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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세상

‘슬램덩크’의 무엇이 우리네 대중들을 열광케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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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 5인방의 약점 극복기가 건드린 정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요즘처럼 영화관의 관객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에, 이 일본 애니메이션은 150만 관객(24일 현재)을 돌파했다. 영화의 성공과 함께 세트로 출시된 만화와 관련 굿즈 시장들도 들썩이고 있다. 무엇이 이런 뜨거운 반응을 만들어내고 있는 걸까. 

 

일단 영화적으로만 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을 보지 않은 일반 관객들 또한 빠져서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영화는 거두절미하고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경기를 전편에 걸쳐 보여주면서, 중간 중간 플래시백으로 그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과거사를 끼워 넣는다. 즉 과거 이들이 어떤 일들을 겪어 이 경기까지 오게 됐는가의 이야기를 개개인의 사적인 서사들을 통해 채워 넣고 있어, 경기에서 이들이 하는 패스 하나 슛 하나가 그 서사와 맞물려 굉장한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그 서사는 다름 아닌 이 경기를 뛰고 있는 북산고의 다섯 인물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약점들에 대한 것들이다. 강백호가 주인공인 원작과 달리 가드 송태섭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그에게 불어 닥친 비극을 밑그림으로 그려 넣는다. 아버지가 죽고 농구 유망주였던 형마저 사고로 사망한 후, 송태섭은 사고뭉치가 된다. 죽을 사람은 형이 아니라 자신이었어야 했다는 생각까지 하는 송태섭에게 형은 절대적인 존재였지만, 이젠 극복해내야 할 대상이 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굳이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세워 놓은 건, 그가 그려내고 있는 ‘약점 극복기’라는 서사가 이 영화판 작품의 메인 테마라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즉 산왕공고와 치열한 경기를 펼치는 북산고의 다섯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약점들을 갖고 있다. 그것은 농구선수로서의 약점과 더불어 그들 개인사와 얽힌 약점들도 뒤얽혀 있다. 

 

송태섭은 키가 작다. 농구선수로 작은 키가 가진 약점은 이 인물이 거인 같던 형과 늘 비교되며 느꼈을 한계를 떠올리게 한다. 늘 넘사벽이었지만 형의 부재 앞에 지지할 데 없어 방황하고 절망하던 그가 마음을 다잡는 장면에서 그는 오키나와의 모래사장을 달리기 시작한다. 작은 키를 빠른 발로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주장 채치수는 ‘전국제패’를 외치며 그 일념 하나로 팀원들을 밀어붙이는 인물이지만, 리더로서 자신을 내려놓고 팀원들을 믿고 지지하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리더로서의 무거운 어깨를 홀로 감당하려 하는 그 면면이 그에게는 큰 부담이자 약점이 된다. 그가 마지막 1분을 남기고 송태섭에게 리더가 하던 구호를 외치게 하는 장면은 그래서 채치수가 그 약점을 극복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서태웅은 뛰어난 실력을 가졌지만 패스를 하지 않는 인물이다. 혼자 잘난 맛에 뛰는 인물이 산왕공고라는 엄청난 팀 앞에서 이기고 싶은 욕망이 극에 달하자, 가장 각을 세웠던 강백호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강백호는 농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룰조차 익숙하지 않은 약점을 갖고 있지만, 결코 질 수 없고 지지 않는다는 놀라운 ‘자존감’으로 무기력해져가는 북산고에 다시 힘을 불어넣는다. 정대만은 방황 끝에 다시 농구를 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체력이 약하다. 하지만 그 약한 체력을 정신력으로 극복해낸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이처럼 다섯 인물들이 자신들의 약점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단 하나의 경기 안에 녹여 놓았다. 그러니 엎치락뒤치락하는 경기의 묘미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서사에 빠져들고 그 서사는 다시 경기에 박진감을 더해주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하나하나 빌드업된 스토리들이 실제 농구 경기가 그러하듯이 마지막 몇 분의 클라이맥스에서 절정으로 폭발하는 그 순간은 그래서 관객들의 마음 또한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영화를 보다 울었다는 관객들은 그래서 <슬램덩크>로 유년시절을 보낸 3040 세대들만이 아니다. 물론 이 작품에 3040 세대들이 특히 열광할 수 있는 건 그 시절 이 작품이나, 당대의 농구 열풍 등이 한 시대의 풍경들을 현재로 끌어오기 때문이다. 그 시절 <슬램덩크>와 더불어 농구대잔치, <마지막 승부> 같은 시대적 사건들이 공명하듯 현재로 소환되는 아련함이 더해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단지 과거의 추억이 아닌, 지금의 대중들(심지어 원작을 겪지 않았던 후세대들에게도)의 마음을 건드리는 현재적 의미 또한 갖고 있는 작품이다. 그건 많은 이들이 이미 언급하고 있고, 작품을 보면 단박에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른바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정서를 이 작품이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쳐 도무지 넘어설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현실 앞에서, 저마다의 장벽을 마주한 다섯 인물들이 팀이 되어 그걸 극복해가는 서사가 주는 울림은 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사진: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