬쩍 드러난 그녀의 진심은 남자로서는 아니라고 해도 오빠로서 윤정수를 위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런 김숙이 마침 명절을 맞아 벌이는 상 돌아이상황극은 그래서 기분 좋은 사이다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피곤한 명절을 보낸 며느리들은, 할 말 다하고 남편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며 당당하게 시키는 김숙의 모습을 통해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날려보낸다. 가모장제를 주장할 정도로 당당한 성격에 어떤 상황극에도 웃음을 만들어내는 김숙만이 할 수 있는 연출이 아닐 수 없다. 역시 대세 개그우먼다운 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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