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울지 않는 마녀 이미숙과 우는 남자들 김수현, 홍수철

눈물의 여왕

홍만대(김갑수) 회장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휠체어를 몰아 계단 끝에서 자신을 죽음을 향해 내던지기 전, 그는 마지막으로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자신이 죽어야 모슬희(이미숙)라는 마녀의 손아귀에 들어간 퀸즈 그룹의 모든 것들을 다시 가족들에게 되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왜 미소를 지으며 끝을 맺었을까. 복수의 의미도 담겨 있을 테지만, 가족들에게 보내는 따스한 마음의 의미도 있지 않았을까. 극단적인 선택을 결행하기 전, 그가 홍해인이 두고 간 녹음기에 남겨뒀을 메시지가 궁금해진다. 거기에는 아마도 그 미소의 의미를 이해하게 해줄 그의 마음이 담겨 있을 테니.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한 편의 ‘동화’ 같은 로맨틱 코미디다. 퀸즈가라는 왕궁에서 살아오던 공주 홍해인(김지원)은 온갖 시련을 맞이하게 된다. 시한부 판정을 받았고, 사랑했지만 그걸 표현하지는 못했던 남편 백현우(김수현)와 이혼한 데다, 모든 걸 모슬희라는 마녀에게 빼앗겼다. 하지만 그 위기는 홍해인에게 그간 잊고 있던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퀸즈가에서 쫓겨난 백현우는 그걸 알게 해주는 흑기사 같은 인물이다. 그는 이혼했지만 홍해인 옆에 끝까지 남아 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 저 마녀가 장악한 퀸즈가를 되돌려 놓으려 한다. 그런데 이 흑기사 캐릭터는 우리가 동화에서 봐왔던 그 모습과는 사뭇 다른 면이 있다. 툭하면 눈물을 흘리는 흑기사다.

 

처가살이를 토로하며 술에 취해 흘리던 눈물은 어딘가 찌질해 보였지만 그의 눈물은 깊은 공감의 발현이라는 게 갈수록 드러난다. 홍해인을 너무나 사랑하고 그래서 그 도도하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얼굴 이면에 담긴 아픔이나 상처를 공감한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고 또 흘린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이토록 우는 남자가 주인공인 경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데 그 눈물은 약해서 흘리는 게 아니다. 오히려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는 능력의 눈물이다. 그와 정반대 위치에 서 있는 모슬희나 그의 아들 윤은성(박성훈)이 눈물 한 방울을 보여주지 않는 모습과 대비해 보면 그 가치가 무엇인가가 드러난다. 자신이 원하는 걸 갖기 위해 아들마저 보육원에 보내버리면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모슬희는 괴물처럼 그려진다. 비뚤어진 모성을 가진 이 괴물은 아들을 학대한 양부모를 죽인 건 자신이라며 그것이 아들을 위한 자신의 마음이라 말하는 자다. 어찌 보면 윤은성에 대한 연민의 감정마저 들게 만드는 괴물 모성의 모습이 아닌가. 

 

‘눈물의 여왕’에는 또 한 명의 우는 남자가 있다. 그는 홍수철(곽동연)이다. 모슬희와 함께 사기를 치고 도망쳐버렸지만 그는 아내 천다혜(이주빈)와 아들 건우를 그리워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바보처럼 윤은성의 사기에 넘어갔고 능력자인 누나 홍해인에 대한 열등감에 눈이 멀어 그런 사건을 만들었지만 이 남자가 사랑하는 방식은 순정 그 자체다. 돌아와 용서를비는 천다혜 잘못을 저질렀지만 홍수철에 의해 구원받는다. 가짜 얼굴로 연기하던 그의 눈에는 눈물이 피어난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같은 문구가 여전히 화장실에 붙어 있을 정도로 남자의 눈물은 여전히 흘리지 말아야 할 어떤 것으로 치부되는 세상이지만, ‘눈물의 여왕’은 정반대로 그 눈물이 가진 가치를 꺼내놓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눈물의 여왕’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눈물 흘리는 홍해인을 뜻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차츰 그 의미가 새로워진다. ‘눈물 흘리는 남자 백현우의 여왕 홍해인’이라는 뜻으로. 그러고 보면 모든 걸 되돌리기 위해 마지막 최후를 맞이하며 보였던 홍만대의 희미한 미소는 또 다른 눈물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 이어령 선생님은 ‘눈물 한 방울’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쓴 바 있다. ‘우리는 피 흘린 혁명도 경험해봤고, 땀 흘려 경제도 부흥해봤다. 딱 하나,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눈물, 즉 박애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타인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 인간의 따스한 체온이 담긴 눈물. 인류는 이미 피의 논리, 땀의 논리를 가지고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를 맞이했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눈물이란 없다. 그것만큼 가치 있는 것도 없다는 것을 이 드라마 속 새로운 남자들인 백현우나 홍수철 같은 인물들이 보여주고 있다.(사진:tvN)

‘일타스캔들’, 달콤 코믹한 로맨틱 코미디에 얹어진 묵직한 주제의식

일타 스캔들

“뭐 하나만 질문 드려도 돼요? 쌤 말씀대로 쌤이 저 30분만 봐주셔도 5천만 원인 셈인데, 그런데 저 왜 봐주시는 거예요? 저희 엄마 도시락은 만원도 채 안되는데.”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남행선(전도연)의 딸 남해이(노윤서)는 일타강사 최치열(정경호)이 자신에게 굳이 1대1 과외를 해주는 이유를 묻는다. 이른바 ‘1조원의 남자’로 불리는 최치열이 남해이의 과외를 해주며 얻는 건 남행선이 챙겨주는 만원도 채 안되는 도시락이 전부다. 그러니 궁금할 수밖에.

 

하지만 최치열이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답변은 의외로 큰 울림이 있다. “계산 빠르네. 금방 늘겠어. 아, 가격과 가치는 다른 거잖아. 나는 그 도시락에 그만큼의 가치를 부여한 거고. 너도 내 시간을 그렇게 만들어 주길 바라. 나는 무조건 최선 다할 테니까 너는 5천만 원 이상의 결과를 끌어내 보라고.” 가격과 가치. 일타 수학강사다운 답변이지만, 거기에는 <일타스캔들>이라는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는 작품이 갖고 있는 진심이 어른거린다. 

 

그건 모든 게 가격으로 환산되고 그래서 비싼 만큼 가치가 있을 거라 착각되는 세상이지만, 실제 가치란 가격만으로는 매겨질 수 없는 어떤 것이라는 메시지다. 1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움직이는 최치열이지만, 그에게 더 큰 가치는 밥 한 끼 제대로 먹는 것과 수면제 없이 푹 잘 수 있는 일이다. 일에 치여 살면서 그는 밥 한 끼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자는 섭식장애와 수면장애를 갖고 있다. 

 

물론 거기에는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과거사가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자신이 가르치던 한 학생의 죽음이 그것이다. 그는 학원을 홍보하는 광고 속 인물처럼 말끔해 보이고, 어떻게든 그 수업을 듣기 위해 줄을 서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추앙받는 스타지만, 그러한 화려함은 껍데기일 뿐이다. 그래서 그가 진짜 자신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우연히 먹게 된 남행선의 도시락을 먹을 때다. 

 

그런데 도대체 남행선의 도시락에 무엇이 들었길래 1조원의 남자 최치열이 이러한 가치를 부여한 걸까. 최치열은 아직 눈치 채지 못하고 있지만, 남행선의 음식은 사실 최치열이 젊은 시절 혼자 임용고시 준비를 할 때 매일 대놓고 먹었던 식당의 그 맛을 갖고 있다. 그 식당 사장이 다름 아닌 남행선의 엄마였기 때문이다. 엄마는 사고로 사망하고 언니가 맡긴 조카를 책임지기 위해 남행선은 핸드볼 선수의 길을 접고 이 반찬가게를 연다. 그 맛이 그대로 이어졌고, 최치열은 바로 그 시절의 맛을 부지불식간에 떠올리며 그 음식을 찾게 된 것. 그러니 그 가치는 최치열 말대로 가격으로는 환산될 수 없는 것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남행선이 떠맡게 된 반찬가게를 그저 월 매출 얼마로 가치를 판단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도망간 언니 대신 떠맡게 된 조카를 반찬가게를 운영하며 딸로서 키워왔다. 또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동생 또한 부양해왔다. 자기 인생은 저 뒤편으로 밀어버리고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살아온 남행선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난 반찬가게를 어찌 돈 몇 푼의 가격으로 그 가치를 매길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일타스캔들>이 왜 그토록 서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길가 어디서든 발견하는 작은 가게 하나를 그저 월매출 얼마 정도의 가격으로 결코 가치매길 수 없다고 말하는 작가의 진심이 거기에는 녹아 있다. 

 

여기서 발견되는 건 이러한 작품의 진심을 연기를 통해 끌어내고 있는 정경호와 전도연의 가치다. 전도연이야 워낙 연기 베테랑이라는 걸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그는 <일타스캔들>이라는 작품 속에서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다. 어찌 보면 로맨틱 코미디라는 가벼운 작품으로 보일 수도 있을 테지만, 결코 그렇게 가치매겨질 수 없다는 걸 때론 웃기고, 때론 사랑스럽고, 때론 짠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경호 역시 매 작품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지만, <일타스캔들>은 그 완숙미가 느껴질 정도로 철저히 준비된 배우의 면면을 보여준다. 등장부터 진짜 일타 강사의 면면을 고스란히 입은 모습을 보여줘 유쾌하지만 어딘가 쓸쓸하고 때론 보듬어주고픈 가녀림까지 최치열이라는 인물 속에 다양한 결을 부여했다. 

 

전도연도 정경호도 강사로 치면 ‘일타강사’쯤 되는 ‘일타 배우들’이라는 건 이제 분명해졌다. 하지만 이들의 연기가 그저 화려함에 머물지 않고 시청자들의 가슴을 건드리고 뭉클하게도 만들어내는 진짜 이유는 그 연기에 ‘진심’의 가치를 담고 있어서다. 가격 같은 속물적인 화려함이 아니라, 작품이 하려는 메시지 같은 진짜 가치를 전하는 모습이 있어 이들의 연기가 빛이 난다. (사진:tvN)

‘오늘은 좀 매울 지도 몰라’가 먹방, 쿡방 시대에 던지는 질문

오늘은 좀 매울 지도 몰라

아마도 요리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나 프로그램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이 드라마는 낯설 수 있다. 탕수육 하나를 만드는데 이틀이 넘게 걸린다면 그 누가 그 과정을 보려 할 것이며, 그러한 레시피를 따라하려 할 것인가.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과정을 촘촘히 따라가며 보여주고, 시청자들은 그 과정을 보는 내내 먹먹해진다. 도대체 이러한 마법의 레시피는 어떻게 가능해진걸까.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오늘은 좀 매울 지도 몰라>가 그 드라마다. 6회에 등장한 ‘띄엄띄엄 탕수육’을 보면 이 드라마가 어떻게 이 지리한 과정조차 먹먹한 감동으로 만드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말기암 환자인 아내 다정(김서형)을 위해 매일 건강식을 차려 내주는 남편 창욱(한석규). 그런데 갈수록 입맛이 없어지는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탕수육이 먹고 싶다고 한다. 그것도 파인애플이 소스로 들어간 탕수육을. 

 

창욱은 무엇이든 아내가 먹고 싶은 요리가 있다는 사실에 반가워한다. 그래서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하겠다며 탕수육에 남다른 욕심(?)을 낸다. 일부러 황학동 시장까지 찾아가서 중식용 웍을 구입하고 중식도도 마련한다. 마트 직원(양경원)이 마침 자신이 탕수육 장인을 찾아가 1년 동안 설거지만 하면서 받은 비법을 알려준다. 탕수육은 겉바속촉의 튀김옷이 전부라며, 다리부터 리듬을 타서 웍 돌리는 법도 가르쳐준다. 

 

그저 한 끼 탕수육을 뚝딱 먹을 줄 알았던 아내는 남편의 부산이 괜히 번거롭게 한 것 같아 미안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행복해한다. 그건 그냥 탕수육이 아니라 남편의 정성과 마음이 담기기 때문이다. 옥수수전분, 감자전분, 찹쌀가루, 통밀가루를 섞어 따뜻한 물로 익반죽을 해 걸쭉하게 농도를 만들고 현미유까지 한 국자 넣고 이제 거의 다 한 줄 알았던 창욱은 그 반죽을 24시간 이상 숙성해야 ‘겉바속촉’이 된다는 레시피에 허탈해한다. 

 

겨우 하루가 더 지나 이제 본격적으로 탕수육을 만들기 시작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침 아내가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된다. 그 정신없는 과정 속에서 탕수육은 실패로 돌아간다. 다음날 병원에서 아내를 간호하는 아들을 위해서 탕수육을 만들려 하지만, 반죽의 숙성이 지나쳐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 그러면서 창욱은 이런 생각을 한다. “욕심을 버리고 하루만 일찍 만들었다면 아내가 탕수육 맛을 보지 않았을까?”

 

사실 이건 실패담이다. 요리를 다루는 콘텐츠들은 그 많은 쿡방이 증거하고 있듯이 실패담보다는 성공담을 그리기 마련이다. 게다가 요즘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요리 레피시들은 대부분 ‘간편함’과 ‘쉬움’을 강조한다. 심지어 몇 분 만에 뚝딱 만들어 그만한 맛을 낼 수 있는 레시피가 있다는 걸 은연 중에 강조한다. 그래야 시청자들도 따라하고픈 욕구가 만들어지기 때문일 게다. 

 

먹방 같은 프로그램들은 요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가 보다는 얼마나 많이, 빨리 또는 맛있게 먹을 수 있는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요리를 다루는 콘텐츠들을 통해 음식은 간편하고 쉬우면서도 빠르고 많이 만들어내 먹을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생겼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우리는 음식을 너무 가볍게만 보고 있는 건 아닌가. 

 

물론 음식과 요리에 지나치게 신성성을 부여해 그 노동을 ‘엄마들’에게만 부여하는 식의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오늘은 좀 매울 지도 몰라>가 보여주는 것도 엄마가 아닌 남편이자 아빠의 요리니까. 누가 하느냐의 성역할 구분을 떠나서 이 드라마는 그 많은 음식을 다루는 콘텐츠들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슬쩍 잊고 있었던 음식 나아가 삶에 대한 예의를 묻고 있다. 

 

사실 창욱이 이토록 음식에 정성을 다하는 건 아내가 말기암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이전에는 아마도 무엇이든 대충 사서 먹곤 했을지 모르지만, 말기암 투병을 하는 아내 앞에서 창욱은 음식과 요리의 진짜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거기 들어가는 정성들이 단지 말초적인 맛이 아니라 몸을 위한 것이고, 그래서 그 음식 하나하나가 몸을 살리기도 하는 소중한 가치를 갖는다는 걸 그는 알게 된다. 또 음식에 더해지는 정성은 맛이 아니라 그 음식을 먹을 사람에 대한 마음이 더해지는 것이고, 그래서 그건 나아가 그 누군가의 삶 하나에 대한 예의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은 좀 매울 지도 몰라>가 주는 잔잔하지만 먹먹한 감동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사진:왓챠)

‘유퀴즈’ 빵식이 아재의 감동... 빵이 아닌 착한 마음이라

유 퀴즈 온 더 블럭

“빵 가져가- 요구르트도 요구르트도 가져가!” 경상남도 남해군의 행복 베이커리의 아침은 빵식이 아재 김쌍식씨가 아이들에게 외치는 소리로 열린다. 등굣길의 아이들은 익숙한 듯 빵과 요구르트를 챙겨간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아저씨에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빵식이 아재 김쌍식씨는 그런 아이들에게 가족처럼 편안하게 안부를 묻고, 말을 걸어준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쌍식씨는 1년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무료로 등굣길 아이들에게 빵을 내놨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두 시간 정도 일찍 가게에 나와야 한다고 했지만, 그의 얼굴은 베이커리 이름처럼 행복해 보였다. 어려서 잘 산 적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잘 안돼 어려워졌을 때 주변 이웃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쌍식씨는 빵집을 열면 무료로 나눠주겠다 일찍부터 생각해왔다고 했다. 이전에는 마트에 있어 할 수 없었던 걸 이제 직접 가게를 차려 하게 됐다는 거였다. 

 

빵을 나눠주며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가 있냐는 조세호의 질문에 쌍식씨가 한 답변은 “애들이 학교 갈 때나 올 때나 저를 보고 인사를 다 합니다”였다. 어찌 보면 별 것도 아닐 것 같은 ‘인사’에 보람을 느낀다는 그 말은, 어딘가 보다 큰 것들을 성취하는 것만 인생의 행복일 것처럼 여겨온 생각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안녕하세요”,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그 인사가 보람이라는 것. 쌍식씨의 행복론이 소박해보이지만 결코 작지 않다는 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 행복감에 빵을 계속 만들어 나눠준다는 쌍식씨도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그건 코로나 19로 지난 4,5,6월에 너무 힘들어 아이들에게 요구르트를 나눠주지 못한 일 때문이라고 했다. 빵이야 직접 자신이 만들어 구우면 되는 일이었지만 요구르트는 사서 나눠줘야 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는 것. 그 말에 유재석은 적이 놀라는 눈치였다. 요구르트를 살 돈이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빵을 구워 아이들에게 나눠줬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힘들 때는 빚을 져가면서까지 빵을 구워 나눠줬다는 쌍식씨에게 유재석은 그렇게까지 하면서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쌍식씨는 “애들 생각하면 안할 수가 없지 않냐”고 되물으며 따뜻하게 웃었다. 의외로 밥 못 먹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매일 찾는 아이들이 2,30명은 있다는 쌍식씨는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 일을 멈출 수 없다는 거였다. 이외에도 20년 가까이 빵 봉사를 해왔다는 쌍식씨는 현재 8개 단체에 정규적으로 빵을 나눈다고 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년에 약 2천만 원이나 된다는 것. 한 달에 약 200만원 가까운 돈을 기부하는 셈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그 정도면 충분하다며 만류할 정도로 베풀며 살아가는 쌍식씨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난 돈 필요 없다”며 “혼자 사는데 뭐 돈이 필요가 있습니까? 제 쓸만큼만 있으면 돼죠.”하고 말했다. 빵집도 자가가 아닌 월세로 임대를 하고 있다는 쌍식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13년 된 차 하나 있습니다.” 저녁 마치고 통닭에 맥주 한 잔 정도가 자신을 위한 사치라고 부르는 쌍식씨는 그 선행들이 알려져 LG의인상을 수상했다. 몇 번 거부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설득으로 상금을 받아 빌렸던 돈을 갚았다고 했다. 

 

사실 요즘 신문지상에서는 불법적인 투기로 수 백 억을 벌어들였다는 이들의 이야기로 시끌시끌하다. 또 부동산 가격이 수 십 억을 호가하게 된 현실이 자주 신문지상에 오르내린다. 그래서인지 수십, 수 백 억조차 많은 수치로 여겨지지 않아질 정도다. 그런데 그런 불법적인 일까지 벌이면서 채우려는 욕망들로 과연 그들은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 있을까. 쌍식씨의 ‘행복 베이커리’ 이야기는 그래서 귀하디 귀하다.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진짜 행복이 무엇인가를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손님 중에는 백만 원짜리 돈 봉투를 놓고 도망치듯 가버린 커플도 있다고 했고, 자기 모르게 카드로 돈을 더 많이 내고 가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쌍식씨가 나눈 따뜻함이 다시 감사한 마음으로 되돌아오는 그 과정. 그 곳에 진짜 행복이 있는 게 아닐까. 놀라운 건 쌍식씨의 이런 나눔에 대해 아이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민지는 학교 가는 길에 빵 놓인 거 보면 어때요?” 제작진의 이런 질문에 민지는 “기분이 좋다”고 답했고, “왜 기분이 좋아지냐”고 재차 질문하자 이렇게 답했다. “아저씨의 착한 마음.” 

 

어쩌면 그저 빵 하나처럼 보이지만 그 빵은 아이들의 마음 속에 ‘착한 마음’이 주는 따뜻함을 경험하게 해주고 있었다. 이것은 내 살이다 라며 빵을 나눈 성인처럼 그 빵은 단지 배고픔의 허기만을 채워주는 게 아니라 영혼의 허기까지 채워주고 있었으니 이만한 가치가 있을까. 쌍식씨의 행복론은 수 백 억을 들여서도 얻을 수 없는 가치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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