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풍’, 송옥숙의 실감나는 갑질 연기...어디서 봤더라

 

“너 내가 누군 줄 알아?!” MBC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 최서라(송옥숙) 회장은 툭하면 이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는다. 또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돌고래 아줌마’로도 통한다. 그런데 이런 장면 어디선가 많이 봤던 모습이다. 이른바 ‘회장 사모님’이라고 불리는 몇몇 사람들의 이른바 ‘갑질 영상’을 통해서다.

 

뉴스의 한 장면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이 인물은 그러나 이 드라마 속에서는 한없이 망가진다. 실제로는 벌어지지 않을 듯한 그 통쾌한 장면은 그래서 시청자들을 점점 빠뜨린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 대한 반응이 갈수록 뜨겁고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건 이러한 갑질 고구마 현실과 다른 을들의 사이다 판타지를 이 드라마가 시원하게 그려내고 있어서다.

 

이 드라마에서 발견하는 현실 어디에선가 본 듯한 인물은 최서라만이 아니다. 그의 아들로 등장하는 양태수(이상이)가 그렇다. 다짜고짜 연봉이 얼마냐고 묻고는 맷값 운운하며 사무실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재벌2세. 결국 구속됐지만 형 집행 정지로 버젓이 풀려나고 그렇지만 향정신성 의약품 졸피뎀 같은 마약에 빠져 다시 구속을 반복하는 양태수의 면면 또한 시청자들에게는 뉴스에서 익숙하다.

 

최서라 같은 인물이 양태수 같은 망나니에게 경영권을 통째로 물려주기 위해 불법 사찰을 통해 이사들을 좌지우지하는 장면은 과장된 면이 있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우리네 현실이기도 하다. 재벌들의 2세 경영은 우리에게는 늘 벌어지는 일들이 아닌가. 하지만 양태수의 아버지이자 최서라의 남편인 양인태(전국환) 의원에 비하면 이들은 순진한 수준이 아닐까 싶다. 앞뒤가 완전히 다른 그의 실체가 이제 다음 조진갑(김동욱)과 그 을들이 끄집어낼 이야기일 테니 말이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제목에 담겨 있듯이 비뚤어진 노동현실을 바로잡으려는 조장풍이라는 괴짜 공무원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판이 커지면서 갑질하는 대기업 회장과 재벌2세 그리고 국회의원까지 확장되었다. 그러고 보면 조장풍으로도 불리는 이 인물의 이름을 ‘조진갑’이라고 지은 것 속에 이 드라마의 의도가 이미 들어있었다고 보인다. 갑질하는 이들을 ‘조지는’ 인물에 대한 사이다 이야기.

 

조진갑의 맹활약도 통쾌하지만 이들을 받쳐주는 든든한 제자 천덕구(김경남), 백부장(유수빈), 오대리(김시은) 같은 캐릭터들도 매력적이고, 조진갑과 이혼했지만 어딘지 그 관계에서 달달함이 느껴지는 전 아내 주미란(박세영) 형사나 최서라의 개인비서로 정보를 캐기 위해 접근한 천덕구가 점점 사랑하게 되는 고말숙(설인아)도 볼수록 매력덩어리다. 게다가 조진갑과 같은 목표를 공유하지만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우도하(류덕환)라는 인물은 너무 단선적으로 보일 수 있는 갑을 대결을 흥미롭게 변화시키는 캐릭터로 조금씩 부각되고 있다.

 

선명한 갑을 대결구도와 심지어 악역까지도 매력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갑질 캐릭터들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돈키호테들의 사이다 한 방은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게서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던 <열혈사제>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마치 <열혈사제>의 근로감독관 버전을 보는 듯한 통쾌한 전개가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해주기 때문이다.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갑질을 경험하고 있는 걸까. 드라마를 보는 우리의 통쾌함이 이토록 크게 느껴지는 걸 보면.(사진:MBC)

‘친애하는’, 판사님께 보내는 서민들의 탄원서 같은 드라마

그저 뻔한 1인2역의 법정판 ‘왕자와 거지’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건 본격적으로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위한 설정일 뿐이었다. SBS 수목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의 진짜 이야기는 전과 5범 한강호(윤시윤)가 판사인 형 수호(윤시윤)를 대신해 만나게 되는 법정 판결문 속에 들어 있었다. 

어쩌다 법정에서 판결문을 읽어야 하는 처지가 된 강호는 한자가 빼곡히 적혀 있어 읽지 못하고 선고 기일을 미룬다. 그런데 이 장면은 코믹하게 처리되어 있지만 ‘한자로 되어 있는 판결문’에 담긴 법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를 담고 있다. 강호의 대사로도 처리되어 있지만 “저희들끼리만 알아듣는” 그런 판결문이란 당사자들인 서민들에게는 너무나 큰 장벽처럼 법에 위화감을 느껴지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형 수호가 청탁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오성그룹 후계자 이호성(윤나무)의 갑질 폭행 사건은 법이 결국은 가진 자들의 것이라는 씁쓸한 현실을 드러낸다. 변호사들을 모아놓고 ‘군기’를 잡는 이호성은 자신이 그 ‘버러지 같은 인간들’이라 부르는 선량한 이들에게 저지른 폭행을 잘못이라 여기지 않는다. 자신이 변호사들에게 그만한 돈을 주고 있으니 무죄나 선고유예를 무조건 내리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강호는 이호성 판결을 선고유예로 내려주면 돈을 주겠다는 이야기에 시보로 들어온 송소은(이유영)에게 대신 판결문을 써보라고 했지만, 바로 이 송소은이 변수로 작용한다. 과거 자신이 아는 언니가 성폭력을 당했지만 가해자에게 가벼운 벌금형이 내려지는 판결을 봤던 그는 그 자리에서 그 가해자 미소 짓던 걸 잊지 못한다. 그런데 이호성이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에서 그 끔찍한 미소를 또 발견하고는 도저히 강호가 요청한 ‘선고유예’를 내리는 판결문을 쓰지 못한다. 

이호성에게 갑질 폭행을 당해 한쪽 시력을 잃어버린 공장 노동자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이었다고 인정했고, 그 아들 또한 아버지의 실수였다고 증언함으로써 사건은 그대로 유야무야될 판이었다. 하지만 피해자의 아들을 찾아가 왜 그런 증언을 했느냐고 송소은이 묻자, 그는 아파하면서도 법으로 그들과 싸울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한 처지를 드러냈다. 자신이라도 살아야 된다는 것. 그는 제아무리 자신이 싸우려 해도 판사나 검사가 모두 가진 자들의 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돈 때문에 이호성의 ‘선고유예’ 판결문을 쓰라고 했던 강호에게 송소은은 한 가지 원칙에 근거해 그런 판결문을 쓰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형벌의 고통이 범죄의 이익보다 커야한다”는 것. “죄지은 자가 선고를 받고 웃으며 법정을 나간다면 그건 죄에 대한 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강호가 감방에 갔을 때 만났던 감방 선배 사마룡(성동일)에게 탄원서를 쓰면서 서두에 적은 글이다. 보통은 ‘존경하는 판사님께’라고 쓰지만 “실제로 존경하지도 않고” 또 차별화되지도 않는 그 문구대신 ‘친애하는 판사님께’로 쓴 것. 이 짧은 글귀를 제목으로 삼은 뜻은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일종의 판사들에게 던지는 탄원서에 가깝다는 걸 드러낸다. 많은 판결들이 내려지고 있지만 과연 그 판결은 정의로웠는가. 혹 가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억울한 피해자들은 없었는가. 1인2역 ‘법정판 왕자와 거지’에 코미디적인 외피까지 입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이러한 진중한 질문들이 숨겨져 있다.(사진:SBS)

‘기름진 멜로’, 멜로보다 복수극을 기대하는 까닭

SBS 월화드라마 <기름진 멜로>가 한층 달달해졌다. 서풍(이준호)과 단새우(정려원)의 비밀연애가 본격화되면서부터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네가 너무 좋아”라고 말하는 장면은 시쳇말로 ‘꿀이 떨어진다’. 두 사람의 멜로가 더더욱 달달하게 다가오는 건 둘 다 과거 사랑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서풍은 첫사랑이었던 석달희(차주영)를 그를 내쫓은 호텔 사장 용승룡(김사권)에게 빼앗겼고, 단새우는 아버지의 부도로 결혼의 단꿈도 깨져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한강다리 절망의 끝에서 처음 만나게 된 사이다. 죽고픈 마음까지 가진 단새우에게 마지막으로 포춘쿠키를 같이 먹자고 제안한 서풍은 그 때 쿠키 속에 들어있는 예언처럼 이미 운명적인 사랑을 시작하고 있었다. 결국 헝그리웍에서 다시 만나 사랑을 꽃피우게 된 것. 이 과정에서 단새우에 대한 일편단심을 보이는 두칠성(장혁)의 안타까운 사랑이 더해졌다. 두칠성을 형처럼 생각하는 서풍은 그에게 이 사실을 고백하려 했지만 때를 놓치고, 결국 두칠성은 두 사람이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기름진 멜로>는 드라마 제목에 담겨 있는 것처럼 그 멜로를 드라마의 중심으로 끌고 온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서풍과 단새우 그리고 두칠성 사이의 엇나간 사랑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서풍이 헝그리웍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진정혜(이미숙)가 단새우의 엄마라는 걸 모른다는 사실이 마치 멜로의 양념처럼 들어가 있다. 다소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구도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기름진 멜로>에 대해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단순한 멜로가 아니다. 애초에 호텔 중식당 ‘화룡점정’에서 쫓겨났던 서풍이 두칠성 건물의 중식당으로 오게 된 건 복수를 하기 위함이었다. 거대한 호텔 스카이라운지에 있는 화려한 중식당 앞에 초라하게 보이는 작은 중식당이 열리고, 소외됐던 인물들이 하나 둘 모여 그들과 싸워나가는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또 하나의 축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기름진 멜로>는 호텔 사장인 용승룡의 계략으로 헝그리웍의 단체예약손님이 ‘화룡점정’으로 가게 되는 ‘갑질 상황’이 등장했다. 많은 인원의 음식을 준비했던 터라 그만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 용승룡은 코스 요리 가격을 대폭 할인해 줌으로써 자신들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헝그리웍을 짓밟으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에 두칠성은 호텔의 리모델링을 하고도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시위를 하고 있는 인부들에게 서풍이 만든 짜장면과 탕수육을 배달해주며 ‘호텔 시위권’을 자신에게 팔라는 제안을 내놓았다. 그걸 통해 호텔에 반격을 가하려 하는 것. 과연 두칠성의 반격은 통하게 될까. 어쩌면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건 달달한 멜로보다는 거대 기업의 갑질에 맞서 싸우는 서민들의 연대가 아닐까. 

짜장면을 만들지 않는 ‘화룡점정’과 짜장면으로 승부하는 ‘헝그리웍’. 사실 이 음식만으로도 그 자체로 가진 자들과 빼앗긴 자들 사이의 대결구도가 그려지는 게 <기름진 멜로>다. 최고급 호텔 중식당이기에 짜장면도 특별해야 한다고 말하는 왕춘수(임원희)와 그래도 짜장면은 짜장면다워야 한다는 간호사 손님의 비아냥 섞인 혼잣말, 그리고 공사대금을 못받아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인부들의 마음까지 돌리게 만드는 맛좋은 서풍의 짜장면. 음식 하나로도 만들어지는 대결구도를 어째서 <기름진 멜로>는 중심적인 테마로 삼지 않을까. 달달한 멜로보다 시청자들이 더 기대하는 시원한 복수극을.(사진:SBS)

'같이 살래요' 뻔한 상투성, 유동근·장미희 연기까지 이상하다

주말극은 이 상투성을 벗어날 수 없는 걸까. 또 결혼반대 코드에 뻔하디 뻔한 뒷목 잡게 만드는 악역 캐릭터다. 다만 KBS 주말극 <같이 살래요>가 다른 게 있다면 그 결혼 반대하는 대상이 부모가 아니라 자식이라는 점이다. 효섭(유동근)과 미연(장미희), 둘 사이는 핑크빛이고 그래서 결혼까지 오가고 있지만, 이 둘을 미연의 아들 문식(김권)은 대놓고 반대하고 나섰다. 

그런데 그 반대하는 이유가 황당하다. 결국 미연의 재산 때문이라는 것. 문식은 그래서 몰래 친부를 만나고 미연과의 재결합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보통의 주말극에서 늘상 나오던 상투적인 장면인 부모가 자식 결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식의 설정을 거꾸로 뒤집어 자식이 부모 결혼에 간섭하는 이야기. 

이렇게 되자 보통의 주말극에서 악역을 자처하던 시부모는 이 드라마에서는 문식이라는 자식으로 바뀌었다. 빌딩주인 미연의 금수저 아들로 절대 갑으로서 살아온 철없는 이 인물은 이미 회사 내에서도 효섭의 아들인 재형(여회현)에게 대놓고 갑질을 하는 악역이다. 문식은 그래서 결혼반대에 갑질 상사라는 ‘욕받이’ 역할을 자처하게 됐다.

이후의 이야기는 아마도 이제 시청자들이 대충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문식 같은 절대 악역이 세워지고 나면 그 악행으로 인해 시청자들을 공분시키는 몇 가지 사건들이 더 벌어질 것이고, 결국 그 악행을 알게 된 부모는 갈등할 수밖에 없을 게다. 극중에서 효섭이 말하듯, 자식의 허물은 없는 것처럼 치부하는 게 부모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갈등을 겪다 결국은 문식이 무너지거나 혹은 개과천선하는 이야기에 효섭과 미연이 우여곡절 끝에 이뤄지는 과정이 담겨지지 않을까.

물론 <같이 살래요>가 애초에 보여주려 한 것이 무엇이었는가는 분명하다. 그것은 엄마 혹은 아빠로만 살아왔던 노년 세대의 재결합이라는 새로운 가족형태 속에서 빚어지는 자식들과의 갈등이다. 실제로 이런 문제가 현실에서 벌어질 때 가장 갈등을 만드는 건 역시 재산 문제다. 자식들은 부모의 결혼으로 들어온 배우자가 재산이 목적이 아닌가를 의심하게 되고, 결혼하려는 당사자들은 자식들의 그런 의심을 상처로 받아들이게 된다. 나이가 들어 같이 산다는 문제는 단순히 사랑의 문제만이 아닌 현실적인 일이 동반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그려나감에 있어서 위아래도 없이 폭주하는 문식이라는 캐릭터는 전형적인 상투적 악역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폭주할수록 시청률은 올라가지만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갈수록 부정적으로 변해간다. 결국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를 발견하게 되는 그 캐릭터와 이야기의 뻔한 구조 때문이다. 

이러한 상투적인 이야기 구조 때문일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효섭과 미연 역할의 유동근과 장미희의 연기조차 어딘가 옛날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저마다의 개성과 아우라가 넘치던 이 배우들의 연기에서 마치 옛 멜로 속 신파적인 연기 톤까지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야기의 상투성이 연기까지도 전형적으로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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